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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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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호

공찬의 'BL' 도전기, 배우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그룹 B1A4로 데뷔한 공찬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비의도적 연애담(비연담)’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이자 BL(Boy Love) 장르인 이번 작품에서 공찬은 지원영 역을 맡았다. 공찬의 첫 BL 도전기...“로맨스 코미디로 다가갔죠” 지난 3월 티빙에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비의도적 연애담’이 영상화돼 공개됐다. BL 장르는 마니아층이 탄탄하게 형성된 만큼, 이번 작품 역시 공개 전 그리고 공개 후에도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공개되기 전까지 설렘과 긴장 상태로 있었어요(웃음). 팬들이나 시청자들이 이번 작품을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원작 팬들도, 저희 팬들도, 시청자들도 많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서 너무나 감사했죠.” 이번 작품은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BL 장르인 만큼 동성의 사랑을 그렸다. 탄탄한 마니아층에 힘입어 공찬과 차서원(윤태준 역)이 그린 로맨스도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원작과 저희 캐릭터 싱크로율이 비슷하다고 많이들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행복했어요. 또 장르는 BL이지만, 드라마를 막상 보다 보면 그저 로맨스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르인 것 같아서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 팬들도 부모님이랑 같이 재미있게 봤다고 해줘서 고마웠죠(웃음).” 작품 내에서 공찬이 맡은 지원영은 상사의 비리에 휘말려 억울하게 정직 처분을 받고 휴식을 위해 강원도에 갔다가 윤태준과 얽히기 시작한다. 원작에서 지원영이 밝고 유쾌하지만 아픔을 가진 인물인 만큼, 공찬은 “실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캐릭터가 가진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사교성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원영이는 자신의 아픔과 힘듦을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인데, 저 역시 그렇거든요. 원영이는 태준이를 만나면서 아픔을 이겨내는데, 저는 B1A4 형들과 함께 지내면서 고민이나 힘든 부분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느꼈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저와 비슷한 지점이 많아서 편안하게 임했죠.” 작품 초반에 태준은 갑작스레 다가오는 원영을 밀어낸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된다. 공찬은 원영과 태준의 서사에 대해 귀띔했다. “태준이는 원영이랑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원영이를 까칠하게 대하고 밀어내는 것만 같은 모습을 보여요. 그러다 태준이가 원영이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에 있어서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이 애정인지, 감사함인지에 대한 경계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있었을 거고요.” 방대한 원작을 10부작으로 압축한 만큼, 캐릭터들의 모든 서사를 담아내는 것은 무리다. 작품 역시 자극적이고 큰 사건 없이 잔잔히 흘러간다. 그렇기에 캐릭터가 느끼는 사소한 감정까지 표현하는 것 역시 공찬의 몫이었다. “원영과 태준이의 감정은 큰 사건에 휘말려 생기는 게 아니라, 작은 감정들이 쌓여 큰 결심이 돼요. 태준이가 원영이한테 어떤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그때 느껴지는 섬세한 표현을 어떻게 해야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이 컸죠. 그때마다 서원이 형이 조언도 많이 해줬고요. 한 번은 제가 몰입이 힘들었던 날이 있었는데, 형이 계속 호흡을 맞춰주면서 감정을 넣어주더라고요. 그때 많이 의지를 하기도 했죠.” 가수로 먼저 데뷔했지만 연기는 이번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웹드라마 ‘여행에서 로맨스를 만날 확률 시즌1.5’를 시작으로 ‘모꼬지 치킨’, 영화 ‘미스터 보스’ 등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차근차근 넓히고 있다. “그간 해왔던 작품의 캐릭터와 표현이나 감정에 있어서 많이 달랐어요. 원영이는 정말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죠(웃음). 또 웹툰을 봤을 때, 원영이랑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끌리더라고요. 이번 작품도 그렇고, 앞으로도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소소해요. 제가 나온 작품을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좋고, 작품이 좋아야 주변 사람에게 추천을 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공찬이 이 작품에 나오는데 잘하더라’라는 말만 들어도 행복할 것 같아요. 하하. 분명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함께 만들어 가고 몰입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러면서 연기가 더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앞으로 배우로서 어떻게 나아갈지 더 많이 고민해야죠.” 연기에 가수 활동까지...“연말엔 B1A4 앨범 내야죠” 공찬은 2011년 그룹 B1A4로 데뷔한 만큼 어느덧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13년 차를 맞았다. 배우로도 활약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즐겁다는 공찬은 음악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년 생일 때 팬미팅을 했는데, 그때 무대에 정말 오랜만에 올라갔어요. 무대가 천국이더라고요. 하하. 1분 1초가 너무 소중했죠. 이렇게 팬들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고요. 예전에 몸이 안 좋아서 수술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무대에 올라가지 못한 적이 있어요. 형들과 함께 무대를 즐겨야 하는데 무대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때 제가 가수라는 직업을 너무 소중히 생각한다고 느꼈어요.” 멤버 산들이 군 입대를 하면서 완전체 활동은 그가 제대하는 8월까지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B1A4 활동에 대한 팬들의 기다림 역시 커지고 있다. 그는 “연말에는 그룹으로 활동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는 배우로서, 가수로서 활동을 할 것 같아요. 또 ‘비연담’을 함께한 배우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고요(웃음). 이번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그리고 연말에는 아마 B1A4 앨범이 나와서 가수로 활동하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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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호

세계적 팝페라 테너 임형주 “K팝페라로 제2의 전성기 열 것”

| 김용석 전문기자 fineview@newspim.com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뉴스핌 월간ANDA와 만난 임형주(37·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좌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벌써 국내 데뷔로는 25주년, 세계 데뷔는 20주년을 맞았다. 소회에 대해 임형주는 “데뷔 25주년, 세계 데뷔 20주년이다. 딱딱 떨어지는 해인데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음악가로서 끊임없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저의 팬분들 덕인 것 같다. 올해는 계속해서 감사함을 표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꼭 써야 했던 3년간의 코로나 시대에 그는 무엇을 했을까. 임형주는 “처음에는 코로나가 참 원망스러웠다. 이탈리아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국경이 봉쇄돼서 공연이 모두 취소되는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생의 쉼표를 찍어주지 않았나 한다. 그런 면에서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엔 나 자신을 국제적인 나그네라고 적어놨다. (음악 활동을 하다 보니) 한 국가에 계속 머무르기보다는 떠돌이처럼 음악 연주 여행 또는 공연, 레코딩, 인터뷰 이런 것들이 이어진다. 세계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에 임형주의 삶이 달라진 게 있다면 (멈춰진 시기에) 인생의 쉼표를 찍어보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요즘 핫한 인공지능(AI) 챗GPT는 임형주를 어떻게 표현할까. 챗GPT는 “파워풀하고 감성적인 창법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 팝페라 테너다. 4옥타브에 이르는 인상적인 음역대, 감성과 열정을 불어넣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최고의 팝페라 가수이며 장르에 대한 공헌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임형주는 내후년 하반기 개관이 목표인 팝페라하우스(660석 예상)의 초대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 공연장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영 아티스트 포럼’이나 콩쿠르, 세미나 등으로 후배들을 도와줄 생각이다. 팝페라하우스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3169㎡ 부지에 연면적 1만9025.66㎡ 규모로 들어선다. 그는 “팝페라하우스 같은 공간을 이용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여기 음향시설도 제가 점검하는 등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제가 대한민국 크로스오버의 1세대였다면 이제 2세대 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크로스오버 K팝페라’라는 용어도 머지않아 등장해 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임형주는 “많은 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다. 사실 사회 환원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다.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되돌려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임형주는 K팝이 곧 미국 등을 점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형주는 “지난 2017년 3월경에 그래미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활동을 해보니) K팝이 머지않아 그래미를 정복할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전 세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K팝이 같은 음악인으로서 자랑스럽다. 또 K팝이 정상에 서면 굉장히 오랜 기간 그 자리를 구축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음악인의 병역 문제에 대해선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임형주는 “문화예술인으로서 볼 때 이는 형평성의 문제인 것 같다. 순수음악 클래식은 세계적인 경연대회에서 입상하게 되면 산업체 근무처럼 병역 특례를 받는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정말 이 규정과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면 그래미상을 수상했다든지, 빌보드 메인 핫100이나 핫200에서 3회 이상 1위를 거머쥐었다든지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대중예술 분야에서도 이런 병역 특례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명의 전·현직 대통령 앞에서 공연한 독보적인 이력을 지니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까지 총 6명의 대통령 재임시절과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시절까지 다 합쳐 무려 10명이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임형주는 고정 라디오 DJ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에 그는 “코로나 기간에 임시 백수가 됐다. 원래 개신교 신자였는데 개종을 했다. 제 교리를 진행해 주신 신부님께서 가톨릭 평화방송 cpbc FM 사장님이셨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DJ를 하고 있다”며 “팝, 클래식, 샹송, 제3세계 음악까지 다 포괄하는 종합 음악 프로그램이다. 힐링 타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음악관은 무엇일까. 임형주는 “흔히 장르를 구분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융합 시대를 사는 시대, (구분이) 무의미하지 않나 한다”며 “음악은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안 좋은 음악,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마음과 영혼이 담겨 있는, 진정성이 듬뿍 담긴 음악이 좋은 음악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형주는 “꾸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리고 진정성 있는 마음을 제대로 멜로디에 실어보자 이런 생각이 저의 지론”이라는 말을 남겼다. 임형주는 6월에서 7월 사이 9집 앨범을 내놓는다. 5월엔 국립극장, 하반기엔 세종문화회관 공연 등과 함께 해외 공연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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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호

