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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점령한 ‘미나리’ 효과 위기의 극장가 살릴까

2021년 06월호

오스카 점령한 ‘미나리’ 효과 위기의 극장가 살릴까

2021년 06월호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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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미나리’는 다른 부문에선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한국 영화계에 최초의 연기상을 안겨주며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

윤여정의 수상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그의 수상 소감과 발언, 의상 등 일거수일투족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미나리’가 개봉 2개월 차를 넘어가며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해 ‘기생충’의 수상 이후 극장가에 잠시 불었던 오스카 효과가 이번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스카 지배한 윤여정, 55년 경력의 배려와 소신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55년 경력의 여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를 접수했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의 새 역사를 썼다. 4월 25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세계적인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으로 무대에 올라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긴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미나리 가족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정이삭 감독님은 우리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님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를 직접 언급하며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그분의 훌륭한 연기 너무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사려 깊은 그의 소감에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비롯한 타 후보들 역시 그에게 애정 어린 표정으로 반응하는 장면이 생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또 정이삭 감독과 함께 영화 데뷔작 ‘화녀(1971)’의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 첫 영화의 감독님이자 천재적인 감독이었던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살아 계셨다면 오늘의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며 그의 영화적 커리어를 시작하게 해준 은인에게 감사했다.

두 아들을 언급하며 그간의 활동을 돌아본 소감도 화제였다. 그는 무대 위에서 “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나를 늘 일하러 가게 했다. 오늘의 상이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1960년대 중반 TBC 탤런트 공채에 합격한 후 TV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이름을 날린 뒤 여러 굴곡을 겪어 왔다. 당시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외모와 연기가 동시에 되는 연기자로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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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을 잘못 말하는 유럽인들의 실수를 지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이는 윤여정이 우회적으로 동양인들의 이름을 틀리게 말하는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윤여정이 지난 4월 11일 열린 ‘2021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오스카까지 거머쥐었다”면서 “당시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이란 표현으로 웃음을 준 데 이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농담을 했다”고 재치 있는 소감에 주목했다.

시상식 직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각종 영화계와 시상식에서 아시아 영화가 두각을 드러내고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에 관해 의견을 얘기하기도 했다.

윤여정의 수상 이후 외신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뜻밖의 해프닝도 있었다. 오스카 비하인드 무대에서 현지 언론 매체 중 하나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와 만난 소감을 물으며 “그의 냄새가 어땠냐”고 물은 것. 윤여정은 “난 그의 냄새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고 답하며 손사래를 쳤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55년 차 배우에게 어울리지 않는 질문”, “인종차별적이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해당 매체는 결국 비하인드 영상에서 이 장면을 삭제했다.

윤여정의 평소 면모가 드러난 순간은 더 있었다. 그는 수상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아카데미 수상이 최고의 순간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최고의 순간은 없을 거다. 그런 말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그는 수상에 성공했음에도 “1등 같은 말 하지 말고 우리 다 ‘최중’ 하면 안 되냐, 같이 살면 안 되느냐.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렇게 말하면 내가 사회주의자가 되나”라고 덧붙여 재차 웃음을 자아냈다.

극장가 ‘오스카 효과’ 지속될까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은 한국 배우 최초이자 앞서 영국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쾌거다. 특히 윤여정의 짧지 않은 배우 경력과 함께 그가 활약한 작품들이 연이어 주목받았다. 영화 데뷔작 ‘화녀’는 지난 5월 1일 50년 만에 재개봉돼 극장에 걸렸다. 그의 초기작을 만나지 못했던 영화팬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해외에서도 지난해 ‘기생충’ 수상에 이어 ‘미나리’와 윤여정을 향한 반응이 뜨겁다. 더불어 K무비도 함께 조명받으면서 K팝과 한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양새다.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소감은 NYT(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수상소감으로 꼽혔으며, 그가 출연한 tvN 예능 ‘윤스테이’에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은 ‘기생충’의 주역인 최우식과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보며 열광했다. 이서진의 ‘이산’, 정유미의 ‘보건교사 안은영’ 같은 출연작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외국인 게스트들은 이미 여럿이었다.

모두를 웃게 하는 농담 속에 진심을 건드리고 정곡을 찌르는 윤여정의 말에 모두가 반한 만큼 ‘윤여정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지난 4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는 윤여정의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며 공식 트위터 계정의 리트윗 수, 좋아요 수가 가장 많았고 트위터 내 영상 조회 수도 100만을 돌파했다. 오스카 수상 당시에도 윤여정은 독보적이었다. 아카데미 공식 계정의 공식 수상자 알림 트윗은 3만9000회가 넘게 리트윗됐다. 여우주연상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7000여 회, 남우주연상의 안소니 홉킨스의 수상 소식은 1만4000회가량이다.

특히 트위터에 따르면 4월 26일 하루 동안 #윤여정, #YuhJungYoun 등 윤여정 배우 이름 관련 한글, 영문 키워드는 66만건이나 트윗됐다. 수상이 확정된 4월 26일 오전 11시경 1시간 동안의 트윗양은 16만건으로 시간당 최고 트윗양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한국,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일본, 영국, 캐나다, 태국, 멕시코, 필리핀 등에서 가장 많은 축하 메시지가 트윗됐다.

무엇보다 윤여정의 수상으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탄생했으며, 지난해 ‘기생충’의 4관왕 후 한국 영화계 쾌거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아카데미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수상자로서 화상을 통해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으며, 윤여정 역시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자리해 한국 영화인의 세계적인 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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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 한예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한국 영화나 국가의 성과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의 성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윤여정의 뚜렷한 캐릭터와 존재감은 영어인 ‘그랜마(grandma)’가 아니라 한국어인 ‘할머니’로 대표된다. 영화 ‘미나리’에서도 아역 출연자들은 그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영화의 제목 역시 영어로 번역된 이름이 아닌 한국어 ‘미나리’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자연히 업계에서는 윤여정과 ‘미나리 효과’가 국내 극장가 호황의 신호탄으로 흐르길 바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미나리’는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이후 관객 수가 증가하면서 개봉 두 달 만에 올해 세 번째 100만 관객 돌파 영화로 등극했다. 앞서 ‘소울’, ‘귀멸의 칼날 극장판’에 이은 독립영화의 쾌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생충’ 이후 관객 유입 효과가 상당했던 만큼, ‘미나리 효과’가 개봉을 앞둔 영화들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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