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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도 쌓고 정보도 얻고 ‘그림 분할구매’ 열풍 뜨겁다

2022년 05월호

경험도 쌓고 정보도 얻고 ‘그림 분할구매’ 열풍 뜨겁다

2022년 05월호

돈 되는 그림에 직진...MZ세대가 주역
분할투자, 안전하긴 하나 큰 수익 어려워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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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분할구매로 나온 조지 콘도의 작품을 보려고 운집했다. [사진=프로라타 아트]


1분 18초. 업체 측도 깜짝 놀랐다. 그렇게 순식간에 구매가 마감되리라곤 예상 못했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서울옥션블루의 소투(SOTWO)가 지난 3월 진행한 이우환 화백의 ‘대화(Dialogue)’라는 타이틀의 그림 2점이 소투의 기존 공동구매 대비 각각 최단시간 ‘1분 18초’(Dialogue 2019)와 최고금액 ‘12억원’(Dialogue)으로 조기 마감됐다. 한국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우환의 인기와 함께, 미술품 공동구매가 이제 국내 미술시장에서 확실히 안착 중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서울옥션블루의 유나리 이사는 “이우환 작품은 공동구매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지만 이번 결과는 MZ세대의 뜨거워진 미술 열풍을 확인하는 ‘1분18초’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우환 공동구매 회원의 60%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였고, 그중 58%가 여성 회원으로 2030여성고객의 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12억원 규모의 이우환 작품 공동구매액 중 52%인 6억1000만원을 MZ세대가 구매했고, 이들의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58만8292원으로 집계됐다. 60만원쯤은 그림에 손쉽게 투자하는 MZ세대의 자유로운 재테크 문화도 엿볼 수 있는 결과였다.

MZ세대의 공격적인 미술품 구매 열기는 해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아트마켓 컨설팅 기관인 아트이코노믹스는 지난해 상반기 밀레니얼 컬렉터가 세계 고액자산가 컬렉터 중 무려 64%를 차지했다고 보고했다. 이들의 미술작품에 대한 지출은 평균 37만8000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세대 중 최고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평균 11만8000달러를 쓴 X세대 컬렉터보다 훨씬 많았고, 베이비부머 컬렉터의 4배에 달하는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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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블루의 자회사 소투가 분할구매 방식으로 매입한 이우환의 ‘대화’.


텐트족까지 등장한 MZ세대 미술품 구매 열풍

공동구매는 아니지만 MZ세대의 미술품 구매 열풍은 최근 갤러리 앞에 텐트까지 치게 만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서울 평창동의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지난 3월 열린 화가 청신의 작품전은 ‘샤넬 오픈런’을 연상케 했다. 감각적인 회화로 신세대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청신의 개인전 오프닝 전날 밤, 갤러리 근처에 ‘텐트족’이 등장했다. 그림을 사겠다고 ‘야외취침’도 마다하지 않은 극성 고객이었다. 상업 갤러리에 텐트족이 등장하고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지자 화랑 측은 ‘선착순 1인당 1점’ 원칙에 대기번호를 발급해야 했다. 유명 작가가 아님에도 2030 고객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이에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MZ세대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확실히 있다”고 평했다.

미술품 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분할투자라는 새로운 기법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MZ세대들이 아트테크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최신의 온라인 플랫폼이 속속 등장 중이다.

그중에서도 ‘미술품 조각투자’는 현재 신규 고객들 사이에 가장 핫한 키워드다. 조각투자, 즉 분할투자란 혼자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작품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공동으로 매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조각투자 플랫폼은 공동구매한 작품의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투자자들에게 조각 수에 비례해 수익을 나눠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부과된다. 그간 슈퍼리치들만 살 수 있었던 최고의 블루칩 작품을 비록 몇 조각이긴 하나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의 호응은 대단히 뜨겁다.

예·적금 수익률의 ‘10배?’ 분할투자 플랫폼 속속

미술품 공동구매(분할투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2010년대 중후반 시작됐다. 피카소, 반 고흐 등 일반이 쉽게 살 수 없는 고가의 작품을 블특정 다수가 함께 사들인 후, 적정 시기에 되팔아 수익을 나누는 기법이다. 현재 마스터웍스, 코아트, 마에케나스 등이 이를 시행하는 업체다.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미술품 분할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최근 2, 3년 새 플랫폼이 여럿 등장했다. 현재는 아트앤가이드(열매컴퍼니), 소투(서울옥션블루), 테사(테사), 아트투게더(투게더아트) 등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플랫폼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은 아트투게더로 지난 2018년 10월 출범했다. 2019년 1월에는 ‘프로라타 아트(PRORATA ART)’가 탄생했고, 아트앤가이드, 테사(TESSA)로 이어졌다. 또 서울옥션은 자회사를 통해 소투(SOTWO)라는 분할투자 플랫폼을 만들었다.