'맘마미아'부터 '레드북'까지…공연계 물들인 '여성 서사' 뮤지컬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올해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완전히 회복한 공연계에 ‘여풍’이 거세다. 전통적으로 여성 관객 비율이 많은 ‘여초’로 분류되는 공연 시장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식스’, 한국 창작 뮤지컬 ‘레드북’, 스테디셀러 ‘맘마미아’ 등 다양한 여성 서사를 갖춘 작품들이 두루 사랑받고 있다. 브로드웨이 ‘식스’...내한-라이선스로 열기 이어져 현재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이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 중이다. 앞서 3주간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진행된 후 같은 장소에서 한국어 캐스트의 공연이 한창이다. 이 뮤지컬은 영국 튜더 시대 헨리 8세의 여섯 부인들의 삶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종교 개혁과 재위 기간에 여섯 번이나 결혼한 것으로 유명한 헨리 8세의 비하인드를 다룬다. 여섯 왕비의 운명은 이혼-참수-사망-이혼-참수-생존으로 표현되며 왕에게 가려져 있던 왕비들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연계에선 기대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식스’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통통 튀는 재기발랄함을 더해 500년 전 튜더 가문의 왕비들을 21세기 팝 스타로 재탄생시켰다. 무대에 오른 6명의 왕비들은 헨리 8세와 가장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한 1명이 ‘식스’라는 그룹의 리드보컬을 맡기로 한다. 여섯 왕비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의하는 노래를 일컫는 아이엠 송(I’m Song) 형태의 노래를 각자 선보인다. 특히 ‘식스’에서 각 왕비 캐릭터는 현존하는 팝 스타에서 영향을 받아 어울리는 넘버와 분위기를 부여받았다. 아라곤은 비욘세와 샤키라, 앤 불린은 에이브릴 라빈과 릴리 알렌, 시모어는 아델과 시아, 클레페는 래퍼 니키 미나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아리아나 그란데,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미지를 따온 하워드에다 앨리샤 키스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와 분위기의 파까지 다양한 팝 스타들의 특성을 각 왕비들에게서,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식스’의 음악 슈퍼바이저 조 베이튼(Joe Beighton)은 “‘식스’의 음악은 한마디로 여러 가지 맛으로 가득 차 있고, 강렬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며 “다양한 컨템포러리 스타일 안에서 굉장한 팝 디바들을 만날 수 있는 만큼 모든 노래가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3주간의 짧은 공연 동안 한국 관객들과 만났던 내한 캐스트들의 뜨거운 무대에 이어, 한국 배우들로 구성된 라이선스 공연 역시 연일 화제다. 손승연부터 이아름솔, 김지우, 배수정, 박혜나, 박가람, 최현선, 김지선, 김려원, 솔지, 유주혜, 홍지희까지 노래 잘하는 뮤지컬 여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이들은 대학로를 비롯한 다양한 대극장 무대에서 경험과 연륜을 쌓아 각자 상당한 여성 팬덤도 거느리고 있다. 실제로 ‘식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90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운 여배우들의 카리스마와 가창력, 무대 매너에 완전히 매료됐다. 중년 여성과 딸이 함께 와 공감하는 가족 관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원작이 브로드웨이 작품인 덕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객들도 찾아와 K패치된 ‘식스 더 뮤지컬’을 감상하며 환호했다. 다채로운 여성 서사와 유쾌한 코미디...‘관객층 확장’ 인터파크티켓이 발표한 지난해 공연 티켓 구매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예년(75.0%)과 같이 73.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20대(24.0%)와 30대(23.1%) 여성이 전체 공연 티켓 구매자 가운데 47.1%에 달했다. 연령별 구매자 비중을 보면 30대가 32.6%로 가장 높고 이어 20대 31.7%, 40대 21.9%, 50대 7.5%, 10대 4.0%, 60대 이상 2.3%로 2030 MZ세대가 공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덕분에 공연계에선 적극적인 관객층을 타깃으로 삼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모녀 관계, 워맨스 등을 그리는 서사의 공연이 다수를 이룬다. 현재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레드북’ 역시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 공모를 거쳐 지난 2017년 트라이아웃, 2018년 초연 때부터 재기발랄한 표현과 묵직한 여성 서사를 담은 이야기, 모든 차별에 관한 선명한 메시지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 같은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레드북’은 2022년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4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2018년 ‘제7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4개 부문, 2019년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뮤지컬 ‘레드북’은 19세기 런던,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야한 소설을 쓰는 여성 작가 ‘안나’와 신사답게 살고 싶은 남자 ‘브라운’이 서로를 통해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세상의 비난과 편견을 이겨내고 작가로 성장해 가는 안나를 통해 진취적인 여성상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올해는 옥주현, 박진주, 민경아, 송원근, 신성민, 성규, 김국희 등으로 이어지는 황금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다. 신시컴퍼니의 ‘맘마미아’ 역시 대표적인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이다. 전설적인 팝 스타 ABBA의 명곡들을 넘버로 배치하고, 홀로 딸을 키운 싱글맘 도나가 뒤늦게 아빠를 찾아 나선 소피와 갈등과 화해를 겪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도나의 든든한 친구들과 우정도 시시각각 돋보인다. 최정원부터 신영숙, 김영주, 홍지민, 박준면, 장현성, 김정민, 이현우, 송일국 등 친숙한 얼굴의 베테랑 배우들이 두루 출연한다. ‘레드북’과 ‘맘마미아’, ‘식스’의 공통점은 흔한, 또는 흔치 않은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유쾌한 코미디를 더했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스토리에 몰입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맘마미아’의 관람 후기 페이지에는 엄마와 딸이, 심지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보며 울고 웃었다는 후기가 가득하다. ‘레드북’의 경우에는 초연인 2018년 공연에 비해 이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관객들이 찾아와 즐기는 공연으로 발전했다. 공연 관계자는 “초연 당시만 해도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았고 선명한 메시지와 작품성으로 트라이아웃, 초연 때부터 마니아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아 왔다”면서 “2021년 재연 당시, 프로덕션이 바뀌면서 좋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규모에 맞는 투자로 보다 몰입할 수 있는 연출, 무대 디자인 등 다방면의 변화가 있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차츰 쌓여온 지금, 세 번째 시즌 공연에서는 관객석에서 눈에 띌 만큼 관객층의 확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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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호

상속세 그림으로 납부 ‘미술품 물납제’ 실효성 있나

문화재 및 미술품 물납제도 올해부터 시행 관심 지대하나 조건 까다로워 실효성 ‘글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문화계가 수년간 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던 ‘미술품 물납제’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올 3월부터 상속세가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일부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신 납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 가액보다 많을 때 허용된다. 또 상속세 물납 대상 품목은 문화재보호법의 유형문화재 또는 민속문화재로 지정 등록된 문화재에 한한다. 오래된 고려청자나 신라토기라고 해서, 또 연대가 좀 된 서화라고 해서 모두 물납이 가능한 건 아니다. 오로지 문화재에 준하는 고미술품만 가능하다. 근현대 미술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술사에 남을 만한 가치 있는 회화, 조각, 사진, 판화, 공예만이 그 대상이다. 미술품 물납제는 지난 2012년 문화계와 미술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가 꾸려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020년 말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더해 2021년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이 회장이 수집한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하며 물납제 도입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만에 마침내 제도 도입이 이뤄졌다. 기획재정부는 올 1월 ‘문화재 및 미술품 물납제’ 관련 내용이 포함된 ‘2022년 세제개편 후속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개정안이 2월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물납제가 막을 올렸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물납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 및 미술품’이다.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국세청을 통해 물납 평가요청을 하면 문체부 장관은 3개월 내에 이를 평가해 물납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상속세 물납은 부동산이나 유가증권만 가능했으나 이제는 미술품으로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미술품 물납은 해당 물건이 특별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고미술품의 경우 국보 또는 보물급 문화재이거나 그에 준하는 가치가 있어야 하며 회화, 판화, 조각, 공예, 서예도 엄격한 가치 평가를 거친 것만 물납 대상이 된다. 정부가 이번에 물납제를 도입한 것은 문화재 및 미술품의 관리 및 활용 강화, 즉 국민의 문화향수권 증대를 꾀하기 위해서다. 또한 양질의 작품을 확보할 경우 국가의 문화자산도 탄탄해지게 된다.막대한 금액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상속받은 문화재나 미술품을 경매 등을 통해 내다팔게 하기보다는, 이를 국가가 물납받아 문화적 자산을 축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가가 양질의 문화유산을 확보할 경우 종국적으로 국민이 우수한 문화를 향유하는 등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파리 피카소미술관, 물납제 최고 성공사례 ‘미술품 물납제’를 잘 활용해 문화 부국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다. 1973년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타계한 후 유족은 막대한 상속세 납부 대신 피카소의 유화 200점과 스케치, 조각, 책 등 5000여 점을 정부에 물납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파리 마레지구에 물납 작품으로 피카소미술관을 설립해 파리를 대표하는 문화 명소로 자리 잡게 했다. 이 미술관은 바르셀로나, 앙티브, 말라가에 있는 피카소미술관에 비해 소장품의 질과 양이 월등히 우수해 ‘최고의 피카소미술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영국 정부는 1973년 로브베리 백작 가문이 소유했던 멘트모어 타워와 소장품의 물납을 거절했다. 상속인은 200만파운드에 달하는 상속세를 저택 및 그림, 조각, 금은 장식품으로 대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당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결국 유산 대부분은 경매로 넘겨졌고, 소더비는 600만파운드의 낙찰액을 창출했다. 걸작 회화와 공예품 등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면서 영국 정부는 프랑스 베르사유에 필적할 만한 명소와 현재 수억 파운드를 훌쩍 상회하는 문화유산을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도입한 물납제는 적용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상속세가 2000만원이 넘는 비율은 전체 상속인의 약 3%에 해당되지만 상속분에 금융재산과 유가증권이 있을 경우 우선 이것으로 상속세를 내도록 해 물납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게다가 물납의 범위 역시 상속재산 중 문화재와 미술품에 부과된 상속세에 한해 물납할 수 있도록 해 결국 대기업 오너 가문의 상속이라든가 저명한 미술가 유족 등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납제 최대쟁점,작품의 공정한 가치평가 게다가 미술품 물납제의 가장 큰 쟁점 요소인 ‘가치 평가’도 건너야 할 산이 많다. 문체부는 납세자가 세무서에 신고하며 제출한 물납 대상 작품의 금액을 바탕으로, 복수의 전문가 의견을 들어 작품 가격을 심사할 예정이다. 민간 전문가들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진위 감정 및 가치 평가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작품 심사에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문화재나 미술품의 진위와 가치를 평가하는 기관과 업체는 서너 곳 정도인데 진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도출되는 예가 적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30~40년 전부터 물납제를 시행 중인 프랑스·영국 등의 경우 심사과정을 일반에 모두 공개하거나, 아예 독립적인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임명함으로써 신뢰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물납제는 3월 공포됐으나 올 1월 1일 상속분부터 소급 적용되는데 아직 물납을 신청하거나 문의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도입한 물납제는 문화재보다는 미술품 분야가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의 경우 그 가치가 큰 것은 대부분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돼 있고, 지정문화재는 상속 시 상속세가 유예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mg4 정부는 물납받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관해 매각 혹은 배치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은 귀중한 문화재 및 미술품의 관리와 활용 강화가 최우선 목표다. 따라서 매각보다는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등으로 이관돼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만 국민의 문화향수권 증대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전문가들과 함께 수년간 물납제 도입을 주창해온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물납제가 마침내 시행되는 것을 환영한다. 가치 있는 문화재·미술품의 경우 세월이 흐르면 큰 폭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국부 확대가 가능해진다. 물납제로 당장의 세수는 줄어들지 몰라도 사회에 환원돼 얻게 되는 이득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며 “문화재와 미술품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함께 나누고 활용하는 개념이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또 “물납 문화재와 미술품의 가치 평가와 여러 문제점을 엄정히 살펴야 하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잠자고 있는 예술품을 공공의 것으로 끌어내는 제도로 좀 더 넓고 크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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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90%, 품대운세 60% 84년생 : 40%, 금융운세 50% 96년생 : 80%, 횡재운세 60% ◆소띠(丑) 61년생 : 60%, 주식운세 80% 73년생 : 50%, 상속운세 50% 85년생 : 80%, 문화운세 70% 97년생 : 90%, 횡재운세 60% ◆범띠(寅) 62년생 : 50%, 증여운세 70% 74년생 : 90%, 주식운세 90% 86년생 : 80%, 품대운세 80% 98년생 : 40%, 부정기수입운세 60% ◆토끼띠(卯) 63년생 : 60%, 정기수입운세 70% 75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60% 87년생 : 90%, 횡재운세 80% 99년생 : 90%, 문화운세 40% ◆용띠(辰) 64년생 : 70%, 주식운세 70% 76년생 : 70%, 금융운세 90% 88년생 : 70%, 정기수입운세 60% 00년생 : 80%, 금융운세 80% ◆뱀띠(巳) 65년생 : 80%, 금융운세 90% 77년생 : 70%, 주식운세 70% 89년생 : 80%, 금융운세 80% 01년생 : 70%, 품대운세 80% ◆말띠(午) 66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60% 78년생 : 90%, 증여운세 90% 90년생 : 70%, 문화운세 90% ◆양띠(未) 67년생 : 90%, 횡재운세 90% 79년생 : 60%, 금융운세 70% 91년생 : 90%, 주식운세 80% ◆원숭이띠(申) 68년생 : 30%, 주식운세 30% 80년생 : 60%, 횡재운세 70% 92년생 : 70%, 주식운세 70% ◆닭띠(酉) 69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81년생 : 80%, 주식운세 90% 93년생 : 80%, 상속운세 80% ◆개띠(戌) 70년생 : 80%, 금융운세 90% 82년생 : 40%, 주식운세 60% 94년생 : 80%, 문화운세 90% ◆돼지띠(亥) 71년생 : 50%, 상속운세 50% 83년생 : 90%, 금융운세 90% 95년생 : 30%, 증여운세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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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호

