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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새로운 기회 착한 기업에 ‘글로벌 머니’ 몰린다

2021년 04월호

ESG, 새로운 기회 착한 기업에 ‘글로벌 머니’ 몰린다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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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ESG경영이 던진 오래된 질문
글로벌 ‘큰손’ 블랙록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은 환경”
ESG 공시요구 본격화로 기업들 긴장...국민연금도 가세


|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ESG라는 새로운 물결이 지구 전체를 휘감고 있다. 글로벌 기업 경영진과 직원들, 투자자, 규제당국, 시민단체, 심지어 미디어까지 ESG라는 새로운 대륙을 향해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나고 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과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지 평가하는 비재무적 지표다. 기업은 단순히 주주를 위해 돈을 더 많이 벌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ESG의 기본 철학이다.

예컨대 구글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홍수나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예측과 사전예방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5년부터 100%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해저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월마트는 2000년 초 여성근로자 차별과 아동근로자 노동력 착취가 문제된 이후 ESG에 대한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 중이다.

오로지 이익 극대화만을 목표로 한다면 상상할 수 없었던 기업 활동이다. ‘해 안 끼치는 경영’을 넘어서 ‘착한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기업에 높은 가산점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환경,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정부 및 일반인의 문제의식이 새롭게 강화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상 기후 역시 ‘지구 온난화’ 우려를 배경으로 탄생한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주목도를 증가시킨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은 수십 년에 걸쳐 탄소저감 노하우를 쌓아 왔다”며 “탄소배출에 대한 실력이 부족한 한국 기업이 탄소국경세를 피하기 위해선 유럽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 유럽 내에 공장을 짓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 정부가 그린딜과 ESG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고용 확대’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탄소배출 문제가 신(新)무역장벽으로 작동하며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공장이 이전되는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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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무르는 블랙록 “투자 기준은 환경”

ESG가 뉴욕 월가의 시대적 패러다임이 되는데 있어 결정적 사건은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연례 서한이다. 지난해 핑크 회장은 직원들에게 “블랙록의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은 환경이 될 것”이라며 “대륙이 이동하는 정도의 거대한 자금 흐름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주주 서한을 통해 ESG를 고려하는 방식이 향후 블랙록의 가장 핵심적인 투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랙록은 운용자산 규모가 8조6800억달러(약 96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큰손’이다. 한국만 봐도 삼성전자, 신한금융,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의 주요 주주다.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됐고 우리 기업들도 부랴부랴 ESG 경영 전략을 실행 중이다. 도이치방크에 따르면 ESG 의무조항을 가진 자산 규모는 2015년 말 23조달러에서 2018년 말 33조달러까지 성장했다. 2022년 말에는 60조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5년까지 ESG 의무조항을 포함한 펀드가 전체 자산시장의 50% 전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SG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산업 ‘직접 규제’에서 금융자본을 통한 ‘우회 규제’로 진화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및 연기금의 투자와 금융기관의 대출 대상에 대한 제한 등을 통한 간접적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이어 “소위 “자금줄을 조이는 전략”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라며 “ESG 관련 정책이 보편화되면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 ESG 규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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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요구 본격화로 한국 기업들 초긴장

유럽연합(EU)은 3월부터 역내 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공시제도(SFDR)’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연히 한국 기업에 투자한 유럽 자본의 ESG 관련 정보공개 요구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탓에 글로벌 머니의 움직임에 민감한 우리 기업으로서는 발등의 불이다.

예컨대 우리 기업에 투자한 유럽의 펀드운용사는 자신이 투자한 한국 기업이 생물다양성 규약을 준수하는지, 탄소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행 중인지,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지, 아동 노동을 금지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50%에 이르는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강화되는 ESG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ESG 경영 강화 바람이 거세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돈 약 500조원 규모다. 한국투자공사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글로벌 ESG 전략 펀드’ 규모를 현재(4억달러)의 두 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금융당국은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반드시 공시하도록 했다.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야 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SG가 기업에 직접적이고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자금 조달”이라며 “자본 증액과 부채 발행 모두 자금 모집의 수월성과 조달 비용에서 ESG 여부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고, 앞으로도 그 차이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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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들 ‘이미지 쇄신’ 몸부림

삼성물산이 지난해 10월 석탄 관련 투자, 시공 및 트레이딩 사업 등의 신규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삼성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들은 석탄 발전과 관련한 추가 투자를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LG전자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탄소중립 2030’을 선언한 바 있고, 지난해 SK㈜와 SK텔레콤 등 SK그룹 주력계열사들은 RE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를 선언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를 의미하며, 가입 기업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해야 한다.

휘발유, 경유차를 만들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전기차 공급과 이에 필요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수소충전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제로’와 각종 장학사업으로 ‘갓뚜기’란 별명을 얻은 오뚜기가 사회공헌으로 수혜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제는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을 분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단순 ‘봉사 활동’으로 치부하기 힘들어졌다. 기업들도 매출부서 수준의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전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 중심으로는 ESG 경영에 만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산업재해, 비정규직 차별, 일자리 등 민감한 문제는 외면한 채 사회공헌 활동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슈가 된 택배 근로자들의 연이은 사망사고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기업들의 대응 모습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모습과 다소 거리가 멀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김진성 팀장은 “미국과 유럽의 ESG 경영 기준에 비춰볼 때 우리 기업들의 평균적인 ESG 준비 상황은 초보적인 수준”이라며 “기업들은 관련 산업에서 지금과 향후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자가진단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이어 “이러한 내부 검토와 진단이 끝나면, 해당 정보를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고 해당 업체의 ESG 경영 전략 및 계획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피드백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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