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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화랑과 아트페어가 몰려든다

2021년 05월호

다국적 화랑과 아트페어가 몰려든다

2021년 05월호

외국 유명 화랑·A급 아트페어 속속 상륙
한국, 홍콩 제치고 ‘亞 미술시장 구심점’ 될까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외국의 내로라하는 유명 화랑과 A급 아트페어가 한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랑으로 손꼽히는 쾨닉(König) 갤러리가 4월 초 서울 청담동에 분점을 냈는가 하면, 세계 3대 갤러리의 하나인 스위스의 명문 화랑 하우저&워스(Hauser&Wirth)는 연말 또는 내년 초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또 미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화랑인 페이스(PACE) 갤러리는 서울 분점을 5월 말 한남동 리움미술관 옆 르베이지빌딩으로 확대 이전한다. 르베이지빌딩 2, 3층의 240평 전체를 갤러리로 활용하기 위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에 따라 페이스 서울은 종전보다 면적이 5배나 늘어나게 됐다. 또한 서울 안국동에 소재한 리만머핀(Lehmann Maupin) 갤러리도 확장 이전을 검토 중이다.

한편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들도 한국에 진출한다. 지난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뉴욕, LA에 성공적으로 아트페어를 구축한 프리즈(Frieze)는 한국화랑협회와 공동으로 내년에 서울 아트페어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2022년부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프리즈와 공동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세부사항이 협의되는 대로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글로벌 아트마켓의 강자들이 연달아 한국에 상륙하게 됨에 따라 기존의 아시아 미술중심지였던 홍콩을 제치고 한국이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할지 주목되고 있다. 해외 미술계 유력인사들은 “홍콩 정세가 계속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은 현대미술에 대해 매우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유력기업 컬렉터, 금융 및 IT업계 전문직과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컬렉터, MZ세대의 높은 구매력이 돋보인다”고 평하고 있다. 즉 현대미술 트렌드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은 최신 트렌드를 스폰지처럼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다 기업환경 등이 유연한 것도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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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닉 서울 갤러리 [사진=정일구 기자]


쾨닉, 청담동 MCM부틱에 분점 개관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거리인 청담동 로데오거리에 독일의 젊은 화랑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베를린에서 저돌적인 화랑 운영으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만들고 있는 쾨닉 갤러리는 청담동 MCM하우스의 5층과 6층(루프탑)에 ‘쾨닉 서울’을 조성했다. 쾨닉은 독일의 명품 브랜드인 MCM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미술기관, 컬렉터, 대중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도쿄 분점을 철수하고 서울로 방향을 튼 요한 쾨닉(40) 대표는 “2019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미술관 리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파라다이스아트스페이스 등 수준 높은 기업 컬렉션에 놀랐다. 상상 이상이었다. 또한 한국은 현대미술에 열린 태도를 보이며 그 입지를 날로 강력하게 다지고 있어 분점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2002년 베를린에서 첫발을 뗀 쾨닉은 초창기부터 융복합적 또는 혁신적 접근을 시도하는 미술가들을 과감히 영입해 지원했다. 그들은 현재 국제미술계에서 중요한 작가들이 됐다. 현재 쾨닉은 40명에 이르는 작가를 전속으로 두고 있고, 이번 서울 화랑 개관전에는 카타리나 그로세, 노버트 비스키, 안젤름 라일레 등 쾨닉의 간판 작가이자 요즘 국제미술계에서 러브콜이 줄을 잇는 20여 명의 작품 4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옥상 조각정원에 설치된 에르빈 브룸의 얼굴 없는 검은 신사 조각, 예페 하인의 대형 거울 조각 등은 도심 루프탑에 또 다른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요한 쾨닉의 부친인 카스퍼 쾨닉(78)은 독일 뮌스터 시가 자랑하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창설멤버로 40년 넘게 프로젝트를 이끌어왔고, 쾰른의 루드비히 미술관장을 역임한 거물 감독이다. 어린 시절부터 첨단예술을 접한 덕분에 요한 쾨닉은 오늘날 수십 명의 비엔날레급 작가를 거느리며 유럽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맹활약 중이다. ‘쾨닉 서울’은 런던에 이은 세 번째 지점으로, 서울 분점 경영은 15년 경력의 최수연 P21갤러리 대표가 맡았다.