아버지 그리움 담은 ‘색띠’의 환상곡 하태임 개인전 ‘Green to Green’

| 조용준 논설위원 art29@newspim.com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회화 작가 하태임 개인전 ‘Green to Green’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4월 1일까지 열린다. 2004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아트사이드와 연을 맺은 하태임은 2008년 아트사이드 북경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당시 작업한 작품들로 2009년 개인전도 함께 열었다. ‘Green(녹색)’을 메인 컬러로 삼은 이번 개인전은 아트사이드와의 4번째 전시회다. 그는 이 전시에서 그동안 쌓아온 정서적 관계뿐 아니라 지금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작가로 걸어오며 단단하게 축적된 작품세계관을 담은 신작 30여 점을 선보였다. 유학 시절 스승과의 대화에서 시작된 ‘Green to Green’ 프랑스 유학 시절, 언어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하태임의 작업은 ‘진정한 소통은 비가시적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색채를 소통의 창구로 받아들였다. 이번 전시 ‘Green to Green’은 1989년 5월, 스승과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됐다. 긴 투병생활로 지쳐 있는 스승(아버지 하인두 작가, 1930~1989)의 휠체어를 밀며 “무슨 색이 제일 좋으냐”는 스승의 질문에 작가는 망설임 없이 ‘연두색’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Deep green’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녹색은 Yellow green과 Deep green으로 달랐지만 서로 녹색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승과의 색에 대한 대화는 그의 마음 깊이 남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기억의 파편들을 길어올려 녹색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내 보이고자 한다. 이번 개인전 속 그의 녹색은 깊어진 그리움의 기억을 더해 보는 이들에게 내면의 울림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정서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기운을 담고 있다. 하태임은 평소 “아빠는 광대한 우주를, 나는 우주를 내다보는 창문을 그린다”고 말해 왔다. 하태임이 그린 반곡면의 선은 단순한 형태이지만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듯하게 채색된 선들은 원만한 포물선으로 정적인 상태가 아닌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동시에 공간의 확장을 느끼게 한다. 한겹 한겹 쌓인 그의 작업 방식은 명상과도 가까운 몸의 움직임을 사용한다. 육체와 붓은 하나가 되어 강렬한 잔상을 남기고 이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때론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생명체로 탄생한다. 교차와 반복을 통해 시간의 중첩을 보여주는 그는 경쾌하고 발랄한 움직임을 전달하며 보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새로운 컬러밴드의 출현, 신작으로 보여주는 내공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새로운 색띠(컬러밴드)의 출현이다. 일관적인 형식으로 율동감을 담아내는 그의 작업에서 처음 마주하는 경쾌한 터치가 등장한다. 이는 정돈된 컬러밴드의 출현 전 초기 작업에서 발견할 수 있던 유연하고 역동적인 흐름으로 거칠고 파워풀한 표현 방식이다. 이번 신작에서 캔버스 위 색띠는 두 가지의 색이 중첩되고 질감을 부여받아 보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1층 전시장을 들어서면 마주하는 200호 대형 작업은 컬러밴드가 구현해 내는 궤도와 질서의 공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고, 그의 터치들은 우연의 효과와 만나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조형언어와 새로운 변화의 만남은 하태임만의 독보적인 색채와 뚜렷한 작품세계를 단단히 만들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와 함께 지하 전시장에서는 수십 개의 알루미늄 막대와 다채로운 색이 엮인 섬유밴드들이 조화를 이룬 설치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컬러밴드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평면작업의 연장선으로 컬러밴드가 존재하는 순간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상상해 왔던 공감각적 요소를 드러낸다. 하태임은 오랜 기간 색과 반곡면의 밴드가 표현해 내는 공간에 대한 사유를 해왔다. 보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되기 바란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변화를 꾀하며 수많은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다. 선택과 절제가 겹겹이 쌓인 그의 작품들은 다가오는 봄의 기운과 함께 더욱 희망차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할 것이다. 하태임은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파리, 베이징, 뮌헨 등 국내외에서 총 31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비움의 미학 (서호미술관·남양주·2021), ONE WAY LIFE (토탈미술관·서울·2020), 이른 봄나들이-예술가의 집 (여주미술관·여주·2020), 한국의 바다와 섬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로마·2019), 도약으로의 여정 (서울대학교 미술관·서울·2019), Quid Pro Quo (crossing art·뉴욕·2018), Contemporary Art Exhibition of INDIA & KOREA ‘Amma Umma’ (인도 국제센터·뉴델리·2013), 추상화로 감상하는 색채 교향곡(서울시립미술관·서울·2012) 등이 있다. 1999년 모나코 국제현대회화전에서 모나코 왕국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모나코 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전자, 서울가정행정법원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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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호

'칸의 여왕' 전도연, 로코로 선입견을 깨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 ‘굿 와이프’, ‘인간실격’,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인질’ 등을 통해 무겁고 어두운 작품과 캐릭터를 주로 맡아 왔다. 특유의 밝은 모습을 숨겨 왔던 배우 전도연이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로코)에 발을 들였다. 전도연이 그린 반찬가게 사장...선입견 깬 ‘일타 스캔들’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전도연이 2021년 JTBC 드라마 ‘인간실격’ 이후 2년 만에 ‘일타 스캔들’을 통해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로맨스를 그린 이번 작품에서 전도연은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이자 반찬가게 사장인 남행선을 맡아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제대로 어필했다. “처음에 남행선이라는 인물로 들어가기까지 힘들었어요. 저보다 텐션도 높았고, 대사도 많고 빨리 해야 했거든요. 호흡 따라가는 게 버겁더라고요. 어둡고 무거운 역할을 주로 해서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하려니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감독님한테 잘하고 있는지 매번 확인을 했어요. 어느 순간 제가 하는 것들이 실제 저인지, 남행선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을 즐기기 시작했죠.” 전도연의 실제 성격은 남행선만큼이나 유쾌하고 털털하다. 그럼에도 작품 속 캐릭터는 30년 차인 그에게도 어렵기만 한 역할이었다. 방대한 분량과 더불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속사포처럼 내뱉는 속도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남행선을 잘 해내고 싶은 전도연의 욕심이 더해져 있었다. “1~2부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말이 빠른 타입도 아니고 혼잣말을 하지 않는데 남행선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버겁더라고요(웃음). 작가님한테 대사를 줄여 달라고 해야 하나 싶었는데, 또 해내고 싶어지더라고요. 대본을 정말 징글징글하다 싶을 정도로 봤어요. 하하. 초반에 반찬가게 앞 벤치에서 해이(노윤서)랑 마카롱을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찍으면서도 전형적인 모습은 피하고 싶더라고요. 더 편안함을 찾고 싶었어요. 그렇게 편안함을 찾다 보니 어느 순간 남행선이 제가 된 것 같았어요. 제 안에서 편안함을 찾은 거죠.” 그간 로코 작품은 숱하게 많았어도 반찬가게 사장과 일타 강사의 로맨스는 다뤄진 적이 없다. 첫 시청률은 4%로 시작했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스토리가 시너지를 발휘하자 고공 행진했다. 마지막 회는 17.0%라는 자체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실 이렇게 잘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처음에 제가 로코를 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반응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작품이 잘되니까 ‘내가 또 해냈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우쭐함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저도 그렇고, 동료 배우들도 이 정도까지 오를 거라고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다들 기분 좋아했고요. 저 역시 이번 작품을 울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봤거든요.” ‘일타 스캔들’은 전도연에게도 어찌 보면 하나의 도전이었다.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택하기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를 택한 것은 바로 인물이 가진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처음엔 행선이가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대입이 안 됐던 역할은 처음이었고요. 그런데 작가님이 판타지 같은 이야기 속에서 행선이는 현실과 같은 인물이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동의가 되더라고요. 또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사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저도 그렇게 살았고, 살고 있거든요. 그런 모습이 너무 와 닿고, 응원하고 싶더라고요. 초반에 행선이가 눈치도 없고 민폐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그런 행선이를 이해시키고 싶었어요. 자기희생에 대해 무언가 토 달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을 사람들이 응원해 주길 바랐죠. 그래서 끌렸어요.” 시청률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작품을 마쳤다. 초반에는 정경호(최치열 역)와의 나이 차로 인해 로맨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극중에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커플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선입견에 대해 적나라하게 느낀 것 같아요. 기분 좋진 않았죠. 또 여자 나이로 잣대를 들이미는 세상이라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고요. 로코는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고요. 제가 10년 뒤에도 할 수 있는 장르인 거죠. 저는 사람의 생각의 틀을 깨기 위해 모험을 하거나 도전을 하진 않아요.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면 누군가 틀을 만들고, 저는 그 안에 있게 되죠. 이번에도 그 틀 안에 있었지만 작품을 훌륭히 해냈고요. 그래서 ‘일타 스캔들’은 저에게 누군가의 틀을 깬 작품인 것 같아요.” 또 다른 도전...차기 작으로 그린 킬러, 그리고 엄마 ‘일타 스캔들’을 성공적으로 끝낸 전도연은 차기 작으로 3월 31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길복순’을 택했다.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킬러인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극장 개봉을 신경 쓰지 않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양한 작품과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점에서 OTT는 장점이 많죠.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데 너무 좋더라고요(웃음). ‘일타 스캔들’도, ‘길복순’을 하겠다고 결정했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하고 싶었던 장르였거든요. 저는 제가 앞으로 어떤 걸 택할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모습이 많다고 생각해요. 두 작품 모두 그걸 보여주는 과정 중 하나고요.” ‘일타 스캔들’과 ‘길복순’에서도 전도연은 모성애를 연기했다. 드라마에서는 엄마일 수밖에 없는 이모의 사랑을, 영화에서는 딸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하려는 킬러 역할이다. 실제 중학생 딸을 둔 전도연은 엄마로서의 역할 역시 완벽히 해내고 있다. “딸 역시 제 작품을 챙겨보고 있어요. ‘일타 스캔들’도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나온 부분 빼고요(웃음). 오글거리고 닭살 돋아서 못 보겠다 하더라고요. 하하. 딸은 제가 로코 하는 걸 처음 봤어요. 학원물 부분은 공감하기도 했고요.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데,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 스스로 어떻게 살지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하든 최선만 다 했으면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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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호

