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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쑤성 오지를 가다 경제대국 생활소국의 민낯

2020년 03월호

간쑤성 오지를 가다 경제대국 생활소국의 민낯

2020년 03월호

1인 GDP 2만4000달러 베이징과 다른 모습의 중국
황토사막 가로질러 20년 전으로 가는 시간여행


|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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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쑤성의 외진 황토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왕모이스 마을 예펑위의 고향집.


지난 1월 20일 씨트립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간쑤(甘肅)성 우웨이(武威) 기차역에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가는 25일 자 기차표를 예약하려 했으나 번번이 ‘예약실패’라는 표시가 뜬다. 공식 발표 이전 사실상 이때부터 전염병 통제를 위한 우한 교통 봉쇄령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간쑤성 농촌의 중국 친구집에 들러 설을 쇤 뒤 우한으로 가서 코로나19 전염 상황을 취재하고 돌아오려던 계획은 여기서 멈춰야 했다. 이번 여정은 현지 신종 코로나 전염 상황을 살펴보고 중국 31개 성 중 국내총생산(GDP) 최하위인 오지마을을 찾아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 중국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는 시간이 됐다.

25인승 작은 버스 안이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통로 건너 옆자리 중년 남성은 한 시간도 안 돼 담배를 벌써 네 개비나 피웠다. 운전석 위로 ‘금연’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한 사람의 이방인을 빼놓고는 이 남성의 차내 흡연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차내 흡연이 당연시됐던 1992년 수교 전, 톈진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봉고버스 안의 풍경과 흡사했다.

1월 24일 오후 2시 간쑤성 진창(金昌)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민친(民勤)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차 안 승객들의 행색에서 베이징 사람들과 20년이 훨씬 넘는 생활 격차가 느껴진다. 완행버스는 수시로 정차하고 중간중간 많은 사람이 타고 내렸다. 승객들이 하는 얘기는 뜻을 알 수 없는 지방 사투리다. 친절하게도 앞자리 청년이 그들의 얘기를 열심히 베이징 보통화로 설명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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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저 넘어... GDP 꼴찌 간쑤의 작고 외진 마을

도로는 겨우 포장되긴 했지만 중앙선이 없어 거의 단일로나 별 차이가 없다. 길 주변은 온통 황량한 느낌의 거칠고 칙칙한 황토사막이다. 사막 평원으로 곧게 뻗은 길은 어느 순간 지평선 저 넘어 낭떠러지로 뚝 떨어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가끔 스쳐가는 전기통신탑과 아스팔트 도로가 전부다.

1월 24일 새벽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출발해 중국 친구 예펑위(葉鵬玉)의 집으로 가는 길은 꼬박 10시간의 대장정이었다. 이른 아침 6시 50분 베이징 서우두공항서 출발, 란저우(蘭州) 중촨공항에 도착한 뒤 진창시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진창시에서는 다시 민친현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올랐다. 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히 길목길목마다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한 검사와 검역이 심해져 이동 시간은 한층 지체됐다. 항공편이 이런데 이 먼 길을 순전히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는 귀향길은 어떨까. 순간 중국 농민공들에게 춘제(春節, 설) 귀향은 설렘이면서 동시에 홍역 같은 진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3시간 황량한 황토사막 길을 달린 끝에 버스는 민친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예펑위의 집 민친현 다바(大壩)향 왕모이스(王謨一社)까지는 여기서도 다시 한 시간가량 더 가야 한다. 두어 시간 전 먹은 간편기내식이 다 꺼졌는지 시장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설 연휴와 신종 코로나 탓인지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문을 연 식당이 한 곳도 없다.

작은 구멍가게를 찾아 강스푸(康师傅)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상점 주인이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왕모이스 마을이라고 하자 먼저 다바(大壩)향까지 가야 한다며 택시를 불러준다. 우리의 면소재지에 해당하는 다바향에 도착하니 예펑위가 미리 오토바이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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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사막 한가운데 정부가 마련해준 공동 축사. 예펑위 부친은 이곳에서 양 15마리를 키우지만 가계소득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행복한 도시인’ 꿈꾸는 주링허우 신세대 농민공

간쑤성 민친현의 예펑위는 1991년생 주링허우(90後, 90년대 출생자)로 베이징에서 직장을 다니는 2, 3세대 신세대 농민공(농촌 호구로 도시에서 일하는 주민)이다. 민친현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2016년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공업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베이징에서 컴퓨터 프래그래머로 취직했다. 월 수입은 1만8000위안인데 5대 보험을 빼고 나면 매월 실수령액은 1만1000위안(약 185만원) 정도다.

