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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정선아

2020년 01월호

[스타 인터뷰] 정선아

2020년 01월호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디즈니에서 제작한 첫 번째 뮤지컬 ‘아이다’ 파이널 시즌의 막이 올랐다. 국내에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아이다’의 오리지널 무대. 첫 시즌부터 함께한 정선아가 이번에도 ‘암네리스’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정선아는 마지막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듯했다. 암네리스 역으로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한 정선아는 매 순간 온몸으로 ‘아이다 사랑’을 발산했다.

18세에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벌써 17년째. 뛰어난 실력과 미모, 끼와 매력이 넘치는 정선아는 ‘아이다’부터 ‘지킬앤하이드’, ‘위키드’, ‘안나 카레니나’, ‘데스노트’ 등 최고의 뮤지컬 주연 자리를 거쳐 왔다. 국내 뮤지컬의 수준이 여기까지 오는 모든 과정에 함께한 산증인이라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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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정선아의 인생 캐릭터 암네리스... 마지막을 앞둔 순간

“마지막 아이다가 시작됐어요. 아이다는 제 인생에서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너무나 고마운 작품이에요. 이렇게 마지막 문을 닫게 되니 감회가 참 새롭네요. 매회 공연이 새롭기도 하고 정말 소중해요. 이 역을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고마움이 더 크죠. 이전에도 즐거웠고 행복했지만, 마지막 문을 함께 닫는다는 게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정말 많이 슬플 것 같아요. 영원히 끝이 없을 것 같은 사랑하는 뮤지컬 아이다를 떠나보낼 준비가 아직 안 됐네요. 그만큼 애정이 커요.”

정선아의 성과 암네리스를 합쳐 ‘정암네’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그의 연기는 매 시즌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거의 모든 대작의 콜캐스트 우선 순위인 것은 물론,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그에게도 ‘아이다’는 늘 자랑스러운 작품. 대표 곡인 ‘My Strongest Suit’를 부르는 장면은 너무도 유명한 나머지, 모든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의 오디션 선곡 1순위로 손꼽힌다.

“ ‘정암네’라는 별명도 웃기게 들릴 때가 있지만 정말 행복해요. 워낙 오페라 ‘아이다’가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아시지만, 모르는 분들은 의아하실 만큼 유명해졌죠. 특이한 이름이라 잘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My Strongest Suit’는 이제 암네리스의 대표곡이자, 저의 대표곡이기도 하죠. 공연 영상이나 시상식 때 제가 너무 즐겁게 했나 봐요. 많이들 사랑해 주시고 많은 후배가 오디션곡으로 골라주고요. 뽑으시는 분들은 지겨울 정도래요. 그 신 하나로 정선아의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죠. 이젠 그 장면이 바로 저인 것처럼 느껴져요.”

사실 ‘아이다’에 처음 도전했을 때 정선아가 오디션을 봤던 역할은 타이틀롤인 아이다였다. 하지만 암네리스 역에 낙점됐고, 파이널 시즌에서는 ‘아이다 역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에도 그는 ‘암네리스를 배신할 수 없다’며 의리를 지켰다. 암네리스가 그다지도 매력이 있는 이유는 뭘까.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이 주된 얘기지만, 이 여자가 본래 갖고 있는 매력도 굉장해요. 싱그럽고 귀엽고 철없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인 여자죠. 너무나 사랑했던 라다메스, 노예지만 친구로서 마음을 연 아이다의 사랑에 실망하고 배신감에 빠지지만 암네리스는 이집트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서게 되죠. 마지막 신에서는 모든 것이 승화되는 느낌이에요. 또 이 작품의 처음과 끝을 열고 닫는 역할이거든요. 캐릭터로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1막부터 2막까지 암네리스의 성장 과정을 보여줘요. 어떤 사건과 시간을 거쳐 이집트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되는지 다 보여주기 때문에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죠. 관객들의 공감을 깊이 살 수 있고, 암네리스는 충분히 사랑을 받을 만한 여자예요. 워낙 대본이 잘 쓰여 있어서 그걸 잘 입기만 하면 많이 이해해 주시고 애정을 가져 주셨죠. 그게 감사해요.”

