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초보자도, 고수도 좋아하는 꽃그림 집에 꽃그림 걸어보실래요?

2019년 12월호

초보자도, 고수도 좋아하는 꽃그림 집에 꽃그림 걸어보실래요?

2019년 12월호

꽃을 그린 정물화, 최고의 베스트셀러
‘진부하다’는 비판에도 인기 여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상세기사 큰이미지
김지선 Luminescence, acrylic on canvas, 112x162cm, 2019. [사진=갤러리 가이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그림은 언제나 인기가 높다. 정물화 중에서도 아름다운 꽃들을 화폭에 세밀히 그려넣은 꽃그림은 늘 수요가 많다. 꽃그림은 회화의 여러 장르를 제치고 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다.

서양에서는 15세기 중반 종교개혁으로 칼뱅의 개신교가 부상하며 성화와 성물이 배척되자 정물화 수요가 급증했다. 부유한 상공인과 신흥 부르주아들은 중세시대의 성화 대신 정물화와 풍속화에 눈을 돌렸다. 특히 우아한 꽃그림에 주목했다. 이에 재능 있는 예술가들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며 아름답고 완벽한 꽃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북부 등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극사실적인 꽃그림이 각광을 받았다. 상류층 가정에는 화려함과 섬세함을 뽐내는 꽃그림이 잇따라 걸렸다.

이후 바로크를 거쳐 모더니즘 작가들도 꽃그림을 여러 방식으로 그렸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영국 출신의 작가 마크 퀸의 강렬한 꽃그림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김재학, 장미. 53x45.5cm. 캔버스에 유채, 2019. [사진=선화랑]


동양에서도 꽃그림은 회화는 물론이고 도자기, 금속공예의 도상으로 널리 쓰이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왔다. 이상향을 그린 산수화를 최고로 치던 선비들은 화조화를 저급한 것으로 치부했지만, 대중들은 화조화를 곁에 두고 생활 속에서 즐겁게 음미했다. 조선 후기에 기층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던 민화 화조도가 좋은 예다. 조선의 화조도는 질박하면서도 거침없고, 소탈하면서도 독특한 미감이 깃들어 있어 오늘 봐도 멋스럽다.

조선의 꽃그림 전통을 계승하며 독자적 화풍을 일군 20세기 화가로는 도상봉, 이인성, 김경, 오지호, 황염수가 꼽힌다. 특히 이인성(1912~1950)은 백합과의 칼라를 그린 ‘카이유’라는 걸작을 남겼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특선을 차지한 이 그림은 날렵한 구도와 세련된 색채가 단아한 미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일본 왕실이 ‘카이유’를 매입하는 바람에 국내서 자취를 감췄다가, 1990년대 말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백방으로 노력해 고국 품에 안기도록 한 일화도 유명하다. 일본 소장가에게 1억원을 건네고 되찾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김종학 부채그림 꽃과 나비.1997


도상봉(1902~1977)은 꽃병이 터질세라 가득 담긴 라일락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의 유화 ‘라일락’은 경매에 나오면 대체로 고가에 낙찰될 정도로 인기다. 동시대 꽃그림 화가로는 일평생 장미를 그려온 원로 서양화가 이경순, 설악산 꽃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 장미 화가 김재학, 맨드라미를 독특하게 그리는 김지원 등이 유명하다.

젊은 작가 중에는 김지선(1986~)의 꽃그림이 돋보인다.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지선은 화폭에 백합, 칸나, 글라디올러스, 장미, 작약, 국화, 양귀비 등 수백 가지의 꽃을 빈틈없이 채워 그린다. 또 섬세하다 못해 날카로울 정도로 예리하게 꽃들을 표현해 밀도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색채 구사 또한 수백여 종의 꽃이 똑같은 색이 없을 정도로 제각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꽃들을 빽빽하게 그려넣으려면 구성과 배치, 색의 활용을 치밀하면서도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극사실적인 작업이기에 공력 또한 엄청나게 든다. 작업의 완성도를 위해, 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구현하기 위해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다는 게 김지선의 고집이다. 때문에 꽃그림 대작 1점을 완성하려면 3~4개월을 쉼없이 매달려야 한다. 그의 그림을 접한 사람들이 작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지선은 대학 시절에는 연필과 펜으로 흑백의 꽃을 그렸는데 “꽃말고 다른 걸 그리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꽃의 피어있는 모습, 식물의 뻗어나가는 모습이 좋아 요즘은 화면 전체를 ‘올오버’방식으로 꽉 채우는 독특한 꽃그림에 전념하고 있다.

