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필요 39.6%
1인당 사교육비 1% 늘면 합계출산율 0.0019명↓
사교육 출발점 ‘영어유치원’ 비용 매년 증가
| 김범주 기자 wideopen@newspim.com
| 박우진 기자 krawjp@newspim.com
2030세대의 70%는 경제적 불평등을 향후 사회의 걸림돌로 예상했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 불안정성 우려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30세대는 역대 최저 수준인 합계출산율(0.72명)의 직접적 원인으로 ‘양육비·교육비’를 지적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첫발부터 교육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2030세대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MZ 30%, ‘양육·교육비 두려워, 아이 안 낳겠다’
우선 2030세대의 29.9%는 아이 낳는 것을 꺼리는 이유로 ‘아이 양육·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저출산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 정책 1·2·3 순위를 고른 결과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이 3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출산 휴가·보육 서비스(32.3%), 18세까지 아동수당 확대(30.3%), 출산지원금 또는 0~5세까지 지원금 강화(28.6%), 청년 생활안정 강화(24.1%), 사회 불평등 감소(22%) 순으로 집계됐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2030세대의 가장 최근 기억이 ‘경쟁과 사교육’ 그리고 ‘좌절’일 것”이라며 “그곳에 본인을 몰아넣었고, 부모들의 희생도 보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본인은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는 2030세대들, 부모를 그렇게밖에 만들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문제”라며 “흥미로운 점은 고학력층이 비용 부담을 더 생각하는데, 기대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어유치원부터 대입까지...‘끊김없는’ 사교육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인구는 매년 줄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사교육과 양극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비용은 월평균 124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매년 상승 추세다. 2021년 107만원에서 2022년 115만4000원, 2023년 6월 123만9000원이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이 2009~2020년 국내 16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주택가격과 사교육비가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과 기여율 추정에 관한 연구’를 보면 1인당 사교육비가 1% 증가하면 다음해 합계출산율은 약 0.0019명 줄었다. 출산율 감소에 기여한 항목 조사에서도 사교육비 영향은 26.4%로 주택가격(1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현실적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편 교육이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 향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교육개발원이 초·중·고교생 학부모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교육 여론조사’에서도 사교육과 계층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났다.
교육이 ‘개인의 경제적 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1.6%가, ‘사회적 지위 향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64.3%가 각각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교육 분야 양극화 현상에 대한 질문에는 68.8%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영역으로는 32.7%가 ‘지역 교육 여건과 환경 차이’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