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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경제혁신TF 팀장 "화평법·화관법이 반도체 산업 발목"

2022년 11월호

김태윤 경제혁신TF 팀장 "화평법·화관법이 반도체 산업 발목"

2022년 11월호

“한국 관료제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가장 강력”
“한국 정부 관료제가 강력하다는 근거가 규제”
“순대도 안전인증제 대상...선진국선 꿈도 못 꿔”


|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한국은 정부 눈치 보느라 소신 있게 투자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꿈꾸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모두 정부 스타일의 좀비로 만들어가고 있다.”

‘규제개혁의 대가’로 불리는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10월 7일 한양대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규제환경의 현실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즉 정부 규제 수준이 너무 높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기업 규제를 털어내야 한국의 미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지난 8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규제혁신TF’의 공동팀장으로 임명됐다. 앞으로 추 부총리와 손발을 맞춰 TF를 이끌게 된다. 정부와 손잡고 일하지만 규제개혁 과제 완수를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가 추구하는 규제개혁의 전제조건은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접형 규제 혁신이다. 그는 “규제개혁은 국민 전체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 교수는 취임사에서도 ‘국민 공감대를 위한 규제개혁’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혁신 대상 규제들의 개선 과정과 절차, 일정들을 체계적이고 책임성 있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규제혁신행정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규제혁신 효과가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체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정부 규제의 문제점과 향후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태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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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규제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중요한 경제정책이다. 규제개혁 필요성은.

‘규제는 보이지 않는 침묵의 암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보면 오피스텔 건물들의 높이가 같다. 그리고 직사각형으로 가득 채워서 굉장히 못생겼다. 의사당 경관 보호 규제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그 빌딩가를 지나서 여의도공원을 지나가면 증권가가 나오는데 상당히 아름답고 우아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아주 심플하게 높이 규제로만 말씀드리면, 오피스텔 건물들이 10층이고 증권가 건물들이 20층까지 지을 수 있다고 하면 눈에 안 보이는 10층이 ‘규제의 비용’인 거다. 미국 백악관에서는 규제 비용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미 의회에 매년 규제 비용 리포트를 제출하는데 대략 예산의 절반 정도다.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규제가 세니까 한 해 예산 약 600조원의 절반 이상인 300조원은 규제 비용이라고 이야기한다.

Q. 정부가 추구해야 할 규제개혁의 핵심은.

교과서적 또는 전통적인 규제는 정부가 민간을 제약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반대로 규제개혁은 정부가 거기서 한 스텝 물러나 민간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 창출된 민간의 영역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규제개혁의 테마다. 공공이 하던 것을 민간에게 넘기는 민영화와 뜻은 비슷하다. 한국 내에서 본격적인 규제개혁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행정규제 기본법이 1997년 통과되고부터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국에서도 규제개혁 바람이 불었다. 한국은 현대화 과정에서 선진국의 규제개혁을 5~10년 동안 배우면서 한국만의 룰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만의 규제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도 선진국과 좀 다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훨씬 더 심각하고 훨씬 더 구조적이다. 그래서 어렵다.

Q.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규제 수준은.

훨씬 강하다. 정부의 파워와 역량, 공무원이 지금 민간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많이 느끼고 있을 거다. 하지만 선진국은 그 수준은 아니다. 한국의 관료제가 제 생각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강력하다. 그 툴이, 규제가 재정보다 강하다. 금융위나 금감원과 호흡이 다른 금융업이나 금융 서비스는 상상조차 못한다. 의약품, 식품도 마찬가지다.

Q. 한국 규제 수준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예를 들자면.

의약품의 경우 한국은 신약을 만들지 못하는 나라인데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KFDA)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만큼의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 몇십 년간 효과가 인증된 복제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다. 식품 같은 경우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라는 게 있는데 순대도 HACCP 대상이다. 겉보기에 굉장히 화려하고 선진적인 제도들이 실제로 한국의 경우에는 선진국에서 꿈도 꾸지 않는 수준으로 내려가 있다. 한국 정부의 관료제가 강력하다는 근거 중 하나가 규제다.

Q. 정부의 규제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 아닌가.

맞다. 실제로 정부가 규제라는 룰을 잘 지켜주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국민들의 고통이 심해지는 거다. 예를 들면 A 업체가 모든 법에 맞춰 집을 짓는다고 할 때, 민원인이 불평을 토로하고 민원을 제기하면 구청에서는 아무 근거 없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다. 직권남용이다. 그리고는 민원인과 잘 협의하라고 한다. 잘 해결되는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공사 중지 명령이라는 게 법에도 없는 규제다. 그래서 정부 눈치 보느라 소신 있게 투자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도약 등을 꿈꾸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정부에서 제공한 지원신청서를 메우는 데 급급하고, 모두 정부 스타일 좀비를 만들어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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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 규제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사회가 주목할 만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한 번도 예외 없이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는 쪽으로 국민들께 보여준다. 이를 반대하는 입장은 없다. 이건 우연치고 희한한 거 아닌가. 다시 말하면 사건 사고가 터지면 정부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어림도 없는 책임을 짊어진다. 새로운 규제는 좋게 이야기하면 자기들의 관할을 넓히는 거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밥그릇을 만드는 거다.

Q. ‘규제심판제’ 1호인 ‘대형마트 규제완화’가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의무휴업 강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제 입장에서 대형마트 규제완화가 의미 있는 규제완화이긴 하지만 대·중·소로 치면 소자다. 중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수차례 규제개혁을 이야기했을 정도로 국정 어젠다라면 대형마트 규제완화는 너무 작은 이슈다. 더군다나 작은 이슈일수록 이해관계자들이 아주 강고하다. 소수지만 그들의 정치적 영향을 볼 때는 굉장히 큰 거다. 차라리 큰 어젠다가 만들어지고 대상이 나와야 하는데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게을러서 안 만들고 있는 거다. 제가 볼 때는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안 하면서 대통령 핑계를 대고 있는 거다. 그것 자체가 제가 볼 때 책임회피다.

