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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동맹 시대]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살기 위해 손잡는다

2020년 07월호

[新동맹 시대]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살기 위해 손잡는다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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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 맞손, 미래협력 약속
인공지능 자율주행 테크핀 등 4차산업혁명 공동대응
포스트 코로나19...든든한 우군 필요성 커져


| 이강혁 기자 ikh6658@newspim.com
|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13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 사업장에서 만나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사업상 목적에서 따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두 사람의 이른바 ‘전기차 배터리 회동’은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비즈니스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그룹의 현재 주력업(業)은 많이 다르지만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미래의 그림은 여러 가지로 맞닿아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 창업주 시절부터 이어져 온 껄끄러운 경쟁관계를 미래의 협력자 관계로 돌려놓아야 할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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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현대차, 위기감 최고조...미래 협력에 ‘명운’

“타이밍 업이다. 최적의 투자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피를 말리는 고통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의 반도체를 일으켜 세우면서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이런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겪으며 지금의 삼성 반도체는 만들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은 현재도 매 순간이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다. 제2, 제3의 반도체 신화를 써가야 하는 삼성엔 하루하루가 놓쳐선 안 될 타이밍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단적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3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경영환경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일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그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마저 고조되며 반도체 등 주력업에서 삼성은 샌드위치 신세의 위기다.

삼성의 해법찾기는 초격차 전략에 맞춰져 있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초격차 전략은 반도체 부품을 중심으로 삼성의 IT기술 전반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과감한 신사업 추진도 난국 돌파의 열쇠다. 전기차 배터리, 전장부품 등은 신성장원으로 손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이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전격적으로 만난 것은 반도체를 잇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 측은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화된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 하나”라며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해 삼성과 현대차 간 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삼성은 최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는 전고체전지 혁신기술을 발표했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용량을 키우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선대의 껄끄러운 관계를 뒤로하고 협업을 논의하기까지 이른 것은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절박함의 표현일 수 있다. 세계 4위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기아차의 상황도 삼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쟁구도는 더 치열해지고 내연기관 완성차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직격탄과 더불어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느끼는 위기감 역시 최고조에 달해 있다.

사실상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미래를 준비하는 현대·기아차의 전략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완성차를 만들어 파는 시대는 곧 종식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이른바 ‘2025 전략’의 추진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의 두 방향성으로 이뤄져 있다. 기존 사업구조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할 문제다. 때문에 당장은 기존 내연기관의 완성차를 바탕으로 유지하면서 전기차, 수소전기차, 플랫폼 기반 서비스 신사업 본격화 등 차세대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런 미래 사업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기에는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 기존 기술·부품사와의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핵심 부품의 IT화, 신기술이 접목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의 등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어서다. 부품 영역의 새롭고 탄탄한 파트너십 확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한 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만남을 그 대표 사례로 들면서 “이제까지 중후장대한 설비를 운영해 왔다면 이를 파트너와 나누거나 다른 기업들이 가진 연구개발(R&D) 자원을 결합해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이로써 가격을 높이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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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현대차, 미래 협력자로 손색없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만남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삼성과 현대차의 실질적인 총수 간 이례적 만남이 미래의 협력 동맹전선을 이룰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손을 잡을 경우 만들어질 파괴력에 경쟁 업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IT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강자이자 세상을 바꿀 배터리 혁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과 미래 모빌리티 라이프를 주도하겠다는 현대차의 이해관계는 일단 맞아떨어진다. 한국 최고의 기업들이 만나 세계인의 삶을 바꿀 엄청난 시너지를 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두 총수의 만남은 삼성이 공을 들이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삼성이 주도한다고는 볼 수 없으나 기술발전 속도는 일본 업체를 뛰어넘고 중국 업체의 질주에 한발 앞선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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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번 만남에서 두 총수는 IT기술 기반의 전장부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입장에서 세계의 어느 부품사와도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삼성은 하만을 인수한 이후 전장부품 분야에서 제품 경쟁력과 기술력을 크게 높여가고 있다. 자율주행기술 등 IT부품 톱플레이어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두 그룹 모두 코로나19에 따른 세계화 단절장벽을 경험하면서 빠른 의사소통과 대처가 가능한 우군의 필요성을 절감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지디넷 등 일부 외신은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이 이뤄지면 양사가 엄청난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고 다양한 사업의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외 불문 합종연횡...산업 간 경계도 무의미

삼성전자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가 기업 경영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생존을 놓고 벌이는 전장에 다시 한 번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업종은 물론 적과 아군의 구분 없이 합종연횡하며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영에 있어서도 기존의 틀에 갇혀 있으면 안 될 것”이라며 “국내외 기업들 너나 할 것 없이 각자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 합종연횡 중으로 업종 간 경계도 무의미해진 지 오래”라고 언급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을 위한 협력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른바 4차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신기술 분야에서의 동맹 맺기가 치열하다.

최근 LG전자와 KT 그리고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AI)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 3사는 지난 6월 3일 AI 사업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LG전자는 ‘AI 원팀(AI One Team)’에 참여해 인공지능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AI 원팀’은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학연 협의체다. 이들 외에도 현대중공업지주, 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에 앞서 올 1월엔 삼성전자, SK텔레콤, 카카오가 AI 연합체를 결성했다. 당초 카카오와 SK텔레콤이 지난해 3000억원대 지분 교환으로 AI 연합체를 시작했고, 삼성전자가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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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기업 간 협력 사례.


AI는 세계적으로 미국, 중국 등이 앞서 나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등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국내 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선 셈이다.

동맹을 통해 보유 기술 및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고 제품, 서비스, 솔루션 분야의 사업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산·학·연을 연결하는 인재양성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공지능 역량 기반의 사회적 이슈 해결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전홍범 KT AI·DX사업부문장(부사장)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남다른 역량을 갖춘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하면서 AI 원팀의 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일평 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 대학, 연구소들과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해 인공지능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실질적인 사업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긴 했지만, 그런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미래 사업 전략을 찾고자 애쓰는 기업들의 절실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외에도 현대중공업그룹과 KT, 에쓰오일과 카카오, LG전자와 GS칼텍스가 만나 서로 상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KB국민은행과 LG유플러스, KEB하나은행과 SK텔레콤·SK텔링크도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한화솔루션(한화큐셀)도 최근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기차에서 회수한 재사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ESS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업 간,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진 지 이미 오래다. 밖으로 나가면 삼성전자와 현대차처럼 일본 토요타와 파나소닉도 손을 잡았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합작사를 설립,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또한 중국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BYD)는 미국 포드모터스에 전기차용 연료전지를 공급키로 했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기가팩토리 합작사를 만들었고, 폭스바겐과 스웨덴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가 합작공장을 추진하는 것 역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동맹의 좋은 예다.

배터리뿐만 아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기업 간 합종연횡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KT, 카카오 등과 협업에 나섰고, LG전자는 네이버·마이크로소프트와 연합했다. 현대차는 구글, 아마존과도 사업적 교감을 나누고 있으며, SK텔레콤은 전장업체 하만과 협력하고 있다. 아울러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2025년 이후에 선보일 차세대 콤팩트카 공용 플랫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뭐는 되고, 뭐는 안 되고’라는 게 없다. 필요하면 손을 잡는 것”이라며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많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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