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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김윤석, 평범함이 모여 비범함을 만들다

2021년 09월호

'모가디슈' 김윤석, 평범함이 모여 비범함을 만들다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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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호·조인성과 호흡, 류승완 감독과 ‘환상 케미’
모로코 올 로케이션 촬영...팬데믹 개봉에도 흥행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영화배우 김윤석이 ‘베테랑’,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과 손잡고 뜨거운 액션과 감동을 영화에 담았다. 코로나 직전 촬영한 ‘모가디슈’는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으로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

사실 ‘모가디슈’는 김윤석과 허준호, 조인성이 류승완 감독과 만나 일찌감치 흥행이 예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봉이 늦어지고 성적도 예상만 못하지만, 개봉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 2주 차에는 171만 관객을 넘어서며 코로나 속 극장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팬데믹 직전 모로코 풍경...“류승완이라 가능했다”

김윤석은 지난 2019년 코로나 확산 직전에 촬영한 영화 ‘모가디슈’를 뒤늦게 선보이게 된 감회를 드러냈다. 그는 벌써 30년을 훌쩍 넘긴 배우 생활 중 이번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는 없었다고 했다. 모로코 올 로케이션 촬영을 무사히 마친 김윤석은 “류승완 감독이라 가능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의 공을 류 감독에게 돌렸다.

“이 프로젝트가 불가능하고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할리우드에 버금갈 정도의 영화예요. 수백 명의 외국 배우를 어디서 데려올 건지, 대본만 봐선 막막했죠. 배경은 모가디슈지만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했어요. 그곳은 아프리카계 인종이 거의 없어요. 그 인종의 배우들을 몇 개월에 걸쳐 유럽에서, 아프리카에서 모았죠.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했는데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하셨더군요. 류 감독의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게 가능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나왔어요.”

특히 김윤석은 류 감독을 두고 “타잔처럼 날아다녔다”고 묘사하면서 당시 그의 활약상을 돌아봤다. 대규모 소말리아 군중 신이나 총격전 등을 담당해야 했던 이들의 국적이 모두 달랐던 탓에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또 다른 언어로 이중, 삼중 번역을 거친 촬영이었다. 그럼에도 모두가 하나가 돼 류 감독의 진두지휘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했다.

“정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죠. 어떻게 언어를 두세 단계를 거쳐 번역하고 모두를 통솔했을까 싶어요. 현지에서 외국인 배우들의 액션을 위해 윤대원이란 무술감독이 액션 스쿨을 만들었어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손짓 발짓을 하며 연습했죠. 총격전과 액션, 군중 신들을 보면 진짜 저걸 우리가 찍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실감나게 담겼더라고요. 외국 배우들이 또 너무 잘해 주셨죠. 깜짝 놀랄 정도로. 모로코에선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다 보니 나중엔 다들 삼겹살 타령만 했어요. 스태프들에게 다시 하라고 하면 다시는 안 할 거예요. 너무 고생해서요. 하하.”

극중 김윤석은 소말리아 주재 한국대사 한신성을 연기했다. 그는 “저와 닮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있다”면서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특별히 그는 한없이 소시민적이고 우유부단함 같은 평범함 가운데 모두를 통솔하는 한 대사의 ‘선택과 결정’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짚었다.

“저와 닮아 보인다는 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죠. 평소에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되도록이면 아무 탈 없이 조용히 피해 없이 살아가길 원하고 때로는 굉장히 우유부단해서 기회를 놓치기도 하죠. 실수도 하고 때론 고집도 피우고요. 부족하다기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면이죠. 그게 연기자 이전의 평범한 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에요. 그럼에도 극중 인물의 서사는 함축적이고 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극적인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협력하면서 나오는 비범함이 있어요. 그게 이 캐릭터와 영화의 매력이에요.”

이 점은 바로 김윤석이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한 이유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로코에서 4개월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김윤석은 벌써 1년 반이 지나버린 당시의 촬영장 풍경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여긴 촬영을 해내면서도, 모처럼 자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이기도 했다.