Q. 정부 규제가 산업에 반영된 대표적 예를 들자면.

모빌리티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우리가 우버를 가로막고 나름대로 해본다고 했는데 현재 카카오 택시가 독점하게 됐다. 이런 참담한 실패가 어디 있나. 그래서 지금 심야시간에 택시가 없다. 우리 경제 사회의 현재 활동 역량이면 심야시간에 택시가 안 잡힌다고 하면 잠깐 소문만 나도 예를 들면 100가지 서비스가 나온다. 지금 그 시간에 택시들이 다 아파트에서 자고 있는데 이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거다. 근데 지금 모빌리티 규제는 아무 서비스도 나올 수가 없다.

Q. 정부 규제가 모빌리티 산업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인지.

그렇다. 다시 말해 ‘우리가 우버를 막아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냈느냐’ 이 질문을 해보면 결국 우버를 막은 규제 비용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택시기사들이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우버를 막았는데 지금은 상당수가 배달로 옮겨갔다. 즉 택시 자체는 그만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거다. 택시가 배달하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시작은 꽃 배달 등 얌전한 걸로 시작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Q. 규제개혁이 당장 시급한 산업군을 들자면.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관련한 산업의 규제개혁이 당장 시급하다. 요즘에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굉장히 커질 시장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무시무시하게 많은 산업이 잠재적으로 가능한데 우리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회를 떠야 되는데 도끼를 쓰고 있다. 단순 과격한 규제보다는 훨씬 더 섬세하고 시장의 기능으로 개인정보 보호가 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또 반도체도 굉장히 중요하다. 반도체가 보면 화학 산업인데 화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그리고 온갖 프로세스 규제가 굉장히 많다. 첨단 반도체 공정 기계를 국내 들여왔는데 안전한지를 확인하라는 규제 때문에 뚜껑도 열어봐야 하고 서류를 내야 하는 구체적인 절차들도 있다. 지금 반도체 분야가 시급한데 이런 것들은 패스트 트랙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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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의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해 달라.

이를테면 전문가들이 생명 바이오 분야가 굉장히 가능성 높은 분야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SaMD(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고 ‘의료기기로서의 소프트웨어’를 말하는데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서 의미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이걸 그냥 의약품처럼 처리하면 시작도 못한다는 거다. 일반 의약품에 비해 위험이 크지 않다면 이 부분을 고려해 조금 다른 스타일로 규제해야 하는데 정부는 아주 강고하다. 또 임상으로 들어가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실험을 여러 번 깊이 있게 해야 하지만 그 정도의 심각성이 아닌 것도 많다. 우리가 경쟁력 있는 건 그런 분야라고 본다. 그런데 이것도 똑같이 규제하니까 제대로 된 단계로 진행하기 어렵다.

Q.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신산업 규제개혁 과제에서 대안이 있다면.

미국 FDA의 경우 사전 인증(Free Certification)이라고 해서 기업체와 FDA가 협약을 맺고 어지간히 위험이 낮은 의료 상품의 경우에는 일단 시판하게 해준다. 그리고 같이 모니터링한다. 그 대상 업체가 되기는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삼성, 애플 등 누가 봐도 신뢰가 되는 업체가 다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위험이 낮은 SaMD의 경우에는 우선 시판하게 하고 그러면서 같이 임상을 진행하는 거다.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개발을 허용하기 시작한 지가 몇 년 됐다. 거기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상품들이 나온다. FDA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모범 사례인데 한국은 아직도 도입을 안 하고 있다.

Q.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의 규제를 한국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약품 규제와 관련해서 자꾸 EU 이야기를 하는데 EU가 개인정보 보호나 바이오 생명 분야에서 강고한 규제를 갖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도전을 막기 위한 것이지 진짜 규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툭 하면 이를 흉내 내 EU도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있는데 대표적인 게 화평법, 화관법이다. 이 규제들 때문에 기업들은 죽는다. 더군다나 EU를 흉내 내면서 EU보다 규제를 훨씬 더 강화시켰다. 왜 우리가 우리의 손발을 묶느냐 이거다. 우리가 석유화학 분야의 세계적 기업들을 갖고 있고 수출도 늘리고 기술 혁신도 해야 하는데 우리 발목을 우리가 잡아서 빠뜨리고 있다.

Q.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혁신의 목적이 경제적 효과 또는 민간 확산인지.

두 가지 측면이 다 있을 거다. 저 역시 평생 규제개혁에 대한 연구 활동을 했는데 기업만 좋자고 하는 건 아니다. 규제 대상이 당연히 기업이고 기업이 많은 고통을 받고는 있지만 사실은 그냥 민간이다. 민간 대 정부 구도인 거다. 규제혁신은 민중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실은 대통령실이나 규제개혁 당국이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걸 잘 찾아서 혁신적으로 풀어내 줘야 ‘국민들이 규제개혁 해볼 만하다, 규제개혁으로 삼성이 이득을 보지만 나도 이득을 얻는다’고 느낄 수 있다.

Q. 규제혁신이 현재 불안한 경제상황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제가 규제개혁과 관련해 가장 일관되게 거는 기대는 국민의 창의와 자율성이다. 지금 경제위기가 주로 공급 측면에서 벌어진 거 아니겠나. 특히 공급 사이드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 결국 국민의 창의와 자율성이 왕성하면 비용이 떨어지고 신상품과 신서비스가 나타나게 된다. 공급 사이드에서는 규제개혁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어느 규모냐, 얼마나 규제개혁을 하느냐에 달려 있긴 하지만 비용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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