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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문화 '온라인 무덤'

2022년 11월호

그들만의 문화 '온라인 무덤'

2022년 11월호

메타버스 성범죄 처벌 한계
10대 이용자들, 직접 공론화·응징
법보다 예절 문화 강해져...“관련 교육 필요”


| 김신영 기자 sykim@newspim.com
| 신정인 인턴기자 allpass@newspim.com


친구와 함께 로블록스를 1년간 즐겨해 왔다는 중학생 김모(14) 군은 지난 9월 악질 유저의 남자 아바타로부터 게임 내에서 성희롱과 스토킹을 당했다. 그는 “부캐(부캐릭터)인 내 아바타가 그런 일을 당하는데 꼭 직접 당하는 것처럼 수치심이 들었다”며 “트라우마로 한동안 그 맵에 접속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해 아바타를 직접 신고했으나 불쾌한 마음이 계속됐다”며 “캡처된 게임 화면을 오픈채팅방과 틱톡에 올려 공론화하고 다른 유저들에게도 주의를 요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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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외국인 유저가 남자 아바타의 모습으로 여자 아바타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 아바타는 여자 아바타에게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한 뒤 게임을 나갔다. [사진=유튜브 캡처]


아바타 성범죄 당해도 처벌 ‘한계’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각각 이용자의 60% 이상이 만 16세 이하, 이용자의 80% 이상이 10대 청소년으로 알파세대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메타버스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게임 내 콘서트장이나 교실, 공원 등에서 가상 모임을 통해 아바타끼리 활발한 사교 활동을 펼치며 제2의 자아로 활동 중이다.

그런데 최근 메타버스 게임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부캐의 사교장’이 아닌 ‘10대 무법지대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문제는 메타버스 특성상 높은 몰입도를 요하기 때문에 아바타가 성범죄를 당하더라도 다른 게임에 비해 유저의 성적 수치심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이에 더해 아바타가 성범죄를 당했을 때 적절한 법적 처벌이 미비한 상황이다.

메타버스 게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심각성이 커지자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다른 사람이 생성한 아바타의 신체 내부에 성기나 도구를 넣는 행위 등을 하는 이용자에게 최대 징역 2년형을 내리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가상공간에서 다른 아바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거나, 타인의 아바타를 스토킹하면 징역 1년 이하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제페토 이용자의 경우 90%가 외국인으로, 가해자의 서버가 해외에 있거나 외국인일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게임 내 자체 가이드라인과 윤리 규정이 있으나 비속어를 조금만 다르게 조합하거나 새로운 계정을 만들 경우 제한하기 힘든 상황이다.

남완우 전주대 교수는 “현재로선 게임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아이디를 차단하거나 강퇴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기능이) 잘 활성화돼 있지 않다. 아이디를 바꾸면 누군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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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유저들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성희롱·스토킹을 하는 가해 아바타의 모습과 아이디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틱톡]


피해 사례 온라인에 공론화...‘무덤 제도’ 등장

이에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가해자 아바타의 정보를 공유하고 피해 사례를 밝히는 등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

10대가 주로 쓰는 영상 플랫폼 ‘틱톡’에 ‘로블록스 신고’를 검색하면 실제로 남자 아바타가 여자 아바타에게 성적 행동을 하는 게임 녹화 영상과 아이디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유튜브에서는 ‘로블록스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5가지 행동’, ‘제페토 채팅 주의사항’ 등 메타버스 게임 예절 수칙이 담긴 영상도 공유되고 있다.

아바타들이 가해자 아바타를 직접 응징하는 경우도 있다. 영남대 재학생들이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야생월드에는 ‘무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규정을 위반한 아바타의 경우 다른 아바타들이 이곳에 집어넣고 접속을 못하도록 사형시키기도 한다.

서승완 영남대 메타버스 대표는 “외설적인 아이디에 나체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아바타가 있었는데 교내나 경찰서에서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었다”며 “결국 내부적으로 공동체 규칙에 의거해 퇴출시켰다. 현재 그 아바타를 포함해 9개의 아바타 무덤이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법보다 질서 문화가 중요해진다

법적 처벌에 한계가 있는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자들 간 질서와 예절 문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메타버스는 특정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인들이 들어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법보다 훨씬 그 대상 범위가 넓어진다”며 “메타버스를 통해 서구권과 우리나라에서 갖고 있는 좋은 제도나 인식들을 서로 수용하고 공유한다면 적절한 합의와 질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또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중학교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예절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운택 카이스트 교수는 “메타버스는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넘어 새로운 사회로서의 가치로 봐야 한다”며 “이에 맞춘 윤리와 예절 교육도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도 “중학교에선 현재 메타버스 기술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있다”며 “가상공간이 활성화될수록 정말 중요한 건 이에 대한 윤리나 철학 교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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