그렇기에 암네리스는 정선아에게 ‘선물 같은’ 역이다. 그는 스스로 당찬 아이다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내면에서 암네리스 같은 면을 꺼내줬다고 고백했다. 세 시즌째 암네리스로 참여하고, ‘암네리스 장인’으로 불리면서 정선아가 이번 시즌 연기적으로 더 신경 쓴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암네리스는 정말 선물 같은 역이죠. 그전까지 스스로를 세고 강한 이미지라고 평가했었어요. ‘지킬앤하이드’ 루시, ‘노트르담드파리’의 에스메랄다를 거쳐 오면서 창법이 보이시한 느낌도 있었죠. 지인들은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언제쯤 그런 걸 볼 수 있을까’ 얘기도 했죠.(웃음) 비로소 이 역을 통해서 나도 사랑스럽구나, 귀여움과 재밌는 코믹한 이미지로 사랑받을 수 있구나 알게 됐어요. 그 시점에 저에게 배우로서 많은 걸 준 작품이죠. 이번엔 처음 할 때보다 더 두렵고, 마지막이란 생각에 책임감도 컸어요. 또 이전 시즌에 보신 분들이 기대감이 있잖아요. 그래도 시간과 연륜이라는 게 무시 못하더군요. 서른 중반을 지나는 시점에서 보는 암네리스는 또 너무 달라요. 전에는 1막에서 좀 더 불태웠다면, 이번에는 2막에서 상처받고 배신당하지만 나는 내 앞길을 가는 스스로를 축복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거행하겠다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죠. 관객들이 그 부분에서 많이 함께 울어주셨으면 했어요. 늘 가사와 저의 감정, 관객들이 혼연일체가 됐으면 하고 바라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이다’는 정선아의 인생작이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했다. 2020년 2월까지 서울 공연 이후 부산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누구보다 벅차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늘 관객들에게서 더 큰 에너지를 받는다”면서 아이다와 아이다를 사랑해 주는 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정선아라는 배우의 상징이 되는 작품, 인생 작품이에요. 그리고 저를 행복하게 해준 작품이죠. 이 역할을 하면서 관객들이 에너지를 얻어가셨을 수 있지만, 저 역시도 힘든 순간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받아가고 행복하게 무대에 서 왔죠. 보통 뮤지컬 배우들은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을 수 있어요. 세 번은 진짜 많이 한 거죠.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더 했어도 안 시켜줄 때까지 했을 것 같아요.(웃음) 제 마음속에 살아 있는 작품이고, 2월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너무 많이 사랑받고 있어서 정말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고요.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재밌게 잘해도 오시는 분들이 없으면 잘되는 공연이라고 볼 수 없거든요.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고 집중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니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오늘도 매진입니다’ 했을 때 그 뿌듯함으로 또 무대에 오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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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에 담아낸 인간 정선아의 감정...중국 유학도 접고 돌아온 ‘참사랑’

‘아이다’로 무대에 서면서, 정선아는 어쨌든 개인사와 감정들이 연기의 베이스가 된다고 털어놨다. 암네리스는 극중 뜨겁게 불타는 사랑을 하다가, 믿었던 사랑들에게 배신당하고, 그들에게 한 줄기 아량을 베푸는 이집트의 공주다. 정선아는 “분명히 암네리스와 비슷한 면이 있다. 저도 바보다”라면서 깔깔 웃었다.

“모든 연기는 개인사가 어쨌든 베이스가 돼 있죠. 배우가 갖고 있는 성향과 경험, 공부한 것이 무대에 고스란히 나타나게 마련이니까요. 그래도 2막에서는 제가 아닌 오히려 암네리스가 라다메스를 너무 사랑했고, 아이다를 친구로 생각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을 많이 표현하려 했어요. 암네리스와 비슷한 면이 있긴 하죠. 저도 바보거든요.(웃음) 정말 좋아하면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아요. 암네리스가 상당히 의리 있다고 생각해요. 죽이지 않을 수는 없죠. 내 사랑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아량을 줬다고 봐요. 마지막 선고를 할 때 대사지만 제 마음이 함께 실려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뒤돌아서 너무 슬퍼서 울어요. 마음으로는 그 둘을 너무 살려주고 싶을 것 같아요.”

