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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뚫고 문 여는 글로벌 뉴 뮤지엄

2021년 03월호

코로나19 뚫고 문 여는 글로벌 뉴 뮤지엄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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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징더전, LA...어디로 떠나볼까?
해외여행 재개되면 가볼 만한 새 예술스팟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 미술 이벤트들이 일제히 취소 또는 연기됐다. 신축 뮤지엄의 개관도 마찬가지다. 완공은 진작에 마쳤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오픈이 연거푸 미뤄진 곳이 여럿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뭉크미술관이 대표적인 예다. 카이로의 그랜드이집트박물관 개관도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명품왕국의 제왕 프랑수아 피노 명예회장의 ‘마지막 예술사업’인 파리 도심의 ‘부르스 드 커머스-피노컬렉션(뮤지엄)’도 오픈이 수차례 미뤄졌다.

전 지구인들이 역병의 시간을 힘들게 인내하는 사이, 세계 각국에서는 특화된 콘텐츠와 멋진 디자인으로 무장한 신축 뮤지엄들이 개관을 조심스레 타진 중이다. 올해 또는 향후 1~2년 내에 문을 여는 미술관, 박물관은 어디일까?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아트 데스티네이션을 점검해 봤다.

포르투갈의 보석, 칼루스테 굴벤키안 뮤지엄

이름부터 어려운 이 미술관은 건립한 지 꽤 오래됐으나 한국인에겐 생소한 곳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소장품의 수준과 규모가 압도적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칼루스테 굴벤키안(Calouste Gulbenkian) 뮤지엄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포르투갈의 보석’으로 불리는 곳이다. “스페인에 프라도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굴벤키안이 있다”는 말도 정설이 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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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의 칼루스테 굴벤키안 뮤지엄. 내년 개관한다. [사진=Kengo Kuma 건축]


설립자인 칼루스테 사키스 굴벤키안(1869~1955)은 아르메니아 출신의 석유재벌이자 아트컬렉터다. 굴벤키안은 20세기 초 국제협상을 중재하며 이라크 지역의 초대형 유전을 확보했고, 뛰어난 사업수완을 바탕으로 거대기업을 일궜다. 평생 동안 세계 각국을 누비며 여행을 즐긴 그는 동서양을 하나로 묶는 독특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즉 그리스·로마 문화재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유럽, 메소포타미아, 이슬람 예술을 폭넓게 수집한 것이다. 따라서 굴벤키안 뮤지엄은 전 지구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해볼 수 있는 훌륭한 교육현장이다.

1902년 영국 시민권을 취득한 굴벤키안은 1955년 리스본에서 타계했는데, 인류 전체에 유익을 줄 수 있는 국제재단을 설립하길 원했다. 석유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움켜쥐지 않고, 남다른 비전 아래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6000점에 달하는 아트컬렉션을 완성했다. 그가 수집한 작품 중에는 명작이 즐비하다. 네덜란드 거장 렘브란트의 ‘노인의 초상’(1645), 르네상스 화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의 ‘젊은 여성의 초상’(1490)은 걸작 중의 걸작이다. 특히 기를란다요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초상화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수많은 미술팬을 리스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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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루스테 굴벤키안이 생전에 수집한 르네상스 화가 기를란다요의 ‘젊은 여인의 초상’. 화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이 미술관은 최근 새로운 뮤지엄을 완공하고 내년 초 문을 연다. 건축은 도쿄올림픽 주경기장과 스코틀랜드 던디의 V&A뮤지엄 등을 설계한 일본 출신의 실력파 건축가 쿠마 켄고가 맡았다.

건축가는 직사각형의 반듯한 건물 앞에, 엄청난 크기의 차양막형 캐노피를 곁들여 장관을 연출했다. 이 캐노피를 통해 기존 전시관 및 정원과의 통합을 꾀하려 했다는 게 건축가의 의도다. 거대한 새 뮤지엄이 추가되면 리스본의 칼루스테 굴벤키안은 스페인의 프라도 못지않게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 9월 개관

로스앤젤레스의 아카데미영화박물관(The Academy Museum)이 수차례 개관을 연기한 끝에 9월 관람객을 맞는다. 미국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10년 전 박물관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전 세계 기업과 할리우드 셀럽을 대상으로 기금을 모금해 최근까지 3억80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중간에 실적이 부진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드림웍스 출신의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게펜이 거액을 쾌척했고, 톰 행크스 등의 배우가 동참하며 목표액을 달성해 건립이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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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의 핫스팟으로 떠오를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전경.