40년 경력의 감정전문가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

‘감정계 산증인’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 ‘미술품 감정과 위작’ 출간 국민화가 박수근·이중섭·김환기 작품 감정스토리 흥미진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미술품 수집가들에게는 가짜 그림이 가장 골칫거리다. 큰맘 먹고 산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나면 손해가 막심한 데다 수습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 컬렉터들은 진작과 위작을 분별해낼 안목이 없어 더욱 불안하다. 그렇다면 미술품 감정은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까. 위작에 속지 않으려면 무엇에 주의해야 하며, 그림을 사기 전에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같은 궁금증에 답하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바로 ‘미술품 감정과 위작’(아트북스)이다. 저자는 한국근현대미술 감정의 최일선에서 40년간 활동해온 송향선(76) 가람화랑 대표다. 한국에 첫 미술품 감정기구가 설립된 1982년부터 감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송 대표는 우리 미술계를 대표하는 감정전문가다. 이화여대·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1977년부터 가람화랑을 운영한 ‘1세대 갤러리스트’인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감정에 참여하며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취합하고 연구 분석해 왔다. 이번 책에서 송 대표는 풍부한 감정 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화가인 박수근(1914~65), 이중섭(1916~56), 김환기(1913~74) 작품의 감정 과정과 위작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뤘다. 한국근현대미술의 ‘톱 3’로 불리는 세 작가는 작품값이 워낙 고가인 까닭에 위작자들의 타깃이 된 지 오래다. 위작 숫자도 많다. 이에 송 대표는 국민화가들의 진작과 위작을 비교해 가며 대중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감정 세계를 조목조목 다뤘다. 특히 평소 보기 힘든 수백 컷의 위작 도판을 공개해 관심을 모은다. 송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위 권유가 많아 책을 썼다. 위작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어 미술품 감정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며 “전문가는 물론 일반의 감정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감정 사례와 진·위작 도판을 대비해 지침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 작가의 진작과 위작을 세밀하게 비교·설명한 것은 초보자들도 진·위작의 차이를 발견해 보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며 “진작은 표현이 활달하고 품격이 있는 데 반해 위작에는 향기가 없음을 누구든 느낄 것”이라고 했다. 저자의 자세한 해설을 따라가며 진·위작을 비교하다 보면 진작의 참다운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가짜 그림은 어딘지 조잡하고 옹색하며, 주저하는 부분이 있음도 간파하게 된다. 위작은 유명 작가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그림이 고가에 거래되는 작가일수록 위작은 늘 따라다닌다. 송 대표가 위원장을 역임했던 한국미술품평가원이 10년간의 통계를 분석해 2013년 펴낸 감정백서를 보면, 감정작품수 5130점(작가 562명) 중 위작 비율은 평균 26%로 나타났다. 감정이 의뢰된 작가는 천경자·김환기·박수근·이중섭·이대원·이우환 등으로 유명 작가는 거의 망라됐다. 그중 위작 판정이 가장 많았던 작가는 이중섭으로, 187점 중 58%인 108건이 위작이었다(진작 77점·감정불능 2점). 감정 의뢰된 두 점 중 한 점꼴로 가짜였던 것이다. @img4 송향선 대표는 “이중섭의 ‘소’는 현재 14점이 공식 진품인데, 내가 본 ‘가짜 소’만 100점이 넘는다”며 “한국적 정서를 집약해 보여주는 이중섭의 ‘소’ 그림은 워낙 수요가 많고 비싸게 팔려 가짜가 계속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박수근도 247점 중 위작이 94점에 달했고, 상대적으로 작품 이력 등이 완비된 김환기도 근래 들어 위작이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이 같은 위작 비율은 감정기관에 의뢰된 작품을 대상으로 집계된 것인 만큼 시중 작품 전체의 위작 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사료된다. @img5 하지만 수집가들은 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송 대표는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가 날로 커지고 거래 또한 활발해지면서 위작이 다양한 양상으로 진화하며 정교해지고 있다. 첨단기기를 활용하는 데다 재료와 기법이 날로 고도화돼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미국, 일본, 북한에서 발견돼 국내에 들어왔다는 식으로 외국과 연계한 위작까지 유통경로 또한 다원화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보다 면밀하고 입체적인 감정이 자리를 잡아 위작이 쉽게 발붙이지 못하도록 미술시장의 유통구조가 더욱 견실해져야 한다. 특히 터무니없이 싸게 나온 작품이라든가 출처가 애매한 그림은 함정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송 대표는 “제대로 된 작품은 음지에서 거래되는 예가 없다. 위작만이 음지에서 만들어져 음지에서 거래된다”며 “위작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오랜 경험과 신뢰를 쌓아온 화랑이나 오픈 마켓인 경매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만약 추후 작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고가의 작품일 경우 감정기구에 의뢰해 진품 보증을 받아둘 것을 권했다. 소장 이력을 뒷받침해줄 만한 도록이라든가 증빙자료를 면밀히 살펴보고, 작품의 상태라든가 작품 뒷면, 액자 등도 세밀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때를 타게 하는 등 손을 쓴 예도 적지 않다고 했다. 미술품 감정에서 안목감정은 기본이자 핵심이다. 더불어 작품의 소장 경위와 출처에 관한 정보도 매우 중요하다. 작품이 유전(流轉)하면서 생긴 이력은 안목감정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대단히 중요한 증거들이다. 때로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과학감정도 필요하다. 진위 판별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img6 @img7 송 대표는 “미술품 감정은 해당 작가의 특장이 깃든 기준작을 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기준작의 특징을 제대로 알아야 위작을 구별할 수 있다. 작품 감정이 의뢰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감정위원을 꾸리고, 때로 유족이나 제자들도 참여시킨다. 아무리 경륜이 많은 전문가라 하더라도 혼자서 진위를 판별하는 것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뢰된 작품은 제작 시기와 재질, 서명, 소장 경위와 출처부터 살피고, 기준작과 비교하면서 내용과 형식을 세밀히 분석한 뒤 모든 것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감정 결과를 내게 된다. 그는 “미술시장의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감정전문가와 감정기관의 책임 있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감정 전문인력 양성 등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 위작범의 처벌 강화, 컬렉터들의 인식 제고 등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작가별 전작도록(카탈로그 레조네) 제작과 자료의 공유, 국공립미술관과의 협력도 요구된다”며 “최근 들어 많이 토대가 다져지고 있지만 아직도 작품이력이 허술해 그림의 역사를 온전히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위작은 유명 작가의 숙명이다. 위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이 고가이고, 작가가 인기 있다는 방증이다. 가짜 그림은 진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살짝 변형하는 경우, 두서너 점의 작품 중 일부를 취해 혼합하는 경우, 심지어 ‘그림 속 그림’을 골라내 확대하는 경우까지 실로 다양하다. 특히 화집에 실린 유명 작가의 작품을 고스란히 베낀 위작이 가장 많다. 따라서 작품을 구매할 때는 작품이 도록에 실려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진품이라고 믿어선 안 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송 대표는 요즘 틈틈이 그림도 그린다. “화랑 경영 50년, 감정이력 40년간 붓을 잡는 건 꿈도 못 꿨다. 막상 그려보니 힐링도 되고 감정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미술품 감정에 평생을 헌신해온 전문가다운 취미이자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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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호

우한나 개인전 ‘마른 풀 소용돌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벼움의 몸짓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는 3월 4일까지 우한나 개인전 ‘마른 풀 소용돌이’를 주최한다. 장혜정 큐레이터와 함께한 우한나 작가의 개인전 ‘마른 풀 소용돌이’는 우리가 함께 여기에 서 있기를 기대한다. 뿌리 없이 마른 풀이 도시와 국경을 넘어 다시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물과 바람처럼, 손에 잡히는 견고함 대신 무엇이든 되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유연하고 가벼운 존재가 마침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등장하는 순간, 서로가 서로의 목격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인간, 동물의 장기, 기관의 형태로부터 시작되는 패브릭 조각을 만드는 우한나 작가의 작품 중 ‘복부’ 시리즈는 인지하지 못했던 작가 자신의 장기의 ‘부재’를 인지하며 느낀 결핍과 상실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장기의 형태를 이어받은 조각은 부재하는 존재를 대신하며 동시에 상실을 보완하고 소유욕을 만족시킨다. 이러한 갈망과 소유욕은 가지지 못한 것, 가질 수 없는 것에 몰두하게 하고, 나아가 자신에게 없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과 다른 것임을 이해하는 것으로 확장한다. 작가의 작품은 이어지는 ‘백 위드 유’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장기를 넘어 인간에게는 없는 아가미, 부레 그리고 꼬리 등을 부착하고 휴대하며 현재의 고정된 신체, 정체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상상으로 진화한다. 작가는 다른 존재의 기관을 빌려 현재의 유한한 육체, 고정된 신체 개념을 초월한, 인간을 모든 타자와 구분 지었던 기존의 이분법적 경계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와의 수평적 관계를 도모한다. 우한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과정,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23년 ‘Appearances’ Freize No.9 Cork street, ‘마른 풀 소용돌이 Tumbleweeds’ 아트스페이스 보안, 그에 앞서 2020년 송은아트큐브, 2019년 피에스 사루비아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Summer Love’(송은아트센터·2022), ‘조각충동’(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2022), ‘슈퍼히어로’(인사미술공간·2020), ‘2020넥스트코드’(대전시립미술관·2020), ‘두 번의 똑같은 밤은 없다’(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2019), ‘슈퍼퓨처푸드’(아르코미술관·2019), ‘린킨아웃’(일민미술관·2019), ‘LOTUS LAND’(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7)의 그룹전 및 아트플랜트아시아 2020 주제전 ‘토끼 방향 오브젝트’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다. 2015년 일현미술관의 트래블 그랜트를 수상했다. ‘마른 풀 소용돌이’를 위한 단서 - 큐레이터와의 대화 장혜정: 그간 한나 씨의 작업을 보아 오면서, 저에게는 명확히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맴도는 감정 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것은 작업이 담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한나 씨가 작업을 하며 품은 감정·생각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둘을 향한 저의 마음 때문일 수도 있는데 뭐든지 될 수 있는 에너지처럼 존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하며 저는 그 에너지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당분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기다림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의 무한 가능성 혹은 그것을 향한 알 수 없는 두려움, 등장 직전의 의미심장함, 등장의 순간에 폭발하듯 분출되는 에너지, 그 순간을 결국 소환해 내고자 하는 간절함. 그리고 저는 한나 씨가 ‘등장과 소환’ 모두의 주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우한나: 기다리는 마음은 결국 지금 이 상태에 만족할 수 없는 불만의 상태를 내포한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에너지가 모여 기다리고, 기다리기 위해서 각자의 에너지를 모아 한 번에 날릴 ‘준비’를 하는 거죠. 제 작업 중 설치로 아웃풋이 나왔을 땐 늘 ‘현장 같음’을 추구하는데 그게 곧 일(에너지를 끌어모으고 한 번에 날릴 준비)을 벌이려다 지친 상태, 혹은 그러려고 막 일어서는 상태, 그렇지 않으면 종말일지 새 세상일지 모를, 우리가 막을 수 없이 성큼 다가와 버리는 다음 차원, 그 직전의 섬광 같은? 그런 분위기를 늘 그려왔던 것 같아요. 저는 그것들이 상황 중심일지 주체 중심일지가 중요하다기보단 그게 무엇이든 잠재력을 상상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이 발휘되면 지금의 당연한 것들이 좀 변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 잠재력이 자주 무시되고 짓밟혀지고 있는 ‘선(goodwill)’에 가까울 거라 믿습니다. 제가 언급하는 ‘선’은 ‘착함’을 뜻하는 건 아니고요. 좀 더 포괄적 개념의 긍정적 에너지 같은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선’이 어디냐 물으신다면 어딘지는 모르지만, 기러기 편대가 늘 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장혜정: 전시작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키워드로 쥐고 있던 ‘회전초(tumbleweeds)’에서부터 ‘기다리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회전초에 대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읽으며, ‘누군가에게 두려움이 되는 풀’이라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인상적이었죠. (회천초는 우리가 황량한 서부에 대해 갖는 낭만의 상징물일 수 있지만, 러시안 엉겅퀴라고 불리는 침입성 잡초로 현지인들 대부분은 회전초의 습격을 두려워한다.) 우한나: 두려움이란 감정은 쉽게 알 수 없는 것을 대해야 할 때 나타나는 감정인 것 같아요. 어떤 대상이, 또 상황이, 조련되지도 사육되지도 소유할 수도 심지어 예측할 수도 없다면 무턱대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어요. 저는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마다 미친 망아지를 드로잉해요. 막 웃고 막 울고, 여기저기 다리가 다 꼬여서 엉덩이를 쳐들고 뛰어다니는 망아지요. 망한 과학자, 미친 떠돌이 여자, 저는 이런 인물들을 기다려요. 그들이 신명나게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을 순간요. 잘 생각해 보면 그들은 지긋지긋하게 걸리적거리고, 무시하기엔 너무 신경이 쓰이는 막강한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라는 거예요. 왜냐면 그들은 그들의 일의 완결, 혹은 성공의 여부가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 순간 그들이 몰두해서 발생시키는 비물질적 파장이 중요하거든요. 결과와 완결을 의식할 힘이 있다면 그 힘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해 기꺼이 써버리는 그런 에너지를 가졌단 말이에요. 당장 보기엔 예쁘지도 않은 마른 풀이지만, 우글우글 제멋대로 굴러가 바람 타고 소용돌이가 되어 그 몸짓과 행동반경이 무지막지해 도저히 무시 못할 거대 인화성 자연물이 되는 거죠. 그 불꽃이 얼마나 뜨겁고 찬란할까요?! 장혜정: ‘여성과 탄생·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연결은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몸으로서의 여성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새로운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그 키워드를 연결해 보려고 해요. ‘블리딩(Bleeding)’, ‘젖과 꿀(Milk and Honey)’, ‘플레어-업(Flare-up)’ 모두에서 ‘참지 못하고 새어 나오는’ 에너지와 제스처가 감지돼요. 다르게 말하면, 줄기에서 떨어져 시들어가는 꽃에서 스며나오는 붉은 피처럼, 뿌리 없이 마른 풀을 국경을 넘어 다시 뿌리내리게 하는 바람처럼, 손에 잡히는 견고함 대신 무엇이든 되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액체, 기체와 같은 유연하고 가벼운 존재가 가진 가능성에 대한 감각이에요. 그리고 한나 씨와 한나 씨의 작업을 통해 그 가능성의 존재로서 (생물학적 정의로 한정되지 않은) ‘여성·여성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우한나: 여성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기관이 있죠. 이것은 가끔 저라는 한 여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내가 나의 신체를 이용해 생산하지 않는다면 이 기관은 뭘까?’ 싶은 의구심이 늘 있었고, 그렇게 안착되지 않은 떠도는 고민이 작업으로 나오게 된 거 같아요. 감각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 시간에도 저는 제 신체의 일부를 0.01초 만에 감각할 수 있죠. 바로 나의 신체이기 때문이에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이런 신체 감각들과 그 불편함이 ‘블리딩(Bleeding)’, ‘젖과 꿀(Milk and Honey)’, ‘플레어-업(Flare-up)’ 같은 아웃풋으로 나오기까지 주저함도 많았어요. ‘내가 제대로 이 감각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을 때까지 기다려온 거죠. 집에서 가꾸는 호접란들의 개화와 낙화가, 넋 놓고 바라본 이탈리아 고택의 과도한 러플 커튼이, 또 언어로는 잡아내지 못하는 어쩌지 못하는 그 감각과 감정들이 터져나오듯 그려왔던 종이 위의 드로잉들이 저에게 점차 용기를 준 것 같아요. 제가 하는 망상만큼 거창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보며 그 이상을 떠올려 어떻게든 그것이 손에 잡히게, 내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 제 작업인 거 같아요. 저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생애주기 동안 주어진 신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 신체와 그로 인한 불편함을 평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한편으로는 포기하면서 시작되는 작업입니다. ‘블리딩(Bleeding)’, ‘젖과 꿀(Milk and Honey)’은 모두 중력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중력을 거스르며 구축하기보다는, 중력에 의해 떨어져 말라가는 호접란과 노화로 인해 점점 아래로 늘어질 유방에서 모티브가 왔어요. 패브릭은 이러한 특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기 좋은 재료예요. 그동안 늘 연구해 왔던 패브릭 자체의 물성과 제 작업으로 끌고 오던 주제가 의심 없이 일치하는 작업을 드디어 해보게 된 것 같아요. 다소 도구적으로 다루기 쉬운 재료로 사용하던 패브릭 자체를 더 부각시키며 그 물성이 곧 작업이 내포하는 주제를 오롯이 감싸는 그런 작업요. 에어브러시를 사용한 벽화 ‘플레어-업(Flare-up)’은 물화되기가 불가능한, 손에 잡으려는 순간 흩어져 버리는 물속의 작은 물고기 같은 감각을 표현한 것이에요. 귀 아래로 스르륵 지나는 바람과도 같은, 명상일지 망상일지 모를,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요란한 것들을 그렸어요. 장혜정: 저는 ‘마른 풀 소용돌이’를 함께 준비하는 시간 동안 전시장 한가운데 서 있는 제 자신을 종종 상상했어요. 이곳은 어딘가로 이어지는 다리의 중심이거나 둔덕이거나 산봉우리일 수 있는, 아직 정의 내려지지 않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중간지대예요. 그러나 평소와는 다른 바람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죠. 그것이 과연 어떤 바람일까, 그 가운에 서 있는 나는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늘 궁금했어요. 우한나: 저는 제 작업과 제가 생각하는 세상에 관해 설명하고 상상할 때 ‘도래할’이란 동사를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자주 되뇌었어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때 몇몇 반짝 빛나는 눈빛을 본 적이 있었어요. 아마도 그들은 주어와 목적어를 말할 수 없지만, 제가 상상하는 세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더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저라는 생명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흘려내고 감싸버린 이 장소의 가운데에 서 있을 누군가가, ‘도래할’ 기운을 감지하고 자신만이 가진 에너지를 다시 발생시키고 또 흡수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슬슬 보여줄 때가 되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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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호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 "인류, 사랑의 기억으로 치유 나설 시간"

