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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대 중국, 시진핑의 뉴 차이나

2022년 12월호

신시대 중국, 시진핑의 뉴 차이나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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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붉은광장’ 천안문 광장은 붉은 바다
폐쇄루프 인민대회당 20대 개막 현장 취재
철통 방역에 평소 40분거리 2박3일 걸려


|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미·중 대치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정세가 갈수록 혼미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사드와 코로나19로 냉각된 한·중 경협과 교류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대륙이 관례를 깨고 시진핑 1인 장기집권 체제로 들어섰다.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통해 등장한 G2 중국의 시진핑 3기 리더십은 중국 국내 정치 지형과 각종 경제·사회 정책 방향은 물론 외교 역학 관계를 뒤바꿔놓을 전망이다. 미·중 대치가 격화하고 양안 사이에 전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중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고, ‘황제 총서기’ 시진핑을 앞세운 공산당은 누구인가. 시진핑의 3기 집권 20차 당대회 후 요동치는 대륙 ‘시진핑의 중국’을 진단한다.

뉴스핌 기자는 세계 정세의 격동기에 열린 20차 당대회를 2022년 10월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개막식 현장 ‘시진핑 총서기의 20대 보고’부터 밀착 취재했다. 20대 개막식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40여 명의 외신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했다. 한국 언론 중에는 뉴스핌과 연합뉴스, J사 등 2개 종합지 4개 매체만 중국 외교부 및 공산당 20차 당대회 프레스센터로부터 개막식 현장 취재를 허가받았다.

베이징의 붉은광장, 넓은 천안문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과 맞은편 국가박물관 옥상에 붉은 깃발이 펄럭였다. 왼편에는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와 붉은 깃발이 내걸린 천안문 성루가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인민영웅기념탑과 마오쩌둥 주석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고, 그 뒤쪽으로 붉은 깃발을 양날개 삼아 정양문(전문)이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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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열린 인민대회당 동문을 통해 기자들이 개막식 취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10월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대회당 동문 계단에서 천안문광장을 바라본 모습은 현대 중국 정치·사회상을 그린 한 폭의 풍경화와 같다. 365일 일반인들의 접근이 제한되는 지역인 인민대회당 동문 계단과 공터. 이곳 동문은 베일에 감춰진 중국 정치를 살짝 엿볼 수 있는 비밀의 문이다. 이 문은 매년 봄 양회(국회)와 매 5년 공산당 당대회 때면 기자들에게도 빼꼼히 열린다.

공산당은 1969년 문화대혁명을 발동한 9차 전국대표대회(9차 당대회, 9대) 때부터 이곳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당대회를 열어 왔다. 1973년 문혁 고수를 결의한 10차 당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문혁을 뒤로하고 개혁개방의 기초가 된 사회주의 현대화를 제시한 11차 당대회(1977년)도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인민대회당은 언제나 공산당 정치 대격동의 중심에 있었다. 공산당은 2022년 가을 이곳에서 20차 당대회를 열어 또다시 역사에 남을 시진핑 3기 집권 시대를 개막했다.

중국 정치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 인민대회당 동쪽 문. 기자는 2006~2009년 연례행사인 양회(정기국회)와 2007년 후진타오 총서기 집권 2기를 연 중국 공산당 17차 당대회 때 이곳을 통해 대회장으로 들어갔다. 기자는 2009년 양회 취재를 끝으로 이후엔 한 번도 이곳 동쪽 계단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2020년 다시 특파원으로 부임했지만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때문에 동쪽 문이 열리는 날은 많지 않았다.

기자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을 계기로 13년 만에 다시 인민대회당 동문에 설 기회를 맞았다. 2022년 10월 16일 오전 8시 40분 인민대회당 동문 계단에서 바라본 천안문광장의 풍경은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사방에 펄럭이는 붉은 깃발과 광장을 뒤덮은 인파, 버스 주차 풍경 등 모두가 마치 판박이처럼 13년 전과 한결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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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가 20대 보고를 낭독하고 있다.


