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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족에게 따뜻한 손길을

2020년 01월호

자살 유족에게 따뜻한 손길을

2020년 01월호

美 신경정신의학회, 유족 겪는 고통 수준 ‘참사’ 분류
남겨진 삶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 중요
유족 이야기 귀 기울이고 따뜻한 공감·위로 전해야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 정리=임은석 기자 fedor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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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특히 소중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자살로 세상을 떠났을 때의 충격과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매년 1만3000명 내외의 자살사망자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수십만에 달하는 유족이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신경정신의학회는 자살 유족이 겪는 고통의 수준을 ‘참사’로 분류한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련 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자살 유족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뿐만 아니라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 고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등 복잡한 감정의 변화와 고통을 경험한다. 이러한 고통으로 인해 자살 유족의 우울증과 자살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살 유족들이 죄책감과 슬픔을 이겨내고, 남겨진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 유족이 건강한 애도 과정을 거쳐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살사망자에 대한 심리부검, 유족 자조모임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협약을 통해 자살 유족에게 심리 상담 및 정신과 치료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별 이후 자살 유족에게 필요한 상담·복지·교육 등 적정 서비스로의 연계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살 유족들은 사별 직후부터 3개월 이내에 관련 서비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나, 실제 서비스 이용 경험을 살펴보면 상담 서비스의 경우 사별 후 평균 21개월이 지나서, 치료비나 생계비 지원 등 복지 서비스의 경우 사별 후 평균 25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렇게 적정 서비스로의 연계가 늦어지는 것은 관련 서비스에 대한 홍보 및 정보 부족 등도 영향이 있겠으나, 당사자가 스스로 유족임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유족 1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 심리부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유족의 71.9%가 사회적 편견 등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자살 사망 사실 자체를 알리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자살 유족은 적극적으로 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자살 유족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적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살 유족 대상 원스톱 서비스 시범사업을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이다. 핵심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자살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찰의 요청에 따라 자살 유족 전담 직원이 출동해 유족에게 초기 심리 안정을 지원하고, 법률·행정, 학자금, 임시 주거 등 제공 서비스를 안내한다. 또한 유족의 동의를 받아 지속적인 사례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범사업은 현재 광주광역시,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이나 앞으로 점차 지역을 확대해 더 많은 자살 유족들이 적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가 참여하는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자살 예방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11월 23일은 ‘자살 유족의 날’이다. 자살로 인해 상처받은 유족들이 치유와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회적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지정된 날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많이 힘들었겠다.” “힘들면 실컷 울어도 돼.” ‘자살 유족의 날’을 기념해 자살 유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위로가 되는 말’ 중 일부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살 유족에게 “이제 그만 잊어라.”, “너는 고인이 그렇게 될 때까지 뭐했어?”, “이제 괜찮을 때도 됐잖아.”라는 상처가 되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겪어서는 안 될 아픔을 겪은 자살 유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상처가 되는 말보다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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