그는 베이징 외곽 북 5환과 6환 사이의 6평 남짓 되는 월세 1200위안짜리 허름한 다세대주택에 산다. 수도료와 전기세는 별도이고 여러 면에서 일반 아파트에 비해 조건이 많이 떨어진다. 같은 위치에 있는 일반 아파트는 10평 이내라도 월세가 3000~ 4000위안에 달한다. 그래도 일반 농민공에 비해서는 형편이 괜찮은 편이다. 허드렛일을 하는 농민공들은 한 달에 6000~7000위안 벌기가 빠듯하다.

중국도 오래전부터 주5일근무제를 시행 중이지만 예펑위의 회사는 주6일근무제다. 주말 그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등산, 사이클 등 레저 활동으로 휴일을 보낸다. 그는 인터넷 동호회원들과 자전거로 톈진(天津)과 친황다오(秦皇島), ‘시진핑의 특구’로 알려진 슝안(雄安)신구까지 다녀오기도 한다며 최근에 4000위안짜리 자전거를 장만했다고 자랑했다. 만리장성 트레킹도 그가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다.

“행복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해~~~” 예펑위는 집으로 향하는 오토바이 액셀러레이터를 높이면서 리샤오제(李晓杰)의 ‘친구를 위하여 건배’라는 노래를 신명나게 불러젖혔다. “싱푸 젠캉 디이(幸福 健康 第一) 궁주오 디얼(工作 第二)”. 그는 언젠가 등산 도중 “일보다도 행복과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오토바이가 왕모이스 마을 집에 도착했다. 예펑위의 부친 예씨 부부가 문앞까지 나와 반기며 거실로 안내한다. 예펑위 부친은 인민공사 시절 예펑위 조부 때 이곳에 와서 정착하게 됐다고 일러준다. 중국의 농촌마을 말단 행정단위는 흔히 ‘촌(村)’이지만 이곳은 ‘사(社)’로 끝나는데 이는 ‘대(隊)’라는 의미로 옛 인민공사 시절 흔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예씨는 아들 하나에 딸 하나를 뒀다. 딸은 출가해 지금 허난(河南)성에 살고 있고 손녀가 둘이다. 예씨는 이곳 왕모이스 마을에서 7.5무(畝, 1무는 200평)의 밭을 경작하고 있다. 호구가 이곳에 있는 예펑위의 몫까지 가족 1인당 2.5무씩, 3명분의 땅을 배정받은 것이다. 예씨는 이 땅에 옥수수, 밀, 해바라기를 재배한다. 고추와 채소도 심지만 이는 뜰에 자라는 대추와 함께 자가소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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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중국’ 사각지대에 놓인 라오바이싱(老百姓)

“오는 길에 ‘민친(民勤)양육 민친멜론’이란 입간판 구호를 봤어요. 고소득 농업을 권장하는 구호 같던데 이런 농사는 짓지 않나요?” 특용작물과 채소 등 비닐하우스 고부가 유기농 농사가 어떠냐고 묻자, 예씨는 투자금이 엄청나 엄두를 낼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1무의 밭에서 밀과 옥수수 등 농사를 지을 경우 비료, 농약, 물세, 전기세 등을 공제하면 남는 것은 400위안 정도예요. 7.5무를 다 합쳐봐야 농사로 얻어지는 수입은 연간 총 3000위안 정도밖에 안 되지요.” 잠깐 멈췄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예씨는 “마을 공동 축사에서 양 15마리를 키우는데 4, 5월 양털을 깎아봐야 킬로당 400위안씩 몇 푼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예씨는 농한기에는 정부가 배정하는 다궁(打工, 현에 나가 공사장 일을 하는 것)에 참여한다. 하지만 일당이라고 해야 고작 100위안이다. 농사 수입 3000위안과 다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합쳐도 예씨의 연간 총 수입은 2만위안이 좀 넘는 정도다.

우한 신종 코로나가 심각성을 드러내기 직전인 1월 17일 중국 당국은 2019년 1인당 GDP가 7만892위안(1만276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보다도 가난했던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시대를 맞았다며 분위기가 꽤나 고조됐다. 베이징은 특히 1인당 GDP가 중국서 가장 많은 2만4000달러로 늘어났다.

하지만 왕모이스 마을의 농민 예씨에게 이런 수치는 딴나라 얘기다. 예씨네 민친현이 속한 간쑤성은 1인당 GDP가 4790달러로 전국 31개 성시 중 맨 꼴찌인 31위다. 그나마 다바향과 왕모이스 마을 농민들의 소득은 또 이보다 한참 뒤진다. 예씨는 “나라가 부자가 됐는지 모르지만 농민(인민)은 여전히 가난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2월 5일 2020년 중앙 1호 문건에서 17년째 또다시 농업중시 정책인 ‘3농(농업·농촌·농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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