새로운 슈퍼파워를 목격하게 되는 것인가

중국 정치사에 남을 또 하나의 역사적인 당대회를 취재하는 길은 고난의 행군과 같았다. 평소 베이징 왕징 사무실에서 40분이면 족한 거리인데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기자는 인민대회당 내 20차 당대회 개막식 현장에 서기까지 호텔 격리 등으로 꼬박 2박3일을 허비해야 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10월 16일 10시 6분 중국의 세계 정세 진단, 미래 신노선과 전략을 담은 20차 당대회 보고 낭독에 나섰다. 보고를 시작하기 전 그는 2296명의 단상 앞 전국 대표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무대 단상에 앉은 중앙위원들에게도 깊이 허리를 숙여 절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보고서 낭독이 시작됐는데 기자의 눈에 시진핑 총서기의 20대 보고서 낭독 모습은 마치 전장으로 떠나는 출사표처럼 비장하게 느껴졌다. 그는 격렬한 풍랑이 일고 거칠고 사나운 파도(风高浪急 惊涛骇浪)가 몰려올 수 있으니, 평상시 미래의 위기를 생각하고 궂은 일에 미리 대비하자(居安思危 未雨绸缪)고 역설했다. ‘블랙스완’과 ‘코뿔소’ 가 언제 현실화할지 모른다고도 지적했다.

시 총서기는 지금이 100년 만의 세계사적 대변국의 시기임을 언급하면서 비상 시국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창당 100년(2021년)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에 이어 두 번째 100년 목표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과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에 매진하자고 역설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100년 목표는 14억의 나라 중국이 선진 강국이 돼 미국을 제치고 슈퍼 강국이 된다는 비전이다. 비록 시진핑 총서기의 20대 보고서에는 ‘투키디데스 함정 돌파’라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았지만 기자는 행간에서 분명히 읽었다.

그러면서 서방과 다른 방식의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기자에게 이는 서방과의 힘겨루기와 디커플링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고로 들렸다. 제도와 가치 이념 등에서 중국의 독자노선을 보다 확실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문화 소프트 파워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개편에도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세기 중엽 세계는 정말 미국을 뛰어넘는, 이전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슈퍼파워를 목격하게 되는 것인가. 보고를 경청하는데 괜히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10월 16~22일) 종료 다음날인 23일 정오 베이징 인민대회당. 기자들이 바짝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20기 1중전회가 끝난 직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인민대회당 동대청의 황금 문이 열리고 20기 1중전회에서 최종 확정된 공산당 정치국 7인 상무위원들이 권력 순서대로 들어섰다.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해 리창(李强·63) 상하이시 서기, 유임된 자오러지(趙樂際·65)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와 왕후닝(王滬寧·67)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蔡奇·67) 베이징시 서기, 딩쉐샹(丁薛祥·60)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李希·65) 광둥성 서기. 하나같이 시진핑 총서기 최측근 인사들이다. 이렇게 중국 정치는 집단지도체제를 뒤로하고 시진핑 중심의 집중통일지도 통치 시대를 열었다.

두 기(한 기 5년)에 걸친 10년 집권의 공산당 규정을 깨는 시진핑의 3기 집권을 일각에서는 총소리 없이 공개적으로 진행돼온 쿠데타라고 한다. 시진핑 총서기의 새로운 5년 집권 3기는 18대 이후 반부패 캠페인을 통한 정적 제거와 측근 인사 강화, 헌법 개정(2018년) 등을 통해 장기에 걸쳐 사실상 공개적으로 진행돼 왔다. 덩샤오핑이 주창한 연경화(젊은 지도자 기용)나 장쩌민 시대부터 불문율로 굳어져온 7상8하(67세 이하 잔류, 68세 이상 퇴진)는 시진핑 신시대와 맞지 않는 구시대 유물이다. 대만을 통일하고 미국과 싸우는 데 필요한 것은 내부 통합이고 강력한 권력이지 나이가 아니다. 미·중 대치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신냉전 상황과 한껏 악화된 양안관계(대만 문제)는 시진핑 1인 체제 강화라는 권력구도 개편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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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인민대회당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장의 프레스석 기자들과 군악대 좌석.


