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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구광모 LG 회장, 부진 털어내고 신사업 날개 달았다

2023년 12월호

'선택과 집중' 구광모 LG 회장, 부진 털어내고 신사업 날개 달았다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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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 선대회장 뜻 이어 ‘전장·배터리’ 사업 결실
‘ABC’ 전략 통해 새로운 LG 구축 나서
상속권 분쟁에 리더십 타격 우려...원만한 해결 시급


| 이지용 기자 leeiy5222@newspim.com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답을 찾는 것이 미래 준비의 시작이 돼야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LG의 중장기적 경영전략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구 회장은 “LG가 만들 상품과 솔루션, 브랜드 등이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지가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라며 미래 관점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는 구 회장이 LG의 주력 사업들이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LG가 선제적으로 미래 산업을 차지하겠다는 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들 가운데 가장 막내지만 글로벌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다. 이른바 전망이 불확실한 사업은 접고 ‘돈이 되고 전망 좋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21년 6년 연속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이어온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LG가 장기간 일궈온 핵심 사업이었지만 자존심을 굽히고 실리와 미래 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다음해인 2022년에는 12년간 해온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했다. 중국산 패널 등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향후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보수적이고 신중했던 구본무 선대회장과는 달리 구 회장은 ‘실용주의 LG’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광모, 선대회장 뜻 이어 ‘전장·배터리’ 꽃피워

구 회장은 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사업 정리를 통해 얻은 자금을 ‘전장’과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들 사업을 LG의 미래 성장동력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전장과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큰 기대와 애정을 쏟았던 만큼 구 회장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이 사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배경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선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LG 지주사 직속으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전장 기업인 ‘마그나’와 함께 ‘LG마그나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앞서 2018년에는 1조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를 이끌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 전략이 최근 전장 사업의 매출을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LG전자 전장 부문의 영업손실은 1198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3분기 134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사업 시작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오는 2030년에는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다. LG전자의 전장 부문 수주잔고는 2020년 55조원에서 지난해 말 80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올해 말에는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멕시코 신규 공장이 4분기부터 본격 가동되고, 헝가리 공장도 설립되고 있어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전기차 부품의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배터리도 구본무 선대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다. 당초 LG는 1995년부터 2차전지 독자 개발에 나섰고, 1998년에는 국내 최초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9년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배터리 납품 계약을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선대회장이 뿌린 배터리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GM과 첫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에 합의, 지난해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엔 일본의 도요타와 연간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에 GM 합작 2·3공장,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혼다 합작공장, 현대차 합작공장을 비롯해 애리조나와 미시간의 단독 공장 증설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은 7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급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경쟁사인 삼성SDI는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SK온은 적자 국면인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취임 당시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5년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큰 성과를 내면서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가 관계자는 “구 회장은 취임 후 ‘2등 주의’, ‘안정주의’에 빠져 있던 LG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기업 문화부터 수평적으로 바꾸고 전망 좋은 사업을 적절히 선택해 집중했다”며 “LG만의 사업에 집중하고자 했던 선대회장의 방향성을 이은 결과, 최근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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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동력 ‘ABC’로 선대회장 뛰어넘나

전장과 배터리 사업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씨를 뿌려 구 회장이 꽃을 피운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취임 5주년을 맞는 구 회장은 이제 자신이 직접 신사업을 발굴해 LG의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전장과 배터리를 기반으로 또 다른 신사업을 확대해 선대회장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언하고 전장과 배터리 못지않은 투자를 단행 중이다. 앞으로 5년간 ABC 사업에 들어갈 투자액만 54조원에 달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앞으로의 지주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챗GPT 등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자체 인공지능 개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8월 말 AI 사업 육성 전략 점검을 위해 북미를 찾았다. 그는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이를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따라 사업구도에 큰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고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구 회장의 AI 사업 육성 행보는 올해 곧바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LG가 2020년 그룹 차원에서 설립한 LG AI연구원이 지난 7월 초거대 AI인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연구원은 전문 데이터에서 근거를 찾아 응답을 해주는 ‘유니버스’, 분자구조와 수식 등을 학습해 신소재 개발을 돕는 ‘디스커버리’,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는 ‘아틀리에’ 등 3가지 플랫폼을 만들었다.

LG는 이 같은 AI 플랫폼을 LG의 각 계열사에 제공했으며, 계열사에서의 활용 및 개발 과정을 거쳐 외부 기업들에도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에 나설 전망이다. LG AI연구원의 인력은 설립 초기인 2020년 70명에서 현재 250명을 넘기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LG AI연구원이 지난해 AI 플랫폼을 개발하던 도중 오픈AI의 챗GPT가 발표되자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플랫폼 개발을 서둘렀으며 대대적인 설명회까지 개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LG가 AI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역점 사업으로 삼고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바이오 사업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뒤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8월에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항암신약·세포치료제 등 신약 개발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관련 연구소와 스타트업을 찾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을 강화하는 등 클린테크에도 사업 역량을 모으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 회장은 첨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ABC 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져 놓고 이들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한 뒤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 목표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구 회장의 깔끔한 경영 철학이 엿보이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2등 LG가 아닌 1등 LG로 발돋움해야 할 시기”라며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배터리를 잘 만들어도 완성차 기업에 좌우되는 만큼 LG는 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하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LG만의 모빌리티 사업을 꾸리고자 했던 선대회장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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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권 분쟁’, 안정적 경영에 변수

구 회장은 최근 이 같은 사업 성과를 뚜렷이 내고 있지만 LG가에서 처음으로 상속권 분쟁에 휘말리는 리스크를 겪고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놓고 선대회장 전 부인인 김영식 여사 및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LG 측은 “합의에 따라 4년 전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일단 구 회장이 재판에 휘말린 만큼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 모녀의 요구대로 지분이 재분배되면 LG의 지분구조가 변동되면서 경영권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현재 LG의 지분 15.95%를 가진 최대주주다. 세 모녀의 지분율은 김 여사가 4.02%, 구연경 대표 2.92%, 구연수 씨가 0.72%다. 만약 법원이 세 모녀의 손을 들어주면 구 회장의 지분은 9.7%로 줄어들고, 세 모녀는 14.09%로 늘어난다.

재계에서는 세 모녀가 승소해도 구 회장의 정통성과 장자승계 원칙을 따랐던 만큼 경영권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75년간 LG 총수 일가에서 소송 등의 분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소송전으로 구 회장 및 LG그룹의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구 회장의 리더십에도 일부 타격이 갈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구 회장이 LG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상속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황용식 교수는 “분쟁으로 인한 잡음이 계속 생기면 현 체제와 경영권에 대한 불신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면 사업 전략과 개편 등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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