| 김용석 전문기자 fineview@newspim.com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는 창사 20주년을 맞은 종합통신사 뉴스핌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팬데믹 등으로 상처받은 인류가 이젠 사랑의 기억으로 치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데뷔 37주년을 맞은 조수미는 이를 위해 “아직도 음악가로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데뷔해 동양인 최초 프리마돈나가 된 조수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성악가다. 카이스트(KAIST) 초빙석학교수이자 유네스코 평화예술인으로,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마스터 클래스 등으로 음악적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수미는 “다시 열심히 해 아직 다 못한 음악에 매진하려 한다.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지난 36년을 이어서 또 우리나라를 빛내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대사이기도 해 엑스포가 반드시 부산에서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한 해가 금방 지나가겠다”며 웃음 지었다.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더 다가서겠다’고도 했다. 조수미는 “전통적인 클래식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대중적이지만 클래식의 우아함과 품격을 가진 공연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또 2024년 여름에 진행될 제1회 조수미 콩쿠르를 위한 준비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 콩쿠르는 전 세계 성악가를 대상으로 예선전을 거치는데 4개 대륙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작년에 시작한 우리나라 성악 전공생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를 정례화해 미래 스타들과 만날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6일, 3년 만에 가곡과 크로스오버 등이 총집합된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를 발매한 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기도 했다. 조수미는 이에 대해 “2019년, 앨범 ‘마더(MOTHER)’를 발매한 이후에 지난 3년간 우리의 삶을 괴롭혔던 코로나로 많은 문화 활동이 제한을 받았다. 아마 제 인생에 있어서 지난 3년 동안 벌어졌던 일들은 다른 어떤 때보다 저에게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던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또한 “지난해 초, 새로운 앨범을 구상하면서 이러한 감정적인 어려움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기쁜 느낌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어려울 때,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 지난날의 아스라한 첫사랑의 느낌과 음악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과 편안함을 갈구하는 마음을 모아 행복을 느끼고 즐기게 만들 수 있는 곡들로 우리나라 노래들을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적인 방법을 섞어서 노래했다”고 밝혔다. 조수미는 이 앨범으로 클래식 음반 분야의 골든디스크도 달성했다. 또 보다 많은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전국 투어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앨범에 많이 담아낸 조수미는 “지난 수년간은 전 세계가 문화의 산물을 즐기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환경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준비된 공연들은 연기되거나 취소됐고, 지난해 하반기를 맞아서야 문화적인 활동이 재개되는 느낌이다. 이 기간 유일하게 문화 활동이 가능했던 나라는 우리나라였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고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 그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도 소리와 언어로 표현하는 ‘노래’는 특히 내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가는 자신의 작품 발표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활동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삼아 왔다”며 “K-팝이 증명했듯 우리나라 음악가들의 수준은 세계적이며, 특히 감성을 다루는 기술이 남다르다. 이제는 국경이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음악 활동 역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와 환경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다. 제게 이러한 장소는 고국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 조수미는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한 우리에게 던지는 응원의 메시지인 동시에 어려웠던 시기를 회상하고 서로 ‘사랑’이라는 기억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자는 취지와 더불어 차츰 사라져 가는 우리 가곡의 보존 또는 회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꺼냈다. 조수미는 “아버지 손을 잡고 동창생들 모임에 자주 따라가곤 했는데, 그때만 해도 어른들은 노래 한마디 하라 하면 주로 ‘비목’, ‘사월의 노래’, ‘고향생각’ 등 구수한 가곡들을 부르시는 것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곡은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고 더 이상 미디어에서조차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예술가로서 우리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 같은 것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우리 노래를 대중에게 들려주는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기획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클래식이란 장르에 대해선 “이젠 관객들이 클래식이나 대중음악같이 어느 특정 장르를 구분해 음악회에 가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 때나 음악을 듣고 싶으면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달돼 있어서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그때의 분위기에 적절한 음악을 선택해 듣거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미 간편하게 구분해 놓은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잠시 뜸을 들인 조수미는 “예술인을 좋아하는 팬덤은 예술인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서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맘에 드는 경우가 크지 않나 싶다. 이런 의미에서 클래식을 적극적으로 선호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많은 클래식 팬들 역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고 즐기시기 때문에 이제는 클래식 음악의 영역이 다른 음악 영역과 동일하게 특별한 선입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클래식이 아직도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는 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본인 또는 자녀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에게는 클래식이 다른 음악 영역보다도 더욱 중심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음악을 개념의 틀 안에 가둬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밝혔다. 조수미는 “가능하면 ‘이것이 대중적이고 이것이 전통적이다’란 정의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이미 다른 예술인들도 그런 마인드로 전환이 됐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러분은 대부분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음악 또는 예술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문화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서 누구의 전시회를 한다더라 하면 가보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면서 팬이 되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라디오에서 국악 퓨전음악이 나오는데, ‘아! 좋다”라고 하면 그것을 찾아보고 집중적으로 듣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때로는 목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순수한 의미에서 내 음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면 좀 더 일반적인 청취자들이 듣고 좋아할 만한 부분을 음악에 삽입한다. 가요나 K-팝 음악들이 그런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고, 저 또한 예술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열광적인 장르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했다. 조수미는 “특히 요즘 사람들에게 특별히 집중된 장르(예를 들어 K-팝 등)는 단기간에 음악시장을 점령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시기가 길어진다면 이 장르를 제외한 다른 장르는 도태되고 만다. 음악과 예술은 역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 사회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이 건전하다. 특별히 어느 장르의 음악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이유로 득세한다면 역사적 의미로 볼 때 편협한 문화관을 형성하게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60년대 음악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비틀즈’의 음악은 역사적(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데, 현대의 젊은 음악 청취자들에게 그러한 역사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어 있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모든 예술인들은 현대 사라지는 예술 형식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서양 오페라 가수로서 많은 세월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해 왔지만, 우리 것에 대한 자존심과 존재 이유를 가지지 않는다면 국제적인 음악시장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생의 명곡’ 톱5를 꼽아 달라는 요청엔 “카라얀과의 인연이 되었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첫 번째다.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매우 어려워서 세계적으로 잘 부를 수 있는 소프라노가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곡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드뷔시의 음악들이다. 여러 곡들이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다양한 화성을 구사한 작곡가이며 다양한 감성을 음악에 접목시킨 작곡가로서 사실 부를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 것은 애석하다. 다음으론 제가 드라마 ‘명성황후’ 삽입곡으로 부른 ‘나 가거든’이다. 제가 처음으로 클래식이 아닌 곡을 불렀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큰 힘을 얻은 곡이다. 대중적인 발성을 해야 하는데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음악적으로 또한 그 당시 상황을 반영하는 곡으론 ‘챔피언’을 꼽겠다. 예술인이 원하는 것 중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챔피언은 제게 대표성을 부여했고, 함께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대부분의 경우, 오페라 가수가 무대에서 아리아를 부를 때 관객과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내가 관객과 다른 세상에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드는데 ‘챔피언’은 노래를 부르는 순간부터 함께하는 많은 분들이 하나가 되는 기회를 제공해 줬다”고 설명했다. KAIST에 조수미 연구센터를 마련하기도 한 그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된 과학기술을 한정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예술적 작품에 접목시키는 과정을 연구 중이다. 저는 예술적 표현을 제공하고, 연구는 카이스트의 뛰어난 연구진이 진행하고 있다. 무대에서 표현되는 예술가의 미세한 표현들을 과학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연구를 함께 진행 중”이라며 미래의 음악 공연을 그려 가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투어와 함께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그의 건강관리 비법은 뭘까? 이에 대해 조수미는 “처음 세계 무대에 데뷔해 많은 여행을 할 때는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알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봤다. 결론은 일상적인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일을 할 때는 어차피 일정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정해진 루틴이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에는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성악가에게 필요한 형식으로 바꾸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가능하면 주기적인 운동을 짧게나마 한다. 예술가에겐 평소에 한가한 시간이 좀처럼 없기 때문에 짬이 날 때마다 체력을 보강한다”고 했다. 이어 “공연장에서 100분 동안 노래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세계 투어 중에는 가능하면 숙소 이외엔 가지 않는 편이다.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개월간 지속되고 있고 1980년대 후반에 종식됐던 냉전이 새로운 양상으로 세계를 지배하며, 어느덧 80억을 넘기는 세계 인구는 우리 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기에 지난 3년간 팬데믹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제는 ‘사랑할 때’다. 편 갈라 싸우거나 서로 상처를 남기는 행동을 할 시간이 없다. 여러분의 사랑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여러분의 가정에 큰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팬들에 대한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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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호

