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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 위해 ‘공공미술’이 필요한 이유

2019년 12월호

더 나은 삶 위해 ‘공공미술’이 필요한 이유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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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도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대책으로 예술 공공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시 재생’에 목적을 둔 ‘공공미술’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일궈가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공공미술’이란 단어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이미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폐건물이 예술가의 손을 통해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인적이 드물었던 마을은 화가들의 붓터치 덕에 ‘벽화마을’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도시는 개발을 지나 재생 단계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공공미술이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히 크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공공미술의 탄생

공공미술은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미술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모두가 사용하는 것에 공적 자금으로 실행하는 미술’이다. 초기 ‘장소’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문화·사회적 소통을 전면에 내세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공공미술의 출발점에 대해 “이전에는 도시의 간판, 건축물의 외관이 실용성, 기능성 위주로 돼 있었다. 이제는 심미적인 기능도 추가하자는 지점에서 공공미술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도시 재생과 관련해서는 “국토부는 도시 재생 사업을 과거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며 ‘뉴딜 정책’으로 문체부와 손잡고 문화적 도시 재생을 시작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질적 향상, 미적 효과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적 시선이 가미됐다. 색조부터 모양, 스카이라인까지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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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광, 너의 거실, 복합매체, 설치, 2,500x640cm, 2019. [사진=안양문화예술재단]


국내에서는 2000년 후반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활발해졌다. 그중 2005년 개막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6)는 도시 재생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계에도 신바람을 몰고 왔다. 3회부터 3년마다 개최해 올해로 6회를 맞는 APAP6는 ‘공생도시’를 주제로 도시에서 예술의 역할을 강조한다. 김윤섭 APAP6 총감독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에서 같이 살아가야 할 매개체가 바로 예술”이라고 말했다. APAP6가 선보이는 도시 재생의 대표적 사례는 폐허가 된 공간을 주민들의 휴식 장소로 재구성한 천대광의 ‘너의 거실’이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재단법인 아름다운맵이 주관하는 ‘마을미술프로젝트’도 도시 재생을 목적으로 한 공공미술사업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예산은 매년 국고 10억원이 배정된다. 주로 지자체와 매칭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성과는 ‘벽화마을’로도 유명한 부산감천문화마을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2~3년간 4억원을 들여 부산감천문화마을의 문화 재생 사업을 맡았다. 10년간 지자체와 지원단체가 동행했고, 예산은 400억원 정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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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감천마을. 평면 형태로 제작된 풍선에 감천동 우리누리 공부방 학생들의 꿈과 소망을 직접 적어 소원성취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사진=마을미술프로젝트]


단순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지속적 관심을

도시 재생과 관련한 공공미술사업은 주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주도한다. 그래서 지자체가 주장하는 ‘도시 재생’ 정책과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시 재생을 위한 공공미술의 성공적인 사례는 아직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지역적 특색이 반영된 결과물을 보기 드문 경우도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지자체가 도시 재생을 구실로 사업을 벌이지만 프로젝트를 지속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2013년 진행된 하동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그 예다. 6년 전 그가 하동 벽화마을을 찾았을 때는 이미 퇴색돼 있었고, 2018년 새롭게 진행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홍 평론가는 “지자체에서 연속성을 띠지 않고 새로운 사업만 진행하니 관리가 안 된다. 재생이 아니라 그냥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한 전시 행정이 아닌가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마을미술프로젝트 김진엽 사무국장도 도시재생사업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3년 작업 후 이를 이어받을 활동이 있어야 활성화되는데, 지자체를 비롯해 지속 관리가 부족한 면이 있다. 3년이 지나면 야외 프로젝트들은 부식되기도 한다. 지자체가 꾸준히 부산감천문화마을처럼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예산이 적어 문제가 되거나 담당자가 바뀌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문체부가 처음 추진하면서 모토가 된 것이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렇다 보니 환경 조성이 강조됐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공공미술로 전향됐다. 현재는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한 ‘한국형 공공미술’을 정착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공미술 정책이 정착되지 못하다 보니 매뉴얼이 없다. 이 사업을 지자체도 지속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고안하려 한다. 이를 위한 세미나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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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일~ 2019년 1월 18일까지 진행한 의성 기억 저장소. [사진=마을미술프로젝트]


주민과 함께하는 공공 프로젝트로 확산

김진엽 사무국장은 시각적으로 미술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에 예술이 함께하는 삶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삶의 터를 가꾼다는 데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주민들이 반신반의하는 경우도 있으나 공공 프로젝트를 경험한 이들은 삶의 변화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주민 그리고 예술가들이 협동해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충분한 소통 없이 진행된 결과물은 공감받지 못한 행정적 자료이자 실패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홍경한 평론가는 “역사성과 삶의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도시 재생이다. 문제는 주민이 사실상 홍보에 접근을 못하다 보니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평론가는 일부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관련 행사가 국제미술전으로 자리 잡기보다 지역공동체적 특성 아래 담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학적으로 혹은 미술사적으로 미래 세대에 어떤 것을 남겨줘야 하는지 지역공동체적 특성 아래 담론화해야 한다. 지역주민과 예술이 어떤 상생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이제 그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김진엽 사무국장은 “처음에 주민들에게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하자고 하면 ‘이게 뭐냐’고 한다. 그런데 가시적인 성과를 본 후에는 반응이 달라진다. 향후에는 주민의 요구를 결합하는 것이 목표다. 주민이 함께하는 공공미술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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