정선아는 매번 공연이 끝나면 여행을 계획한다. 특히 최근에는 약 1년간 중국에서 유학을 하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브레이크타임이 조금 필요했다”면서 중국에서 혼자 어학공부를 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를 무대로 다시 불러온 건 바로 끝없는 ‘아이다 사랑’이었다.

“공연을 하면서 어딜 가겠다고 좀 적어놓는 편이에요. 근데 이번에는 사실 ‘아이다’에만 집중하고 있죠. 아이다를 두고 어딜 가요.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웃음) 이제 나이가 있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하니까 놀지도 못해요. 그 정도로 이 작품, 아이다에 임하는 자세가 특별하고, 모든 배우가 그렇죠. 작년에는 언어를 새로 배우고 싶었고, 쉴 시간이 조금 필요해서 중국에 갔어요. 어느 순간 중국 음악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언어를 배워 보면 어떨까 싶었죠. 새로운 도전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어학원을 다니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그 시간은 뮤지컬에서 시선을 잠시 거두고 배우 아닌 정선아로 언어를 공부하는 때였죠. 9개월간 너무 감사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이다’로 돌아왔을 때 더 감사해요. 박수 쳐주는 관객들에게 절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고 모든 게 소중해요. 그런 마음이 더 특별해졌죠.”

무려 17년 넘게 무대에 오르면서 정선아가 서는 뮤지컬 무대도 참 많이 달라졌다. 워낙 실력으로는 데뷔 때부터 단숨에 주목받아 온 최고의 배우였지만, 그 역시도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달라진 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진출에 관한 얘기에는 조금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제가 18년 차라는데 숫자는 숫자일 뿐인 것 같아요. 지금도 오디션 봤던 게 엊그제 같거든요. 스스로도 ‘정선아 많이 컸다’ 하긴 하지만요.(웃음) ‘렌트’ 홍보 때도 함께하던 스태프 분이 아직도 같이 이렇게 하고 있어요. 진짜 믿어지지 않고 기분이 이상하죠. 이곳도 많이 변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함께하는구나 싶어 기뻐요. 사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있는 자리에서 더 잘하고 싶고,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금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내 뮤지컬 시장이 많이 커졌는데 그 황금기를 제가 함께했어요. 어떻게 보면 브로드웨이랑 웨스트엔드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해요.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자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니까요. 대중화됐다는 게 너무나 뿌듯해요. 이 시장에 누가 되지 않게 역할을 하고, 앞으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싶어요.”

정선아의 끝없는 ‘아이다 사랑’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급기야는 “아이다2가 나와야 하는데, 너무 늙기 전에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후속편에도 출연하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다’를 최대한 아쉬움 한 점 없이 완벽하게 보내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요즘은 ‘아이다2’가 빨리 나와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50세 돼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정말 실감이 안 나고 매회 막공처럼 하고 있죠. 최선을 다해 목이 터져라 다 쏟아내고 있어요. 암네리스 역을 똑같이 해도, 이전에 아이다를 했을 땐 이 정도로 슬프지 않았는데 요즘은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찌른달까요. 결말 뒤에 신이 있다면 어떤 신이 연결이 될까, 아이다2가 나올까, 내가 더 늙기 전에 나와라 하죠.(웃음) 왜인지 모르지만 암네리스로서 가슴이 더 많이 아프고 더 크게 슬픔이 느껴져요. 지금은 다른 생각 할 겨를이 없네요. 아이다를 잘 마치는 일뿐이에요. 추워도 감기 안 걸리고 좋은 컨디션으로 매회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고, 한 회도 안 놓치고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게 지금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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