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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G2’ 버리고 ‘신흥국’으로

2020년 01월호

2020년에는 ‘G2’ 버리고 ‘신흥국’으로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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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2020년대의 시작
지속되는 금융완화에 월가는 가격조정 직면
미국시장은 과도한 밸류에이션, 중국은 경기 하방 리스크


| 이영기 기자·경제학 박사 007@newspim.com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최근 한 잡지 기고에서 경제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면서 ‘성장은 이제 옛날 일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소위 ‘할인율’을 다시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어떤 투자은행은 향후 10년간을 지구촌 대변혁의 비등점으로 보았다. 기후와 인구구조 변화, 밀레니엄 Z세대 중심의 도덕자본주의, 우주산업, AI기술 발전 등에서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는 것. 2020년대 출입구에 선 지금은 지난 30여 년간 저물가의 풍요로움을 가져왔던 세계화를 뒤로하고 침체와 버블 위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후와 인구구조 변화처럼 글로벌 금융시장도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 국면이다. 10년 단위로 봤을 때 금융시장은 어두운 시절로 접어든다고 하겠다.

짧게 봐서 2020년 한 해는 어떨까. 우선 세계 경제 성장은 올해 예상 3.1% 선보다는 높은 3.2~3.3%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투자은행들이 예상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올해 예상 2.2%, 6.1%보다 낮은 2.0%, 5.8% 성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유럽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18년 말부터 지난해 내내 세계 경제와 주요 선진국의 2020년 경제 성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돼 왔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경제는 장기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 완화 등으로 자산 버블이 심화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부채 증가로 신용 리스크도 잔뜩 높아진 상태에서 2020년으로 들어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역시 대형 은행들이 먼저 움직이는 것인가. 소시에테제네랄에 이어 도이체방크,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디트 등 유럽 대형 은행이 지난해 6만명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 월가의 모간스탠리도 감원에 나섰다. 전체 인력의 약 2.5%에 해당하는 1500명. 충격적인 것은 이 은행은 지난 3분기까지 실적 호조를 보였고 주가도 지난해 25% 올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2020년 경제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JP모간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조만간 감원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넘쳐나는 돈과 경기 부진의 동행. 그것이 문제다.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2020년의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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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금융시장의 모토는 ‘G2는 버리고 가자’이다. 미국과 중국을 더 이상 바라보지 말자는 것. 중국은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크고, 미국은 밸류에이션이 갈 데까지 갔기 때문이다. 제레미 로손 에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글로벌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고 저금리는 지속될 것이므로 수익률 하락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 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자(CIO)가 30명 이상 참석한 한 세미나에서 나온 해법은 ‘선진국 채권과 주식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동산이나 비상장 지분 등을 늘리고 신흥국 시장을 주목하라’다. 선진국 국채, 미국 상장주식 등 ‘전통자산의 옷’을 입고 있는 투자자들은 2020년에 몹시 춥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 대신 사모투자 방식 등을 통해 유망 자산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

월가도 2020년 뉴욕증시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약 11년간 이어진 뉴욕증시의 강세장이 마감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S&P500 지수의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대비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그 배경에는 S&P500 지수가 연초 이후 25%의 상승 기염을 토한 가운데 주요국 증시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20~45% 고평가 됐다는 진단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투자 보고서에서 “2020년 미국 증시 수익률이 유럽과 신흥국 증시에 비해 저조할 것”이라며 미국 주식의 비중 축소와 해외 주식 확대를 권고했다. 모간스탠리는 앞으로 뉴욕증시가 급락으로 이어질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우려했다.

2020년에는 미국과 중국 G2가 아니라 신흥국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일까. 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북미 증시에서는 118억달러가 유출되며 가장 가파른 유출 기조를 기록한 반면, 신흥국 증시는 92억달러가 유입됐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의 눈은 G2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안전 자산’ 달러, 2020년엔 약세 전망이 대세

미 달러화 강세 재료가 될 수 있는 ‘좋은 소식’들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2020년 7월까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자크 판들 외환전략가는 “위험 자산이 상승할 때 달러화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세계 증시가 신고점을 경신하면서 미 달러화는 점점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0년의 달러 약세는 또 미묘한 색깔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외환딜러들의 달러 약세 전망이 2007년 9월 이후 최대이지만, 지난 2017년 전 세계 경기가 반등하면서 교역량이 연간 5% 증가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던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크리스 터너 외환전략가는 “유럽이 2020년 특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 인덱스의 유로화 대비 비중이 77%라는 점에서 올해 달러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약세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로/달러 환율이 2020년 말 1.13달러까지 오르면 달러 인덱스가 2%를 약간 넘는 정도로 하락하고, 유로/달러 환율이 1.10달러에 근접하면 달러 인덱스는 1% 이하로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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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수익률에 혈안...높아지는 신용 리스크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개인투자자부터 기관투자자들까지 고수익률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10조달러를 웃돌고,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따라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확보하는 일이 지극히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핀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서브프라임 오토론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 발행이 연초 이후 최근까지 290억달러를 기록했다. 아마도 2018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20억달러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들어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한 데 따라 전반적인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고위험 ABS 시장에 뛰어든 결과다. 신용등급이 저조한 ABS 발행에 일반적으로 5~6배에 달하는 투자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는 2020년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2019년 디폴트가 35건으로 집계됐고, 2020년에는 최대 5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 기준으로 2020년 중국 회사채의 디폴트 규모는 2000억위안(약 2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무디스는 예상했다. 신용 리스크가 이슈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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