엔터업계의 영역 확장 K - 게임에 꽂히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과 엔터업계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사랑받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에스파 등의 아티스트를 보유한 엔터업계가 이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게임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이브, BTS 게임부터 자회사 통한 퍼블리싱 계약 방탄소년단과 4세대 대표 그룹으로 손꼽히는 뉴진스, 르세라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을 보유한 하이브는 지난해 6월 본격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 하이브는 게임 자회사 하이브IM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인더섬 With BTS’를 출시했다. 이 게임을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해 만들었고 멤버들이 직접 기획 및 개발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열광했다. 슈가는 게임에서 플레이되는 ‘아워 아일랜드(Our Island)’를 직접 프로듀싱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인더섬’의 경우 단순히 멤버들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로고와 캐릭터 디자인, BGM 등에 참여하면서 팬들의 참여 욕구를 자극했다. 이에 해당 게임은 정식 출시된 후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출시 사흘 만에 일일 사용자 수(DAU)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출시 12일 만에 누적 가입자 수 500만명을 달성했고, 운영 2개월여 만에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 650만명을 기록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2년 하반기 ‘이달의 우수게임’ 일반 부문에 선정되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인더섬’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하이브는 인기 모바일 게임 ‘별이 되어라!’ 후속작 퍼블리싱 계약과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아티스트 IP 외 장르의 게임 서비스 퍼블리셔로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별이 되어라!’는 지난 2014년 출시해 8년 넘게 컴투스홀딩스에서 서비스 중인 ‘별이 되어라!’의 개발사 플린트가 내놓은 신작이다. 이 게임은 구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하이브는 ‘별이 되어라2’ 퍼블리싱을 통해 게임 사업을 적극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유명 개발사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으로 퍼블리싱 사업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img2 SM·FNC, 아티스트 IP 활용한 리듬게임 선보여 하이브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와 FNC엔터테인먼트도 게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많은 한류스타와 음원을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일찌감치 게임개발사 달콤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모바일 리듬게임 ‘슈퍼스타 SM타운’을 출시해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게임은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소속 아티스트 음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아티스트가 컴백할 때마다 멤버들의 각양각색 매력과 카리스마를 담은 한정 테마 카드와 배경 이미지를 출시하면서 팬덤의 수집과 참여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도 달콤소프트와 함께 ‘슈퍼스타 FNC’를 통해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리듬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에 엔터업계는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와 공연으로 수입을 창출했지만,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이면서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해외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게임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는 중동과 서남아시아로 밝혀졌다. 권역별 비교 결과 주중·주말 모두 서남아시아(주중 168분·주말 225분)와 중동(주중 159분·주말 218분)에서 한국 게임 이용 시간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가별 월평균 한국 게임 이용 비용은 카타르(76.21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68.98달러)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엔터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셈이다. 엔터업계는 해외에서 사랑받는 아티스트를 대거 보유한 만큼 게임에 이들의 IP를 활용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또 게임에 아티스트들의 고유 세계관을 녹여내 팬덤과의 관계 형성 등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가 많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엔터업계는 아티스트의 IP를 이용한 사업 다각화로 음악 레이블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며 “게임 분야는 이제 막 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으로, 음원을 활용한 리듬게임에서 세계관을 활용한 ‘스토리가 있는’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 분야의 경우 메타버스와도 접점을 이뤄 사업을 전개한다는 여지를 볼 때 성장가능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 다만 다양한 도전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음악,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도 엔터업계가 자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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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천만 배우’ 엄마 이하늬가 연기하는 삶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배우 이하늬가 설경구, 박소담과 함께한 신작 영화 ‘유령’으로 대중 앞에 섰다. 한창 코로나 시기를 거쳐 작업한 영화를 들고, 미혼의 배우에서 엄마가 돼 돌아온 그의 눈빛이 결연하다. 이하늬는 ‘유령’에서 일제강점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모종의 이유로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된 조선총독부 직원 박차경을 연기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누아르 ‘독전’의 이해영 감독이 그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시나리오인 만큼 전에 없던 서늘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이 돋보인다. ‘긍정 에너지’ 누르고 안으로 품은 감정표현 “이해영 감독님이 감사하게도 책을 주시면서 차경이란 역을 저를 염두에 두고 쓰셨다고 하셨어요. 사실이든 아니든 정말 영광스러운 말씀이었죠. 그만으로도 황송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봤는데 하지 않을 수 없는 역이었어요.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이 운명적으로 저한테 오는 게 많다고 생각돼요. 이해영 감독님의 프라임 타임 안에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역이 있고 시간이 딱 겹쳐져서 하게 된 그런 느낌이라, ‘유령’은 저와 완전히 맞는 작품이었죠.” 이해영 감독은 평소 이하늬의 팬을 자처하며, 항상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의 연기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그리곤 정반대의, 감정을 안으로만 품어낼 때 ‘큰 사람’으로서의 그의 면모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그려보고자 했다. ‘유령’에서는 이하늬의 내면으로 끊임없이 삼켜내는 먹먹한 감정과 깊고 짙은 슬픔에서 오는 묵직한 카리스마를 만날 수 있다. “박차경은 표면적으로 1차원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좋았어요. 슬픔이나 화, 기쁨 같은 감정들을 단번에 와락 쏟아내는 게 아니라 누르다 못해 비집고 나오더라도 절대 표현하지 않는 쪽이죠. 마치 쪽빛이 살짝씩 배어나오듯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레이어를 굉장히 촘촘히 쌓아온 슬픔, 동굴 저 밑바닥까지도 들어가는 감정을 안고 사는 사람이죠. 사실 제가 가진 슬픔으론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차원이 다른 슬픔을 겪었고 겪고 있으니까요. 찰랑찰랑한 잔이 채워진 채로 살면서도 절대 쏟지 않는 것처럼요. 그걸 유지하는 게 촬영 내내 고통스러웠어요. 어떤 장면에서 차경을 봐도 내면의 복잡하고 깊은 어떤 것들이 조금씩 드러나기를 바랐죠. 오히려 연기하는 재미, 맛은 더 있었고요.” 영화에서 차경의 전사가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친구나 자매보다 깊은 감정을 교류한 것으로 추측되는 난영(이솜)을 잃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가 늘 되뇌는 인상적인 대사는 “죽어야 할 때 죽기 위해 살아”라는 말이다. 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버리고 항일운동에 앞장서기까지, 그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이하늬는 영화에 고스란히 담았다. “차경의 전사가 따로 나오진 않지만, 결국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시작됐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재력가의 딸이었으면 친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고, 어쩌면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자랐을지도 모르죠. 굳이 왜 이런 모진 삶을 생각했을까.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이 컸을 거고, 자신이 누리고 있지만 사회적인 책무감 같은 것이 있었을지도요. 그 시작은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죠. 사랑하는 사람의 신념이었는데 그가 산산이 부서지는 걸 바라보면서 무의미가 의미로 바뀌고 자신의 삶을 내던져 지키고 싶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담기엔 정말 큰 인물이었죠.” 연기 10년 만에 ‘천만 배우’ 타이틀 이하늬는 2006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2009년 드라마 ‘파트너’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파스타’, ‘상어’,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열혈사제’, ‘원더 우먼’ 등의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도 올랐다. 여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과거로는 사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열심히 돌아왔지만요. 예전엔 언제 진짜 배우가 되지? 왜 날 아무도 배우로 안 봐주지 하는 갈증이 있었어요. 한창 그러다 슬럼프를 깊게 겪고 나서야 내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배우로 봐주진 않는구나. 돌이 막 굴러서 이끼가 끼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배우는 정말 시간이 필요한 직업이란 걸 알게 됐죠. 스킬보다도 그 사람이 익어야 나오는 연기가 따로 있달까요. 잔인한 직업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풍성해질 수도 있겠죠. 10년이란 시간을 제게 주고, 일단 굴러보자 했어요. 배역의 크기 같은 건 상관하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해온 게 저 자신을 구르게 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유령’이 결혼 전, 한창 코로나 시기에 작업한 작품이지만 대중 앞에 선보이는 지금 이하늬는 결혼과 출산을 겪고 난 엄마가 됐다. 배우로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과 신체를 관통하는 경험을 하고 난 뒤, 그는 오히려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듯 여유가 넘친다고 했다. “사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인간계와 신계가 이렇게 동시에 있을 수가 있나 싶은 경험을 했어요. 내가 이렇게 동물이었나. 신의 영역인 창조의 영역을 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이 몇이나 될까요. 누구나 임신을 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미처 몰랐던 거죠. 저도 몰라서 가능했어요. 37시간 진통을 하면서 신의 영역에 잠시 갔다온 것 같아요. 동시에 정말 동물 같은 경험들을 하면서 이 땅의 엄마들이 하는 일이 이런 거란 걸 알게 됐죠. 엄마들의 세상에 정말 경외감이 들고 똑바로 살아야겠단 생각도 하고요. 엄마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자연스럽게 천만 배우로서, 또 엄마로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엔 무작정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이하늬라는 배우의 삶이 연기와 작품에 녹아든다고 믿는다. 연기를 하고 작품을 선택할 때도 이제는 또 다른 주체인 엄마로서의 시각과 세계관이 가져다줄, 더 확장된 경험을 기대했다. “예전엔 천만 배우가 되면 대단한 연기력의 독보적인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별로 안 그래요. 그냥 똑같아요. 정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별게 없어서 더 내 하루가 소중하고, 촬영장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1600만은 마치 기적과 선물처럼 온 거죠. 일확천금 같은 걸 꿈꾸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엔 연기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고, 그것만이 무기라고 여겼어요. 이제는 그보다도 삶을 연기하고 싶어요. 내 삶을 살아가면서 이걸 녹여내는 배우를 꿈꾸게 됐죠. 이젠 누가 알아보든 말든 문화센터 가서 애 들쳐업고 ‘이거 봐라’ 하는 엄마인걸요. 아무것도 상관이 없어졌어요. 육아와 일을 병행할 때도 책임감이 강해서 죄책감도 큰 편이에요. 그래도 채무감을 조금 내려놓고 인간 이하늬에게도 좀 숨통을 터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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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60%, 주식운세 80% 84년생 : 70%, 주식운세 70% 96년생 : 70%, 정기수입운세 60% ◆소띠(丑) 61년생 : 90%, 증여운세 90% 73년생 : 70%, 품대운세 80% 85년생 : 80%, 금융운세 90% 97년생 : 90%, 문화운세 40% ◆범띠(寅) 62년생 : 50%, 증여운세 70% 74년생 : 80%, 주식운세 90% 86년생 : 70%, 자영업운세 70% 98년생 : 80%, 금융운세 80% ◆토끼띠(卯) 63년생 : 90%, 횡재운세 90% 75년생 : 80%, 문화운세 90% 87년생 : 70%, 주식운세 70% 99년생 : 40%, 부정기수입운세 60% ◆용띠(辰) 64년생 : 70%, 금융운세 90% 76년생 : 50%, 상속운세 50% 88년생 : 90%, 주식운세 80% 00년생 : 80%, 상속운세 80% ◆뱀띠(巳) 65년생 : 90%, 금융운세 90% 77년생 : 40%, 금융운세 50% 89년생 : 80%, 금융운세 90% 01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60% ◆말띠(午) 66년생 : 30%, 증여운세 80% 78년생 : 50%, 상속운세 50% 90년생 : 90%, 품대운세 60% ◆양띠(未) 67년생 : 90%, 횡재운세 60% 79년생 : 80%, 횡재운세 60% 91년생 : 80%, 품대운세 80% ◆원숭이띠(申) 68년생 : 40%, 주식운세 50% 80년생 : 60%, 금융운세 70% 92년생 : 90%, 주식운세 90% ◆닭띠(酉) 69년생 : 40%, 주식운세 60% 81년생 : 30%, 주식운세 30% 93년생 : 60%, 정기수입운세 70% ◆개띠(戌) 70년생 : 80%, 문화운세 70% 82년생 : 90%, 상속운세 60% 94년생 : 80%, 금융운세 80% ◆돼지띠(亥) 71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83년생 : 50%, 품대운세 70% 95년생 : 70%, 문화운세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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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호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목화꽃의 사랑...강강훈 작가의 '극사실주의'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부산 해운대 조현화랑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극사실회화의 계보를 잇는 강강훈 작가의 개인전을 1월 29일까지 개최한다. 강강훈의 작업은 대형 캔버스를 채우는 사실적인 인물 표현과 정밀한 묘사, 다채로운 색채가 주요한 특징이다. 2019년 이후 조현화랑에서 2년 만에 공개하는 이번 신작에서는 인물이 주가 되었던 전작들과 달리 인물과 사물이 조화를 이루며 확장된 주제의식을 선보인다. 목화와 어머니, 그리고 딸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작가는 목화를 보며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목화의 부드러운 솜털이 어머니의 하얗게 센 머리카락 같았고, 솜을 받치고 있는 쪼글쪼글 갈라진 잎사귀는 갖은 고생을 겪으며 자식을 키워온 어머니의 손을 닮았다. 목화는 꽃이 지고 나서야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꼬투리가 터지면서 흰 솜털을 드러낸다. 꽃처럼 아름다운 시기도 잠시, 대부분의 시간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부족한 자식으로서 속죄하는 마음과 그리움으로 목화를 그렸다. 작가는 2016년부터 작품에 줄곧 딸을 등장시켰는데, 딸아이의 어여쁜 시기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소중한 존재의 단면을 그림으로 남기고자 했다. 결국 목화로 상징되는 어머니, 그리고 딸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세대를 아우른 가족의 의미와 작가에게 진정 소중한 존재들을 표현하고 있다. 메인 작품 ‘해는 진다’를 보면 아이의 머리 위에 목화가 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온 빛이 목화와 아이의 머리 윗부분에만 맺혀 있다. 태양 같기만 했던 어머니가 해가 지듯 떠나고 빛은 새로운 세대를 비춘다. 소재의 확장과 제작 과정 작품은 목화로만 이뤄진 소품과 인물이 함께한 대형 작품으로 구분된다. 대형 작품의 제작 과정을 보면 먼저 딸아이의 다양한 표정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인물과 함께 배치될 목화 다발을 여러 각도로 촬영한다.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A컷을 골라내고 작가의 머릿속에서 화면을 구상한다. 이러한 과정이 에스키스를 대신하는데, 구성이 완료되면 곧바로 캔버스에 스케치를 시작한다. 면밀하게 계산된 화면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작가의 감정과 감각이 적극 반영된다. 대형 인물초상을 그려온 작가에게 특정 사물을 주요하게 다룬 이번 시도는 큰 도전이었다. 목화만을 다룬 소품들은 메인 작품보다 앞서 그려졌는데, 본 전시의 주요 소재로서 사물과 충분히 교감하고 작가의 마음에 와 닿은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이후 인물과 조화시키는 과정 또한 신중했다. 내용적 중요도와 화면 속 무게감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리얼리티를 넘어 목화의 표현은 기술적인 극사실주의를 탈피하는 과정과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는 감각적 구상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이는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목화 특유의 부드러운 솜털은 바람에 날리듯 하늘거리고, 중심부는 두꺼운 물감으로 강한 마티에르를 줬다. 메마른 잎사귀 또한 기술적인 묘사를 절제하고 어둠에 숨겨진 부분은 과감히 생략했다. 감각적 묘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색채’였다. 이전까지의 다채로운 색채는 메시지를 더욱 확고하게 하면서 시각적 유희를 선사함과 동시에 강강훈 작품의 시그니처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은 목화가 갖는 고유의 색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인물도 땀구멍까지 표현했던 이전과 달리 피부를 매끄럽게 처리했다. 오히려 얼굴에 드리운 어둠 안에서 채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그림 전체의 분위기를 맞춰 나가는 것에 초점을 뒀다. 이제 작가에게는 현실(realism)과 닮은 리얼리티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리얼리티는 우리의 삶과 작가의 심상을 얼마나 더 와닿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더욱 과감해진 붓질과 생략을 통해 디테일을 덜어내는 과정, 그리고 내면의 심상을 담아내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리얼리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강강훈의 작업은 단지 시각적 유희의 차원을 떠나 인간적인 성숙과 세상의 이치,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그것에 따르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좋은 회화란 무엇인가를 숙고할 수 있도록 한다. 조선 21대 왕 영조는 왕비를 간택할 때 “가장 아름다운 꽃이 무엇이냐?” 질문을 던졌다. 이에 모두들 장미, 모란 같은 꽃을 언급할 때 정순왕후 김씨는 “백성을 따뜻하게 하는 목화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답해 왕비로 간택됐다고 전해진다. 강강훈의 작업 또한 정순왕후의 말처럼 화려한 꽃이 아닌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위로하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회화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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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호

