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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가져올 나비효과

2020년 07월호

‘전월세 신고제’ 도입이 가져올 나비효과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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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허위신고 시 ‘세금폭탄’ 위험...과태료·가산세 ‘이중고’
증여 사실 감춘 ‘탈세’ 위험부담 커...“지금 미리 증여할 수도”
집주인, 임차인에 세금 전가 ‘부작용’...확정일자 부여 ‘긍정적’


|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내년 말 국내 전·월세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전·월세 계약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주택 매매처럼 신고하도록 하는 ‘임대차신고제’가 내년 말쯤 시행되기 때문. 부동산업계는 이 정책으로 바뀔 상황에 대한 손익 계산으로 분주하다.

‘전·월세’ 위장증여 어려워질 듯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0일 임대차계약 신고를 의무화하는 ‘2020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대차신고제 도입 법안을 연내 처리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6월 중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임대차계약 시 30일 이내 임대차계약 내용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할 내용은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및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일 등이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서를 작성하면 중개사가,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거래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보증금, 월세와 같은 임대차 조건이 바뀌면 중개인 또는 임대인이 변경 내용을 신고할 의무가 있다.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했을 때는 각각 100만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 대상 보증금 수준이나 지역에 대해선 시행령에서 따로 규정하도록 단서를 두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구체적 범위를 정하기 위한 하위 법령 마련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지난해 8월 발의된 후 상임위에 계류하다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미 사장된 법안을 정부가 재발의하는 것은 그만큼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월세신고제가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전·월세가 매매 계약과 달리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토부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은 전체의 25%(4분의 1) 정도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미신고된 전·월세 거래 중 각종 이상거래 형태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녀가 고액의 전세 계약을 체결했을 때 부모가 암암리에 전세보증금을 지원해 주는 경우, 또는 전·월세 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계약자의 월세, 보증금을 대주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국세청이 이러한 이상거래를 발견하고 세입자에게 전·월세 자금출처를 소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부모에게 전세금을 지원받은 사실을 국세청이 확인하면 이를 ‘증여’라고 판단해 고액의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만 20세 이상의 성인 자녀는 10년 이내 물려받은 돈이 5000만원보다 많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미성년 자녀는 기준 금액이 2000만원으로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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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율은 최저 10%에서 최고 50%에 이른다. 증여받은 재산에서 공제금액을 뺀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면 증여세율이 10%다. 금액이 더 크면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의 세율을 적용한다.

예컨대 22세 대학생 딸이 부모에게 1억원을 받으면 증여세로 485만원을 내야 한다. 증여재산 1억원에서 자녀공제 5000만원을 뺀 과세표준에 10% 세율을 곱하면 산출세액은 500만원이다. 만약 증여세 신고기한 내 자진신고하면 3%의 세액공제를 받아 세금을 485만원으로 15만원 줄일 수 있다. 똑같은 1억원을 18세 고등학생 아들이 물려받으면 증여세는 776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증여받은 액수에 비해 증여세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증여재산 액수가 커질수록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성인 자녀 기준 증여재산이 2억원이면 증여세는 1940만원으로 오른다. 4억원이면 5820만원, 6억원이면 1억185만원을 내야 한다. 증여재산이 10억원이면 증여세는 2억1825만원이 된다. 물려줄 재산이 20억원으로 2배 증가하면 증여세는 6억14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커진다. 20억원을 물려받아도 30% 세금을 떼고 받게 되는 것.

이에 따라 전·월세 계약에서 부모의 지원을 받을 경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각종 탈세행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부모가 아닌 친구에게 증여받았다고 위장하거나, 부모가 자녀에게 빌려준 것처럼 차용증을 작성하고 자녀가 지급한 이자를 부모가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증여 사실을 감추기 위해 차용증을 쓴다면 정부가 원칙적으로 인정하겠지만 부채 사후관리 대장으로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자녀가 적정 이자를 지급했는지, 원금을 상환하는지를 정부가 검토할 것이기 때문에 차용증만으로는 안 되고 자녀가 실질적으로 갚는 행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국세청이 통장거래, 자금이체 내역을 조사한 결과 납세자의 허위신고 사실이 드러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한 납세자가 과태료를 체납하면 국세청은 납세자의 차량, 부동산, 급여와 같은 재산을 파악해서 압류 조치 후 공매로 넘길 수 있다.

만약 납세자가 증여세를 적게 냈다는 사실을 국세청이 2~3년 후 발견하면 내야 할 금액은 더 커진다. 납세자가 원래 내야 할 세금보다 적게 낸 금액(과소납부세액)에 대해 늦게 낸 기간만큼 이자를 부과하는 납부불성실가산세(납부지연가산세)가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연체이자인 셈이다. 납부불성실가산세 이자율은 금융회사 등이 연체대출금에 적용하는 이자율을 고려해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다. 즉 시중금리 영향을 받는다. 현재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은 1일(하루) 0.025%다. 이를 연 이자율로 계산하면 9.125%. 웬만한 은행 예금이자율보다 몇 배는 높다. 만약 납세자의 증여세 연체기간이 2~3년이면 가산세율은 18.25~27.375%로 훌쩍 뛴다.

일각에서는 내년 말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일찌감치 자녀에게 증여하는 부모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10년간 증여금액이 5000만원 이하면 증여세가 없기 때문. 예컨대 부모가 자녀에게 총 1억4000만원을 증여할 경우 출생신고 당시 2000만원, 10살 때 2000만원, 20살 때 5000만원, 30살 때 5000만원씩 쪼개서 주면 증여세는 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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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부담 전가 시 임차인들 ‘역풍’

전·월세신고제로 임차인들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리면 임차인들의 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 그간 임대인은 전·월세 보증금, 임대료 소득을 신고할 필요가 없어 세금을 회피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전·월세신고제로 임대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면 꼼짝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임차인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는 집주인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전·월세신고제가 무조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순기능’도 있다. 임대인이 주택임대차계약을 신고하면 자동으로 임차인의 확정일자가 부여된다. 이 경우 임차인에게는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한 짐을 하나 더는 효과가 있다.

‘확정일자’란 해당 문서가 해당 일자에 존재함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날짜를 말한다. 전·월세 세입자들이 이사한 다음 주택임대차계약서를 들고 공증사무소, 법원, 등기소, 읍·면·동사무소에 가면 해당 기관은 계약 날짜를 확인해 준다는 의미로 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준다. 이때 도장이 찍힌 날짜가 확정일자다.

세입자들 중에는 간혹 확정일자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확정일자를 받는 것은 세입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세입자가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월세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가 ‘확정일자’이기 때문.

우선 세입자들이 손해를 안 보려면 ‘우선변제권’이 있어야 한다. 우선변제권이란 경·공매로 팔린 주택의 매각대금에서 세입자가 후순위권리자 또는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돈(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우선변제권이 성립되려면 4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대항요건(전입신고를 하고 해당 주택을 점유)을 갖출 것 △확정일자를 받을 것 △배당요구종기일(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까지 배당 요구를 할 것 △배당요구종기일까지 대항요건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에는 세입자가 이사 당일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놓쳐 경매에서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향후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인이 주택임대차계약 신고 시 자동으로 임차인의 확정일자가 부여되기 때문에 임차인의 수고를 하나 덜게 된다.

우 팀장은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제도”라며 “특히 전세 시장은 월세 시장보다 금액도 크고 증여성 거래가 많다는 점에서 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신고제로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순기능도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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