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 시대에서 대화의 시대로 진화한 LLM
AI 만능시대 향하며 각 분야에 적용하는 AI - X
전 국민 AI 일상화 통해 개인·산업 동반 성장
|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newspim.com
#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생 김도훈(10) 군은 아빠의 영향을 받아 영어와 수학을 인공지능(AI)으로 공부한다. 이미 가정용 전자패드식 학습지 교육을 받고 있지만 AI는 차별화된 측면이 있다. 김 군이 좋아하는 모바일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서술식 문제를 AI가 만들어줘 친근감이 있다. 캐릭터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영어 회화도 AI와 나눈다.
# 이미 챗GPT 열풍을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나라 토종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마케팅 기업의 오성만(33) 대리는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기획 아이디어 구상부터 보고서,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AI를 활용하지 않는 게 없다. 오 대리는 “100% AI가 알아서 처리해 주지는 못하지만 체감도만 볼 때 생산성은 10배나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말께 출시한 챗GPT를 접한 지 1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미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는가 하면 글로벌 시장이 온통 AI에 홀린 상황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먼 얘기인 줄 알았던 AI의 생활화가 이제는 현실이 됐다. 전 세계가 AI에 열광하고 있다.
2023년 “질문 잘해야”→2024년 “질문 못해도”
챗GPT의 출현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물어보면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미 제시된 결과물을 제공하는 ‘자판기식 답변’이 아니라 조건에 맞게 말하면 생활 전 분야, 산업 전 분야에 적합한 ‘맞춤형 답변’이 쏟아져 나오는 AI 시대가 됐다.
AI 업계는 ‘프롬프트 시대’라는 말을 썼다. 프롬프트는 AI 질문 입력창에 기입하는 글자를 말한다. 질문의 조건을 잘 맞추면 AI가 책도 써주고, 동영상 콘텐츠도 제공해주고, 사업 전략까지 설계해줄 수 있어서다.
국내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예를 들어 AI에게 ‘너는 아주 유명한 명의야. 현재 내 증상이 이런데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려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AI는 기존에 온라인상에서 학습된 전문적인 내용을 토대로 증상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준다”며 “때로는 평상시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서 의사에게 듣는 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질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생성형 AI 등을 활용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게 AI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초거대언어모델(LLM) 엔진을 활용한다. 챗GPT와 같은 다양한 LLM은 초반에 토큰이나 크레딧으로 불리는 포인트를 일부 제공한다. 질문을 하면 할수록 지급된 포인트가 삭감된다. 이후부터는 구독형 결제를 해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최소한의 단어로 된 정확한 질문을 해야 지출이 줄고 질 높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이미 전자책 시장에서는 수천 개의 프롬프트 예제가 판매되고 있다. 프롬프트를 직접 사고파는 플랫폼도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지난해가 프롬프트의 시대였다면 올해에는 또 다른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AI 업계의 시각이다.
AI 적용은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지만 챗봇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미 학습된 다양한 정보를 사람이 말하듯 고객에게 전달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업계는 당장 챗봇 시장부터가 열리고 있고 소비자가 이제는 챗봇 대화를 통해 하나의 질문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챗봇 AI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이미 챗GPT나 다른 LLM을 보더라도 기존에 했던 질문을 기억하고 그 기록을 반영해 답변을 더욱더 정교하게 내놓고 있다”며 “질문의 정확도가 중요한 시대가 조금씩 저물며 이제는 상호 작용을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AI가 파악하고 그 안에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질문을 잘 하지 못해도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며 “더 나아가 AI가 내 삶을 바라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추천해주고 개선해주는 등 그야말로 비서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만능시대 ‘잰걸음’...각 분야 AI 적용하는 AI - X ‘기대’
언어에서 시작한 AI 모델은 그야말로 인류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앞으로는 AI를 접목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벤처·스타트업 분야에서는 AI를 적용한 창업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벤처기업 임원은 “이제는 AI는 간단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사진 보정부터 시작해서 콘텐츠 제작, 메타버스, 로봇 등 분야까지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며 “그야말로 AI-X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는 AI로 도배가 됐다. 이 기간 중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LG전자의 AI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면서 ‘공감지능(AI)’을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AI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AI를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 참석해 LG전자의 AI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면서 ‘공감지능(AI)’을 언급했다.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삶과 모든 산업은 사람을 떠나서는 공존할 수 없다 보니 사람과의 공감이 AI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IT 업계의 평가이기도 하다. 이 같은 공감을 토대로 AI의 활용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해 전 국민 AI 일상화 실행계획을 내놓고 올해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먼저 AI로 국민 일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공공요금 체납 등 위기 정보를 AI가 분석해 위기 가구를 찾아내고, 복지 수요 파악을 위한 AI 초기상담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 박물관·미술관에 AI 큐레이터 로봇을 배치하고 디지털 아이돌, 디에이징 콘텐츠, 뮤지션 복원 등 콘텐츠 제작도 지원한다.
AI 내재화로 산업·일터 혁신에도 나선다. 법률·의료 등 민간 전문가의 업무를 보조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초거대 AI 플래그십 5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작물 재배, 에너지·냉난방 제어 등 온실·축사 관리 AI를 개발하고, AI 기반 병해충 진단 및 처방정보 서비스도 제공한다.
수요기업 70개사에 AI 기업이 보유한 제품 설계, 설비 진단, 불량 검출 등 AI 솔루션의 최적화·도입 등을 지원한다. 이를 토대로 로봇, 물류, 제약, 스마트홈 등 기존 산업 혁신을 위한 AI 개발·실증에 박차를 가한다.
AI를 가장 잘 사용하는 똑똑한 정부도 만들 계획이다. 사람 육안에 의존하고 있는 지자체 CCTV 관제를 AI 기반의 지능형 관제로 오는 2027년까지 100% 전환한다. 강수·폭염·강풍 예보지원 AI를 통해 신속·정확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구인 정보, 직무 데이터 등을 분석해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 정보도 AI를 활용해 제공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9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 도약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AI 일상화 기반을 선제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58개) 전교생을 대상으로 AI·SW 기초교육을 의무화하고 기업 재직자·구직자 등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도 실시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치열한 디지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산업 경쟁력과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공지능 혜택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면서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는 전 국민 인공지능 일상화를 착실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