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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 “어려운 공공언어, 국민 알 권리 침해하는 것”

2021년 09월호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 “어려운 공공언어, 국민 알 권리 침해하는 것”

2021년 09월호

“지자체 홍보문구·공공기관 사업명 외국어 일색...개선 시급”
“대다수 공감에도 개선 더뎌...공공언어 소통문화 잘 가꿔야”

|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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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을 마구 남용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의 일갈이다. 그러면서 “쉬운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정보를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너무 소홀히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물질적인 손해를 보고 권리를 빼앗겼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여러 형태로 자기주장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말이 이리 어려운데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못 알아듣게 어렵게 쓰느냐고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모른다는 것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편협한 분위기 때문일까. 그런데 정보를 놓친다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큼이나 큰 손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알 권리를 빼앗기는 권리 박탈이 되는 것을 따지고 주장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어기본법 제24조에 따라 전국 21개 국어문화원이 모여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2005년 국어기본법 시행 이후 국어상담소가 생겨났고, 이어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가 출범했다. 국어상담소와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가 2008년 각각 국어문화원과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로 바뀌었다.

김 회장은 2019년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고, 2020년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가 만들어지면서 초대 회장을 맡았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우리 사회의 국어문화를 바르게 세워가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공공언어에 대한 상담, 교육, 개선 활동 등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공공언어 개선사업은 우리 사회의 공공영역에서 사용되는 국어가 쉽고 바르고 품격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일이다. 공공언어가 지켜야 할 국어 관련 사항들을 제시하며 잘못 쓰인 것을 알리고 공공언어 사용자들이 이 일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쉬운 표현으로 정보를 알리자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뉴스핌 월간 ANDA와 인터뷰에서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공공언어 개선사업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다듬기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국어문화원이 합세, 새로 들어오는 외래어들을 우리말로 대체해 쉬운 표현을 써줄 것을 권하며 홍보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각 지역의 거점 국어문화원들도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 언론사와 함께 해당 지역의 공공언어를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공문서와 누리집 등의 보도자료 진단과 교육, 우리말 가꿈이 활동, 국어책임관 연수, 공공언어 학술 연구, 조례 제정 자문 참여 등이 주요 활동”이라고 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공공언어 개선사업의 중심에는 국민의 알 권리 존중을 위한 책임의식이 작동해야 하는데 국어 관련 단체 외에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공공영역에서는 이를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말의 특성인데 어려운 용어를 쉽게 쓰자고 제안하니, 어찌 보면 규제를 하는 것이 돼 은연중에 반항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공공언어 쉽게 쓰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투철해야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데 자꾸 벽에 부딪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체어로 제시한 것들 중 실제 공공언어로 사용되는 예가 너무 적어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어려운 외래어나 외국어가 남용되는 것을 막는 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말에 따르면 공무원, 언론 종사자와 같이 공공언어를 작성하는 쪽과 일반 국민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다. 뉴스를 쉬운 말로 보도하자는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선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적극 공감을 한다. 말이 너무 어려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고, 요즘 바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려운 말이 섞여 있어 그랬던 거라고 억울해하는 이도 적지 않다.

“많은 분이 한결같이 공공언어 개선사업을 찬성하며 응원한다. 우리가 제시한 새말 대체어에 대한 국민 공감률 조사 결과를 보면 90% 이상이 공감하고 있다. 지방의 홍보 문구, 공공기관의 사업명들도 외국어 일색인 때가 있었는데 요즘 쉬운 우리말 사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책임의식 부재,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도 김 회장은 차근차근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그는 공공언어 개선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소통문화를 잘 가꿔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언어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

김 회장은 “내가 무식한 게 아니라 배우지도 않은 단어를 무책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나무라는 일이 정당하게 인식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런 문화가 돼야 우리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하는 길은 국어로 소통하는 길밖에 없다. 국민이 사회의 중요한 정보들을 놓치지 않고 이해해야 시대의 변화를 알게 되고 그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꿀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국어문화원연합회 외에 한국공공언어학회장도 맡고 있다. 본업인 대학 교수 직까지 1인 3역이다.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국어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동기 부여가 잘되고, 한국공공언어학회를 통해서는 공공언어 개선 관련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오히려 감사를 표한다.

“어색하고 이상하게 만들어진 말 같아도 쓰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잘 만든 말도 많다. 공공언어 사용자들이 솔선해 쉬운 표현을 찾아 써도 좋다. 이런 식의 협조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으면 공공언어 개선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새로 생긴 개념이 외국에서 비롯된 것이면 그 외국어가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말로 대체어를 만든다고 해도 이미 그 외국어가 더 익숙한 듯 느껴지게 되고, 그 단어를 그냥 쓰는 편이 쉽다. 외국에서 생긴 개념을 한국어 표현으로 바꿀 때 좋은 대체어가 언제나 잘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어 표현을 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서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국어학자와 어문 관련 종사자들이 협의해 우리말 대체어를 제시하면 마음에 안 들어도 사회적 약속으로 만들자는 배려심을 발휘하면서 협조해 주면 참 좋겠다.” 김 회장의 마지막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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