최수연 대표는 “나 역시 용산 경리단길에 화랑을 만들어 운영 중이지만 쾨닉 대표와 일하면서 큰 자극을 받고 있다. 모험정신이 남다르고 매우 진취적이다. 작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요한 아트페어들이 줄줄이 취소되자 가톨릭교회 건물이었던 자신의 화랑(성 아그네스)에서 직접 아트페어를 두 번이나 개최했다. ‘Messe in St. Agnes’라는 페어였는데 20m에 달하는 층고에 획기적인 작품이 들어차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도 연다고 하니 어렵다고 울상만 지을 게 아니라 대안을 창출해야 함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 화랑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껏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롭고 파격적인 미술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스펙트럼을 넓혀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데 일조하지 않겠는가. 가격대도 저렴해 젊은 컬렉터들이 많이 보러 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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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화랑 중 하나인 페이스 갤러리는 서울점을 대거 확장한다. 사진은 페이스 서울이 개최한 아담 펜들톤 전시 모습. [사진=PACE서울]


메이저 화랑 페이스, 서울 분점 대폭 확장

2017년 서울 한강진역 앞에 분점을 낸 미국의 메이저 화랑 페이스 서울은 그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에 오는 5월 말 현재 화랑보다 규모가 5배인 한남동 르베이지빌딩으로 확장 이전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대형 건물의 2개 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리움이 수년간의 동면을 끝내고 하반기 기획전을 재개할 예정이어서 한남동 일대는 미술팬들로 북적일 전망이다. 페이스는 마크 로스코, 데이비드 호크니, 장 뒤뷔페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관리하며 국내 블루칩 작가인 이우환과 이건용이 소속된 갤러리다.

페이스 서울이 들어설 르베이지빌딩은 ‘2014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다. 조민석은 갤러리 공간으로의 리노베이션도 맡았는데 공간구획을 위해 삼베가림막 구조물을 사용하거나 목재 디테일을 사용하는 등 한국적 디자인 요소를 차용했다. 또 느티나무 가로수길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는 조각을 전시하는 힐링 공간도 만들었다.

페이스 갤러리 마크 글림처 회장은 “페이스는 문화예술의 허브로서 서울이 가진 잠재력을 믿는다. 팔로알토, 이스트 햄튼, 팜 비치의 분점들처럼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 예술공동체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서울은 이런 모험이 가장 빨리 시작된 곳이다. 삼청동, 강남이 아닌 한남동에 페이스가 터를 잡자 필립스경매, 가나아트 나인원, P21, 갤러리 바톤이 모여들었다. 페이스는 곧 다가올 전환의 다음 단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 서울을 6년째 이끌고 있는 이영주 시니어 디렉터는 “그간 타라 도노반, 리처드 터틀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국제적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했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인 송동, 츄 샤오페이, 이건용을 뉴욕에 선보였다”며 “한국인들은 복합적인 현대미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이 특징이고, 수준 높은 미술 이벤트도 많다. 마켓으로서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해 전시장 규모를 키우게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 서울은 새 공간에서 전후 미국회화에서 혁신적인 작업을 펼쳐온 노장 샘 길리엄의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다

한편 페이스와 같은 해 한국에 진출한 리만머핀 갤러리도 전시공간 확장을 검토 중이다. 손엠마 리만머핀 서울 디렉터는 “서울은 홍콩보다 늦게 출범했지만 매출 규모가 크고 성장세도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스위스 바젤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 명문 화랑인 하우저&워스도 서울 분관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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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머핀 서울이 개최한 세실리아 비쿠냐 설치미술전. 리만머핀은 미국의 메이저 화랑 중 가장 먼저 서울에 지점을 냈다. [사진=리만머핀]


이렇듯 정상급 해외 화랑들이 한국에 진출하려는 것은 아시아 최대의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 세련된 안목을 지닌 신예 컬렉터들의 구매력, 미술시장의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하우저&워스까지 서울점을 오픈하면 페로탕, 페이스와 함께 세계 최정상급 화랑 대부분이 한국에 분점을 개관하는 셈이다. 게다가 영국의 화이트큐브, 독일의 에스터 쉬퍼, 스프루스 마거스, 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 로팍 등 굴지의 화랑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한국인 스태프를 서울에 상주시키며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명문 화랑들이 한국에 지점을 잇따라 개설하면서 중국, 싱가포르, 대만, 호주의 컬렉터들도 서울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국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고도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외국 유력 화랑과 아트페어가 한국에 앞다퉈 진출하자 국내 화랑과 아트페어 측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거대 공룡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니 이러다 한국 시장을 다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국제화는 피할 수 없는 명제다. 한숨만 쉬고 있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따라서 국내 화랑과 아트페어도 과감한 체질 개선과 자본 투자를 도모해야 할 때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 기획, 판매, 마케팅, 홍보를 서둘러 업그레이드하고, 작품의 온라인 판매및 NFT코인 거래 등 첨단기법도 과감히 연구 도입해야 공룡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의 미술 유통업체와 기관들이 외국 공룡과의 전투에서 건재해야 ‘아시아 아트마켓의 구심점’이란 목표도 의미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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