로스앤젤레스 중심부 윌셔대로에 위치한 아카데미뮤지엄은 2만8000㎡의 너른 부지에 4600㎡의 전시공간을 갖추고 있다. 건축은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맡았고, 극장과 전시홀 등 2개 동으로 나눠졌다. 2개의 극장 중 대극장의 이름은 ‘데이비드 게펜 극장’이다. 게펜이 거금을 출연한 데다 할리우드의 명프로듀서이니 이름을 붙여줄 만도 하다. 이 극장에서는 아카데미 후보작이나 수상작 등이 상영된다.

극장동 5층에는 ‘돌비 패밀리 테라스’가 있다. 1500개의 유리판을 붙여 만든 대형 돔과 테라스는 돌비사가 후원해 만들어졌다. 이 테라스에서는 ‘할리우드 사인’이 자리 잡은 할리우드마운틴뿐 아니라 서쪽으로 베벌리힐스, 동쪽으로 다운타운까지 조망할 수 있다. 많은 여행객이 LA에 ‘할리우드 사인’을 보러 오는데, 앞으로는 거대한 유리돔이 또 다른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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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일리언에 나왔던 오브제. 아카데미 뮤지엄이 전시할 아이템 중 하나다.


전시동은 1990년대까지 백화점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재활용했다. 건물 중앙에는 24K의 타일 3만5000개를 조밀하게 붙여 사시사철 도도한 황금빛을 뿜어낸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확 트인 공간이 마치 영화 스튜디오를 연상시킨다. 어디선가 감독의 ‘액션!’ 구호가 들려올 듯하다. 로비 한쪽에는 ‘스필버그 패밀리 갤러리’와 기념품샵, 카페가 조성됐다.

2, 3층은 아카데미 측이 오랫동안 수집해온 영화 관련 소장품을 전시하는 상설전시관으로 꾸며진다. “와, 이런 것도 모았네”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될 각양각색의 영화 오브제와 촬영 아이템이 입체적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이로써 영화의 과거·현재·미래뿐 아니라 90여 년 아카데미사를 되돌아볼 수 있다.

4층은 기획전시실인데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회고전이 첫 전시로 잡혀 있다. 컨셉 스케치와 캐릭터 디자인 등 영화 제작 전반이 공개된다. 전시동 지하에는 세미나실과 288석 규모의 소극장이 조성됐다. 이곳에서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등 대표작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회 부의장에 선출돼 의장인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와 함께 뮤지엄 운영을 감독하게 된다.

최고의 도요지 징더전의 황실가마박물관

흔히들 ‘경덕진’이라 부르는 중국 남부 장시성의 징더전(景德鎭)은 무려 1700여 년간 중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도시로 명성을 구가했다. 징더전에는 오래된 도요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물론 최신 설비를 갖춘 현대적 도자기 공장도 여러 곳이다. 고대 가마터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징더전에 ‘임페리얼 킬른 뮤지엄’(황실가마박물관)이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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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징더전의 옛 가마터 위에 세워진 황실가마박물관.


박물관은 중국황실용 도자기를 굽던 옛 가마터에 세워졌다. 건축가 주페이(Zhu Pei)는 발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지에 가마 형상의 대형 구조물 8개가 서로 어깨를 맞대도록 뮤지엄을 설계했다. 건물은 높이 9m로 꽤 장엄한 규모이지만 징더전의 재활용 벽돌로 내외부를 아치형으로 부드럽게 마감해 친화감을 살렸다. 내부도 실제 가마의 연기구멍에서 영감을 받아 채광창을 포함해 구멍이 뚫린 듯 디자인됐다. 주페이는 “도자기를 운반하던 도시의 좁은 통로, 추운 날과 더운 날을 견뎠던 가마터 주민들의 지혜를 반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황실가마박물관은 각종 명품 도자와 도자기산업 관련 유물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개관은 2022년 초로 잡혀 있다.

