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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미완의 검찰개혁 조국사태가 남긴 것

2019년 12월호

머나먼 미완의 검찰개혁 조국사태가 남긴 것

2019년 12월호

文대통령 검찰개혁 핵심카드 ‘조국’ 35일 만에 사퇴
조국사태→정치권 공방으로 검찰개혁 난관 직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놓고 공방 치열할 듯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습니다.” - 2017년 4월 대선공약집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 후보 당시 ‘권력기관 개혁’은 1순위 공약이었다. 그중에서도 맨 앞이 ‘검찰개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뽑아든 검찰개혁의 핵심 카드는 ‘조국’이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 전 장관을 임명하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경우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면서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권력기관 개혁, 특히 검찰개혁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게 된 이유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조 전 장관 지명 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한국 사회는 둘로 쪼개졌다. 보수와 진보 진영은 서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조국사퇴’와 ‘검찰개혁’을 외쳤다. 한쪽에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한편에서 검찰이 개혁을 막기 위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처한 조 전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 등의 개혁 방안을 차례로 내놓고 35일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장관은 35일 만에 퇴장했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치권, 시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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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 수사’로 검찰권 오히려 강화

문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 경실련 출신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을 꾸려 검찰의 과오를 밝히고 재수사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 정권 초기 ‘적폐청산 수사’로 검찰 특수부는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 정권 초기 검찰개혁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적폐 수사에 비중을 두는 바람에 오히려 검찰이 강화됐다. 박상기 전 장관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박 전 장관은 복수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으로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게 검찰개혁 분야”라며 “사실 적폐 수사를 신속히 끝내야 된다는 점 때문에 특수부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손을 못 댄 것, 이런 것이 좀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의 조직 보호 논리는 대단히 단단하다. 축적된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검찰의 체질이)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독립성 강화라는 검찰개혁의 목표는 잘못 설정됐고,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정국서 검찰개혁보다 정치적 공방 거세져

박 전 장관 후임으로 조 전 장관이 임명되면서 ‘검찰개혁’은 또 다른 변곡점이 됐다. 조 전 장관은 한 달 여 동안 대통령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 등 검찰개혁을 빠르게 착수했다. 조 전 장관 취임 직후 발족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1호 권고안으로 직접수사 축소를 발표했고, 조 전 장관은 이 권고안을 토대로 전국 3곳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꿨다. 검찰 역시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금지, 심야조사 폐지 등 수차례에 걸친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검찰개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두 달간 이어진 ‘조국 정국’에서 검찰개혁 논의가 진전되기보단 정치적 공방이 거셌다. 여론은 서초동의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의 ‘조국사퇴’ 집회로 양분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 직후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고 그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처하며 결국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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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조국 정국 이후 ‘미완의 검찰개혁’ 향방은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권력기관 개혁, 특히 검찰개혁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을 이례적으로 청와대로 불러 직접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검찰개혁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된 뒤 검찰에 다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수처 설치 등 검찰의 권한 분산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 제·개정을 통한 법무부발 개혁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도 “정확히 하려면 법률로 제도화를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원위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도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공수처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은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법안 모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다. 백혜련안은 공수처장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 없지만, 권은희안에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해놨다. 또 백혜련안은 공수처 검사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줬지만, 권은희안은 공수처장에게 줬다. 권은희안이 상대적으로 공수처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 방지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공수처 법안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거세고 선거제 개편 논의까지 맞물려 법안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영 논리로 흘러가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상반기 여론조사에서 공수처 설치 찬성은 65~70%에 달했지만,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최근에는 5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야 모두 공수처를 진영 논리로만 말하는 게 안타깝다”며 “공수처를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한 보 못 나가면 반보라도 나갈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매일 다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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