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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카이

2019년 12월호

[스타 인터뷰] 카이

2019년 12월호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클래식부터 팝페라 가수, 뮤지컬 배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션 카이가 올해를 ‘카이의 해’로 만들 태세다. 올 초 ‘팬텀’부터 ‘엑스칼리버’, ‘벤허’를 거쳐 연말에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뮤지컬 ‘레베카’로 돌아온다.

늘 다작을 하는 덕에 ‘열일의 아이콘’이 된 카이는 지난 10월 24일엔 대규모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카이의 서울 클래식’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콘서트에서 그는 해외로 널리 뻗어나갈 ‘한국의 클래식’을 정의했다. 공연에서 선보인 곡들은 카이의 정규 2집 ‘카이 인 코리아(KAI IN KOREA)’에도 수록됐다.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로 2년째 활동해온 그의 행보에 자연히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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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으로 시작해 뮤지컬 스타로

‘카이의 서울 클래식’ 콘서트에서 그는 클래식을 ‘고전’과 ‘기본’이라고 정의하며 카이라는 음악가 자체를 보여주는 셋리스트를 구성했다. 모교인 서울대 은사 박인수 마에스트로가 고령에도 게스트로 올라 뜨거운 감동을 안겼다. 특별히 그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멜로디와 가사의 멋을 한껏 뽐낸 덕에 한국의 클래식이 무엇인지를 이번 공연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2014년에 ‘카이 인 이태리(KAI IN ITALY)’라는 타이틀로 정규 앨범을 냈어요. 지금은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데, 아시아 지역에 나가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대중가수나 아이돌 가수들, K팝 위주로 한류 공연이 편중돼 있다는 걸 느꼈죠. 갈 때마다 ‘어떤 노랠 해야 하지?’ 고민도 됐고요. 그런 걸 담아 만든 앨범이 ‘카이 인 코리아’예요. 연초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10월엔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는데 시기를 맞춰 동시에 선보이게 됐죠. 카이의 클래식, 한국의 클래식을 만나셨길 바라요.”

일본과 중국, 범아시아 국가들을 다수 방문하며 카이는 최근 높아진 한국 뮤지컬의 위상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가 직접 참여했던 한국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벤허’, ‘엑스칼리버’ 등은 이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게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가서도 이런 규모, 완성도를 지닌 작품을 보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고 생각돼요. 물론 현실적인 제약은 분명히 있죠. 티켓값이 비싸고 공연장에 직접 찾아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아직 대중적인 예술 영역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래도 한국의 문화적 수준이 많이 올라왔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1990년대만 해도 우리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는 경지에 이를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겠죠. 뮤지컬의 미래도 평탄하지는 않지만 곧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것이고, 이미 그런 수준에 이르렀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마친 카이는 팝페라 가수로 데뷔해 2011년부터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했다. ‘삼총사’, ‘잭더리퍼’, ‘몬테크리스토’, ‘엑스칼리버’,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대작을 무수히 거쳐온 그는 올 연말, 드디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레베카’의 막심 드윈터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일단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모두 포진해 있어 누구도 실력으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거예요. 막심 드윈터 역으로는 저와 신성록 배우가 새로 합류하고 알리 씨가 댄버스를 맡았죠. ‘배우가 바뀌면서 이렇게까지 뮤지컬에 큰 변화가 생기는구나’ 느낄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각 캐스트가 서너 명 이상인 만큼 관객 입장에서는 페어를 조합해서 보시는 재미도 있겠죠. 저 같은 경우 상대방의 흐름과 에너지를 굉장히 타는 편인데, 연기 패턴이나 해석이 달라져서 아주 즐겁게 다양한 배우들과 작품을 같이할 수 있을 거라 기대돼요.”

‘레베카’는 유난히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뮤지컬이다. 벌써 5년째 찾아오는 이 작품만의 매력을 카이는 ‘스토리가 주는 완성도’라고 꼽았다. 그의 말처럼, ‘레베카’에는 처음 보는 관객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뮤지컬 장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반전이 숨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역대급 반전이 나오지만 사람의 시선이라는 게 흐름을 따라가고 예측 가능하기 마련이잖아요. 완전히 뜬금없는 결말이 아닌 이상, 얼마나 예측 가능한 가운데 신선함을 주느냐가 재미의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원작을 모르고 이 공연을 봤을 때 스토리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면서 봤던 기억이 나요. 뮤지컬은 음악과 노랫말이 있기 때문에 다른 장르보다 더 예측 가능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센스 있는 전개, 르베이 작곡가의 음악적 반전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죠. 스토리가 주는 완성도가 대단해요. 이미 보셨던 분들에겐 새로운 캐스트가 만들어 나가는 신선한 전개와 반전이 또 새로운 매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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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숱하게 흔들리며 걸어온 길

10년 가까이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카이는 스스로 점차 단단해진 과정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성악을 전공하고 팝페라 가수로 시작해 뮤지컬로 오는 과정에서 숱하게 흔들리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는 자존감이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의적, 타의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의견을 너무 신경 쓰고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든 때가 있어요. 팝페라를 먼저 하신 임태경 선배가 있었지만 그때는 확실한 주자가 많이 없던 때였고,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도 류정한, 김소현 선배가 대표적이었지만 많지 않았죠. 예전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려 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음악적 자존감이 조금 낮았던 게 사실이에요. 이젠 자신감이나 경험치와 별개로 제 자존감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좀 부족할 수 있겠지만 노력해야지, 중요한 건 나만의 것이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해 보자.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그런 자존감이 형성되면서 다른 캐스트들과 비교하려는 생각이나 누구보다 잘하겠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레베카’를 비롯해 카이가 거쳐온 작품들 중 대부분은 대형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작품이다. 현재 카이의 소속사는 EMK엔터테인먼트. 아무래도 자사의 작품에는 조금 더 쉽게 기회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카이는 “저희 대표님을 그렇게 쉽게 보시면 안 된다”며 웃었다.

