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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통일오디세이] 평양 남매의 거칠어진 입...2024년 한반도 긴장 파고 높아진다

2024년 02월호

[이영종의 통일오디세이] 평양 남매의 거칠어진 입...2024년 한반도 긴장 파고 높아진다

2024년 02월호

대남 공세 발톱 날카롭게 세운 김정은·김여정
새해 벽두부터 주거니 받거니 저급한 비방전
핵·미사일 도발로 자초한 대북 제재에 ‘휘청’


|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newspim.com


연초부터 평양발 한반도 위기 국면이 심상치 않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초강경 대남 비방 및 위협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여동생인 김여정까지 맞장구를 치고 나서면서 행동대장 격의 거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대 세습을 통해 북한 권력을 넘겨받은 이들 남매의 북한 권력 내 위상으로 볼 때 당분간 남북 관계와 주변 긴장 상황은 최고조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문을 먼저 연 건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은이다. 그는 지난해 말 소집된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12월 26~30일)에서 전례 없는 높은 수위의 대남 적대감을 표출하면서 도발적 행보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핵심 당 간부들과 한 해를 결산하고 2024년의 정책 노선을 설정하는 자리에서 그는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말폭탄’에 그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쪽을 겨냥한 포 사격을 연이어 벌인 북한 군부는 “민족·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 삭제됐다”(1월 5일 총참모부 보도)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말을 그대로 받아 최전방의 군부 세력이 도발 후 입장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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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7일 황해북도 황주군의 광천닭공장을 방문해 딸 주애와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여동생인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은 일행과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北 군부, 김정은 지시 따라 “민족·동족은 삭제됐다”

김정은의 전원회의 발언 가운데 관심을 끈 대목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대립각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권 등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김정은의 입장 표명이 나온 것이다.

김정은의 연설에는 남북 관계에 대한 실망감이 드러난다. 그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보수 정당이야 그렇다 치고 민주당을 겨냥해 ‘괴뢰’ 범주에 넣어 흉악한 야망이라고 일컬은 대목은 전례 없는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은 “장구한 북남 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집권 13년 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핵과 미사일 도발에 이어 2024년에는 군사정찰위성 3기를 추가로 쏘아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도발 행보를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긴장 수위를 팽팽하게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여온 민주당과의 화해·협력이나 교류가 별반 소용없었다는 판단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남 유화 공세를 펼치면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펼쳤고, 같은 해 9월에는 방북한 문 대통령에게 주민들 앞에서 연설까지 하도록 파격적 결정을 했는데도 아무런 ‘보답’이 없었고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인식에 따라 한국 내 민주당 혹은 소위 ‘진보세력’과의 헤어질 결심을 밝힌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김여정, 저급한 담화로 문재인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

김정은의 이런 발언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나온 김여정의 담화는 그 내용 못지않게 수준의 저급성이나 감정 조절 실패에 관심이 쏠렸다.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지난 1월 2일 밤 내놓은 이른바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북핵·미사일 위협 원천 봉쇄’ 발언 등을 비난하며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로”라는 생뚱맞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윤 대통령을 ‘이 인간’ 등 저급한 표현으로 지칭한 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백척간두에 올려놓은 것을 두고 입 가진 사람마다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나는 ‘찬양’하고 싶다”며 조롱투의 문장으로 일관했다.

또 문재인 정부 당시 체결된 남북 군사합의(2018년 9월)가 파기 상태에 이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 활동에 날개가 달리게 됐다”며 “그 공로 어찌 크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핵과 미사일 도발 및 국제사회 결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발뺌하며 한국 측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김여정은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이런 세상을 맞고 보니 청와대의 전 주인이 생각난다”며 “문재인,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리숙한 체하고 우리에게 바투 달라붙어 평화 보따리를 내밀어 우리의 손을 얽어매어 놓고는 돌아앉아 제가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우리가 미국과 그 전쟁 사환꾼들을 억제하기 위한 전망적인 군사력을 키우는 데 이러저러한 제약을 조성한 것은 문재인”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우리와 마주앉아 특유의 어눌한 어투로 한 핏줄이요, 평화요, 공동번영이요 하면서 살점이라도 베어줄 듯 간을 녹여내는 그 솜씨가 여간이 아니었다”며 “문재인의 그 겉발린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지난 2018년 2월 10일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만났으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등에 참석했다. 그런 김여정이 6년 만에 내놓은 담화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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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30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8기 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여정 말릴 사람 평양 권력 내부에는 없는 듯

