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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속 큰 울림 유준상의 ‘비틀쥬스’

2021년 07월호

코로나 시대 속 큰 울림 유준상의 ‘비틀쥬스’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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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 영화의 뮤지컬화...한국서 첫 라이선스 무대
외로움·죽음 등 어두운 키워드, 유준상式 웃음으로 풀어내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배우 유준상이 뮤지컬 ‘비틀쥬스’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을 올린 이 공연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게 됐고, 유준상은 오리지널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유준상의 활약은 매체와 무대, 스크린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 방영된 JTBC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근육질과 괴력의 소유자로 등장했다. 놀라울 정도의 동안 외모를 지녔지만 유준상의 현재 나이는 51세. 이번 ‘비틀쥬스’에서도 그는 또 한 차례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했다.

한국식으로 풀어낸 미국식 유머?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초기 작품인 동명의 영화(국내 개봉작은 ‘유령수업’)를 무대화했다. 1988년 작으로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세계를 코믹하게 풀어내면서 팀 버튼을 단숨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만들었다. 이후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이 올라간 후 한국서 전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무대를 올린다. 공연계의 든든한 터줏대감 유준상, 정성화가 타이틀 롤을 맡는다.

“누군가 미국식 유머를 한국식으로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 고민이 있었고 걱정도 했는데 분석을 하다 보니 결국 전 세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냈어요. 오로지 상황이 주는 감흥만으로도 코미디가 나오기도 하고요. 이야기의 메시지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고 상황이 주는 장치들이 있어서 ‘비틀쥬스’팀이 처음에 만든 텍스트를 중요하게 두고 일단 따라가고 있습니다. 번역이 중요한 건 맞아요. 다행히 번역가 분이 단어와 문장을 잘 고르고 다듬어줘서 걱정을 덜었습니다.”

‘비틀쥬스’는 인간사회로 내려온 유령이 아주 유쾌하면서도 기괴한 장난을 치면서 인간들을 놀라게 하지만, 인간과 함께 감정을 교류하고 소통하며 각자의 성장을 겪게 된다. 유준상은 가장 중책인 유령 역을 맡는 동시에 팀에서도 가장 연장자로서 역할을 했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죠.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유령이 인간사회에 왔을 때는 어떨까.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거예요. 누구나 다 외롭잖아요. 유령도 그런 거죠. 너무 외로워서 어떻게든 떨쳐내려니 말도 많고 음악도 굉장히 빨라요. 80, 90템포의 음악이 보통이라면 이 친구는 166, 144 정도의 빠르기로 쉴 틈 없이 노래를 하죠. 번역할 때 포인트를 주면서도 다 전달이 돼야 하잖아요. 빠르게 들려도 이해가 잘될 수 있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들로 구성됐죠. 연습 후반까지도 외국 스태프가 몇 개의 단어를 고치고 그래요. 이미 노래를 수백 번 불렀는데 가사가 한번 바뀌면 멘탈이 붕괴되기도 하지만.(웃음) 시스템을 알기 때문에 바뀐 가사를 또 연습해야죠.”

특히 유준상이 자랑스러운 지점은, 한국이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를 올리게 된 것과 함께 외국 스태프가 꽤나 지금의 팀을 존중해 준다는 점이다. 유준상에 따르면 외국 크리에이티브팀은 “한국의 ‘비틀쥬스’는 여기가 최초”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태프, 배우들과 완전히 새 작업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분들의 태도가 굉장히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브로드웨이에선 본인들이 처음 올렸지만 한국에서는 또 다른 기대감과 자부심이 있어요. ‘브로드웨이에서도 안 했던 것을 여기서 처음 해보는 거다’라며 자긍심을 많이 북돋워 줍니다. 저희가 노력하는 걸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요. 우리 작업이 미국의 현지 팀과도 계속 공유되고 있고,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잡혀 있어서 만족스럽죠. 대사 하나하나를 어떤 말로 했을 때 한국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물어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졌어요. 자연스레 저희도 동화돼 끊임없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죠.”

고된 연습 속에서 유준상은 거의 매일 한계에 부딪히는 현실도 털어놨다. 다행히 개막 전 고민하고 연습했던 것들이 다 맞아떨어지면서 홀가분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밝은 표정으로 그때를 돌아봤다.

