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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육류 도매시장 르포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공산당 ‘비상’

2019년 12월호

중국 최대 육류 도매시장 르포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공산당 ‘비상’

2019년 12월호

아프리카돼지열병 ‘후유증’ 지속
가격 급등에 민심 악화, 공산당 지도력 시험대

|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11월의 첫 번째 주말을 맞은 2일 중국 베이징 북동쪽 왕징(望京) 인근에 위치한 차오라이완퉁(朝來萬通) 도매시장. 시장의 맨 안쪽 구석 ‘육류(肉類)’라는 간판을 단 대형 건물로 들어서니 내부는 마치 조명을 한 듯 온통 붉은 형상이고, 육고기의 비릿한 냄새가 후각을 압도한다. 서울의 가락동 시장과 같은 이 시장은 베이징 북부 지역 돼지고기 소비를 책임지는 곳으로, 남쪽 신파디(新發地) 시장과 더불어 베이징의 양대 농수축산물 도매시장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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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 북부 최대 축산 도매시장인 차오라이완퉁 시장.


시장 안 매장에는 방금 세관을 거쳐 해외에서 반입된 고기 상자가 잔뜩 쌓여 있다. 기자와 동행한 왕징 인근 음식점 사장은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해 온 냉동 돼지고기”라고 소개했다. 음식점 사장의 단골 거래처 주인인 류(柳)씨는 “요즘 국내 생고기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고 귀띔했다. 류씨는 “가격 점검이 부쩍 잦아지고 돼지 문제로 당국이 매우 예민해져 있다”면서 사진 촬영을 하는 기자를 만류하고 나섰다.

중국에서 1년여 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경제, 사회 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사육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인데 이미 1억마리가 폐사했으며 돼지고기 가격도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유력 민간연구소인 헝다(恒大)는 2018년 중순 이후 1년 3개월 만에 돼지고기 가격이 141%나 폭등했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2019년 8월 현재 중국 돼지 사육 두수는 1억9800만마리로 전년 동기비 38% 감소했고, 씨암퇘지도 37% 줄어 향후 수급 개선에 암운을 던지고 있다.

시장의 한 상인은 “돼지고깃값이 오르면서 쇠고기·양고기·닭고기 등 다른 육류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의 경계선을 넘어 4%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톈펑(天風)증권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CPI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CPI 상승률이 연말에 3.9%, 2020년 설에는 4.5~4.8%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말 중국 농업부는 돼지고기 도매가가 ㎏당 52위안이라고 밝혔는데, 2일 차오라이완퉁 도매시장을 돌아본 결과 여기에선 이미 60~66위안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곳 상인 류씨는 “이런 추세라면 내년 설 때엔 ㎏당 가격이 100위안까지 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오상(招商)증권은 “돼지고기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한층 장기간에 걸쳐 오를 수 있다”며 “내후년인 2021년 설 때까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씨암퇘지가 지난 8월 말 현재 전년 동기비 37%나 줄어 단기 사육 두수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 상황을 한층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돼지고기는 세계 3대 요리인 중국 음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식재료로 꼽힌다. 우리의 주식인 쌀과 같은 농축산품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돼지고기 소비 점유율은 거의 절반 수준인 49.3%에 달한다. 세계 돼지고기의 50%를 중국인들이 먹어치운다는 얘기다. 유럽(19%)과 미국(8.7%)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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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런 막대한 돼지고기 소비를 단순히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지독한 돼지고기 사랑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소비하는 육류 가운데 쇠고기·양고기·닭고기 등 모든 육류를 통틀어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3%에 달한다. 대부분 중국인들은 ‘러우(肉)’라는 말을 통상 돼지고기로 인식한다. 중국 요리 이름 중에 ‘러우(肉)’라는 글자가 들어간 요리가 있다면 십중팔구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돼지고기의 나라’ 중국 사회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파동으로 뒤숭숭하다. 과거에도 네댓 차례 돼지고기 가격 파동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오랜 기간 가파르게 오른 유례가 없었다.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일 때마다 중국 매체에는 ‘저량안천하(猪粮安天下)’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식량과 더불어 세상 민심을 평안하게 하는 매우 특별한 상품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실제 돼지고기의 수급과 가격은 단순한 축산품 유통 문제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권의 체제 안정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산당 정권이 지금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가져온 돼지고기 수급 및 가격 파동과의 전쟁을 벌이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씨암퇘지를 늘리기 위한 축산농가 보조금으로 정부 예산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해당 기관에서는 돼지 파동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공무원 인사와 승진의 중요한 평가사항이 될 거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국가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國以民為本, 民以食為天)’. 예부터 중국 통치자들이 천하를 운영하는 데 있어 금과옥조처럼 새겨 온 말이다. 돼지 파동으로 중국 사회가 술렁이는 가운데 요즘엔 여기에 한마디가 더 붙어 ‘식이저위선(食以猪為先)’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인민들이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되, 먹거리 중에서도 돼지고기를 으뜸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공산당의 백성들이 하늘처럼 여기며 끼니마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 돼지고기. 14억 인민의 아침저녁 식탁에 돼지고기 요리를 올리기가 힘들어지는 날이면 천하 태평을 기약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생산과 수입, 소비 모두 세계 최고인 돼지고기의 나라, 중국 사회가 돼지 파동으로 심한 열병에 빠졌고 덩달아 중국 공산당의 체제 안정도 시험대에 놓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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