이런 김여정의 행태를 두고 “일기장에나 쓸 수준의 저열한 감정 분출을 담은 글을 ‘담화’라는 형태로 내놓았다는 건 북한 체제의 저급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과 여정 남매가 뭔가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여정이 막말 수준의 글을 관영 선전매체로 내보내도 이를 제어할 아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도 있다. 한동안 조카인 김주애의 등장과 ‘후계’ 논란 속에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듯 보이던 김여정이 극렬한 대남 비난으로 오빠의 대남 적대 인식에 궤를 같이하고 나선 것을 두고 존재감의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정은의 행보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원회의 참석에 이어 새해맞이 축하공연을 참관한 그는 핵·미사일 고도화와 민생 챙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정은이 딸 주애를 공개행사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열린 새해맞이 축하공연 영상에는 행사장인 평양 5.1경기장에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를 데리고 주빈석 한가운데 앉아 있는 모습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김덕훈 총리, 박정천 당 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자리한 장면이 드러난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의 등장과 관련해 “존경하는 자제분, 여사와 함께 관람석에 나왔다”고 밝혀 새해 들어서도 김주애 띄우기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가장자리 테이블에 자리해 잘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의전 담당 현송월은 눈에 띄었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북한이 김여정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김주애 띄우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모습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김주애 띄우기 이어질 듯

이런 모습은 김정은이 1월 7일 황해북도 황주군에 새로 건설된 광천닭공장을 방문한 장면에서도 확인된다. 딸 주애와 당 간부들을 대동하고 공장을 찾은 김정은은 “자동화·과학화를 최상의 수준에서 실현한 광천닭공장은 철두철미 우리 당이 바라고 요구하는 자부할 만한 시대적 본보기이며 현대화를 지향하는 모든 단위들이 도달해야 할 목표를 명백히 제시한 훌륭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화된 생산 공정에서 고기와 알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니 정말 흐뭇하다”며 “우리 당은 올해 중에 평양시에 광천닭공장과 같은 공장을 하나 더 일떠세울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여정은 수행자 명단 끝에 겨우 이름을 올렸고, 19장의 사진에도 먼발치에 있는 장면 한 장만 겨우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의 닭가공공장 방문은 연초부터 대남 도발 위협을 일삼고 있는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식량난은 외면하고 핵과 미사일만 챙긴다’는 엘리트와 주민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군부에 최전방 지역 포격 도발 등을 지시해 놓고 김정은과 지도부는 경제 현장을 챙기는 듯한 모습을 부각시키는 건 대남 심리전을 고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북러 밀착을 통해 무기 제공 등의 행보를 보인 북한이 올 들어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베이징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들은 지난 1월 1일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축하전문을 주고받은 사실을 전하며 ‘조중 친선의 해’인 올해 관계 증진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축전에서 올해가 북중 수교 75주년인 점을 강조하며 “국제 정세가 복잡다단한 속에서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승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우리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기대와 염원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시진핑도 축전을 통해 “중국 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에서 중조 관계를 대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협조 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훌륭히 공고히 하며, 훌륭히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했다.

이처럼 북한이 김정은과 시진핑의 축전 교환 사실을 전하고 내용을 공개한 건 북중 친선과 양측 지도자 간의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드러내고 올해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무게를 싣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러 무기 제공과 러시아 미사일 기술의 전수를 맞바꾸는 등 밀착을 과시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의 불편한 심기와 우려를 고려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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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만난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뉴스핌 자료사진]


