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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주 KDI 연구위원 “정부가 공기업 부채 방임”

2021년 06월호

황순주 KDI 연구위원 “정부가 공기업 부채 방임”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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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공공부문 부채 1132.6조...1년 새 54.6조 늘어
“무분별한 공사채 발행이 공기업 부채 증가에 일조”
“작년 공기업 공사채 발행 부채, 국채 부채의 1.5배”


|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정부가 암묵적 지급보증으로 공기업 부채를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뉴스핌·월간 ANDA와 인터뷰에서 공기업들이 부채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이유로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을 들었다. 그러면서 급증하는 공기업 부채를 정부가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17년 한국의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노르웨이는 석유자원이 풍부하고 정부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훨씬 많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며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이 OECD 국가 중 공기업 부채가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지난해 한국의 공기업 부채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명시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는 1132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9% 수준이다. 지난 2018년(1078조원)과 비교해 54조6000억원이 늘었고, GDP 대비로는 2.2%포인트(p) 증가했다.

황 연구위원은 공사채 발행 방식을 전면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사채를 국가보증채무에 포함시켜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공사채를 발행한 공기업으로부터 보증수수료도 받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공사채는 건전성이나 수익성 등 자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거의 항상 최상의 신용도를 인정받고 있다”며 “공공성 측면에서 꼭 진행해야 하는 사업은 일반채권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되 국가보증채무에 넣어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위험수준에 따라 보증수수료를 받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Q.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A. 2018년에 ‘공공부문 부채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이듬해 ‘공기업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보고서는 여기서 나온 내용들을 취합해서 간략하게 정리한 자료다. 2017년부터 공사채 문제를 심각하게 보다가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공기업 부채가 많은데도 관심은 덜해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국민연금도 그렇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채가 더욱 늘어날 텐데 공기업 부채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 걱정됐다.

Q. 보고서는 한국 공기업 부채가 주요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고 그 배경으로 정부의 ‘강력한 암묵적 지급보증’을 꼽았다. 한국의 공기업 부채는 어느 수준인가.

A. 공기업 부채가 숨은 빚이다 보니 세계적으로 공식 통계가 많지 않다. 공식 통계를 제출하고 있는 나라가 OECD 기준으로 8개국밖에 없다. 이들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7년 33개 국가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추정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IMF가 추정한 데이터를 재편집하다 보니 공식 통계와는 좀 차이가 있다. IMF 통계는 한국의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23%인데 한국의 공식 통계는 21% 수준이다.

Q. 정부가 공기업 부채를 떠안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2000년대 들어 공기업들이 국토교통 분야, 에너지 분야, 해외자원개발 분야 등에서 대규모 정책사업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한국의 공기업 부채가 많은 이유로 다른 나라보다 공기업 섹터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가 넓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가 주로 담당하는 것을 한국은 공기업을 통해 진행하다 보니 공기업 부채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Q. 한국의 금융공기업 부채가 많다고 지적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A.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공기업 의존도가 높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금융공기업에 한국은행, 국책은행, 주택금융공사, 주택보증공사 등도 포함돼 있다. 국책은행 수도 산업은행, 수협은행, 기업은행 등 많은데 이들 은행이 전체 은행산업 중 차지하는 비중도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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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기업 부채 원인으로 공사채를 들고 있다. 한국은 국채시장보다 공사채시장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A. 2019년 국채 발행 부채 대비 비금융공사채 발행 부채 비중이 3분의 1 정도 된다. 여기에 금융공사채를 더하면 전체 공사채 규모는 전체 국채 발행 부채의 1.5배에 이른다. 정확하게 146% 정도다. 지금 당장 공사채가 문제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석유공사같이 자본잠식에 빠지는 공기업이 많아지면 정부 부담이 가중된다. 더욱이 경영 위기를 겪는 공기업이 늘어나면 국가 재정건전성도 나빠지고 국채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Q. 공기업 정책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조건부자본증권을 활용한 채권자 베일인(bail - in)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일종의 전환사채다. 평소에는 원금과 이자를 계속 갚는 채권인데 석유공사처럼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면 채권이 없어지게 되는 거다. 쉽게 말해 채권의 원금과 이자가 사전 계약에 의해서 0으로 줄어드는 거다. 채권자는 이 경우 원금과 이자를 다 날릴 수도 있다. 그게 삼각형 베일인 채권이다. 다른 방식으로는 경영 위기 상황 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전환형도 있다. 어쨌든 채권자가 다 부담해야 하는 방식이다.

채권을 발행한 공기업은 부채가 없어지고 자본으로 바뀐다.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이 같은 채권을 발행하고 있고 추후 보험권에서도 발행할 예정이다. 결국 핵심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채권 발행 공기업 부담을 줄이고 반대로 채권자 부담을 늘리는 거다. 베일인 채권을 발행하려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하기에 좀 더 꼼꼼히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암묵적 지급보증을 해주는 정부 입장에서도 신중하게 된다.

Q. 또 하나의 해법으로 위험조정 보증수수료 부과를 제안했다. 공기업 채무를 국가보증채무로 산입하는 대신 공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국가보증채무관리규칙에 의해 보증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공기업은 예외적으로 보증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산업은행, 장학재단, 예금보험공사 채권이 국가보증채무로 분류돼 있는데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보증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증수수료를 부과하면 정부 예산을 더 줘야 하므로 ‘조삼모사’라고 주장하는데 논리가 빈약하다. 받을 건 받고, 줄 건 줘야 한다.

보증수수료 부과 방식으로 은행권이 도입한 차등보험료율제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데 적정 수준은 공학적인 측면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에 납부한 보증수수료로 기금을 만들어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처럼 유사시 부실이 발생하면 메워주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려면 수수료율이 높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기제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다.

Q. 정부 규제가 많아지면 공기업 추진 사업들의 기능이 약화될 수도 있지 않나.

A. 그런 측면도 물론 고려해야 한다. 다만 그동안 공공성을 따지지 않고 너무 많은 사업을 추진했기에 이런 것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공공성 측면에서 꼭 해야 하는 정책사업의 경우 일반채권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되 일반채권이다 보니 국가보증채무에 넣어 공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베일인 채권을 발행해 시장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면 좋을 것 같다.

Q. 공기업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공기업 수를 줄여야 한다고 보나.

A. 그렇지는 않다. 다 목적에 맞게 설립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경제개발 과정에서 공기업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 왔는데 더 이상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요하다면 민영화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기업 수를 줄이는 대신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암묵적 지급보증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사전에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은행처럼 자본규제비율을 꼭 지켜야 되는 구조로 바꾸면 쉽게 빚을 낼 수 없게 된다.

Q. 공기업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다면.

A.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정부가 2010년 초반부터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시행하고 있는데, 규모가 큰 핵심 공기업 40여 곳의 향후 5년간 부채비율 목표치를 정해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게 관리하는 제도가 있다. 문제는 좀 소프트한 제도다 보니 목표를 채우지 못해도 경영평가에서 감점받는 정도의 페널티를 받는다. 그래서 자본규제를 도입해 무조건 채우도록 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규모가 큰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취지는 좋으나 면제 사례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공기업 중 신규사업 규모를 예타 규모 이하로 추진해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도 막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예타 제도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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