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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살아남기] K자형 양극화 심화..."명품 아니면 최저가만 팔린다"

2021년 08월호

[팬데믹 살아남기] K자형 양극화 심화..."명품 아니면 최저가만 팔린다"

2021년 08월호

| 남라다 기자 nrd8120@newspim.com
| 조석근 기자 mysun@newspim.com
| 송현주 기자 shj100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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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1년 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며 일상으로의 복귀 기대감이 한때 엿보이기도 했으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여파로 팬데믹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거대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상거래와 마케팅 전략이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고, 직원들의 근무 시스템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른 백신 접종으로 마크스를 벗어던진 일부 선진국들 역시 변이 바이러스 여파 속에서 이제는 코로나와의 공생을 인정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끝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이지만 언젠가 도래할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앞두고 그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상들을 단면, 혹은 단편적이나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30대 구모 씨는 최근 500만원대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연초에도 오픈런에 참여했다가 두 차례나 쓴맛을 봤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백화점 문이 열리자 뒤도 안 보고 뛰었던 그는 결국 꿈에 그리던 가방을 손에 넣었다. 대학 합격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이 느껴진다.

“최근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자 두둑해진 여윳돈으로 아예 고가의 명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작년에 줄인 씀씀이가 명품 소비의 밑천이 됐다.” 구모 씨의 얘기다.

다만 그는 명품 소비에 아낌없이 거액을 쓰기도 하지만 막상 돈 쓰기 아까운 품목도 있다. 생필품 같은 소모품. 그가 생필품을 살 때 최우선으로 따지는 건 ‘가성비’라고 한다. 구 씨의 사례는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소비 양극화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고가의 명품에는 돈을 아까지 않으면서도 생필품에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의 이중성 행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K자형 양극화’다. “가장 좋은 게 아니면 가장 저렴한 걸 산다”, “아예 비싼 거나 아예 싼 걸 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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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명품 소비에 백화점 매출 50% 이상↑

양극화의 소비 흐름은 보상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백화점 오픈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에 가지 못한 소비자의 보상심리와 명품의 희소성이 겹치면서 나타난 기현상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영향에 주요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급증 추세다. 올해(1~6월) 코로나19에 따른 보상심리 영향으로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전년 대비 53.2%, 59.5%, 50.1% 신장했다.

올해도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은 계속될 전망이다. 동시에 ‘신(新)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 패션 브랜드의 매출도 고공행진이다. 명품과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자 새로운 명품 브랜드의 매출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 국내에서 일명 ‘독일군 신발’로 유명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레플리카(Replica) 스니커즈’는 높은 가격에도 재고가 동이 났다.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가 패션 브랜드 판매량도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하는 ‘톰브라운’은 최근 한 달 매출이 전년 대비 41% 신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판매하는 대표 인기 컨템포러리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올해 1월~5월 16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4% 치솟았다. 같은 기간 ‘아트네 스튜디오’ , ‘폴스미스’도 각각 33%, 39.3% 늘었다. 메종 마르지엘라와 아크네 스튜디오, 폴스미스 등은 현대적 감각의 고가 패션 브랜드로 전통적인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구분된다는 점에서 ‘신명품’으로 불린다. 업계는 명품 위주로 보상 소비를 주도한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그 돈을 고가 제품을 사들이는 데 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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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전략, 대형마트·패션·뷰티 성장 이끌었다

이와는 달리 저가 제품도 잘 팔렸다. 이에 코로나19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대형마트 업계에선 10년 만에 ‘10원 마케팅’ 경쟁도 재현됐다. 최저가 전략을 내세워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하려는 몸부림이다. 일례로 대형 할인점에서 생필품 최저가 경쟁을 벌이자 편의점 CU는 최근 380원짜리 라면과 990원짜리 즉석밥을 내놨다.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가성비 높은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저가 매장으로 유명한 다이소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만성화된 경기침체에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다이소의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저가형 패션 브랜드들도 소비 양극화의 혜택을 받았다. 국내 토종 스파(SPA) 브랜드들은 해외 브랜드보다 10~20% 값싼 가격으로 애슬레져와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들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놨다.

대표적인 SPA 브랜드 탑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8.7% 증가한 4300억원을 기록했고,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해 최근 서울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차세대 SPA 브랜드로 떠오른 ‘무신사’의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도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 전년보다 60%가량 늘었다.

화장품 시장 내 양극화 소비 패턴은 더 확연해졌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화장품 회사는 럭셔리 화장품 등 고급화 전략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중저가 단일 브랜드를 판매하는 미샤, 이니스프리 등 로드숍 브랜드들은 존폐 위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격이 아주 저렴하지 않다면 조금 더 주고 명품 화장품을 사는 게 낫다는 소비자 인식 탓에 로드숍 브랜드의 경우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졌다. 초반엔 저가 돌풍이 있었지만 점차 가격이 올랐고 중저가 화장품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비싸면 비쌀수록, 싸면 쌀수록 잘 팔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에서 중저가 브랜드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 3월 미쏘·로엠·에블린 등 6개 여성복 브랜드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부익부빈익빈’은 중소기업계에 가혹했다. 가구·인테리어 업종은 코로나19로 인한 장시간 실내체류로 수혜를 본 업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업계 상위 업체들과 후순위 업체들의 온도차는 컸다.

국내 종합가구 1위 한샘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은 12.3% 증가한 553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8% 늘어난 251억원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리하우스가 15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5% 성장했고, 온라인 부문이 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의 성장을 기록했다. 온라인 부문의 경우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함께 판매하면서 상품 다양성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지난해 적자에 허덕이던 코아스의 경우 올해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코아스의 매출은 304억원으로 전년보다 4%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6억4000만원으로 손실폭이 더욱 확대됐다.

소규모 업체 중 한 곳인 이노센트가구는 최근 인천시에 폐업신고서를 냈다. 다만 브랜드와 온라인 판권은 다른 곳으로 넘겨 온라인 판매는 이어간다. 남동공단 내 공장과 사무실은 폐쇄된 상태다.

에넥스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가량 올랐고,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올해부터는 다소 나아지는 분위기지만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나 감소한 2337억원,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28억원에서 더 확대된 8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2B 부문 사업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데 소비재 쪽에선 브랜드 파워가 확실한 쪽으로 소비자들이 쏠린다”며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경기가 어려울수록 승자독식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용충격 역시 중소기업계에 집중됐다.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9만7000명 감소했다. 반대로 대기업은 7만9000명 증가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인한 출입국 제한으로 전통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외국인 인력 수급조차 막혔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적용되면 고용 부담을 더 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K자형으로 벌어진 소득격차만큼 제품 소비도 양극화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코로나 수혜를 본 상위 업종과 나머지 업종은 극심한 불황을 겪는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소비심리가 살아난 건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업종·업태별로 회복속도가 다른 ‘부익부빈익빈’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고가나 저가는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겠지만 중간 가격대의 브랜드들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개인 간에도 자산과 직업에 따라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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