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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용 서울대 교수가 본 2024 미술시장 “인기·트렌드에 집착 주체성 함몰 질문 던지게 하는 ‘힘 있는 미술’ 주목”

2024년 02월호

심상용 서울대 교수가 본 2024 미술시장 “인기·트렌드에 집착 주체성 함몰 질문 던지게 하는 ‘힘 있는 미술’ 주목”

2024년 02월호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인기 있는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남다른 시각으로 해부해온 심상용 교수는 15권에 이르는 단행본과 여러 편의 학술논문을 썼다. 그런데 그 내용이 대체로 까칠해 ‘시니컬한 미술인문학자’로 통한다. 월간ANDA는 불황의 시그널이 켜진 새해 미술시장을 짚어보기 위해 심 교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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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늘날 현대미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예술가는 자고로 ‘전형의 학습’이 아닌 ‘전형의 탈피’를 추구한다. 주류 질서나 관습, 규범과 충돌하며 창조의 대지에 이른다. 타협할 수 없는 고유성이 예술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하지만 오늘날 글로벌화된 흐름 안에서 예술의 그 같은 독특함과 다양성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불황보다 이 점이 더 문제다.

Q. 어떤 위기인가.

작가의 주체성이 트렌드라는 집단적 코드에 의해 억압 또는 교화되고 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적 범주와 동떨어졌을 때 요즘 예술가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느낀다. 결국 중심을 잃고, 서로 모방하고 참조함으로써 정체적 안정감을 획득한다. 이로 인해 이 시대가 발현해야 할 잠재적 미적 역량은 연달아 손상을 입는다.

Q. 유행을 무시할 순 없지 않나.

유행은 어느 시대나 존재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것은 전례 없이 막강해졌고 급진적이 됐다. 예술의 전 영역에서 노골적으로 선동되고, 정당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급속한 글로벌화에 민감한 한국사회의 특수한 조건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됐다.

Q. 디지털화로 트렌드가 더욱 빠르게 전파된다.

스타일과 형식은 물론 사유와 담론의 전 영역에서 쏠림 현상이 심하게 목격된다. 매우 우려스럽다. 결국 독창성의 기반이 무너지고, 문화 생태계가 왜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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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Nighthawks.1942. 잠시 삶의 진실을 목도하게 하는 그림이다.


Q. 서구의 많은 학자들이 서양의 시대는 끝났다고들 하는데.

서구는 끝났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롤랑 부디에는 “이제 서구는 ‘레퍼런스’일 뿐이다. 모범답안도, 궁극적 지향점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개념을 널리 퍼뜨려온 미국과 뉴욕의 파워는 여전히 막강하다. 비서구 국가들은 그저 할당된 자리만 조금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작품의 질과 작가의 재능이 중요하다지만 국가들 사이에 명백하게 존재하는 계층차가 반영된다.

Q. 예술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과거와 현재로 비교한다면.

20세기까지만 해도 예술의 전통적 가치가 중시됐다. 다니엘 부뉴는 그것을 다섯 가지로 꼽았는데 지혜(지식), 정서적 감흥, 스타일, 작가의 메시지, 새로움이었다. 하지만 현대미술에서는 스타일과 새로움만이 가치 축으로 작동한다.

Q. 작품이 독창적임에도 평가를 못 받는 예가 많다.

서로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모방하는 탓에 유사종이 너무 많아졌다. 유사종 형식 중 어떤 것이 예술로 받아들여지는가는 제도와 기관의 몫이다. 즉 예술의 평가와 인증이 시장과 마케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Q. 그 평가는 공정한가.

미술시장은 공정성에 근거하는 일반 시장과 전적으로 다르다. 예술성, 창조성에 대한 기준이 별로 작동하지 않는다. ‘국제적 명성’과 ‘가격’에 의해 작품의 가치가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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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같은 순간을 그린 프랑스 화가 발튀스의 유화 ADOLESCENTE AUX CHEVEUX ROUX. 65x81 cm 1947.


Q. 국제적 명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막대한 물량의 미디어적 투입에 의해 만들어진다. 최신의 마케팅이 관건인 셈이다. 이를 위해 예술가들은 세계 트렌드를 재빠르게 분석 추종하고, 미술시장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날짜분계선을 널뛰듯 넘나드는 글로벌 톱 큐레이터들과 친분을 맺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한다. 요즘 작가의 국제적 명성은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아트바젤의 참가 경력과 비례한다. 아트바젤의 디렉터였던 사무엘 켈러는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1등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Q. 1등이 되면 돈은 굴러 들어온다는 건가.

