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관련주 석 달 새 30% 하락
수요 감소 전망에 테슬라도 ‘볼멘소리’
수요절벽론·얼리어댑터 소비 끝
|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최근 세계 전기차 관련주 시세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올해 7월 말 연중 고점 대비 현재까지 3개월여 사이 낙폭은 30% 가까이 된다. 내년 전기차 수요가 감속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하락세는 차량 제조사부터 부품 회사, 원재료 업체까지 아우른다. 기업 사이에서는 실적 전망을 변경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주가 하락의 배경과 전망을 정리해 봤다.
석 달여 30% ‘털썩’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기차 관련주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자율주행 전기차·기술 ETF(종목코드: IDRV)’의 가격은 11월 3일 33.45달러로 연중 고점인 올해 7월 말 45.67달러 대비 27% 하락했다. IDRV는 선진국·신흥국에 상장된 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관련주에 투자하는 ETF다. 샤오펑·리비안·리오토·테슬라·르노·앱티브·BYD·ABB·필바라머티리얼스·폭스바겐 등이 투자 상위 종목이다. 투자 대상에는 제조사만 아니라 원자재 업체나 부품사도 포함된다.
IDRV 가격은 11월 들어 주식시장 분위기 개선과 맞물려 반등하고는 있으나 전기차 관련 기업을 둘러싼 전망은 우울감이 가시지를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파나소닉부터 전력반도체 업체 온세미컨덕터, 차량 제조사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모터 제조업체 니덱 등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기대치를 밑돈 실적 전망을 내놓거나 우울한 업황을 예고해서다. 자칭 ‘불황에 강한 회사’라며 경영 상황을 자신하던 테슬라마저도 볼멘소리를 낸다.
두드러지는 수요 감속
전기차 업황에 먹구름이 낀 것은 수요 감속이 두드러져서다.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차량 할부금 부담이 커진 게 그 배경에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결산 설명회에서 수요를 진작하려 올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에 의해 그 효과가 제한되고 있음을 토로한 데서 어려움이 엿보인다.
수요 감속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콕스오토모티브의 10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판매점의 전기차 재고분은 88일치로 전년 동월(30일분)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휘발유 차량의 재고는 60일분으로 더 짧았다. CNBC는 판매점 직원의 발언을 인용해 전기차 판매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수급상 불균형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기차 업계에서 공장 건립 연기 등의 소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세를 유지 중이지만 올해 그 속도가 줄었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각각 75%였으나 올해는 비교적 낮은 50%를 기록했다. 블룸버그NEF 추산으로 이미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급률(올해 중국 신규 전기승용차 판매량은 세계의 60%가량 차지 예상)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와 종전의 기대만큼 성장세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얼리어댑터 소비 끝나간다
수요 감속과 관련해 최근 전기차 시장이 수요절벽에 직면한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수요를 이끈 것은 신기술에 우호적인 소위 ‘얼리어댑터’ 집단이었는데 관련 집단의 수요 여력이 이제는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성장의 관건은 일반인 수요자가 얼마나 소비하느냐에 있지만 실상은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 전기차 수요가 조만간 절벽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관련 주장에 따라 전기차 보급률이 시간을 따라 이른바 ‘종형(鐘形)곡선’을 따른다고 하고 이를 ①얼리어댑터가 채택해 가파른 성장세가 나타나는 제1 국면 ②일반 대중이 소비해 성장 속도가 가속됐다가 꺾여 둔화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제2 국면 ③성장 하강 속도가 가팔라졌다가 아예 정체 상태로 진입하는 상황까지 아우르는 제3 국면으로 구분하면 현재는 제1 국면이 마무리돼 가는 상태라는 얘기다. 2국면 진입을 앞둔 시점인데 당장은 이 이음새가 끊어져 보인다는 주장인 셈이다.
야후파이낸스와 입소스가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미국인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설문 결과에 따르면 57%가 신차 구매 시 전기차(순수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검토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1%, 전기차 구매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로 집계됐다. 과반이 전기차를 선택지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셈으로, 그 이유로는 충전 인프라 부족이나 주행거리, 비싼 가격 등이 언급됐다.
배경엔 고가 인식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배경에는 고가 인식이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했을 때 유지보수 비용이 적어 절약의 효과가 있지만 초기 비용 자체가 높다는 인식이 장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 9월 중순 CNBC에 따르면 2023년 테슬라 모델Y의 기본가격은 5만1380달러이고 아우디 Q5 프리미엄은 4만5795달러로 모델Y가 소폭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모델Y는 세제 혜택에 따라 7500달러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전기 설치 비용(2000달러)으로 이점이 줄어든다.
현재까지 업계의 수요 감소 대응책은 테슬라를 필두로 한 가격인하책이었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전기차(신차) 평균가격은 5만683달러로 1년 전의 6만5000여 달러에서 22% 떨어졌다. 문제는 현재까지의 인하책이 향후 수요 진작까지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이익률이 이미 자동차 업계 최고인 까닭에 추가 인하를 해도 재무상 여력이 있지만 관련 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기업에 추가 인하는 고통이다. 특히 신흥 전기차 기업은 본업을 통한 현금창출 능력이 없어 증자하거나 외부에서 높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므로 감내해야 할 고통은 더 크다.
우등생의 격차 벌리기
전문가들의 초점은 테슬라 같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우등생’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 확대로 옮겨갔다. 종전의 전기차 시장을 둘러싸고 ‘각종 브랜드의 난립으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 터였다. 경영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한 가운데 수익성 확보에 실패한 기업은 계속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 나온다.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에 따르면 2026년까지 미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형 전기차 모델 수는 90여 개로 전망된다.
당장의 시련을 마주한 곳은 자금력이 부족한 신흥 기업이다. 예로 고급 전기차를 판매하는 루시드의 주가는 11월 3일 기준 올해 1월 하순 연중 고점 대비 낙폭이 64%다. 루시드의 출하량과 생산량 성적을 둘러싸고 투자자 사이에서 실망감이 나온 것이 그 배경이다. 자금난 우려가 나온 리비안은 올해 7월 말 고점 대비 낙폭이 36%다. 전기차에 초점을 두고 투자 활동을 전개해온 드레이크스타의 비탈리 골롬 파트너는 “강자는 살아남고 나머지는 고전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