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티스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그룹 블랙핑크가 빌보드 메인 차트에 랭크되면서 전 세계 그룹 및 여성 아티스트 ‘최초’이자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K-팝 걸그룹 최초...‘빌보드 200’ 1위
지난 9월 두 번째 정규앨범 ‘본 핑크(BORN PINK)’로 컴백한 블랙핑크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신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는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과 선공개곡 ‘핑크 베놈(Pink Venom)’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각각 25위, 57위를 차지했다.
‘핫 100’은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노래의 성적을 총망라하는 빌보드 메인 차트다. 미국 현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주류 팝 시장 내의 인기 척도가 되는 차트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핫 100’에서 정규 2집 타이틀곡으로 25위란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미국 팝 시장에서 더욱 탄탄해진 입지를 과시했다.
‘핫 100’ 성적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이다. ‘핫 100’이 음원 중심이라면, ‘빌보드 200’은 메인 앨범 차트다. 이 차트는 음반과 EP를 대상으로 하며 판매량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음반 판매량에 스트리밍 횟수와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각각 환산한 수치를 합산해 순위가 정해진다.
‘빌보드 200’에서는 방탄소년단, 슈퍼엠, 몬스타엑스, NCT 127 등이 랭크되면서 K-팝의 저력을 과시했지만 유독 걸그룹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아가 2009년 첫 미국 정규앨범으로 127위에 오른 이후 트와이스가 올해 8월 발표한 미니 11집으로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아쉽게도 1위까지 오르진 못했다.
그런 가운데 블랙핑크는 ‘본 핑크’로 빌보드의 메인 음반 차트 1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해당 차트에서 1위를 한 여성 그룹은 비욘세가 속해 있었던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21년 만이다. 이들이 K-팝의 역사는 물론 세계 걸그룹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팬들 니즈 실현해준 점이 주효”
블랙핑크는 ‘빌보드 200’ 정상 외에도 ‘글로벌 200’에서도 1, 2위를 동시에 석권하면서 전 세계 그룹 및 여성 아티스트 신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빌보드에 따르면 블랙핑크 ‘셧 다운’과 ‘핑크 베놈’은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에서도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측은 “‘셧 다운’이 1주일간 스트리밍 1억5280만회, 음원 판매량(다운로드) 1만7000건 이상을 달성, 이번 주 가장 높은 수치로 1위에 올랐다. ‘핑크 베놈’은 9월 3일 차트서 첫 진입 기록 1위를 시작으로 5주째 톱5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1, 2위를 동시에 차지한 것은 그룹과 여성 아티스트를 포함해 블랙핑크가 처음이다. 빌보드 역시 “블랙핑크가 이례적인 대성과를 썼다”며 “전 세계 솔로 아티스트까지 통틀어 봐도 드레이크와 해리스타일스에 이은 세 번째”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이 세운 기록은 단발성이 아니다. 10월 4일 차트에서는 ‘셧 다운’과 ‘핑크 베놈’이 ‘핫 100’에서 각각 67위와 87위를 차지하면서 6주 연속 차트인 했으며, 타이틀곡과 선공개곡은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2주 연속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이처럼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 최초로, 세계 여성 아티스트를 통틀어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데뷔부터 여타 걸그룹과 달리 청순함 대신 주체적인 여성상을 노래하면서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영미권에서도 걸그룹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하는 것이 힘든데 그걸 K-팝 걸그룹이 해냈다고 볼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여성 팬들은 자기들을 대변해 주는 걸그룹을 원하는데 그걸 블랙핑크가 실현해 줬다는 점이 큰 의미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