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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젠더 갈등’ 정치권·언론이 되레 부추긴다

2022년 05월호

도 넘은 ‘젠더 갈등’ 정치권·언론이 되레 부추긴다

2022년 05월호

여가부 폐지 우려에 경단녀·미혼모 ‘발 동동’
“나는 나, 이대녀·이대남도 아니다” 프레임 거부


| 강주희 기자 filter@newspim.com
| 지혜진 기자 heyjin@newspim.com
| 박우진 기자 krawj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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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에 반대하고 성평등과 공존을 외치는 청년 남성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지난 2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최상수 기자]


지난 20대 대선에서 ‘성별 갈라치기’가 선거전략으로 활용되면서 우리 사회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대남’과 ‘이대녀’는 실제 투표에서 뚜렷하게 갈린 표심을 보여줬다.

여성가족부가 구체적 대안 없이 ‘폐지’될 경우 그동안 여가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온 경력단절여성, 미혼모, 학교 밖 청소년 등 소수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성별 ‘갈라치기’가 젠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성차별 구조 해소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경단녀·미혼모 등 정책 수혜자들 불안감

“여가부가 폐지되면 여가부로부터 지원받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다시 방황하게 되는 건 아닐지 염려됩니다.” 대학생 임모(20) 씨는 여가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임 씨는 여가부로부터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교재와 수업 등의 지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자격증 교육, 급식비, 교통비, 건강검진 지원을 받았다. 임 씨는 “여가부 기능을 다른 부서로 옮긴다고 할지라도 현재처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영나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미혼모들은 한두 달만 지원이 끊겨도 생활에 위협을 받는다”며 “갑자기 폐지 이야기가 나오니까 기존에 지원받던 사람들은 지원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에 아동양육비, 아동교육지원비, 생활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등 미혼모를 비롯한 한부모가족의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 갈등이 정치권이나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30 남성들은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해 긍정적이고 가사노동이나 육아에 참여하겠다는 비율도 높은 편”이라며 “일부 정치권이 이 같은 현실은 보지 않고, 왜곡해서 젠더 갈등을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나, 이대녀·이대남도 아니다”

“당연히 기분 나쁘죠. 그거 완전 프레임이잖아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시은(21) 씨는 ‘20대 유권자가 이대남·이대녀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개인마다 생각이 다른데 이대남은 보수, 이대녀는 페미니스트로 보는 자체가 갈라치기라는 게 김 씨의 평가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20대 청년들은 일자리 문제, 주거 문제 등이 깊이 있게 다뤄지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성차별적 언어를 확산시키고 갈등만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인데 왜 이대녀라는 단어에 편입돼 원래 그런 생각을 가진 여성으로 평가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취업준비생 최원영(25) 씨는 “이대녀가 20대 여성을 설명할 수 없듯 이대남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당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20대 대부분은 평범한 대학생, 취준생들”이라며 “20대 여성이라고 모두 똑같은 정체성, 정치성향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대의 이 같은 반응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대선 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갈등 유형별 심각성 인지 정도를 5점 척도로 평가하는 문항에서 응답자들은 남녀 갈등에 평균 3.92점을 줬다. 2020년 12월에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남녀 갈등의 심각성이 3.77점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전문가 “성별 갈라치기, 성차별 문제 해결 방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별 갈라치기가 젠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성차별 구조 해소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성별 갈라치기 양상이 향후에도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청년들의 관심도가 덜하고 지역 공약이 이슈가 되는 만큼 성별 갈라치기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다음 대선까지는 여야 양당 간 이대남·이대녀 구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으로 인해 성별 갈라치기가 심하게 나타났다”면서 “1차적으로는 향후 새 정부가 어떤 정책 방향을 펴느냐에 따라 갈라치기 양상이 달라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새 정부가 성평등 정책 등 온건한 정책을 펴더라도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 젠더 균열이나 갈등이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젠더 이슈 등에 있어서 개인 간 의견 차이는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것처럼 심각한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이 적지 않다”면서 “학생들을 보면 일부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의견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질 정도로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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