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글로벌 불확실성...‘생존’이 키워드
경제사절단·엑스포 유치 활동 등 분주
미래 성장동력 산업 선점 위해 적극적 투자
|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 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네옴 전시관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년, 재계 그리고 이를 이끄는 총수들은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엔데믹 이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글로벌 침체가 길어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전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여느 때보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은 재계를 짓눌렀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그리고 총수들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활발한 세일즈 외교로 인해 총수들은 전 세계를 돌면서 경제 외교를 펼쳤다. 게다가 나라 전체의 숙원 사업인 2030년 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재계 총수들은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는 사절단 역할을 자처했다.
이런 재계 그리고 총수들의 바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글로벌 경제는 예측하기 어렵다. 또 과거 한국이 최고였던 여러 산업 분야들은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의 추격으로 더 이상 굳건한 1위라고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더 키우는 동시에 미래를 먹여살릴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취임 1년간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ICT(정보통신기술) 완제품 소비가 줄며 반도체 경기가 악화됐고, 이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이 회장과 삼성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제 투자에 나서는 한편 반도체 경쟁력을 D램에서 파운드리로 뻗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개최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엄 만찬’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올해로 회장 취임 25년이 된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인수 후 처음으로 맞이한 반도체 다운텀에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SK온은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 상황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며 그룹 내 재무 부담을 키웠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올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전념했다. 사업적으로는 올해 그룹을 힘들게 했던 반도체와 배터리가 결국 미래의 핵심 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빠른 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재계에서 가장 돋보인 그룹은 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3년째를 맞은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고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 두 곳 외에도 부품·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선전으로 연간 매출액 400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사업으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IT와 미래 모빌리티 관련 인재 채용도 늘리면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포티투닷에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했고, 이를 바탕으로 포티투닷은 공격적인 인재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선택과 집중’ 그리고 ‘고객 경험’이라는 키워드로 위기 속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다. 모바일 사업 철수, 태양광 패널 사업 정리 등이 대표적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개최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엄 만찬’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박람회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대신 전장과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 사업을 LG의 미래 성장동력의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구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언하고 전장과 배터리 못지않은 투자를 단행 중이다. 앞으로 5년간 ABC 사업에 들어갈 투자액만 54조원에 달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재계 순위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뉴롯데’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다. 공식적인 자리마다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를 대동하며 경영 수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본업인 유통과 화학을 넘어 헬스케어, 모빌리티까지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올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육·해·공을 다 갖춘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한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오션의 흑자 전환으로 첫 단추를 잘 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김승연 회장은 ‘사업 초기의 야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그룹을 더 키우자는 독려로 해석된다. 여기에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동관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한화그룹은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