중국 방문 등 외교 무대에 김주애 등장시킬지 관심

이런 기류를 뒷받침하듯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미겔 마리오 디아스 카넬 베르무데스 쿠바 공산당 제1비서에게도 축전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지만, 푸틴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 그룹에서는 “김정은이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러 관계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면서 “조만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에게 이를 해명하고 한미일 대북 공조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과 경제적 지원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주시해볼 건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뿐 아니라 딸 주애를 함께 데리고 움직이면서 외교 무대에 등장시킬지 여부다. 그동안 김정은은 주애를 공개행사의 주석단 자리에 앉히는 등의 모습을 연출해 ‘후계자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군사·경제 등 대내 수행뿐 아니라 외교 무대에까지 나선다면 분명한 후계 낙점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은은 지난 1월 8일 40회 생일을 맞았다.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심근경색)으로 27살 나이에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이 집권 13년 차를 맞으면서 불혹의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불혹’에 걸맞지 않게 김정은의 올해 생일은 유난히 어수선하고 부산한 분위기 속에 보냈고 이런 기류는 당분간 계속되면서 격랑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초 NLL 일대 포격 도발에 이어 대남 위협과 비난을 가득 담은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군이 대응 포격에 나서면서 평양발 군사 긴장은 정점을 치닫고 있다.

김정은 생일 당일 노동신문은 3면에 ‘공화국의 존엄, 당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는 글을 싣고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정을 주민들이 적극 따라야 한다고 독려했다. 신문은 “인민의 운명을 지키고 인민들에게 더 좋은 생활 조건을 보장해주기 위하여 당도 있고 정권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정은 생일이나 우상화 문제를 시사하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젊은 나이에 별다른 업적 없이 지나치게 김정은 띄우기에 나설 경우 엘리트와 주민의 반발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물론 북한 지도부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란 얘기다.

로드먼, 평양서 “오늘이 김정은 생일” 천기 누설

한미 정보당국은 과거 김정은이 10대 시절 스위스에 조기 유학하는 과정에서 오간 여권 정보 등을 토대로 그가 ‘1984년 1월 8일생’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출생과 관련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그의 생일을 김일성·김정일처럼 ‘최고 명절’로 삼는 우상화에 나서지는 않아 왔다.

다만 김정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미프로농구협회(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2014년 1월 8일 평양을 방문해 친선 농구경기를 갖는 자리에서 평양체육관에 모인 1만4000여 명의 주민들 앞에서 이날이 김정은 생일임을 언급하며 축가를 불러 일부에게 알려졌을 가능성은 있다.

김정은 생일을 조기에 대대적으로 내세우지 못하는 속사정도 있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으로 주민들은 ‘째포’라며 비하하는 그룹에 속한다.

더욱이 고용희의 아버지 고경택은 제주 출신으로 일본 식민지 시절 오사카로 건너가 일본군의 군복을 만드는 공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른바 ‘백두혈통’ 운운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우상화에 몰두해온 북한 정권의 핵심축이 사실은 ‘후지산 줄기’ 또는 ‘한라산 줄기’라는 논란이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일성 항일 투쟁’을 부풀려 날조·왜곡해온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실은 독립군이나 항일세력을 토벌하는 일본군의 군수품 생산에 종사했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김정은이 일제 렉서스 최고급 SUV를 몰고 다니고, 딸 주애의 식탁에는 직수입한 일본의 유명 소금병이 늘 오른다는 점이 입방아에 오르면 ‘째포 고용희’와 맞물려 리더십에 손상이 따를 것이란 얘기다. 섣부른 가계 우상화로 이어질 경우 자칫 김정은의 감추고 싶은 ‘출생의 비밀’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은의 리더십 다지기 차원의 찬양이나 개인 우상화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등에서는 김정은의 40회 생일을 계기로 ‘원숙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수 있다. 선대 수령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제대로 된 후계수업을 받지 못한 채 권력을 넘겨받았던 ‘청년 지도자’에서 벗어나 노련한 모습을 보이려는 선전선동술이 동원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 권력 핵심부의 뜻대로 2024년 한 해가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에 올인한 집권 13년 동안 북한 체제의 근간인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때문이다. 특히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폭압적 수령 체제에 대한 반감이 싹트고 있고, 외교관과 주재원·유학생 등의 체제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

관영 매체를 통해 잘 포장되고 이미지가 조작된 북한 체제와 김정은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과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관측도 잇따른다. 11월 미 대선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등 국제 정세의 변수 속에서 김정은이 펼치는 곡예가 성공으로만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한계에 봉착하거나 파국을 맞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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