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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용 엘베만 타라니” vs “보안 정책일 뿐”

2021년 03월호

“화물용 엘베만 타라니” vs “보안 정책일 뿐”

2021년 03월호

헬멧 벗게 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 타게 해
배달기사들, 갑질 명단 공개...“수치심 느낀다”
전문가 “관리업체와 입주민 인식 바뀌어야”


| 김경민 기자 km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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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아파트에선 음식 배달기사가 헬멧을 벗도록 하고 있다. 보안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배달기사 A씨는 “헬멧을 벗지 않으면 경비원이 진입을 막아 올라갈 수도 없다”며 “한여름에 헬멧을 벗고 엉망이 된 머리로 엘리베이터에 많은 사람과 함께 타고 올라가며 수치심을 느꼈다. 특히 나를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 같아 황당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아파트에선 냄새가 난다며 음식 배달기사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배달기사 B씨는 “음식 냄새도 냄새지만, 입주자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싫은 것 같다”며 “우리도 일을 하는 입장인데, 화물칸을 타라고 하는 곳이 간혹 있어 기분이 좋지 않다. 이는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음식 배달기사들이 인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아파트와 빌딩에서 헬멧을 벗게 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게 하고, 신분증 보관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이른바 ‘갑질’을 한다고 지목된 아파트와 빌딩에선 보안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달기사들 “인권침해 중단해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지난 1월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라이더에 대한 반인권적인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갑질 아파트·빌딩 70여 곳의 명단을 공개하고 인권위에 관리 규정과 인권침해 실태, 개선안 등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비스연맹은 “음식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배달라이더가 13만명을 넘어섰고 쿠팡이츠, 배민커넥터 등의 노동 형태에 등록된 인원은 25만명에 달한다”며 “배달 노동은 코로나 시기 사람들의 언택트 생활을 보장하고 바쁜 일상을 메우고 있지만 배달라이더들은 노동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합원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한 바에 따르면 일부 아파트와 빌딩에서는 배달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출입 시 헬멧을 벗을 것을 강요하거나 심지어 패딩을 벗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왜 그래야 하냐’는 배달라이더의 질문에 ‘패딩 안에 흉기를 숨길 수도 있다’는 등의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이런 노동권, 인권의 침해가 고급아파트, 고급빌딩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배달라이더를 잠재적 범죄자로, 하찮은 노동으로 취급하는 이런 사회적 편견은 높이 솟은 아파트와 빌딩이 만들어낸 현대판 신분제도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비스연맹은 향후 배달기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아파트·빌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제보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또 직접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배달 플랫폼 회사에 대화를 제안하고 해당 아파트·빌딩에 해결 촉구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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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회원들이 지난 2월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 아파트·빌딩 문제 해결 요구 및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파트·빌딩 측 “보안 정책일 뿐”

배달기사들의 인권 보장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아파트와 빌딩 관리자들은 보안 정책임을 강조하면서 인권침해 의도는 없다고 반박한다.

서비스연맹의 갑질 아파트·빌딩 명단에 오른 서울 양천구 소재 아파트 관계자는 “헬멧을 쓰면 얼굴이 안 보이는 상태이고, 헬멧이 흉기가 될 수도 있다”며 “아파트 규정은 입주민을 보호해야 되는 것이다. 보안 차원에서 로비에 헬멧을 두고 올라가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아파트 관계자는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며 “아파트 지침이라 헬멧을 벗으라고 안내하는데, 간혹 헬멧을 던지는 배달기사들도 있다. 솔직히 우리도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노동포럼 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파트·빌딩 출입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업무 특성상 자신의 업무 수행 편의에 따라 규정이 생긴 것 같다”며 “아파트·빌딩 관리자가 자신보다 약자 위치에 있는 배달기사들에게 또 다른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춰진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라이더는 입주민의 배달서비스 요구로 아파트·빌딩에 찾아가는 것”이라며 “아파트·빌딩 보안업체의 인식 변화나 입주민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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