“뮤지컬은 상업예술이고 모든 결정은 티켓을 파는 자의 몫이에요. 저는 제안을 받는 입장이죠. 그럼에도 늘 엄홍현 대표님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전문 뮤지컬 배우들에게 계속해서 자리를 만들어주려 노력하기 때문이에요. 상업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 둘 다 놓지 않고 가려는 노력을 계속 해오셨어요. 제가 제안을 받기 쉬웠다고 생각하실 수 있고,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지만요.(웃음) 첫 EMK 작품인 ‘마리 앙투아네트’ 오디션 볼 때 페르젠처럼 제복을 입고 갔어요. 로버트 요한슨 연출가가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캐스팅해 줬죠. 이후에 팬텀을 할 때도 오디션을 봤고, 조금씩 기회가 찾아왔어요. 오랜 시간 끝에 오디션을 보지 않는 배우의 자리에 왔지만, 이 작품이 당연히 저한테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늘 스스로의 오디션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죠.”

카이는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른 것은 물론 각종 행사, 솔로앨범 발매까지 한시도 쉬지 않았다. 누군가 “왜 쉬지 않냐”고 묻지만 카이를 밀어붙이는 힘은 사실 별 거 없다. 이 순간을 간절히 꿈꾸던 시절, 그 자체가 모든 일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하정우 씨가 쓴 책을 읽었어요. ‘매일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걸 배우는데 왜 쉬냐’는 구절을 봤죠. 굉장히 공감이 갔고 멋있었어요. 어떤 작품을 끝내는 동시에 하나를 해냈다기보다 매일의 삶이라고 생각하려 해요. 다음 작품을 생각하는 게 쉼이고 재미가 됐죠. 솔직히 얘기하자면, 누구나 하기 싫다고 출근을 안 하지 않잖아요. 이곳이 저의 직장이기 때문에 어느 날은 쉬고 싶어도 묵묵히 걸어가는 거죠.(웃음) 10년 넘게 제가 참 꾸역꾸역 온 것 같아요. 한 단계씩 아주 힘들게 왔는데 그것마저도 행운 같아요. 그때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 지금 펼쳐지는 상황이죠. 꿈 같은 시간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불평하는 건 스스로도 죄를 짓는 행동과 마인드가 아닐까요. 사람인지라 지치고 힘들 때도 있죠. 그때마다 간절히 원했던 그날의 일기를 꺼내 봐요. 가장 큰 자극과 원동력이 되죠.”

숱하게 흔들리던 시간들을 거쳐 이제 카이는 한국 뮤지컬 업계에서는 꽤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런 그와 다음 목표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카이는 조심스럽게 뮤지컬 영화와 중국 진출을 향한 욕심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허황된 공상 같은 것”이라며 웃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뮤지컬 영화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늘 김연아 선수를 상상하거든요. 김연아 전에는 사실 누구도 스케이트장에 가지 않았는데 그 이후 피겨쇼를 하면 인기가 엄청나잖아요. 그분의 공이 굉장한 거죠. 그 역할을 제가 했으면 하는 공상을 늘 하지만.(웃음) 어떤 천재 감독이, 천재 음악가가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든다면 대중적인 좋은 뮤지컬 영화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그런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어요. 또 하나의 숙원은 ‘일본과 중국을 내 집처럼 오가며 노래하는 김연자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 꿈이죠. 최근 상하이에 가서 한국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 넘버를 선보였는데, 선율이 굉장히 중국음악처럼 느껴졌어요. 중국에서도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이 될 수 있겠단 상상을 했죠. 한국 뮤지컬의 완성도가 지금도 높지만 발전을 거듭한다면 언젠간 우리가 중국에 상륙해 사랑받게 될 거라고 봐요. 거기 저도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죠.”

인터뷰 막바지, 카이는 스스로를 약간은 고지식하고, 극한의 상태로 몰아붙이는 타입이라고 인정했다. 2017년 ‘벤허’ 초연 때 그렇게 깡마른 노예의 몸을 유지하면서 느낀 점도, 얻은 것도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조금 자유로워졌다고.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그는 ‘예술은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는 말에 속지 않은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선택이 뭐였냐 물으시면, 저는 속지 않았던 나를 칭찬해 주고 싶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아요. 하지만 좋은 결과는 열심히 한 자들만이 받는 옵션 같은 거죠. 더 나이가 들어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해준다면 절대 속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속지 않았기 때문에 꿋꿋이 열심히 했고,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죠. 기적같이 감사한 일이죠.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결국 모든 게 뜻대로 됐어요. 이게 10년간의 결산이라고 생각돼요. 누군가는 카이와 정기열이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시지만, 그 말은 목사나 스님이 교회나 절간에서와 세상의 행실이 달라도 상관없다는 말처럼 느껴져요. 책임감과 의무감을 떠나서 영적인 영역이 필요한 것이 예술가의 삶 같아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매력적인 부분은 또 그런 대로 일관적인 사람으로 10년, 20년 더 잘 살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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