진공청소기의 강자 다이슨의 정원 뮤지엄

흡입력 좋은 진공청소기로 전 세계를 강타한 영국의 억만장자 제임스 다이슨은 저택 정원에 아트갤러리를 만든다. 자산 58억달러의 다이슨은 영국 사우스글로스터셔에 있는 자신의 집에 그동안 수집한 데이비드 호크니, 피터 블레이크 같은 유명작가의 대형 작품을 전시하는 뮤지엄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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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슈퍼리치 다이슨이 만들 도딩턴 아트갤러리 조감도.


다이슨 부부가 소유한 18세기 건축인 도딩턴 파크에 들어설 뮤지엄의 명칭은 ‘도딩턴(Dodington) 아트갤러리’다. 영국에서는 국립미술관도 뮤지엄이라 하지 않고 갤러리로 부르고 있어 다이슨 부부의 갤러리 또한 비영리 뮤지엄에 해당된다. 단 이 공간은 정해진 요일에, 사전예약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 만큼 예약은 필수다.

다이슨 컬렉션의 핵심은 팝아트로, 초기 팝아트 운동의 선구자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소녀’(1963)를 필두로 앤디 워홀의 토이시리즈(프린트) 등이 눈길을 끈다. 또 이브 클라인, 빅토르 바사렐리, 린 체드윅 등의 작품도 전시하는데 역시 영국이 자랑하는 스타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회화가 가장 화제작이다. 다이슨의 부인 디어드레는 카펫을 디자인하며 런던 킹스로드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인데 뮤지엄 건립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다이슨의 정원 미술관은 내년 오픈한다.

톈진 개발지구 새 아이콘 ‘더 웨이브’

중국 베이징 남쪽 화베이지구의 톈진에 조성된 ‘더 웨이브(The Wave)’는 뮤지엄이라기보다 하나의 예술조형물 같다. 톈진시 빈하이개발지구의 아이콘을 표방하는 더 웨이브는 1만3000개의 반짝이는 알루미늄 타일로 외관을 장식해 물 위에 건물이 고스란히 투영되도록 했다. 그 결과 외계생명체 또는 한 송이 거대한 꽃을 연상케 하는데 공중에 붕 떠 있는 Y자 형태가 특징이다. 시원하게 뚫린 전시실 내부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는 대신, 건물 중심에 강철 트러스와 콘크리트 코어로 힘을 받도록 했다. 건축은 상하이에 본사를 둔 라시메(Lacime) 스튜디오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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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텐진의 더 웨이브 뮤지엄. [사진=Lacime Architects, CAAI.]

연면적 3563㎡에 전시실, 야외테라스, 라이브러리, 카페로 이뤄진 더 웨이브는 바다, 빛, 공기,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는 곳을 표방한다. 관람객들은 1층의 어두운 콘크리트 코어로 진입해 조용히 시각 및 촉각 체험을 한 뒤, 높이 8m에 이르는 시원한 2층으로 이동해 작품과 자연을 음미하게 된다. 개관은 올 상반기로 잡혀 있다.

암스테르담, 선전에도 특화된 뮤지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도킹(Docking) 더 암스테르담’이라는 뮤지엄이 건립되고 있다. ZJA건축그룹이 설계한 이 뮤지엄은 영국 해협에서 발굴돼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갈 271년 된 난파선을 전시하게 된다. 수백년 만에 건져진 난파선을 위해 뮤지엄이 만들어진다는 스토리가 화제를 끈다. 건축가들은 강철 구조에 외벽 전체를 유리로 마감해 모든 각도에서 거대한 난파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개관은 아직 미정이다.

한편 중국의 선전 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선전과학기술박물관’을 오는 2023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아랍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이 박물관은 엄청난 규모도 규모이지만, 친환경 소재만 사용한 데다 U자형 평면으로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공간을 오가며 전시물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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