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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정비해” 정부 권고에도 금융업계 ‘뒷짐’

2021년 07월호

“외래어 정비해” 정부 권고에도 금융업계 ‘뒷짐’

2021년 07월호

‘리볼빙·당발송금’ 선뜻 이해 어려운 단어
국민 2명 중 1명 이상 “약관·설명서 어려워”
전문가 “일부러 소비자 이해 어렵게 만들어”


| 임성봉 기자 imbong@newspim.com


정부가 어려운 금융용어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업계의 오랜 관행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소비자들의 금융접근성을 위해 업계 내부에서도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기업 입장에서 상품 약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을 고려한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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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용어, 암호문 따로 없네”

직장인 최영호(28) 씨는 올해 초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한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진땀을 뺐다. 금융지식이 없었던 최 씨는 이것저것 묻고 따진 뒤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비대면 대신 영업점을 찾아 상담을 받았으나, 직원의 간단한 설명조차 알아듣기 어려웠다. 결국 최 씨는 환매, 예탁금, ETF, 공여 등 약관에 쓰인 표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펀드에 가입했다.

최 씨는 “상담창구 직원들이 자세하게 설명해 줬지만 용어가 워낙 어렵다.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다. 직원에게 용어를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어 그냥 추천해 주는 상품으로 가입했다”고 전해 왔다.

‘리볼빙’, ‘당발송금’, ‘대용증권’.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상품을 가입해 본 고객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금융용어다. 리볼빙은 카드사 고객이 사용한 카드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돼 자동 연장되는 결제방식이다.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회전결제’로 순화할 수 있다.

‘당발송금’은 해외로 보내는 외화송금을, ‘대용증권’은 금전 대신에 납입할 수 있는 유가증권을 의미한다. 단순히 용어만 봐선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대주(貸株), 불입(拂入) 등도 은행이나 증권사의 상품 약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지만, 금융 이해도가 부족한 소비자들에게는 외국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인식조사 결과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2명 중 1명 이상은 약관·상품설명서가 너무 어려워서 불편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응답자 중 매우 불편 36.8%, 불편한 편 51.9% 등 총 88.7%가 이같이 답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소비자 보호에 가장 중요한 조치로 ‘공정하고 이해하기 쉬운 약관’(54.5%), ‘상품정보 적정 제시’(47.9%)를 꼽았다. 올바른 금융상품 선택을 위해 ‘알기 쉬운 약관·상품설명서’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70.5%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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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쉬운 우리말’ 유인책에도 업계는 팔짱

어려운 금융용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업계가 이를 좀처럼 수용하지 않으면서 공회전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알기 쉬운 금융용어 만들기 △외국어로 표기된 증권용어 전면 정비 △보험이용자를 위한 어려운 보험용어 234개 개선 등 금융용어 정비 사업을 벌여 왔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 2012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용어 114개를 개선했고, 이어 국민들이 직접 어려운 금융용어를 선정해 개선을 제안하는 사업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해 보험 분야에 대해 표준약관을 마련하는 등 금융용어 개선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정비 대책은 강제성이 없고 금융회사 스스로 순화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인하는 방향이어서 실효성이 낮다. 일례로 금융위가 보험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하는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도 매년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제18차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에서 손해보험사는 평균 56.5점으로 ‘미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보험연구원은 “보장 내용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다른 법규정을 인용한 경우 조문 내용을 누락하거나 어려운 내용에 대한 해설이 부족하고, 불필요한 내용을 삽입해 약관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분쟁 조정의 기준이 되는 약관을 수정하는 작업이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이유로 용어 정비에 소극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약관의 경우 법 조항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전문용어를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보니 금융회사가 약관을 순화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금융용어를 정비하려면 단순히 금융회사가 알아서 순화하라는 식이 아니라, 당국이 법적인 용어들부터 정비한 뒤 이를 유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금융소비자가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금융회사에 유리하다 보니 업계가 용어나 약관 정비를 꺼린다는 주장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현재 금융용어나 약관은 전문가가 보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고 소비자 입장에서 해석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약관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소비자들은 ‘금융회사가 어련히 알아서 약관을 잘 만들었겠지’라고 생각하고,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런 상황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이어 “소비자가 상품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하면 불완전판매나 불완전가입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위와 금감원도 더 적극적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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