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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대체 못하는 ‘자산관리’ 영역

2020년 03월호

로봇이 대체 못하는 ‘자산관리’ 영역

2020년 03월호

랩어카운트 상품 전담·‘중수익’ 자산배분 등에 그쳐
비대면 서비스, 신뢰 낮고 불완전판매 우려...갈 길 멀어


|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


지난 2018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웰스프런트(Wealthfront)와 헤저블(Hedgeable)이 고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각각 25만달러(약 3억원), 8만달러(약 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업체에 벌금을 부과한 첫 번째 사례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자산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2016년부터 증권사, 은행, 투자자문사 등 40여 곳이 활용하고 있다. 주로 투자 자문이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 시각이다.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패시브 펀드가 액티브 펀드보다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락장에서도 선방하며 자산 비중 재조정을 통해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위반 사례처럼 취약점과 한계도 드러난다. 온라인·비대면 서비스의 불완전판매나 복잡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축적 데이터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금융위기처럼 급박한 사태에 대한 대응 데이터도 여전히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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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데이터 축적 부족...위기상황 대응도 미진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 돌발 상황에 어느 정도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도입 초창기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여전히 증권사는 상장종목 추천과 매매 타이밍 자문, 랩어카운트를 통한 자산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 자문은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추천 정도다.

이 때문에 단순 성과 비교는 쉽지 않다. 투자자문형의 경우 말 그대로 투자자에게 자문하는 형태여서 투자자가 실제로 적용하지 않으면 성과로 연결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투자일임형인 랩어카운트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과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도입 기간이 너무 짧아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는 ‘중위험-중수익’ 대표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월 초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펀드(11개)의 최근 6개월, 3개월 수익률은 각각 3.91%, 3.96%를 기록했다. 수익을 냈지만 국내 주식 ETF 수익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국내 주식 ETF는 8.84%, 5.37%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7.79%, 5.12% 정도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여전히 이론을 프로그램화한 계량분석(퀀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배분의 경우에도 ETF의 주식형과 채권형 비중을 조율해 주는 정도여서 큰 차별 포인트를 투자자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주도권 강화된 맞춤형 서비스 필요

로보어드바이저의 한계는 여전히 투자자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운용기간이 길지 않다 보니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한다. 담당 직원이나 전문가를 대면하지 않고 자문부터 가입까지 전 과정을 인공지능에 의지한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노년층,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담당 직원을 통한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을 활용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데다 전문가나 담당자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야 신뢰가 향상된다고 한다. 비대면 계약에선 상품에 대한 투자자 이해도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투자손실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다. 비대면 계약이 활성화되더라도 투자자 교육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시장 도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규제는 대폭 개선됐다. 금융당국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비대면으로 고객과 투자일임계약을 직접 맺을 수 있도록 했고, 펀드와 투자일임 재산도 위탁받아 운용할 수 있게 했다. 자산관리 기능 영역을 넓혀준 셈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소매고객의 연령대별 특성과 요구에 맞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산관리가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고객 관리를 위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갖고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대중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하다”면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되면서 맞춤형 서비스에 얼마나 경쟁력을 갖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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