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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낙하산 인사 인정하고 연봉 1억씩 줘라”

2021년 09월호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낙하산 인사 인정하고 연봉 1억씩 줘라”

2021년 09월호

생산 구조·정치 문화·제도·시민 의식 등 모든 영역 개혁 필요
감시 위주 인사시스템, 무사안일·책임회피·복지부동으로 이어져
“MZ세대 일자리 매우 중요, 정부가 장기적 계획 세워야”

| 김범주 기자 wideopen@newspim.com
| 최상수 사진기자 kilroy023@newspim.com


“낙하산 인사에 대해 쉬쉬하지 말고 제도의 틀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몰래 공공기관에 내려보내지 말고 정책자문기구를 만들어 연봉 1억원씩 지급합시다.”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역임한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의 돌직구다. 보은 인사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것이 낫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가 겪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망은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을 강타한 2010년보다도 더 뜨거웠다. 공정과 정의를 전면에 내세운 현 정부에서 왜 이 같은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을까.

삼성그룹 인사관리 시스템의 초석을 닦고 공무원 인사의 컨트롤타워인 인사혁신처 수장을 역임한 이 전 처장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내로남불의 반복’과 ‘정부를 망치는 정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낙하산 인사로 망가지는 공공 영역의 기회비용 상실이 한 정권의 퇴장과 함께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 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장관 직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공직이 다음 자리를 위한 발판이 돼서야 되겠냐. 대학 교수가 고위공직자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정은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

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달러 이상인 룩셈부르크를 넘어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전 처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선 생산 구조, 정치 문화, 제도, 시민 의식 등 모든 영역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나 무엇보다 정부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정치적 요소 외에 해외자원 의존율이 90%가 넘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인 인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정부 경쟁력과 직결되는 공무원의 경쟁력은 어떨까. 올해 국가공무원 7급 공개채용시험 경쟁률은 47.8 대 1이다. 전년도 경쟁률 46 대 1보다 높았고, 40대 중후반의 응시자가 증가한 점도 특징이다. 올해 5급 공채 경쟁률도 지난해보다 높은 34.2 대 1을 기록했다. 이들의 61%는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을 택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차장은 “기업 입사 면접에서 ‘고용의 안정성’을 말하는 지원자가 과연 합격할 수 있겠냐”고 되묻는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 사무실에서 인사전문가의 시각에서 바라본 청년실업, 끊이지 않는 전관예우,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이 전 처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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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선 정국에 접어들었는데.

A. 결론을 얘기하자면 ‘인사’다. 현재 대선후보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후보들과 암묵적으로 정치적 거래를 하는 것이다. 지지하고 후원하고, 나중에 인사적인 것으로 돌려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명시적 이권을 줬다면 그것을 우리는 부정·부패라고 한다. 누가 봐도 보은 인사 성격이 짙으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Q. 임기 말 이런 성격의 인사가 종종 나타났는데.

A. 그래서 낙하산 인사의 ‘양성화’가 필요하다. 선거 공신을 처리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수천 명의 집권 공신이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더 이상 쉬쉬하지 말고 제도의 틀로 끌어들여야 한다.

Q. 그럼에도 낙하산 인사의 양성화, 현실화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A. 해야 한다. (공신에 대한) 보상이나 역할 위임이 꼭 필요하다면 몰래 낙하산으로 공공기관에 내려보내지 말고 이들이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성, 공공을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정신, 정치적 경험을 통합해 선택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래야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종식되고, 정부부처·공공기관의 경영이 정상화될 것이다.

Q. 낙하산 인사와 정부 경쟁력, 어떤 연관이 있나.

A. 보은 인사를 하면 임명 과정에서 해당 기관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고, 조직이 혼란에 빠져 방만경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기회비용도 잃게 된다. 차라리 ‘국가정책자문위원회’(가칭)를 만들어 대선 공신 2000여 명 정도를 임명하고, 자체적으로 국가 비전과 정책을 조언하도록 하면 투명하게 관리가 될 것이다. 1인당 연봉을 1억원씩 지급해도 된다. 사회적 손실보다 그게 싸게 먹힌다.

