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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전문가 4인 "진정성 없이 눈속임하지 말라"

2021년 04월호

ESG 전문가 4인 "진정성 없이 눈속임하지 말라"

2021년 04월호

“부풀리기, 허울 좋은 ESG는 진정성 없는 경영으로 인식”
이슈파악→자가진단→공개→임직원과 공감대 형성해야
엔론·나이키·BP·폭스바겐·페이스북 등 ESG로 타격 입어


|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뉴스핌·월간 ANDA가 국내 ESG 전문가 4인에게 우리 기업의 ESG경영 방안을 문의했다. 전문가들은 급한 마음에 ‘속도’를 내거나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을 시도해서는 더 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SG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장기 전략인 만큼 차근차근 ‘자가진단’을 통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가신 규제’가 또 하나 늘었다고 여기면 곤란하고 기업이 장기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연구원 순으로 질의응답을 실었다.(이하 직급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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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연구원.


Q. 글로벌하게 ESG경영은 일시적 유행일까, 아니면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까.

서용구: 성장의 시대에서 지속가능 시대로 키워드가 바뀌었다. 성장일 때는 재무적 성과가 중요했는데 이젠 지속가능성 성과가 중요해진 것이다. ESG 유행 추세는 앞으로도 장기적 트렌드가 될 것이다.

김진성: 먼저 투자 측면에서 선진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가 주류 투자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체 운용자산 대비 책임투자 비중이 48.8%(2018년 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것을 예고했고, 이런 경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측면에서도 ESG경영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더불어 기업의 중장기적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어 외면할 수 없는 경영 전략이다.

Q. ESG가 글로벌 무역장벽으로 작동할 것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ESG경영 기준에 비춰볼 때 우리 기업들의 평균적인 ESG 준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서용구: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SK의 최태원 회장만 외치고 있지, 다른 대기업들이 따라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궁금해하는 수준 정도인 것 같다. 과거에는 회계감사나 재무제표가 있어서 통일된 글로벌 표준이 있었는데 ESG는 질적인 개념이라 글로벌 스탠다드가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그중에서도 탄소배출량, 거버넌스 등 부문에서는 기준을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 따라야 할 부분이다.

이선경: 상당수 기업은 아직 ESG가 어떤 개념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운영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지 않은 단계다.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규제가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의 촉매가 된 것처럼 글로벌 사업환경에서 환경, 사회 부문의 다양한 규제가 기업의 실제 사업에 주게 될 영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진성: 많은 기업이 최근에서야 ESG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고, 일부 기업만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ESG경영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정보 공개 수준도 아직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Q. 우리 기업들이 ESG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한국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황용식: 첫 번째로 ESG를 숙제처럼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예로 그동안 환경 문제에 대해 의무적으로 접근했던 많은 기업이 비주력 사업부서에서 소규모로 추진되는 친환경 사업을 부풀려서 보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에 집중해 왔다. 앞으로 ESG평가에 있어서 이제 그린 워싱은 통용되지 않을 것이고, 친환경사업에 대한 평가는 비주력 사업부서가 아닌 핵심 사업부서에 대한 평가에 집중될 것이다.

두 번째로 ESG경영의 일관성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한 예로 어느 금융회사가 친환경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그린본드’를 발행함과 동시에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면 이는 ESG경영에 있어서 이중적 행태로 분류될 수 있다. 허울 좋은 ESG경영은 진정성 없는 경영으로 인식될 것이다. 따라서 ESG를 일관성 있게 접근하고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ESG경영의 근간은 바로 ‘G(지배구조)’다. 지배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기업은 ‘E(환경 문제)’와 ‘S(사회 문제)’를 잘 다룰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은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한 접근도 적극적일 것이고 주주관여활동, 협력사, 고객사, 시민단체들과의 소통을 통한 투명한 경영이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일 거라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경: ESG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전사 관점에서 ESG를 관장할 수 있는 관련 조직 정비가 최우선이다. 산업의 특성,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른 ESG 영향, 조직 내부적인 장단점 등은 기업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ESG를 관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하고 각자의 특성에 맞는 지속가능 경영 실현을 위한 전략과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점차 환경,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이 글로벌 각국에서 제도화되고 기관투자자들의 자원배분 기준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어느 순간 ESG 관련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생존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Q. 우리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국내외 ESG경영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황용식: 관심을 갖는 기업은 바로 대한항공이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 사회 부문 A+, 환경 부문 A, 지배구조 부문 B+를 평가받아 2020년 ‘통합등급 A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왜 대한항공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냐면 대한항공만큼 ESG 중에서 지배구조인 ‘G’로 인해 손해를 본 기업도 없어서다.

그럼에도 많은 우여곡절 끝에 몇 년이 지난 후 ESG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대한항공의 자구적인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부터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정을 변경하고, 보상위원회를 신설했다. 아울러 주주들과의 소통을 위해 경영 관련 주요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공시해 알리는 한편, 지배구조헌장을 제정 공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기후변화 및 탄소배출권 거래 등 친환경 부문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영업이익 실적을 낸 것으로 보아 ESG경영이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과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서용구: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빌 게이츠가 ESG경영을 선도하면서 실리콘밸리가 따라가고 있다. 우선 ESG가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ESG를 어떻게 실행하는지 공표하고 있다. 그 회사가 바라보는 ESG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정도가 이를 구현하고 있을 뿐, 대다수 기업은 기존 규범을 고치지 못하고 ESG가 유행인 줄 알고 따라 하는 것 같다.

김진성: 물론 해외에 좋은 ESG경영 사례가 많겠지만, 우리의 기업 현실과 달라 막상 적용하려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지배구조 부문별로 아니면 더 구체적인 주제별로 잘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왕이면 동종 산업)을 벤치마크하는 것이 이해도 쉽고 따라 하기도 좋다. 참고로 ESG 리스크 발생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사례는 많다. 엔론사 부정회계, 나이키 해외노동자의 형편없는 근로조건, BP사의 원유 유출, 폭스바겐의 프로그램 조작,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부정 활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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