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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 전문가 김순응 대표 인터뷰 미술품 ‘조각투자’ 과연 안전할까

2023년 12월호

아트마켓 전문가 김순응 대표 인터뷰 미술품 ‘조각투자’ 과연 안전할까

2023년 12월호

분할구매, 투자 메리트 있는 ‘블루칩’ 확보 어렵고

공정한 가격 산정 및 재판매도 홍보문구처럼 쉽지 않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MZ세대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로 지난 1년간 중단됐던 미술품 조각투자(분할구매)가 내년 초 재개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조각투자 플랫폼 운용사를 대상으로 보다 엄정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업체들은 시스템을 정비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거나 제출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내년 초에는 사업 재개가 예상된다. 이에 미술시장 전문가인 김순응 씨(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가 대담을 제안했다. 하나은행 자금본부장을 거쳐 서울옥션 및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조각투자의 위험성을 강도 높게 경고하고 있다. 특히 미술품의 가치 산정과 미래 예측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투자할 만한 우수 블루칩 확보’도 난제라고 역설했다. 김 대표로부터 미술품 조각투자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 향후 전망은 어떤지 들어본다. 일부 논쟁적 요소도 있으나 예리한 진단은 초보자라면 귀 기울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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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한 연구소는 ‘2030년이면 조각투자(미술품·와인·명품 등) 시장이 36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고가 자산의 대명사인 미술시장에서는 여러 업체가 등장해 “만원 단위 소액으로 피카소에 투자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 큰 화제를 뿌리던 미술품 조각투자는 1년여 개점휴업 상태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이 법적, 제도적 요건을 챙기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먼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업체는 대주주인 경매회사와의 미술품 가치평가에 대한 이해상충이 문제가 돼 자진철회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을 앞세워 ‘투자계약증권 1호’를 노렸던 업체도 서류 미비로 탈락했다.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짚어봐야 한다. 어떤 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려면 해당 자산의 적정 가치를 객관적으로 계산해내고 미래 가치도 설득력 있게 예측해야 한다. 투자에 따르는 만일의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찰도 중요하다.

Q. 그건 주식, 부동산, 금리, 외환, 금 등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현대의 발달된 통계학, 경제 이론, 컴퓨터 기술로 미술품 가치를 분석, 예측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 우리가 특정 회사의 주가(종속변수)를 평가할 때 그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독립변수들을 감안해야 한다. 그 회사가 속해 있는 산업의 전망, 경쟁관계, 제품의 경쟁력, 오너의 경영능력, 금리, 물가, 성장률 전망 등 무수히 많은 정성, 정량적 변수를 넣고 슈퍼컴퓨터를 돌려 주식 가치와 미래 전망을 예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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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아트딜러 래리 가고시안. 전 세계에 16개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Q. 미술품에 대해서도 똑같이 한다면?

이론상으론 그렇지만 미술품이라는 투자상품의 특성(본질), 미술시장의 독특한 구조와 작동방식 때문에 현실적으론 어렵다. 미술품에는 본질가치, 내재가치, 수익가치, 효용가치가 없다.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 오랜 미술시장 역사를 가진 서양에서 무수히 많은 학자들이 미술품의 가치를 계량화하려고 갖은 방법으로 연구했지만 결론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없다”였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더욱더 불가능하다”이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인간의 정서(욕망)인데, 이걸 계량화할 방법이 없는 거다.

Q. 그간의 거래 데이터 등 ‘빅 데이터’가 있을 텐데.

미술품 거래는 주식, 부동산처럼 거래 건수가 많지 않다. 그리고 거래량과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게 아니라, 관계자(내부자)들의 거래에 의해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크기, 제작연도, 완성도, 보존상태, 도상에 따라 가격(가치)이 크게 달라진다. 팔리는 시간, 장소에 따라서도 다르다.

Q.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2023프리즈서울에 ‘세계 빅4 갤러리’의 하나인 가고시안이 애너 웨이안트(28세)라는 여성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A4용지 크기의 연필 드로잉이었다(한국 시장에 선보일 회화는 확보 못한 모양이다). 애너는 래리 가고시안(78세)이라는 세계 최고 갤러리스트의 여자친구이자 최근 가고시안에 전속이 된 미녀 작가다. 가고시안은 전 세계에 16개 지점을 둔 톱 갤러리다.

캐나다 태생의 애너는 미국서 미술을 전공한 후 2017년 뉴욕으로 진출해 ‘아트햄튼’ 페어가 열리는 길거리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팔았다. 400달러였다. 그리곤 이듬해 연 첫 개인전에서 작품이 솔드아웃됐다. 가격은 2000~1만2000달러로 뛰었다. 이때 래리가 ‘Head’라는 작품을 구입했다.

