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지주사 분석 리포트 작성...지주사 전문가
“밸류업, 정부의 지배구조 개혁 큰 그림에서 살펴봐야”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맹탕’ 논란이 일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세간의 평가와 다른 의견을 밝혔다. 최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자 강제성을 부여하거나 확실한 세제 혜택이 없어 기업들을 유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연구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대한 큰 그림으로 이해해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자사주 제도 개선 등의 핵심은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주환원 정책 확대, 기업가치 제고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는 현금이 충분하지만 그동안 투자를 소홀히 했던 기업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로 23년 경력의 애널리스트다. 2002년 대신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와 인연을 맺은 뒤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하이투자증권에서 지주사 등의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07년 국내 최초로 지주사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정부는 ‘땜질’ 처방만 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22년 하반기 도입한 ‘물적분할 주식매수청구권’을 언급하며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근절하는 하나의 스타트점이 됐다”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상장사의 물적분할 시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분할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상장사에 팔 수 있게 하는 권리다. 과거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LG에너지솔루션 등 핵심 자회사들을 분할,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모회사의 주주들이 상당수 재산상의 피해를 보면서 논란이 일었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이후 지난해 물적분할 사례가 크게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또 “금융 당국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보유, 처분에 대한 공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장사가 자사주의 10% 이상을 보유할 경우 이사회에서 자사주 보유 사유와 추가 매입, 소각·매각 계획 등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면서 “공시 내용이 부실할 경우 자칫 배임 혐의로 일반 주주에게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자산관리자로서의 의무)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통해 지배주주(오너가)의 지배력 강화 등에 사용돼 왔던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강제성 논란에 대해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금융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건 실질적으로 상장사, 이사회의 역할에 대해 강제성을 띠는 것”이라면서 “(상장사에) ‘하든지 말든지 하는데 이왕 할 거면 내 가이드라인을 따르라’는 이야기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기업이 밝힌 계획에 강제성을 부여하지는 않기로 해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이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공시 의무다. 매년 5월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처음에는 자산 2조원 이상만 의무에서 1조원 이상으로 낮추고, 올해부터는 5000억원 이상이 대상”이라면서 “해당 보고서 내에 지배구조 항목이 있고, 준수 여부에 대한 질문 문항을 넣고, 미기입 시 벌점이 이뤄지면 사실상은 의무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금융 당국이 오는 5월 개최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2차 세미나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이 연구원은 “이사회 역할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을 두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지주사 중에서도 현금 여력을 갖춘 회사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저PBR 종목이 많이 오르며 어느 정도 키 맞추기가 이뤄졌다. 이제는 차별화를 꾀해야 할 때”라며 “현금 또는 자사주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