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빌 게이츠 ‘세기의 이혼’, 그림은 어디로?

2021년 06월호

빌 게이츠 ‘세기의 이혼’, 그림은 어디로?

2021년 06월호

상세기사 큰이미지

빌 게이츠가 수집한 미술품, 이혼으로 행방 관심
다빈치 노트는 절묘한 투자...19세기 미국미술은 인기 시들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글로벌 아트마켓에서는 유명 커플의 이혼이 최대 관심사다. 미국의 경매 관계자들은 ‘3D’, 즉 Death, Debt, Divorce(사망, 채무, 이혼)가 미술시장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3D’로 인해 중요한 작품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 마켓을 들썩이게 하기 때문이다. 결코 좋아라 할 수 없는 궂은 일이지만, 예술품 시장에선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요소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혼이 너무도 흔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명 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이 추적 포인트다. 이혼으로 부부가 갈라설 경우 미술품을 처분하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함께 살던 저택에 걸렸던 그림들을 ‘계속해서 감상하겠다’는 부부는 흔치 않다. 새 집에 새 그림을 걸고, 새 출발 하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빌 게이츠가 1994년에 3080만달러를 주고 낙찰받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친필노트 ‘코덱스 레스터’. 게이츠의 많은 수집품 중 하나다.


대저택만 9채, 개인 섬도 보유한 슈퍼리치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4위(자산 146조원)의 슈퍼리치인 빌 게이츠 부부가 5월 초 느닷없이 이혼 소식을 전하자 미술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두 사람의 결별로 재산분할과 함께 ‘게이츠 컬렉션’이 과연 어떻게 처분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빌과 멀린다 게이츠 부부는 저개발국의 질병 및 기아 퇴치, 인류 복지, 성평등 등 갖가지 공익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부부가 함께 미술품 수집에도 나섰다. 신혼 초에는 특히 그랬다. 두 사람이 이마를 맞대고 사들인 그림과 조각, 사진의 가치는 약 1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 정확한 규모와 금액은 베일에 싸여 있다. 미국 전역에 저택이 9채에 달하고, 시애틀 소재 게이츠재단의 규모도 엄청 나서 컬렉션 숫자는 상당할 것으로 파악될 뿐이다. 문제는 작품의 질이요, 아트마켓에서 반향을 일으킬 ‘핫한 작품’이냐의 여부일 것이다.

부부 중 어느 한 사람만 아트컬렉션에 열정적이었다면 정리는 의외로 간단하게 이뤄진다. 그 사람이 (다른 걸 양보하고) 가져가면 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커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가 그렇다. 피트는 영화 외에는 미술품 수집에 푹 빠져 살았던 현대미술 마니아다. 심지어 가구 디자인과 조각에도 직접 참여했다. 반면에 졸리는 ‘고가의 미술품을 살 돈이 있으면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혼 후 작품은 대부분 피트가 챙겼다.

그런데 부부가 함께 수집한 작품은 처분이 간단치 않다. 알짜배기 작품은 서로 갖겠다고 언성을 높인다. 반면에 시들시들한 작품은 떠밀기 십상이다. 금액 산정을 둘러싸고도 늘 논쟁이 생긴다. 20년, 30년 전 구입 당시의 가격과 현재 가격이 크게 달라진 경우 다툼은 더욱 첨예해진다. 이쯤 되면 시가 판정을 위해 전문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시애틀에 위치한 빌&멀린다 파운데이션 전경.


‘게이츠 보유작’이라는 꼬리표가 최고 메리트

미국의 대표적 미술전문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는 1450억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재산 분할에 돌입한 게이츠 부부가 미술품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미술시장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부가 나누게 될 막대한 재산 가운데 미술품 컬렉션은 금액적으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금, 주식, 저택, 농지, 섬, 자가용 비행기, 스포츠카 등 어마어마한 재산에 견주면 그렇다. 그래도 ‘빌 게이츠 부부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는 이력은 미술계에선 아주 매력적인 요소라 관심은 지대하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수집했던 컬렉션이 과연 마켓에 나올지, 나온다면 언제일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가 많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후 큰 부자가 되자 르네상스 화가이자 발명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친필노트(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를 사들였다. 이 노트는 빌 게이츠가 1994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326억원)에 낙찰받아 큰 화제를 모은 메모장이다. 고작해야 72쪽밖에 안 되는 노트를 326억원이나 주고 산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이가 많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빌 게이츠 수집품 중 가장 빛나는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코덱스에는 다빈치가 1506~1510년에 천문학, 기상학, 지질학, 의학, 역학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천재의 놀라운 발상을 보여주는 글과 드로잉으로 빼곡하다. 15세기의 천재를 알아본 현대의 천재가 인류 문명과 근대 과학을 예견한 노트에 주목한 것은 너무나도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빌 게이츠의 컬렉션 중 ‘최고 백미’인 이 노트를 수집한 1994년은 멀린다와 결혼한 해이기도 하다. 수집한 지 27년이 지난 오늘날 이 노트의 가치는 ‘측량불가’라는 게 경매계 판단이다.