애너는 2021년 ‘블룸&포’라는 LA 대형 화랑의 전속작가가 됐고, 작품값은 5만달러까지 치솟았다. 래리는 여기 전시에서 애너를 만나 베벌리힐스 저택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했다. 이후 둘은 파리 등지에서 공개 데이트를 시작했고, 둘의 모습은 연일 미디어를 장식했다. 결국 블룸&포와 애너는 불편한 관계가 됐고, 팀 블룸은 그가 2020년 1만5000달러에 산 애너의 작품 ‘Falling Woman’을 소더비 경매에 던졌다. 이 그림은 160만달러에 낙찰됐다. 5년 전 불과 400달러였던 작품은 순식간에 160만달러로 수직상승했다. 이는 물론 래리의 힘이다.

Q. 미술계에선 드물지 않은 일이다.

이 스캔들은 미술작품과 미술시장에 대해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대표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미국 딜러로부터 ‘애너의 작품을 사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좋은 작품을 구해 달라’고 부탁해서 기회를 주겠다. 살 사람들이 줄 서 있으니 24시간 내에 결정해 달라. 가격은 30만달러. 그리고 이 작품은 애너가 급전이 필요해서 팔았던 거고, 세상에 알려지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지니 극비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조각투자 업체는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이 작품은 진품일까?(진위 여부) 30만달러는 적정한가?(가격 평가) 160만달러에 거래된 것과 크기는 유사하지만 많이 달라 보이는데?(가치 평가) 애너 작품의 미래는?(미래 예측) 이렇게 반드시 확인할 사항이 부지기수인데 단 하루 만에 결정하라니. 까딱하다간 사기에 휘말릴 수 있다.

Q.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다.

특수해 보이지만 드물지 않다. 미술품은 만인이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경매에서 사서, 이익을 내며 되팔기란 어렵다. 은밀한 거래에 기회가 더 많다. 문제는 위험하다는 거다. 래리는 ‘애너가 그리는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계약을 했다. 그리곤 애너의 작품이 시장에 나오면 모두 사들였다. 가격은 높을수록 좋다. 래리의 파워를 아는 고객들은 애너 작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래리는 그간의 충성도 순으로 배급하듯 작품을 나눠준다. 물론 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그들은 래리가 권하는 작품이라면 군말 없이 사줬다. 그들은 이름만 대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슈퍼컬렉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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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애너 웨이안트. 신데델라 스토리를 비틀 듯 변주한 매혹적이고도 사실적 회화로 컬렉터들의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가고시안]


Q. 애너의 작품값이 계속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가고시안은 최고의 평론가, 학자들을 동원해 애너의 천재성과 작품에 대해 이론적 토대를 만들 것이다. 일종의 후속작업이다. 작품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의 아우성은 더 높아지고, 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가고시안, 하우저&워스, 페이스 같은 세계적 메가 갤러리들이 천재 작가를 발굴해서 세상에 알리는 방식은 이러하다.

Q. 애너의 작품값은 나이에 비해 너무 높다.

블루칩 작가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오고, 가격은 높이높이 치솟고 있다. ‘Ultra-Contemporary(약칭 UC)’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UC 슈퍼스타들의 작품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1987년생인 애버리 싱어의 최고가는 525만달러(약 70억원), 1985년생 크리스티나 퀄스는 450만달러(약 60억원)다. 세계적인 성 평등, 소수자 우대 추세 때문인지 여성, 성소수자 작품이 각광받고 있다. 2000년 40세 이하 작가 중 최고가가 바스키아(1960~1988)의 73만달러였으니 미술시장의 인플레이션은 정말 대단하다.

이런 신화가 전파되면서 대중도 ‘그림을 사서 벼락부자가 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이너 서클에 속하지 않고선 이런 과정에 끼어든다는 게 불가능하다. 미술시장의 진입장벽과 정보의 비대칭성은 가히 난공불락이다. 하지만 이들 작품 가격이 영원히 올라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이너 서클의 암묵적인 합의는 언제든 깨질 수 있고, 시장 트렌드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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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8세의 여성 화가 애너 웨이언트의 유화 ‘Falling Woman’. 400달러였던 작품이 4년 만에 소더비에서 160만달러에 팔렸다. 조각투자 작품으로 이같은 화제작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소더비]


Q.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수익을 내주겠다는 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나. 진위 문제는 없나.

바로 그거다. 고가의 미술품을 ‘만원 단위로 조각내 파는 기술’과 ‘돈이 될 작품을 구하는 능력’은 별개다. 미술품 조각판매업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모든 질문에 대해 엄중하게 묻고 답해야 한다. 어설프게 시작하면 소액투자자들의 희생을 가져오며, 스스로에게도 재앙이 된다. 악의가 스며들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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