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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2020년 02월호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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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관건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
월가 고평가 부담, 채권 디폴트 증가세 직면


| 이영기 기자·경제학 박사 007@newspim.com


간헐적이지만 약방의 감초처럼 나타난 글로벌 경제의 장애물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부채’ 문제였다. 세계적으로 선진국, 개발도상국에 관계없이 부채 즉 가계부채 또는 국가부채가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이자율이 낮아진 가운데, 엄청난 자금이 갈 곳을 잃은 결과이자 정책 부담 요인이기도 하다. 이미 이자율은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서 부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중앙은행들의 정책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 부채 폭탄을 우려하는 원인이다.

세계은행이 내놓은 ‘부채의 물결: 원인과 결과’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부채 수준은 글로벌 총생산(GDP)의 230%에 달했다.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신흥시장의 부채 증가는 놀라울 정도다. 2010년 이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총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4%포인트나 증가해 2018년 말 GDP의 약 170%를 기록하며 정점에 이르렀다. 세계 경제는 50조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어 경기 둔화나 무역전쟁 재발, 금융시장의 충격에 취약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1980년대 후반 남미 외채위기,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부채 증가 흐름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작금의 문제점은 그 폭발력이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규모와 속도에서 이전과 다르게 그 위기의 강도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경우 ‘그림자금융’으로 불리는 비은행 금융기관 자산이 전체 금융시스템 자산의 3분의 1 이상으로 늘면서 부채 구성이 위험하게 전환된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금리가 아직 낮은 수준일 때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력한 ‘금융 구조조정 정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조차 부채 부담이 큰 기업이 가져오는 파장이 크다. 기업의 채무불이행은 고평가된 주가를 추락시키고 연쇄적으로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켜 결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 Ratings)는 이런 경우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반토막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미국 주식에 대한 장기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 고점에 근접해 있으며, 특히 중국의 경착륙이나 무역 관련 불확실성과 같은 리스크가 잠재해 주가 조정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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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른바 ‘부채 폭탄’이 폭발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오히려 2020년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정치 문제다. 미국 정치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올해 세계 경제를 내다보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중국의 성장 둔화, 급증하는 글로벌 부채, 그리고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을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로 꼽았다. 너무나 진부한 분석 같지만, 미국과 이란이 촉발한 중동 전쟁 위험을 지켜보면 ‘아! 올해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는 경제가 아니고 정치구나’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수단 등지에서 아프리카의 종족 간 분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좌충우돌하는 터키, 이란·이라크에서 치솟는 전운, 중국과 홍콩, 대만 그리고 남중국해 영토 분쟁, 북한의 핵 프로그램, 미국의 2020 대선, 남미의 정치 불안 등 잠재해 있던 리스크가 모두 물 위로 올라오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과 아시아에서의 긴장 고조는 글로벌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까지 가면 일본의 아베,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까지 장기 집권으로 빚어지는 정치적 위험과 포퓰리즘의 번성이라는 문제가 동시에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정치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글로벌 리더들이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를 애써 외면하고 세계화에 반발하면서 통합적인 사고와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번영을 이끌어온 경제적 힘줄에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포퓰리즘은 시장경제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포퓰리즘의 성행은 결국 경제적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하게 하는 ‘어둠의 동력’이다.

1월 초 내놓은 세계은행의 경제 전망은 불과 6개월 전에 비해 어두워졌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5%로 제시했는데 작년 6월 내놨던 2.7%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그만큼 경제의 회복이 완만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세계은행 전망에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 경제연구기관 캐피탈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군사적 움직임을 수반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0.3~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중동 불안이 단기적 이벤트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중동 내 반미 감정 고조와 11월 미국 대선 등으로 중동 정세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느냐 축소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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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가 역사적 평균 상회 ‘부담’, 신흥국 주목을

올해 미국 증시에 대해 주식전문가들은 대체로 낙관론을 편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 경기 개선이 증시를 뒷받침할 것이라면서도 값비싼 밸류에이션,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름폭을 제한한다는 것. 최근 발표된 투자은행 24곳의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올해 연말 S&P500은 3362.50(중간값)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작년 말 종가 3230.78을 기준으로 4%의 완만한 상승세가 예견됐다. 파이퍼제프레이가 목표가를 3600으로 내세워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모간스탠리와 UBS가 각각 3000으로 가장 비관적인 예측을 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략가들 다수는 미국 증시 ‘몸값’이 비싸졌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부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서 눈을 돌려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연준이 당분간 통화정책에 변경을 주지 않겠다고 밝혀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제 지표들이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권장 배경으로 꼽혔다.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개선 등으로 신흥시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됐다”며 “달러화 약세가 완만히 진행돼 신흥국 금융 환경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간도 신흥국 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재발한다면 신흥국 증시도 여파를 피해 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양측의 무역협상 추이를 주시할 것을 권고했다.

채권 디폴트 리스크 ‘지뢰밭’...큰손들 경고음

올해 글로벌 채권시장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 아니다. 중국을 필두로 일부 신흥국의 디폴트 증가에 대한 우려가 월가의 큰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저금리 여건 속에 고수익률을 찾는 투자 수요가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무턱대고 ‘리스크-온’ 전략을 취했다가 지뢰를 밟을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해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인도 역시 이른바 그림자금융의 유동성 경색과 함께 투자 리스크가 크게 부각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20년 중국 디폴트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12개월 사이 회사채 만기를 앞둔 기업 가운데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업체가 60%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은행권이 대출을 축소하는 데다 감독 당국이 이른바 ‘좀비 기업’의 퇴출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어 채권 디폴트 증가세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신흥국 역시 곤욕을 치를 것으로 시장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 뱅가드그룹은 투자보고서에서 2020년 채권 투자 포인트로 ‘지뢰를 피하는 전략 마련’을 제시했다. 특히 신흥국 채권의 옥석 가리기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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