국내 1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투게더는 ‘피카소를 만원에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광고문구를 내걸고 투자자를 모았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거장의 작품을 만원에 산다는 문구는 꽤나 솔깃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분할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 업체는 피카소 원화가 아닌 판화를 첫 아이템으로 내걸었는데, 피카소라는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후 업체는 김환기, 쿠사마 야요이의 유화와 판화 등 총 119점의 공동투자를 진행했다.

최근 MZ세대 미술고객들이 분할투자(공동구매)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시장의 또 다른 흐름으로 자리매김하자 다수의 금융사와 유관업체들이 투자 및 협업에 나섰다.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지난 3월 롯데와 한화그룹으로부터 17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테사 또한 지난 3월 NH농협은행과 MOU를 체결했다. 아트투게더는 미술품경매사 케이옥션과 손잡았고, 서울옥션은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에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들 업체는 미술품 공동구매가 아트컬렉터로 가기 위한 입문 과정으로 단단히 뿌리내릴 것이라 보고 있다. 최근 1, 2년간 급증한 회원 수가 이를 입증한다. 테사의 경우 회원 수가 8만5000명으로 크게 늘었고, 여타 플랫폼도 근래 들어 회원 수가 빠르게 증가 중이다. 아울러 투자하는 작품도 국내 인기작가는 물론 해외 블루칩까지 그 폭이 확대되며 높은 수익률 실현이 기대되고 있다. 즉 바잉파워가 생기면서 쿠사마 야요이, 조지 콘도, 뱅크시 등 인기작가 작품이 잇따라 리스트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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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화랑미술제에서 MZ세대 컬렉터들로부터 전폭적인 호응을 받은 차영석의 스니커즈 회화 연작. 걸기가 무섭게 솔드아웃됐다. 점당 300만원.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공동매입한 간송의 국보

현대미술품만 공동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 즉 고미술품도 분할투자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간송미술관의 국보 불감이다. 간송미술관이 지난 1월 케이옥션 경매에 내놓았다가 유찰됐던 국보 2점(시작가 각각 28억원, 32억원) 중 ‘금동삼존불감’이 최근 외국계 암호화폐 투자자 모임에 팔렸다. ‘헤리티지 다오(DAO)’라는 투자그룹은 이 문화재를 공동으로 사들인 뒤 지분 51%를 원소장처인 간송미술관에 기부했다. 아울러 간송 측에 유물 보존과 전시 등도 일임했다. DAO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이라는 뜻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공동출자로 펀드를 만들어 공동구매나 투자,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간송재단은 국보 판매와 헤리티지 다오의 지분 기부 등 상세한 사항에 대해 함구 중이다. 국보를 매입한 주체는 싱가포르에 주소를 둔 불***로, 세부 조건 등이 공개되지 않자 문화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그룹은 지분 절반을 간송에 넘기는 대신 NFT 발행 등 제반 권리를 획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간송 측이 공익재단이 분명히 있는데도 상속세가 없는 국보·보물을 유족의 개인 소유로 해놓고, 경매를 통해 이를 잇따라 처분해온 점이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지금까지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가 재정을 지원받았으면서 자금난을 이유로 국보를 외국계 투자그룹에 매각한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술품 공동투자도 명암 있어...엑시트가 중요

미술품 공동구매에도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직접투자가 아니라서 크게 손해볼 것도 없고, 소액투자를 통해 미술품 거래 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공동구매 투자자들은 한 번에 평균 50만원 안팎을 투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술시장에서 향후 가격 상승이 확실시되는 유명 작품에 소액을 투자한 후, 가격 추이를 살펴보는 것은 유익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아트마켓의 각종 정보를 챙기며, 안목을 기른다는 점도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투자하고자 하는 미술품의 향후 전망과 진위 여부, 매각 타이밍(엑시트) 등 철저히 고려돼야 할 요소 또한 적지 않다. 아울러 업체의 유동성과 거래투명성, 신뢰도는 반드시 검증돼야 할 대목이다. 최근 테사라는 업체가 쿠사마 야요이의 판화를 매각한 후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개별 고지를 하지 않아 반발을 산 바 있다. 업체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투자금 지급이 며칠 지연됐고, 앱에는 이를 고지했다’고 했으나 고객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것은 비판받아야 할 태도다.

한편 고가의 단일 작품에 투자할 경우 분산투자 및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지금 당장은 그 작가가 대세여서 충분히 투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나, 미술시장에도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는 늘 있는 법이다. 아울러 작품의 가치 산정, 즉 밸류에이션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단지 경매에서의 가격을 참조해 높은 금액에 블루칩 작품을 매입했을 경우 가격 하락 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예적금 수익률의 10배’ 같은 솔깃한 선전문구를 내거는 플랫폼일수록 주의가 요구된다. 미술시장도 주식, 부동산 시장과 마찬가지로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도 있게 마련이다. 상황 변화로 일어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업체, 경쟁력 있는 플랫폼과 거래하는 게 중요하다.

그간 국내에서 ‘아트펀드’ 등이 여럿 생겨났고, 많은 기관이 이에 참여했으나 5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결국 미술품 투자마켓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 투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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