MS 창업주 폴 앨런, 크리스티 '11조 제국' 만들다

세계 경제위기 속 크리스티 역대 최대 매출 거장의 초고가 작품은 경합, 중저가는 시들...양극화 심화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슈퍼컬렉터는 죽어서 어마어마한 미술품을 남긴다.” 지난 2018년, 65세의 나이로 작고한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폴 앨런 이야기다. 자산 23조원의 억만장자이자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아트컬렉터였던 폴 앨런은 생전에 보석처럼 빛나는 명작들을 수집했다. 그가 사들인 미술품 중 155점이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비저너리-폴 앨런 컬렉션’이란 타이틀로 경매에 부쳐졌다. 이 경매는 워낙 역대급의 메가 이벤트여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크리스티는 폴 앨런 컬렉션 경매의 총 낙찰액을 10억달러(약 1조3810억원)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9, 10일 양일간의 경매에서 자그마치 16억2225만달러(약 2조1100억원)라는 전대미문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경매 역사상 ‘개인 컬렉션 경매’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자 ‘세기의 경매’라 불러도 손색없는 슈퍼 이벤트였다. 155점의 출품작들은 하나같이 ‘보석’에 비유될 만큼 작품 수준이 뛰어났다. 여기에 ‘MS 창업주이자 미국 최고의 천재가 수집한 미술품’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지며 어느 때보다 경합이 뜨거웠다. 특히 미술사에 남을 명작으로 꼽히는 5점의 작품은 1억달러 이상에 낙찰됐다. 흥미로운 것은 최고가 작품의 상당수가 아시아 입찰자들에게 팔렸다는 점이다. 폴 앨런 경매는 낙찰률 또한 100%를 기록했다. 작품의 수준이 고르고, 최고의 셀럽이 보유했던 작품이란 지명도까지 더해져 단 1점도 남김없이 새 주인에게 팔린 것. 조 단위로 조성된 경매수익금은 고인의 뜻에 따라 전액 자선사업에 기부된다. 21세기 최고의 경매를 주관하는 바람에 크리스티는 ‘대박’을 터뜨렸다. 크리스티는 상반기에만 해도 경매 실적이 저조해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한 해 막바지에 개최한 폴 앨런 경매의 놀라운 성과에 힘입어 2022년 84억달러(약 11조원)라는 놀라운 매출을 올렸다. 이는 크리스티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로써 폴 앨런은 미술품경매사 크리스티를 ‘매출 11조원의 경매 제국’으로 우뚝 서게 한 것은 물론, 죽어서도 사회에 공헌하게 된 셈이다. 생전에 그는 “나는 죽은 뒤에도 사회 공헌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약 크리스티가 폴 앨런 경매를 유치하지 못했다면 이 같은 대기록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실적 감소로 전 임직원들이 시름에 빠졌을 것이다. 게다가 폴 앨런 덕에 크리스티는 영원한 라이벌인 소더비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경매업계 1위’ 자리도 탈환했다. 천재적인 사업가이자 최고의 아이디어 맨이었던 폴 앨런은 1975년에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창업했다. MS에서 미친 듯이 일했던 그는 1983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데다 빌 게이츠와의 불화로 회사를 떠났다. 그리곤 인공지능, 우주과학, 뇌과학, 스포츠, 대중음악, 전투기 등 여러 분야에 깊이 빠져들었고 미술품 수집에도 몰두했다. 폴 앨런의 컬렉션 중 이번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달러(약 1381억원) 이상에 낙찰된 작품은 5점으로 조르주 쇠라,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고갱 등 모두 거장의 그림이다.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작품은 프랑스의 점묘파 화가 쇠라의 1888년 작 ‘모델들, 군상’으로 1억4920만달러(약 2000억원)에 낙찰됐다. 점묘기법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다 작품의 구도 등 완성도가 뛰어난 것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번 낙찰가는 쇠라 작품 중 최고가인 것은 물론, 이전 최고가 기록의 무려 5배 수준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그림은 아시아인이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세잔의 대표적인 풍경화인 ‘생트 빅투아르산’은 1억3780만달러(약 1900억원)에 낙찰돼 역시 기존 최고가 기록을 깼다.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과수원’도 1억1720만달러(약 1600억원)에 아시아계 입찰자에게 낙찰됐다. 역시 작가 최고가 기록이다. 또 고갱의 ‘모성II’는 1억570만달러(약 1455억원), 클림트의 ‘자작나무 숲’은 1억460만달러(약 1400억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영국 작가인 루시안 프로이드의 ‘넓은 실내, W11’가 8600만달러(약 1200억원)에 낙찰되는 등 동시대 미술 작품도 줄줄이 신기록을 세웠다. 조지아 오키프, 클로드 모네,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작품 또한 경합 끝에 고가에 낙찰됐다. 회화에 비해 저평가돼 온 사진 작품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폴 앨런이 특별히 좋아했던 사진작가인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플랫아이언’은 크리스티가 매긴 추정가의 4배에 달하는 1180만달러(약 162억원)에 낙찰되며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img4 한편 2022년에 소더비는 80억달러(약 10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다. 소더비 또한 상반기에 실적이 부진했는데 10~11월 슈퍼컬렉터인 조셉 호통과 데이비드 솔링거의 컬렉션 경매를 통해 연매출 80억달러 문턱을 넘어섰다. 이들 경매에도 아시아인 컬렉터들이 상당수 참여했다. 부동산 거물인 솔링거 컬렉션 경매는 낙찰률 100%에 1억3787만달러(약 1800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리딩 경매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전 지구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슈퍼매치’에 해당되는 메가컬렉션 경매를 유치해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미술시장 내 양극화가 더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억, 수백억원대를 호가하는 초고가 작품은 불안한 세계 정세와 무관한 양 높은 금액에 거래되는 반면, 대다수 중저가 작품들은 추정가에 미치지 못한 가격에 근근이 낙찰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 @img5 한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또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어 2023년 경매시장에 어두운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경매사들은 화제를 불러올 만한 메가톤급 컬렉션 경매를 계속 주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까딱하다가는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에 휩쓸려 침체에 빠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경매 시장이 바로 그런 예다. 고금리와 부동산, 가상화폐 시장 위축으로 수요가 급격히 꺾이면서 이미 침체기로 접어든 상태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이 외부 여파에 빠르게 잠식되는 것은 크리스티, 소더비처럼 불황에도 버텨낼 확실한 메가컬렉션 경매가 없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블루칩 작가군 또한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작가군의 다변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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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호