“단순히 대사를 따라 한다기보다 정확히 체득해야 해서 분석이 어려웠죠. 왜 이런 말을 하고, 왜 이렇게 반응하는가. 아 이래서 이런 말을, 단어를 썼구나. 그래서 이 템포의 음악이구나 하고 계속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고 점점 즐기게 됐어요. 12시간 이상 연습했고 그래야 나오는 것들이 있었죠.”

“이젠 홀가분해졌어요. 뚫고 일어나니 이 작품이 정말 재밌고 신나요. 사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거든요. 마스크를 쓰고 노래 한 곡 하면 숨이 안 쉬어져요. 근데 또 춤을 춰야 하죠.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때가 있었다니까요. 힘든 과정과 극복하는 순간을 맛보는 재미도 이 작품 하면서 얻는 것 중 하나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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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의 힘, 그리고 27년차 배우의 사명감

유준상은 연이은 TV 드라마 흥행 이후 ‘비틀쥬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단순하지만 명쾌한 메시지가 좋았다”고 답했다. 특별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대중이 시원하게 웃고 감동을 받아갈 작품임을 강조했다.

“원작은 오래전에 봤던 것이고, 최근에는 일부러 안 봤어요. 뮤지컬은 그 영화의 색채에서 좀 더 새롭게 추가된 부분들이 있죠. 리디아 역의 홍나현, 장민제 배우와의 관계가 특히 그래요. 둘은 어느 순간 친구거든요. 유령에게 그 소녀가 친한 친구가 되고 현실에서도 두 리디아 역이 저에게 오빠라고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요. 유령은 잠시나마 어린 소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다 계획이거든요.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해 리디아와 비틀쥬스 둘 다 성장을 이루죠. 유령이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어떻게 이렇게 살았어? 대단해’ 하고 관객들에게 툭 던져주는 메시지가 꽤 묵직하게 다가갈 거라고 생각돼요.”

그럼에도 팀 버튼 감독과 ‘비틀쥬스’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로 느껴질 위험은 있다. 유령 분장을 한 유준상의 모습과 포스터, 캐릭터만 보고는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감이 안 올 이들도 있다. 유준상은 ‘외로움’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낸 이 작품에 대해 ‘재미’를 보장했다.

“이 작품에서 얘기하는 건 죽었든 살았든 존재 자체는 늘 외롭다는 거예요. 그리고 아주 재밌는 상황을 만들고, 즐기게 하고, 툭 메시지를 던져주고 떠나죠. 비틀쥬스의 여정을 보면서 지금 이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맘 속에도 큰 울림을 줄 법한 부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고르기도 했고요. 앞으로 만들 영화에 죽음에 관한 내용을 쓰고 싶어서 시놉시스를 써본 적이 있어요. 그러다 이 대본을 받았는데 ‘죽음을 어떻게 이렇게 명쾌하게 담았지?’ 싶었죠. 정말 재밌었고 하고 싶었죠. 연습 들어간 다음엔 수백 번 후회했지만요. 하하. 분명한 건 미국식 코미디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 펼쳐놔도 재밌을 이야기예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과 작업하면서 유준상은 이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걸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비틀쥬스’가 국내에서 해외 최초로 소개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준상은 최근 코로나로 침체된 공연계를 언급하며 27년 차가 된 큰형으로서의 책임감과 배우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뮤지컬 쪽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정말 많이 올라갔단 걸 느껴요. 이미 브로드웨이 작품을 많이 올려본 경험도 있고 팬데믹 속에 모두가 멈춰도 우리는 공연을 하고 있었잖아요. 한국 공연을 이젠 오리지널팀도 자랑스러워하죠. 제가 국내 뮤지컬 1.5세대인데 이 자리를 지키길 잘했다고 수도 없이 생각해요. 많은 분이 이 힘든 시기에도 공연을 보면서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인생을 배우시길 바라죠. 공연은 무대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치열한 공간을 주고, 객석에서는 그걸 보는 순간만큼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나잖아요. 조금만 힘 내서 버티면 곧 다들 마스크 벗고 더 신나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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