김지선을 발굴해 전속작가로 후원하고 있는 갤러리가이아의 윤여선 대표는 “젊은 작가들 중에는 극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많지 않다. 요즘 대학 캠퍼스에선 온갖 실험적인 작업이 줄을 잇고, 미디어아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한가롭게 꽃그림을 그린다는 건 철 지난 작업을 붙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꽃그림 또한 오늘의 어법과 오늘의 시각으로 그린다면 그 또한 첨단이 아니겠느냐. 문제는 동시대성인데 김지선의 그림은 극사실화 같지만 꽃과 풀이 경계가 없이, 시간의 관념도 없이 ‘오로지 피어나는 중’이란 점에서 참신하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식물의 시간에서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가을 인사동 화랑에서 김지선의 작품전을 개최한 데 이어,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19에도 김지선의 꽃그림을 여러 점 소개했던 윤 대표는 “컬렉터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판매로 성과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검푸른 바탕에 꽃들이 기품 있게 빛을 발하는 작품은 인기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김지선의 회화는 크기에 따라 300만~2300만원대로, 직장인도 웬만큼 접근 가능한 수준이다.

꽃을 그리는 40대 남성 화가 박종필(1977~)의 그림은 과장되고 확대된 시점의 꽃그림이다. 화면 중앙에 놓인 꽃들은 꽃송이가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있다. 반면에 주변부의 꽃들은 작고 소소하다. 또 활짝 핀 생화 사이에, 조화도 간간이 숨어 있어 흥미를 더해 준다. 감상자들은 쉽사리 가려내기 어려울 정도로 조화 또한 싱싱하다. 이 같은 상반된 꽃 모티프를 통해 작가는 꽃의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인간 삶의 양면성을 돌아보게 한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박종필 Between the Fresh no.34 163x90cm oil on canvas. 2013. [사진=박여숙화랑]


박종필의 그림은 워낙 사실적이어서 서양의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박종필을 전속작가로 두고 있는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서구의 하이퍼리얼리즘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재현한다면, 박종필의 작업은 신형상주의다. 신형상주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해 가시화할 수 없는 생각의 진폭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매우 익숙한 꽃이지만 익숙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 관객들에게 존재론적 사유를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필은 꽃시장이 문을 여는 첫 새벽에 마음에 드는 꽃을 사들고 돌아와, 조화를 사이사이에 끼어넣은 뒤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진실과 거짓,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 있는 우리네 삶의 모호함과 인간의 양면성을 진짜 꽃과 가짜 꽃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박종필의 그림은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탐스럽게 핀 꽃들이 캔버스에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외치는 작품은 전시를 열자마자 우선적으로 팔려나간다. 작품값은 500만~3500만원 선이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마크 퀸, Frozen Garden, 판화. [사진=MarcQuinn]


장미 화가로 명성이 높은 김재학, 설악산 계곡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자유분방한 터치로 그리는 김종학의 그림은 아트마켓에서 늘 상종가를 달린다. 두 작가는 꽃그림 작가들 중 단연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김종학은 지난해부터 홍콩과 파리에서도 작품이 솔드아웃될 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 조현화랑의 조현 대표는 “김종학의 꽃그림은 강한 개성과 꿈틀대는 기운이 화폭에 가득 깃들어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인을 사로잡는 듯하다. 죽은 그림이 아니라 펄펄 살아 움직이는 그림이란 점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천년을 이어온 꽃그림은 사실 진부한 장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생명의 싱그런 에너지를 담아내는 꽃그림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이들 작품이 미술사에 길이 남는지의 여부는 별개다. 대단히 장식적이고 대중지향적이기 때문에 평론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인색하다. 그렇더라도 기본도 갖추지 않은 추상작업에 비해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꽃그림은 앞으로도 호응이 여전할 것이 분명하다. 난해한 현대미술에 지친 이들에게 ‘잘 그린 꽃그림’은 힐링을 선사할 테니 말이다.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민병복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