맞다. 세계 정상의 아트페어인 바젤은 ‘예술의 성공’이 아니라 ‘예술로 믿게 만들기의 성공’이다. 명성 굳히기, 즉 바젤에 입성해야 비로소 ‘정답’임을 널리 주지시킬 수 있다.

Q. 글로벌 톱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개막 첫날 솔드아웃되기 일쑤다.

요즘 잘나가는 톱 아티스트는 작품의 ‘솔드아웃’과 정비례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분명하고, 질문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장미술’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높은 평가를 받으리란 보장은 없다. 트렌드에 너무 함몰돼 있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작품인 셈이다. 결국 시장미술이 아닌, 감상자를 질문에 참여시키고 주의를 집중하게 만드는 그림이 생명력이 길다. 그것이 진정으로 힘 있는 미술이다. 이런 보물을 골라야 길게 보면 컬렉션이 빛을 발하게 된다.

Q. 현대미술에서도 소통과 네트워킹이 핵심일 텐데.

예술은 이제 ‘예술’ 그 자체보다 ‘세계와의 관계를 수립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 영특하고 민첩한 아티스트인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57)가 좋은 사례다. 그는 갤러리와 부자 컬렉터들이 작가 작품을 헐값에 산 뒤, 곧 되팔아 더 큰 부자가 되는 시스템이 마땅치 않았다. 이를 깨뜨리기 위해 화랑을 거치지 않고 소더비 경매와 손잡고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팔았다. 미술품 거래로 부당하게 큰 수익을 올리는 갤러리나 컬렉터의 수익 중 일부를 작가가 챙겨야 한다는 논리였다. 시스템을 깨뜨려 비난도 받았지만 막강 스타라서 성공을 거뒀다.

Q. 최근에도 시장의 룰을 깨는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졌다. 그 중심에 글로벌 아트페어가 있다. 1970년 아트바젤이 출범해 세를 확장했고, 런던의 프리즈가 가세하며 경쟁이 심화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는 아트페어는 약 160개가 있다. 국내에선 7개가 이 범주에 포함되는데 2022년 시작된 ‘프리즈 서울’이 대표 주자다. 참가 화랑의 수준, 국제적 명성 등에서 프리즈는 최상의 위치에 올라 있다. 아트바젤과 프리즈가 선정하고 소개한 작품은 글로벌 마켓에서 권위를 얻게 된다. 이는 다국적 기업과 금융자산의 결사체 수준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Q. 한국 젊은 작가 작품을 바젤과 프리즈에 더 많이 입성시키려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 더 많은 국제적 스타, 즉 백남준 같은 작가를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기획과 글로벌 마케팅이 필요하다. 문제는 장기적 후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관건이라는 점이다. 국제 스타 빠르게 만들기는 미국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미국은 앤디 워홀, 장-미셸 바스키아 등을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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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생존작가 최고가인 1084억원에 팔린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스틸 도금 조각 토끼. [사진= 크리스티]


Q. 살아 있는 작가 중 작품값이 최고가인 제프 쿤스(69)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의 작업은 ‘가치의 전도’를 보여준다. 가치의 전도는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쿤스가 시행한 행위예술적 초기 연작은 ‘관습에 불응하는 영웅적인 전위’로 추대됐다. 제프 쿤스와 배우 치치올리나의 포르노그래픽한 정사, 클로즈업된 성기 접촉에 대해 평론가들은 ‘예술과 언어의 모호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통속적인 독자성’이라 평했다. 이후 제프 쿤스는 철저히 상업적인 미술을 추구했고, 톱스타가 됐다.

Q. 지난해 봄 당신이 쓴 앤디 워홀 책이 프랑스 아르마탱에서 출판됐다. 비서구권 이론가의 전문서적이 서구에서 출간된 것은 이례적인데.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반응이 궁금했다. 변방의 피상적인 독해로 간주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파리 쪽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파리8대학의 프랑수아 술라주 교수는 “예술사에 대한 우리의 순진한 접근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평했다.

Q. 워홀 연구는 그의 후계자이자 ‘포스트 팝’ 영웅들인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데미언 허스트를 분석하는 데도 중요하다.

맞다. 워홀과 그의 팝아트는 매우 중요한 전기를 이뤘지만 동시에 미학적 빈곤을 드러냈다. 팝아트는 고통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꿈과 환상, 이론과 계획에 의한 성공과 환호가 가져다주는 요소들에 안주해 왔다.

Q. 그렇다면 훌륭한 작품이란.

진정한 예술은 예술가의 삶의 경험의 열매로서, 그 정신 속에서 익는다. 공장에서 주문·납기일을 맞춘 공산품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작품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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