Q. 그래도 정부가 꾸준히 정부 혁신, 적극 행정을 추진하는 것 같은데.

A. 역대 정부가 ‘신한국 창조’,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 실천’, ‘선진일류국가 실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 등을 국정 비전으로 내세웠지만, 길어야 5년이었다. 문제는 연속성이다. 대통령제가 5년 단임제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100년 장기 과제로 자리 잡지 못했다. 정치권력의 부침은 정부가 국가정책 수립·시행 시 걸림돌이 되고 있다.

Q. 전임 정부의 업적이 부정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뜻인가.

A. 우리는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보수 정부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엎으려 하고, 반대로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진보 정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역사를 경험하고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예측 불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선 전임 정권이 수립하고 시행한 정책을 새로운 정권이 모조리 뒤엎는 미성숙한 정치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

Q. 무엇을 바꿔야 할까.

A. 총체적인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국가에 CHO(최고인사담당책임자)가 있나? 감시 위주의 인사 시스템도 문제다. 우리 정부는 예방보다는 감시 위주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공무원의 ‘무사안일’, ‘책임회피’, ‘복지부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성 저하로 공무원 증원으로 이어지고,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

Q. 정부 경쟁력 부족이 결국 인사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인가.

A. 흔히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많이 한다. 회사든 국가든 능력 있는 사람을 가려 뽑아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 공무원 조직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최소 수십 대 1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에 입직한 우수 인재들이 전문성을 키우는 데 무척 인색하다.

Q. 공무원 개인의 문제일까.

A.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지망생의 61%가 ‘직업의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시험을 본다고 한다. 소위 나랏일 하는 이들에게 장기적 비전, 전문성, 도전정신이 결여됐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순환보직제도 폐지해야 한다. 순환보직은 40년 전 시스템이다.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2018년 기준 중앙행정기관의 과장급은 18개월, 실·국장은 16개월을 평균적으로 한 부서에서 근무한다.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라는 말이 웃기지 않나.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 공무원은 퇴직 후 ‘전관예우’에 기댈 수밖에 없다.

Q. 삼성그룹 인사에 대한 얘기를 빠뜨릴 수 없는데.

A. 이번 도쿄올림픽 종목 중에서 금메달을 대거 획득한 ‘양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양궁의 국가대표 선발전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인재 제일’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세계 1위 기업의 타이틀에서 오는 성취감을 직원들에게 심어준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그걸 심어주질 못한다. 공직자 윤리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던데, 삼성은 공장을 짓는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직원이 근처에 땅을 사는 행위가 적발되면 사표를 받는다.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런 게 필요하지 않나.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폭넓게 인정하되 국민추천제를 통해 대통령이 숨은 인재들을 더 많이 공직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전문성과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은 감독기관이 철저히 걸러서 막아야 한다.

Q. LH 사태, 부적절한 민간기업으로의 취업 등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는 어떤 잣대로 봐야 할까.

A. 안타깝게도 우리 공무원 사회에는 아직 공익과 사익의 경계가 흐릿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국민은 본인의 자식에게 들이는 만큼의 관심을 공무원 사회에 쏟아야 하며, 공적 영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의 도덕성과 헌신성도 직접 챙기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다양한 직무별 채용제 도입이 시급하다.

Q. 인사전문가 시각으로 정부 조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A. ‘육성해서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5만여 명의 공공 인력을 그대로 방치하는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정부 조직도 업무 특성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고용부’로 바꿔 산업이 고용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복지부’로 바꿔 복지 차원에서 노동을 다뤄야 한다. 현재 대학 업무를 교육부가 맡고 있는데, 취업이 중요하다면 산업고용부로 이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MZ세대가 왔다. 이 세대의 공직자는 무엇을 갖춰야 한다고 보나.

A. ‘라떼는 말이야’를 강조한다고 공직사회의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미래 한국을 책임질 MZ세대들이 나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운영 방식과 고위공무원 임용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더 중요한 건 MZ세대를 위한 일자리다. 노동시장은 이미 오픈됐다.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아닌 1990~2000년대생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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