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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發 연쇄 마진콜 사태 벌어지나, 월가 초긴장

2021년 05월호

아케고스發 연쇄 마진콜 사태 벌어지나, 월가 초긴장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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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황숙혜 특파원 higrace5@newspim.com


지난 3월 말 예기치 않았던 역대급 블록딜이 뉴욕증시를 뒤흔들어 놓았다.

한국계 펀드매니저인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마진콜에 디폴트를 낸 데 따른 후폭풍이었다. 높은 레버리지를 동원해 미국 미디어 섹터 및 중국 인터넷 주요 종목에 롱 포지션을 취했다가 마진콜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파란을 일으킨 것.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월가는 연쇄적인 마진콜 디폴트가 증시에 패닉을 일으킬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아케고스의 마진콜 미이행에서 비롯된 블록딜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패밀리 오피스의 외형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고개를 들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자리 잡은 패밀리 오피스의 자산 규모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난 데 따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질 잠재 리스크도 크게 높아졌다는 얘기다.

뉴욕증시 흔든 블록딜 왜 발생했나

할리우드에서 영화 소재로 동원되기도 했던 마진콜은 일일 청산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선물 거래에서 가격 변화에 따라 계좌의 잔액이 초기 증거금 아래로 떨어질 때 추가로 예치금을 납입해 부족한 증거금을 채우도록 하는 규정이다.

마진콜이 발생했을 때 선물 거래자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이번 아케고스와 같이 디폴트 사태가 벌어지고 보유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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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 본사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아케고스는 마진콜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자 보유 물량을 강제 청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이 때문에 비아콤과 디스커버리, 바이두 등 해당 종목이 폭락을 연출했다.

이와 관련, 역대급 블록딜을 주도한 골드만 삭스가 고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105억달러 규모의 블록딜이 자체 창구를 통해 이뤄진 사실을 밝히는 한편 추가로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

일반적으로 마진콜에 따른 매물은 주식시장에 커다란 하락 압박을 가하고, 물량을 청산하기 위한 블록딜이 통상 장 마감 후에 이뤄지지만 아케고스의 경우 뉴욕증시의 거래가 종료되기 전에 강행돼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아케고스와 거래했던 금융회사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크레디트 스위스(CS)가 47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았고, 이 때문에 월가는 1분기 실적 악화에 대한 경고와 목표주가 하향 조정으로 대응했다.

고위험 거래 따른 후폭풍 이어진다

월가는 아케고스의 마진콜에 따른 강제 청산이 추가로 벌어질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펀드업계에서 아케고스와 흡사한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다. 연쇄적인 마진콜과 디폴트, 특정 종목의 포지션에 대한 강제 청산 등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AB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아님 홀저 매크로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롱 포지션 강제 청산에 의한 대형 블록딜이 추가로 나올 수 있어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MC 마켓 역시 투자보고서를 내고 “아케고스가 마진콜에 디폴트를 내면서 벌어진 블록딜이 미국 미디어 섹터와 중국 인터넷 종목에서 다른 종목들로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 앤드 제너럴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의 존 로 멀티애셋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블록딜이 종료됐다고 장담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아케고스나 다른 펀드에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펀드업계에서 마진콜에 대한 디폴트로 인한 충격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번 아케고스 사태와 흡사한 상황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특정 종목에 대한 지분율이 5%를 넘어설 경우 이를 감독기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아케고스와 같이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경우 이를 피할 수 있어 디폴트가 발생하면 잠재적인 시장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월가에서 일명 ‘닥터 둠’으로 통하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 역시 아케고스 사태와 흡사한 충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인물로 널리 알려진 루비니 교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를 뚫고 오를 경우 연쇄적인 마진콜 디폴트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그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여건과 부양책에 큰손들 사이에 고위험 베팅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이 때문에 경기 조정 주가수익률(CAPER)이 1929년,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증시 전반에 걸친 버블과 레버리지를 동원한 투기 거래가 만연한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상당수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키며 고위험 베팅에 뛰어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이번 사태가 월가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투자은행(IB) 업계가 수년 동안 아케고스와 거래하며 대규모 수수료 수입을 올리자 골드만 삭스가 불법 내부자 거래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빌 황을 내부 규정을 수정해 가며 고객으로 받아들이고 대규모 신용을 제공, 자금줄을 자처한 데서 사태가 발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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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오피스, 레버리지 거래 규제 강화 나서야

아케고스의 마진콜 디폴트 사태를 계기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패밀리 오피스의 외형이 크게 확대된 데 따른 잠재 위험이 앞으로 연이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패밀리 오피스의 자산 규모는 2019년 말 기준 6조달러에 달했고, 회계 컨설팅 업체 EY의 2021년 보고서에서는 이들의 운용자산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업계의 총액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는 패밀리 오피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할 의무가 없는 데다 도드 프랭크 법안 역시 이들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시장 충격을 사전에 파악, 대처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월가의 투자자들은 증시 전반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거래 및 스왑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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