신시대 시진핑의 중국으로 탈바꿈

중국에 ‘신관상런산바훠(新官上任三把火)’라는 말이 있다. 관리가 새로 등용되면 개혁과 쇄신에 나선다는 뜻이다. 관례는 기존 질서 속의 거추장스런 장식물일 뿐이다. 시간은 전통이라는 허울을 쓴 낡은 것들을 바꿔놓게 마련이다. ‘황제 총서기’, ‘통일 총서기’를 꿈꾸는 시진핑은 개혁의 칼자루를 잡고 현대 중국 정치사를 신시대 시진핑의 중국으로 바꿔가고 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호는 경제 정책 및 정치 노선과 대외 전략, 통일 정책 등에 있어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강경한 태세로 거친 항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이후의 경제 회복 정책에서는 미국 금리인상 때문에 덫에 걸렸지만 모든 수단을 통해 정책 부양의 강도를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경제 좌경화 우려를 낳은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은 템포를 조절하되 사회주의 실현의 근본 지향점이라는 차원에서 중단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 동태청령(動態淸零) 방역정책도 큰 틀에서 골간은 계속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과 함께 강조하는 경제와 과학 효율방역 원칙에 따라 국제 항공편과 격리는 부단히 개선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 20기에는 또한 미국과 유일 슈퍼 강대국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자연히 미국의 중국 봉쇄 압박도 한층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첫 번째 핵심 이익으로 꼽고 있는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간 충돌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스핌 기자는 10월 16일 시진핑 3연임의 포문을 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공산당 20차 당대회 개막식 현장에 직접 참석해 약 두 시간에 걸친 시진핑 총서기의 20대 보고를 청취 취재했다. “대만에 대해 무력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하지 않겠다.” 시진핑 총서기가 20대 보고에서 밝힌 이 말은 기자에게 마치 출사표의 한 구절처럼 비장한 느낌으로 들려왔다. 언제든지 무력 통일을 감행할 여지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군사력 시위로 대화를 압박하면서 호응이 없을 땐 4기까지 집권을 이어가면서 무력 통일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자는 20차 당대회 취재가 끝나고 베이징 시내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중국인 친구를 만났다. 언론인 출신인 이 중국인 친구는 정치가로서 권력에 욕심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시진핑 총서기는 권력을 넘어 양안 통일에 집착하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군사력 면에서 미국에 절대적인 열세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힘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죠. 공산당은 창당 후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상황에서 배후에 미국을 둔 막강한 화력의 국민당 군을 패퇴시키고 28년 만에 나라를 세웠습니다.” 중국인 친구는 이렇게 말한 뒤 시 총서기가 재임 중 역사에 남을 ‘양안 통일’의 과업을 욕심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총서기가 2027년 21기에서도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4기 집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시 총서기가 양안 통일 과업을 달성하면 ‘통일 총서기’에서 일약 ‘황제 총서기’로 격상된다. 양안 전문가들은 대만 통일은 미국을 극복할 국력을 갖췄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마오쩌둥의 신중국 건국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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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정치국 7인 상무위원들이 2022년 10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내외신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 앞에 인사를 하고 있다. 정중앙이 공산당 20기에 재선출된 시진핑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다.


혁명도시 ‘옌안 정신’ 강조...‘대미 항전’ 다짐

당내 1인 집권 기반을 강화한 시진핑 총서기는 3기 집권 시대를 열자마자 첫 지방 방문지로 10월 27일 홍색 이념 도시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을 찾았다. 펑황산과 양자링, 자오위안, 공산당 7차 당대회 유적지. 옌안을 방문한 시 총서기는 경제시설 참관보다는 새빨간 혁명유적지들을 돌아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시진핑 3기 정책 전반에 걸쳐 경제보다 이념(정치)적 편향성이 농후해질 것임을 암시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당장 개혁개방 시장경제가 후퇴하거나 민영경제와 외자활동이 심하게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의 관계 등 대외 노선과 전략이 한층 강경 기조를 띠고 양안 충돌 위험과 함께 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경제에 주름살이 미칠 수 있다. 시진핑 총서기는 옌안 행보에서 그가 왜 1인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지 이유를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옌안 시기(1935~1948년) 국공전쟁 및 항일전쟁 기록물들을 돌아보면서 시진핑 총서기는 단결과 분투의 창당 정신, 악전고투 속에 승리를 쟁취한 옌안 정신을 상기하자고 역설했다.

일본 군국주의와의 투쟁, 국민당과의 전투를 떠올리면서 시 총서기는 중국 혁명 승리의 기초가 된 옌안 정신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옌안은 시 총서기가 10대 때 차뚜이(插队, 문혁 당시 지식청년들의 농촌산간 하방) 활동으로 7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이번 옌안 방문은 시 총서기가 2007년 중앙무대에 돌아온 지 네 번째다. 20차 당대회에서 지도적 지위를 공고히 한 시 총서기는 이번 옌안 방문길에 공산당 7차 당대회 현장도 돌아봤다. 1945년 열린 7차 대회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 중 처음으로 마오쩌둥 사상이 공산당 당장에 삽입되고 마오의 전당 지도적 지위가 확립된 대회다. 결국 절대적 열세를 극복한 마오는 국민당을 패퇴시키고 4년 만에 신중국을 세우는 데 성공한다.

국공전쟁만큼이나 힘든 양안(대만) 문제 해결, 항일전쟁 대신 맞닥뜨린 대미 ‘항전’에서의 승리.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총서기 입장에서 이는 14억 인민과 역사가 부여한 사명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는 마오의 신중국 건국만큼이나 결코 간단치가 않은 일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20차 당대회 직후 옌안을 찾아 이런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과거 마오쩌둥과 같은 절대 권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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