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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니 성적표는 ‘글쎄’

2021년 04월호

文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니 성적표는 ‘글쎄’

2021년 04월호

| 이영섭 기자 nevermi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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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19대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게 됐다. 문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어떤 성과가 이뤄졌는지 많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되돌아봤다.

문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진 후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나면서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국민과 소통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이었다. 불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박근혜 정부의 폐해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시대의 화두는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비롯해 ‘국민과의 소통’을 유독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는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니 국민들의 왕래가 잦은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고 언제든 국민들과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문 대통령의 포부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좌초됐다. 유홍준 당시 광화문대통령시대 자문위원은 2019년 1월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과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백지화를 선언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외부로부터 개방적인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경호나 의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정부의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 파기선언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경호와 의전이 엄청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또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며 “이제야 경호와 의전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인가”고 지적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된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이렇게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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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기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 외에도 ‘소통’과 관련된 구체적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구체적인 국민과의 소통방법이다. 4년이 지난 현재 실행 여부를 살펴보면 대부분 지켜지지 못했다. 물론 ‘광화문 대통령 시대’라는 공약이 물거품이 되면서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행보를 하지 못했다는 핑계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는 광화문 대통령이 아니어도 의지가 있다면 실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적을 가장 많이 받은 대언론 기자회견 역시 합격점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을 찾아 임종석 비서실장 임명을 직접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와 달라진 모습을 곧바로 노출하면서 기자단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는 대통령이 수시로 기자실에 들러 주요 정책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문 대통령은 1년에 한 차례 정도 신년 기자회견을 할 때를 제외하곤 춘추관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기자회견 횟수를 비교하며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 횟수가 더 많다고 주장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불통’이라는 이미지를 씌운 것치고는 더 나아진 것은 별로 없었다.

대언론 기자회견에서 과거 정부에 비해 한 가지 나아진 점은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기자단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청와대에 알려졌고,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답변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기자들 간 질문이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질문지를 기자단만 공유했다고 했으나, 어떤 경로인지 모르게 기자단의 질문지는 청와대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행태는 사라졌고 기자들이 손을 들면 대통령이 지목하는 형태의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이 진일보한 것이다. 질문을 하고 싶은 기자가 많아 기자당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대통령의 답변이 부족할 때 추가 질문을 통해 적절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한계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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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후 만찬을 함께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남북 정상회담 등 성과 불구 원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으로 강조한 부분은 한반도 평화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며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약속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을 맺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한반도 평화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북한 핵문제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 외교부 장관에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모두 경험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무협상에 중점을 두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이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 폭등은 정부 아킬레스건

문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나타냈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겠다.”

문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일자리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모색했지만, 이 또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물론 정부로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계획했던 대로 실행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려운 여건에서 선방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월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1만7000명 늘어난 157만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래 가장 많았다.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같은 기간 98만2000명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줄어든 취업자 98만2000명 중 서비스업이 89만8000명을 차지하며 어려운 계층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이할 만한 점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 공약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본방향이 제시됐고,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한 2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있었지만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상징 된 ‘공정과 정의’, 이젠 약점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공정과 정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상징적인 단어가 됐다. 정부 출범 초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하에 과거 정부의 불공정과 부정한 행태가 많은 부분 알려지고 법적 심판이 이뤄졌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 되묻는 사례가 많아졌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가 등을 돌린 국민들도 있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도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흔들리게 한 특권과 반칙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권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정권과 권력에 굴하지 않고 ‘공정과 법치’를 추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곧바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것도 공정과 정의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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