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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블랙스완 아니다 국제공조 대상

2020년 04월호

코로나19, 블랙스완 아니다 국제공조 대상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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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된 세계화에 따른 위험, 국제공조로 막아야
석유전쟁 새로운 위험 급부상, 채권시장 위험해


| 이영기 기자·경제학 박사 007@newspim.com


“중국 정부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봉쇄 조치를 닷새만 앞당겼어도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수가 지금의 1/3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중국의 한 연구팀이 의학 잡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나라 기준 지난 3월 10일 오후 1시 53분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1만4399명, 사망자는 4024명이다. 실제 봉쇄 조치를 취한 1월 23일 전후 닷새째 날을 기준으로 인공지능(AI)으로 예측한 결과 5일 앞당긴 봉쇄는 확진자 수를 1/3 수준으로 줄이고, 5일 늦춘 봉쇄는 확진자 수를 3배 증가시켜 약 30만명이 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5일마다 3배씩 늘어난다. 뒤늦은 봉쇄였느냐에 대한 결론은 없지만, 그나마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팬데믹) 양상을 보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기에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수학자이자 위험관리 전문가인 탈레브는 “기하급수로 성장하는 것은 처음에는 단순 성장으로 보이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다소 ‘과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의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에도 같은 통찰력이 적용된다 하겠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단순한 블랙스완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블랙스완이 자주 발생하는, 이른바 ‘팻테일(fat-tailedness) 리스크’로 봐야 한다는 것. 통계적 용어로서 팻테일은 일반적인 확률 분포와 달리 꼬리 부분이 두꺼운 모양을 형성한다. 꼬리가 너무 뚱뚱해서 평균에 집중될 확률이 낮아지고, 평균에 근거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면 틀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블랙스완 자체는 확률 분포에서 평균에서 멀어지면 발생 확률이 급속도로 줄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면, 팻테일 리스크는 그러한 블랙스완이 상당히 자주 발생 가능성 있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단지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 정도를 상상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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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화 향방 가르는 분기점

코로나19가 이런 팻테일 리스크가 된 이유를 전문가들은 세계화에서 찾는다. 오늘날 세계는 하나의 허브(Hub)와 그 주변에 여러 지역(Spoke)의 형태로 연결돼 있다. 금융의 경우 미국이라는 허브에 도쿄와 홍콩 등이 연결돼 있고, 실물 생산은 중국이라는 허브에 연결돼 있다. 2008년에 시작된 금융위기는 미국이라는 허브에서 촉발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생산 중단으로 전 세계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유엔개발계획(UNDP) 전 사무총장 케말 데르비스는 “세계화는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전과 달리 전 세계는 전례 없이 상호의존적으로 변했다. 해서 더욱 위험에 약해지기도 했다”고 세계화를 평가했다.

위험도 커졌지만 생산 허브로서의 중국이 없었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떨까. 특히 지구상의 가난한 계층에게는 중국의 혜택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가 세계화의 향방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방향은 세계화의 퇴조다. 코로나19의 확산 차단을 위해 작게는 비즈니스 미팅의 취소에서 크게는 국가 간 여행과 교류의 단절까지 필요하면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변화는 단기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더 길게 보면 문화가 변할 수 있고, 나아가 윤리적 가치관도 변할 수 있다. 다른 방향은 금융위기, 핵 대량살상 위험, 지구온난화,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반인류적 인공지능(AI) 위험 등과 같은 팻테일 리스크를 생각해 보면 금방 떠오를 것이다. 바로 국제 공조다. 국제 공조를 통해 단절을 일시적 ‘회로차단’으로 전환하고, 또 일시적 공급망 차질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할 수 있다. 그래서 허브에서 일시적 문제가 발생해도 그것이 큰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계화의 퇴조, 즉 고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브루킹스연구소의 세바스찬 스트라우스 박사는 “코로나19를 우리 인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을 보듯 코로나19의 또 다른 면을 부각했다.

코로나19 탓에 작금의 글로벌 금융시장은 경제성장 전망의 하향 조정, 신흥국의 불안, 그리고 겨우 회복하던 소비를 중심으로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부진해지는 국면을 맞이했다.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에 또 다른 비전통적인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현금 보조 등을 포함한 정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3월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정책대응 측면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곡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닐 셰어링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짧지만 강력한 경기침체”라며 “코로나19가 진화되기만 한다면 세계 경제는 급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바라는 것은 위기가 잘 관리돼, 이후에 돌이켜보았을 때 코로나19가 세계화의 양상이 더 발전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구나 하는 평가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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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하해도 당분간 주식 안 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며 주는 충격이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어 월가에선 아직은 주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월 11일부터 27일까지 유럽·미국·영국·일본의 펀드매니저와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자산운용역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평균비중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 49.7%에서 49.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관망하자는 것이다.

보르디에르 앤드 시에의 마크 로빈슨 CIO는 “바이러스의 규모와 영향,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적 영향이 지금보다 약간이라도 더 잘 이해되고 계량화될 때까지 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펀드운용역 대다수는 조만간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등 코로나19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공조가 있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향후 6개월 동안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포트폴리오에서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바노바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앨런 개일 회장은 “수개월간 바이러스가 시장을 짓누를 것이지만 글로벌 침체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유전쟁, 새로운 위험으로 등장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2월 말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와 아연 선물은 수요 급감 우려로 3년래 최저 수준 가격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마찬가지였다. 2월 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4.76달러로 전월 말 대비 13.2% 떨어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직전월비 13.14% 하락한 50.52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이른바 OPEC+가 감산에 나설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산유국의 감산 합의가 실패한 뒤 사우디는 4월부터 공식 석유판매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일일 1250만배럴까지 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에너지장관도 4월부터 쿼터량 같은 것에 개의치 않고 한도껏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석유전쟁이 개시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혼란에 이어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충격이 발생하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부근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BC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보다 유가 폭락이 더 큰 문제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유가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당장 생산비가 높은 미국의 셰일 생산 에너지기업의 충격이 우려된다. 또한 에너지 자원국의 충격도 예상된다. 러시아와 캐나다는 물론 이라크에서 나이지리아까지 취약한 산유국들은 재정이 붕괴될 수 있어 지정학적인 위기 상황이 올 것이란 예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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