“촬영을 한 건지, 살다가 온 건지 모를 만큼 모든 곳이 저희의 동선이었죠. 그 한가운데 저희 숙소가 있었고 걸어다니던 모든 곳이 촬영장이었어요. 한 숙소에서 다 같이 지냈어요. 밥 같이 먹고 매일 만나고 4개월간 동고동락할 수 있었다는 게, 앞으로 이런 날이 또 올까. 잊지 못할 경험이죠. 팬데믹 이전에 촬영을 마친 상태였는데 또 이런 상황은 상상한 적이 없었잖아요. 이렇게 오래갈 줄도 몰랐고요. 모로코 해변 도시, 시골 마을 같은 곳에서 조인성, 허준호 씨도 모두가 자연인의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활보하고 터벅터벅 마스크도 없이 자유롭게 다녔어요. 미세먼지도 없고 정말 공기가 좋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립기까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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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여름 시원한 등목 같은 작품 되길”

1991년 가장 극심한 냉전시대에 내전의 한복판에 뚝 떨어진 남북한 대사관 식구들 자체는 현재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여러 가지 은유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던 한 대사와 북한 림 대사(허준호)의 선택은 모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해준다.

“한 대사는 무능하고 우유부단해요. 그러면서도 인간적이죠. 정의롭고 역동적이고 모두를 끌고 가는 파워풀한 리더보다는 많이 모자란, 의지가 약한 사람이 결국 극한 상황에 몰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만들어내요. 인간적이고 실수를 많이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 의지를 담아서 해내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협력을 해내는 게 귀하게 느껴졌죠. 사실 극중 남북 대사관 사람들은 무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두 팀이 만나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거예요. 여기에 무슨 이념과 이데올로기 같은 건 작동하지 않죠. 일단은 살아야 하는 상황의 본능적인 사람들을 그려내려 했어요.”

허준호, 조인성이란 탄탄한 배우들과 맞아 들어가는 연기 호흡도 김윤석을 즐겁게 했다. 그는 “제가 상관이고,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단편적인 관계로 그려지진 않는다”면서 조인성이 연기한 강대식 참사관과의 복잡한 감정과 존재감, 대립 등 다양한 감정교류를 겪었음을 털어놨다. 허준호 역시 묵직한 카리스마 속 따뜻한 모습으로 촬영장의 맏형을 자처했다.

“그 배역이 안기부에서 파견된 사람이잖아요. 한 대사 입장에선 그와 대립과 협력을 다 해야 하는 사람이고 감정과 입장들이 혼재돼 있죠. 부하직원이라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사람이거든요. 눈엣가시 같을 때도 있고 티격태격도 하고요. 아랫사람들끼리 싸우고. 하하. 그런 관계들이 입체적으로 잘 살아나서 만족스러웠어요. 허준호 선배는 일찍부터 연기를 하신 분이죠. 굉장히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현장에서 항상 웃고 계세요. 늘 제일 뒤에서 웃으시고 커피도 내려 주시고 지켜봐 주셨죠. 그런 모습이 영화 속 림용수 대사 캐릭터로서 강단 있는 모습과도 잘 어울렸어요. 선배의 평소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죠.”

영화 속에서 모든 위험이 도사리는 사지를 뚫고 나와, 한 대사는 백기를 들고 뛰어가며 “돈 슛! 돈 슛! 코리아!”라고 외친다. 김윤석은 이 장면을 가장 울컥한 장면으로 꼽았다. 당시의 시대상 속 생존을 위해 기댈 것이라곤 단 하나뿐인 단어를 함축적으로 담은 장면이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팬들과 만나는 그는 마치 20대 아이돌 멤버처럼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도 애정 어린 인사를 남겼다.

“한 대사가 소리치며 뛰어가는 장면이 울림이 있었어요. 내세울 수 있는 말이 코리아뿐이라 울컥했어요. ‘미성년’ 이후에 영화는 오랜만인데 자의는 아니지만 2년이 넘게 걸렸네요. 우리 팬들 중에는 응원 문구도 그렇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보고 저도 기가 막혀서 웃기도 많이 웃었죠.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아니어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재미로 느껴져요. 고맙기도 하고요. 오래 기다려 주셨는데 이 영화로 다가갈 수 있어 설레고 ‘역시’ 하고 보람을 느껴주신다면 좋겠네요. 답답한 여름에 시원한 등목 한 번 하는 것처럼, 그런 영화를 선물하고 싶네요. 최고의 피서지가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었음 하고요. 이 영화의 힘은 입소문에서 판가름 날 거예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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