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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동맹...SK텔레콤·삼성전자·카카오 vs KT·LG전자·LG유플러스

2020년 07월호

AI 동맹...SK텔레콤·삼성전자·카카오 vs KT·LG전자·LG유플러스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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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패권 유지 못하면 국내 시장 송두리째 내줄 판
AI 동맹 핵심은 데이터 + 인재 확보
합종연횡 ‘필수’지만...협력 잘될지 ‘미지수’


|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
| 정윤영 기자 yoonge93@newspim.com


“사실 연합을 해도 미국 구글 하나 당해 내기 힘들다.”

최준균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IT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동맹이 이뤄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얘기다.

LG전자, KT,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3일 ‘AI 원팀(One Team)’을 구성해 AI 관련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AI 원팀엔 이들 외에도 현대중공업지주, 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 중이다.

앞서 올 1월엔 삼성전자, SK텔레콤, 카카오가 AI 연합체를 결성했다. 당초 카카오와 SK텔레콤이 3000억원대 지분 교환으로 시작한 AI 연합체에 삼성전자가 가세한 것.

네이버도 글로벌 전역에 AI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석상욱 네이버랩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데뷰(DEVIEW) 2019’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에 맞설 수 있도록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력 사업국가인 한국·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을 거쳐 ‘네이버랩스 유럽’이 있는 프랑스까지 하나의 AI 연구 벨트로 묶는다는 청사진이다. 네이버는 선제적으로 국내외 인공지능 연구소 및 AI 관련 법인을 설립했으며 자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검색, 광고, 라인(LINE) 등에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인공지능 분야에 20년 이상 연구를 진행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했다. 2018년에는 홍콩과학기술대와 손잡고 ‘네이버-라인-홍콩 과기대’와 AI 연구소를 개소했다. 라인은 2016년 라인데이터랩스를 설립한 데 이어, 내년까지 AI 인재를 2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네이버 글로벌 AI 연구소인 네이버랩스유럽 주최로 지난해 11월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로봇인공지능(AI for Robotics)’ 타이틀을 걸고 글로벌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에는 전 세계 인공지능 및 로봇 분야 석학 11명이 참여해 AI 활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AI 기술패권 없인 국내 시장 송두리째 빼앗겨

국내 기업들이 AI 동맹 구축에 필사적인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 앞다퉈 들어오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 맞서 인공지능 기술 패권을 유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특히 중국이 빠르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버금가는 연구 성과를 내놓자 국내 기업 간 AI 동맹 결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인공지능 자연어 이해 평가(GLUE, General Language Understanding Evaluation) 대회에서 중국 바이두의 AI ‘에르니(ERNIE)’는 90.1점을 받아 1등을 차지했다. MS와 구글은 각각 89.9점, 89.7점을 얻는 데 그쳤다. 자연어는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이라 GLUE는 AI 분야 언어 이해 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성과 평가기준)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중국이 AI 분야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낸 데는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막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결제는 중국 전체 인구의 45%인 5억2500만명(2018년 기준)이 이용 중이다. 전체 인구의 20% 수준인 5500만명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미국과 비교된다.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생산량에서도 중국이 1억5200만 테라바이트(TB)로 미국의 6900만 TB를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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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AI 원팀(One Team)’ 결성 협약식을 마치고 왼쪽부터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신성철 KAIST 총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내정자,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장석영 과기정통부 차관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I 동맹 핵심은 데이터 확보

최근 국내 기업 간 AI 연합체 구성이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위한 데이터 공유 동맹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빅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 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훈련시킨다. 데이터로부터 배우는데, 빅데이터가 없으면 AI 연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실용적인 인공지능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서 알고리즘을 개발해 통신사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면 인공지능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균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은 소용이 없다”면서 “데이터가 있어야 인공지능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AI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데이터 수집”이라며 “인공지능 연구개발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변환하는 데 전체 비용의 80%가 든다. 데이터가 정리되면 AI 돌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부연했다.

KT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전자 디바이스가 하나의 플랫폼처럼 연동되면 사용자 경험 데이터를 많이 모을 수 있다”면서 “어쨌든 인공지능은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한다. AI 원팀으로 당장 돈을 벌겠다기보다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나가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AI 인재 태부족...연합군 결성이 살길이라 판단

국내 기업 간 AI 동맹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국내 AI 인재 부족이다. 이병태 교수는 “인공지능 개발에 가장 중요한 건 맨파워”라면서 “중국, 미국에서 높은 임금으로 우리나라 AI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 인재 영입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 AI 경험이 많은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라며 “삼성전자도 AI 인재를 뽑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곳곳에 AI 랩을 만들고 있다. 이번 AI 동맹의 핵심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인재가 희소자원이 됐고 모두들 AI 인재 부족을 겪고 있으니 연합전선으로 힘을 합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KT의 AI 관계자도 “합종연횡으로 AI 공동연구를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인재 영입이 합종연횡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AI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주도로 지난해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광주과기원, 포항공대 등 5곳에 AI대학원을 개설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연세대, 울산과기원, 한양대 등 3곳을 추가 선정했다.

네이버가 지난 2017년 유럽 주요 인공지능 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인수에 나선 것도 80여 명의 AI 핵심 연구인력 확보가 주된 목적이었다.

기업 간 기술역량 달라 합종연횡은 필수

AI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고 기업 간 기술 역량이 달라 공동연구를 위한 연합체 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병태 교수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소프트웨어 형태가 아닌 하드웨어의 펌웨어(firmware)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며 ”인공지능은 여러 기술이 결합돼 있기 때문에 한 기관이나 회사 또는 혼자서 다 하기가 어렵다. 연합체 구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펌웨어는 하드웨어 장치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로, 소프트웨어를 읽어 실행하거나 수정하는 것도 가능한 장치를 말한다.

KT 관계자 역시 “AI는 한 회사의 역량만으론 되지 않는다”며 “연합을 통해 힘을 모아서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솔루션 개발법이 유사하다는 점도 연합체 결성을 부추기는 요소다. 최준균 교수는 “AI 솔루션 개발법은 비슷하지만, 영역에 따라 조금씩 적용되는 것만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는 AI 솔루션 개발 역량이 미국, 중국에 비해 너무 밀리기 때문에 연합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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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AI 초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I동맹은 승자없는 게임...협력 잘될지는 미지수

기업 간 AI 동맹 결성으로 연합체 간 경쟁 구도를 형성했지만, 학계에선 ‘승자 없는 게임’으로 봤다. 이병태 교수는 “원천기술은 구글, IBM, MS 등 다국적 초대형 IT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주로 앱(APP)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각자 경쟁하면서 제품화가 이뤄지겠지만, 어느 한쪽에 승자가 있는 게임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AI 동맹은 MOU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AI의 새로운 표준을 만든다면 승자가 있는 게임이 될 텐데 이번 경우는 기술표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기대만큼 협력이 잘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준균 교수는 “제일 큰 문제는 데이터”라면서 “데이터를 모아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학교랑 같이 연구하려면 데이터를 다 내놔야 한다. 그래야 알고리즘을 돌릴 수 있다. 그런데 서로 좋은 데이터는 내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립적인 기구나 정부 기관의 조정력이 필요하다”며 “업체만 모여서는 잘 안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런 우려 속에 KT AI 관계자는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지만, 무작정 모든 데이터를 개방하긴 힘들다”며 “고객 정보와 데이터가 KT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 자산이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선에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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