다빈치의 친필노트 코덱스를 제외하고 게이츠 컬렉션의 가장 큰 줄기는 19세기 미국 근대미술이다. 아트뉴스페이퍼는 윈슬로 호머(1836~1910), 차일드 하삼(1859~1935), 윌리엄 메릿 체이스(1849~1916) 등 19세기부터 20세기 초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화가들의 그림이 컬렉션의 골자라고 전했다.

이들 작품은 빌 게이츠가 MS 회장에 재임할 당시 수집한 것들이다. 게이츠는 1998년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윈슬로 호머의 유화 ‘로스트 온 더 그랜드 뱅크스(Lost on the Grand Banks)’를 사들였다. 구입가는 3600만달러였는데 당시 미국 미술품으로는 최고가였다. 거센 풍랑과 사투를 벌이는 작은 목선 속 사람을 그린 이 그림은 호머의 대표작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즐겨 그리는 작가의 특징이 잘 반영돼 있다. 게이츠는 자택 서재에 호머의 그림을 걸고, 늘 음미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20년 전에 빌 게이츠가 2000만달러에 사들인 차일드 하삼의 ‘꽃의 방’.


이듬해인 1999년에는 소더비 경매에서 조지 벨로즈(1882~1925)의 ‘폴로 크라우드(Polo Crowd)’라는 그림을 익명으로 낙찰받았다. 폴로경기장을 찾은 인파를 그린 회화로 낙찰가는 2750만달러였다. 또 미국을 대표하는 인상주의 화가 차일드 하삼의 ‘꽃의 방(Room of Flowers)’을 2000만달러에, 윌리엄 메릿 체이스의 ‘보육원(The Nursery)’을 1000만달러에 각각 매입했다.

빌 게이츠 부부가 이들 작품을 사들이던 시기는 유럽의 인상주의 미술이 엄청나게 재조명되며 가격이 크게 오르던 시기였다. 이에 미국 인상주의, 사실주의 작품도 덩달아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미국의 19세기 말~20세기 초 미술품은 찾는 이가 별로 없다. 그래서 금액도 제자리걸음이다. 이해하기 쉽고, 무난한 그림이지만 작가의 개성이 별반 보이지 않고, 요즘 감각으로 보자면 타성에 젖은 그림이라 인기가 없다.

반면에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장 미쉘-바스키아, 드 쿠닝, 잭슨 폴락 같은 미국의 팝아트 거장과 추상표현주의 작가 작품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들의 작품을 20~30년 전에 수집한 슈퍼컬렉터들이 최근 이혼하면서 소유권을 놓고 격렬한 분쟁을 벌이는 것도 가격 때문이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1999년 소더비 경매에서 빌 게이츠가 익명으로 사들인 조지 벨로즈의 ‘Polo Crowd’. 낙찰가는 2750만달러.


일례로 미국 뉴욕의 부동산 거물 해리 맥클로는 평생을 함께해 온 부인과 이혼하며 고가의 예술품을 놓고 피 튀기는 전쟁을 벌였다. 맨해튼 법정에서 맥클로는 부부의 컬렉션 중 하이라이트에 해당되는 앤디 워홀, 피카소, 자코메티, 제프 쿤스의 회화와 조각 수십 점을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자고 나면 값이 오르는 알짜 작품은 금액이 7억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맥클로는 미모의 젊은 여성과 재혼하기 위해 애지중지하던 작품을 처분하게 됐다. 판사는 “작품을 팔아 수익금을 전 부인과 나누라”고 판결했다. 맥클로의 자산은 총 20억달러인데 예술품이 7억~8억달러이니 아트 투자로 엄청난 부를 창출한 셈이다. 처음 부부가 앤디 워홀, 자코메티를 사러 다닐 때만 해도 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아 여러 점씩 쓸어담았고, 세월이 흘러 수십, 수백 배씩 오른 형국이 된 것이다. 맥클로 부부의 수집품은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경매에 나온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재벌 2세 데이비드 무그라비는 미술품을 둘러싸고 부인과 ‘저열한 이혼극’을 펼쳤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무려 800점이나 소장 중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워홀 작품을 가장 많이 수집한 부친(시리아계 유대인 사업가 호세 무그라비) 덕분에 아들은 미술품 유통업에 종사 중이다. 데이비드는 부인인 리비와 이혼하면서 워홀, 키스 해링, 장 미쉘-바스키아 작품을 놓고 극심한 전투를 벌였다. 금액으로 7200만달러에 달하니 총력을 펼칠 수밖에 없었는데, 키스 해링의 50만달러짜리 조각을 몰래 빼돌리다가 이를 저지하는 아내를 때려눕히고 말았다. 폭행당한 아내의 고소로 철창 신세까지 져야 했다.

그러나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는 이혼 후에도 재단의 공익사업을 계속 협력 추진할 것이라 하고, 그들의 컬렉션은 작금의 미술시장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들이 아니어서 경매에 나올 공산은 적다. 대신 공공 미술관에 기증 또는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 다빈치의 친필노트 코덱스는 빌 게이츠가 계속 보유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편 슈퍼컬렉터들이 이혼을 통해 작품을 시장에 쏟아낼 경우 쾌재를 부르는 것은 미술품 경매사와 아트딜러들이다. 한데 그들의 주고객은 요즘 중국, 싱가포르, 러시아, UAE로 옮겨가고 있다. 서양 근현대미술의 메인 고객이 과거 미국, 유럽에서 아시아와 중동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민병복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