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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공연계 이젠 '암표와의 전쟁'

2024년 04월호

대중음악 공연계 이젠 '암표와의 전쟁'

2024년 04월호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공연계가 암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유명 가수 콘서트 티켓 판매 게시글을 올리면서 수억원을 챙긴 암표상이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음지에서는 암표가 성행하면서 ‘암표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암표상 징역 6년 선고...계속되는 암표 팔이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이종민 판사)은 최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암표상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수와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재판을 받으면서도 사기 범행을 계속하고 그 수익을 도박, 코인 투자 용도로 사용해 처벌이 필요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직거래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허위글을 130여 차례 게재하며 사기 행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아이유, 블랙핑크, 임영웅 등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을 게재하고 돈을 받은 후 티켓은 주지 않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챙겼다.

암표상이 징역 6년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공연계의 암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가수 장범준은 지난 1월 암표로 인해 공연을 전면 취소했다. 장범준은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을 준비 중이었으나 예매 시작 후 암표가 기승을 부리자 공연 티켓 전부를 취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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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티켓을 도입한 장범준 콘서트. [사진=현대카드]


장범준은 “작은 규모의 공연인데 암표가 너무 많이 생겼다. 혹시라도 급한 마음에 되파는 티켓을 사시는 분이 생길까 봐 글을 남긴다.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키겠으니 표를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구매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이어 암표를 막기 위해 콘서트 예매 방식을 추첨제로 변경하기도 했다.

공연은 1인 1매, 월별 1회만 구매가 가능해졌으며 좌석은 현장에서 랜덤으로 배정됐다. 또 본인 확인이 되지 않으면 입장을 할 수 없는 등 암표를 막기 위해 초강수를 던지기도 했다.

송은이·김숙의 ‘비보쇼’도 암표를 피하지 못했다. ‘비보쇼’는 티켓 판매 5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나 암표가 발견됐고, 비보 측은 “중고 거래 사이트, 티켓 거래 사이트, 개인 SNS 등에서 부정하게 티켓을 거래하는 정황이 확인된 경우 티켓 정보 확인 후 사전 통보 없이 즉시 해당 좌석에 대한 예매를 무효 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 거래 티켓의 예매자 및 구매자 모두 블랙리스트로 처리돼 향후 컨텐츠랩 비보에서 주최하는 모든 공연에서 제명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이 외에도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에도 암표는 기승을 부렸다. R석 기준 15만원이었던 공연은 1분 만에 전석 매진됐고, 1만7000명이 몰린 시민 무료 추첨 티켓 경쟁률은 무려 340 대 1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공연 전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것이 바로 ‘암표’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최저 2배인 30만원부터 10배에 달하는 150만원까지 치솟은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5만4000원에 판매됐던 성시경 콘서트의 티켓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0만원에 불법 판매가 시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년 만에 4224건으로 훌쩍 뛰었다. 그야말로 ‘암표와의 전쟁’이다.

직접 나선 스타들...팬클럽 영구제명·NFT까지 등장

팬들은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치열한 티켓팅 전쟁을 치른다. 짧은 시간 내에 매진되는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쏟지만 암표상들의 ‘매크로(자동입력반복)’를 활용한 티켓팅에는 당할 재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 스타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성시경은 암표 거래를 발견하고 그의 매니저가 티켓을 양도받는 척 자리와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해당 티켓을 취소시킨 바 있다. 아이유는 지난해 9월 열린 팬콘서트에 앞서 티켓 불법 거래 제보를 요청했고, 실제 이를 통해 12건의 부정 티켓 예매 건을 적발해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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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지난 3월 개최한 단독 콘서트 포스터.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특히 아이유는 지난 3월 2일부터 총 4회에 걸쳐 진행 예정이었던 단독 콘서트를 앞둔 상황에서 암표를 발견했다.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부정 티켓 거래로 확인되는 총 44건의 예매에 대해 안내드린 자사 방침대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동일 연락처 예매와 이상 거래 정황이 감지된 예매자 5명을 아이유 공식 팬클럽에서 영구 제명했으며, 이상 거래로 감지된 일반 예매자 29명도 이번 공연 티켓 취소와 함께 향후 아이유 공식 팬클럽 가입, 공연 예매 제한 조치를 받았다.

모든 티켓을 취소했던 장범준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공연 티켓 전량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발매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NFT를 활용해 표를 직접 구매한 본인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양도와 암표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암표 거래가 활개 치다 보니 대중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암표 처벌 강화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는 ‘대중음악공연 산업의 위기, 문제와 해결 방법은 없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종현 음공협 회장은 “리셀링(재판매)하던 분들이 전부 암표 시장에 들어왔다. 별별 사람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은 심리로 암표 거래를 한다”며 “미디어를 통해 암표 거래 가격이 공개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드는 사실상의 촌극”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후 음공협은 티켓 암표거래 모니터링 대응 시스템 개발 업체인 메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암표 모니터링 서비스 자료 교환 및 협력 체계 구축 △암표 근절을 위한 사업 공동 연구 및 발굴 추진 △암표 근절을 기반으로 한 기술 및 시스템 운영 상호교류 △음공협 회원사의 암표 모니터링 서비스 권면 △암표는 불법이라는 사회적 인식 홍보 등 대중음악공연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 연계 활동으로 시너지 효과를 촉진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공연 산업을 갉아먹는 병폐로 자리 잡지 않도록 암표 법률 개정과 캠페인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 관계부처 등과 함께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표가 늘어나다 보니 3월엔 개정 공연법이 시행돼 매크로를 통한 부정 파냄 건에 대한 처벌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암표 판매를 통해 얻는 이득에 비해 벌금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벌금 최상한이 1000만원인데 20만원 표를 6배 프리미엄 붙이면 10장만 팔아도 1000만원이기 때문에 처벌이 두려워 판매를 그만두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한 소속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암표를 걸러내는 데엔 한계가 있다. SNS상에서 양도를 하는 사람과 암표상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이를 다 제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 팬은 가수의 공연을 어떻게든 보고 싶어 하기에 암표 거래가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도 웃돈을 주고 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암표상이 발 붙일 곳을 없게 하려면 팬들 역시 암표는 절대 사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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