‘재벌집 막내아들’ 고명딸 진화영 ‘메인디쉬’ 김신록으로 거듭나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지난해 연말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가 있다. 2022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로 대미를 장식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 김신록이 극중 순양가의 막내딸 진화영을 맡으며 미워할 수 없는 재벌총수의 면모를 연기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작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 JTBC가 23.8%(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SKY캐슬’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재벌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집 순양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는 판타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잘되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이후에 캐스팅 소식이 들려오는데 굵직한 배우들이 역할을 맡으셨더라고요. 잘될 수밖에 없다고 느꼈죠(웃음). 이번 작품을 1년 가까이 찍었는데 첫 방송을 앞뒀을 때는 너무 긴장됐어요. 매니저랑 시청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저는 첫 방송을 7%로 예상했고, 이후에 잘돼서 20%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비슷하게 흘러가서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죠.” 김신록이 맡은 진화영은 진양철(이성민)의 고명딸이자 순양백화점 대표다. 딸이라는 이유로 순양의 후계자가 되지 못하자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재벌가 특유의 오만함이 내재돼 있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다. “진화영은 욕망이 큰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욕망’과 ‘욕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욕구는 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욕망은 부족하다고 느껴서 더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욕망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결핍이 있다는 거였고요. 그래서 진화영이 더욱 과시하려 하고 추구하고 원하는 바가 클 거라는 생각을 했죠. 또 낙차를 드러낼 수 있도록 감정의 폭이나 소리,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설계하려고 했고요.” 작품은 재벌총수 일가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그러다 보니 특유의 판타지 내용 안에 실제 역사 속 사건·사고가 녹아져 있어 대중은 삼성과 현대의 경쟁 구도를 떠올렸다. 그리고 진화영이 후반부에 백화점 외에도 순양호텔과 리조트, 골프 등을 다 합쳐 순양 유통그룹을 물려받으면서 대중은 인물에 대한 더 큰 관심과 함께 특정 인물을 떠올렸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다들 누군가를, 혹은 기업을 떠올리시더라고요. 저 역시 진화영을 연기하면서 언론에 노출된 재벌가의 이미지를 단편 모티브로 삼긴 했지만 특정인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어요. 단지 진화영은 아버지, 남자 형제들, 남편 사이에서 자기 존재감과 입지를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서바이벌형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상대에, 상황에 맞게 소리치고 울고 애교 부리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생존해 나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젠 메인디쉬 ‘김신록’...“계속 변신하고 싶어요” 무능해 인정받지 못하는 오빠들보다 진양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본인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지만 변덕스럽고 오만한 성격 탓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스스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지점에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지만 배우 본인은 답답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더 본때를 보여주고 싶고 능력을 펼치고 싶지만 가진 패가 많지 않아요. 아버지한테 진화영은 ‘고명’이 아닌 ‘메인’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치지만 보여줄 수 있는 패가 없고요(웃음). 누군가를 대리 삼아서 욕망을 표현하려고 하지만 거기서 오는 한계에 부딪히고요. 진화영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렇게 악을 쓰고 팔짝 뛰었겠어요. 하하. 그걸 연기하는 저도, 진화영에 대한 안쓰러움과 상황이 갖는 한계를 함께 느꼈죠.” 작품에서는 메인디쉬를 꿈꿨지만 고명딸로 끝났다. 하지만 실제 김신록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해 이후 넷플릭스 ‘지옥’, tvN ‘방법’, JTBC ‘괴물’을 통해 굵직한 연기를 펼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또 이번 작품으로 또다시 변신을 꾀한 만큼 완벽한 ‘메인디쉬’로 올라섰다. “이 작품을 하면서 댓글에 ‘지옥’의 박정자인지 몰랐다고 하는 말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어요(웃음). 마흔을 넘어서 영상매체로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돌이켜보니까 제가 계속 배우로서 변신할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을 심어준 작품이라고 느껴져요. 또 연극도 지금 병행하고 있는데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좋은 확장이었죠.” “그간 역할들이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찢어지게 부자였어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기했는데 앞으로는 안 찢어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웃음). 기회가 된다면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요.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을 들여다봤을 때 얼마나 각별하고 특별한지 드러낼 수 있는 연기요. 그래서 대중에게 늘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그리고 늘 변신이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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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호

국민에게 돌아간 청와대, K-관광 대표주자로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윤석열 정부와 함께 청와대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12명의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쓰인 청와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난해 5월 10일부터 관람이 가능해진 청와대는 국민과 함께하는 이야기로 첫 페이지를 쓰고 있다.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정치적 공방도 끊이지 않았지만 개방 1년이 지난 2023년은 한국을 알리는 관광지로 ‘청와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청와대 대통령’은 사라졌지만 청와대를 브랜드화해 세계 속 청와대의 1막이 시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함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 청와대 개방은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개방 2주 만에 5월 10일부터 22일까지 운영한 ‘청와대, 국민 품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500만여 명이 관람을 신청했고 22일 11시 기준 37만여 명이 관람했다. 대통령이 집무를 보던 본관을 비롯해 국빈을 위한 만찬 등 공식행사장으로 사용된 영빈관, 그리고 최고의 정원으로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 이어 각종 국정 현안의 대언론 발표 장소이자 기자회견장이었던 춘추관도 공개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현재 문화재청 내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위임 해제 시까지 임시로 청와대 관리를 맡고 있고,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문체부가 청와대의 복합문화공간 활용 주무 부처가 되면서 가장 먼저 지난해 9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장애예술인특별전을 열었다. 장애예술인의 작품 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선보인 전시다. 이후에는 영빈관에서 ‘월드클래스’ 피아노 연주자 김선욱, 선우예권, 손열음과 바이올린 연주자 양인모와 함께하는 ‘청와대 가을을 물들이는 K 클래식’을 열어 문화공간으로서 청와대의 모습을 기대했으나 이태원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되면서 아쉽게도 공연이 취소됐다. 미술과 음악에 이어 문학 전시도 펼쳐졌다. 2025년 개관 목표로 중건 중인 국립문학관의 전시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전 ‘이상·염상섭·현진건·윤동주, 청와대를 거닐다’가 지난해 12월 6일까지 열렸다. 문학전은 전시와 연계해 문학평론가·작가들과의 대화, 미니북 만들기, 캘리그라피 작성 등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행사를 주최한 문체부는 전시 개막 후 관람객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전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고려시대 남경 별궁,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 1948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그러니까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12명의 대통령 집무실로 쓰인 청와대는 역사적으로도 국가의 중심지였다. 고려 시대에는 개경이었던 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려는 계획하에 숙종 9년인 1104년에 현재의 서울 지역인 남경(南京)에 별궁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도 쓰였다. 지난 1월 문화재청이 발표한 청와대 권역의 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 기와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된 바 있다. 청와대 경내에서 지표조사를 진행하던 중 8곳에서 기와, 백자 조각 등 조선시대 유물이 나왔다. 이 가운데 침류각 및 동쪽 궁장(궁궐 담장) 주변과 백악정 남동쪽 궁장 주변 2곳, 칠궁 북쪽 등 4곳에선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고려시대 기와라는 판단을 내린 이유에 대해 “회청색의 경질이라는 특징을 지닌 조선시대 기와와는 달리 일부 기와는 회색의 연질 기와로서 확연히 다른 기법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이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자리는 조선 말인 1865~1868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후원으로 쓰였다. 이를 입증할 만한 유물이 이번 조사에서 발견됐다. 청와대 권역 담장이 옛 경복궁 후원의 궁장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이다. 담장 아래쪽에선 ‘훈(訓)’자와 ‘영(營)’자를 새긴 돌도 발견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청와대 권역은 역사적으로 계층이 높은 세력이 존재했고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고려 남경과 관련한 건물지·유물 등이 매장돼 있을 확률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은 청와대 권역의 체계적 보존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광 클러스터로 전 세계에 한국 알린다 문체부는 2023~2024년까지 ‘한국 방문의 해’로 공표하고 세계인이 찾는 관광매력 국가를 실현,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관광시장의 부흥을 위해 ‘청와대’ 카드를 꺼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박물관, 미술관, 통인동·서촌 등 인근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역사문화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다. 청와대의 동쪽에는 국립민속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미술 갤러리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통인동과 서촌문화거리, 남쪽으로는 경복궁과 광화문, 북쪽으로는 북촌한옥마을과 명소가 이어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중단한 인천공항 환승투어를 재개하면서 청와대를 여행 코스에 넣었다. 환승투어는 인천공항을 경유해 제3국으로 항공기를 갈아타는 환승 대기 시간에 전문 가이드의 인솔하에 왕복 투어버스를 타고 무료로 한국 관광지를 관람하는 서비스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환승투어 테마는 과거와 현재, 체험 등 7개로 5시간 코스의 ‘과거’ 테마에 청와대가 포함됐다. 윤성천 문체부 예술정책실장은 지난 1월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현재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의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추후 자문단과 논의해 청와대 활용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문체부는 청와대 주변 권역을 클러스터로 형성하면 관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의 청와대 운영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문체부는 관광 전략을 기조로, 문화재청은 청와대 건물 보존 의지를 드러내며 완전한 청와대 활용 청사진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른 기대도 우려도 나오지만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함과 동시에 ‘K-브랜드’라는 새 옷을 입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중심지로 새 역사를 써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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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70%, 품대운세 80% 84년생 : 70%, 횡재운세 70% 96년생 : 80%, 주식운세 90% ◆소띠(丑) 61년생 : 40%, 주식운세 60% 73년생 : 90%, 횡재운세 60% 85년생 : 80%, 품대운세 80% 97년생 : 70%, 주식운세 70% ◆범띠(寅) 62년생 : 70%, 금융운세 90% 74년생 : 90%, 주식운세 90% 86년생 : 70%, 상속운세 70% 98년생 : 80%, 금융운세 80% ◆토끼띠(卯) 63년생 : 90%, 주식운세 90% 75년생 : 30%, 금융운세 30% 87년생 : 60%, 횡재운세 70% 99년생 : 60%, 주식운세 80% ◆용띠(辰) 64년생 : 90%, 횡재운세 90% 76년생 : 80%, 금융운세 90% 88년생 : 80%, 문화운세 90% 00년생 : 90%, 품대운세 90% ◆뱀띠(巳) 65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77년생 : 80%, 금융운세 90% 89년생 : 40%, 증여운세 60% 01년생 : 60%, 금융운세 70% ◆말띠(午) 66년생 : 70%, 부정기수입운세 70% 78년생 : 90%, 금융운세 90% 90년생 : 80%, 금융운세 80% ◆양띠(未) 67년생 : 80%, 정기수입운세 50% 79년생 : 80%, 금융운세 60% 91년생 : 90%, 문화운세 4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주식운세 90% 80년생 : 90%, 증여운세 90% 92년생 : 80%, 횡재운세 60% ◆닭띠(酉) 69년생 : 80%, 금융운세 80% 81년생 : 90%, 상속운세 90% 93년생 : 60%, 금융운세 70% ◆개띠(戌) 70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70% 82년생 : 80%, 증여운세 80% 94년생 : 70%, 주식운세 80% ◆돼지띠(亥) 71년생 : 90%, 상속운세 60% 83년생 : 80%, 증여운세 70% 95년생 : 70%, 주식운세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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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호

유진상 교수 “조정장 돌입한 한국미술 ‘엘리트 컬렉터’가 필요하다”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미술계에 새해가 밝았다. 2020년대 세계 미술계는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기였다. 고가 블루칩의 확산, 초현대미술과 NFT의 등장, 온라인 시장의 부상으로 출렁였다. 특히 한국 미술시장은 ‘불장’에서 ‘불황’으로 급변했고, 2022년 들어 조정기를 맞았다. 여러 지표와 통계들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미술계를 떠받치는 수집가들과 작가, 화랑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인 유진상 교수로부터 그 해답을 찾아본다. Q. 2023년은 한국 미술계로선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작년 9월에 이어 또다시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열린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해 경매사들의 낙찰총액이 25~30% 줄고,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작품값도 하락세다. 전 세계적으로 미술계가 활력을 잃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경제위기에 미술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UBS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미술시장은 약 40%를 미국이, 20%를 유럽이, 20%를 중국이 점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약 70%를 서구가 주도하게 됐다. 이 큰 시장을 서구 주요 작가들과 메이저 플레이어(화랑 및 경매사)들이 쥐고 있으니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미국, 유럽의 작가와 화랑들은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고 내러티브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니 상층부는 불이 꺼질 리 없다. Q. 한국 미술계는 2021년 초만 해도 대단한 호황이었는데 순식간에 시장이 꺼졌다. 이유는?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침체와 불경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미술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피로감도 요인일 것이다. 한국의 콘텐츠(미술품)들이 세계적인 주류 미술계 흐름과 무관한 것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한국 작품은 로컬 취향의 것들이 여전히 대부분이다. Q. 그렇다고 해도 김환기, 박서보, 김구림 등 블루칩 작가들 작품이 크리스티 홍콩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유찰된 것은 이변이다. 한때 없어서 못 사던 작품 아닌가. 서울옥션 홍콩 경매는 전체 84개 작품 중 50개만 낙찰되며 낙찰률이 65%에 그쳤다. 요인은 복합적이나 한국 미술품은 외국 컬렉터들이 볼 때 벤처에 해당된다. 일종의 헷지 같은 것이다. 향후 오를 가능성이 있으니 ‘한두 점 사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미 구입한 이들은 구태여 더 사려들지 않는 것이다. Q. 한국의 단색화는 서구에서도 미술사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물론 단색화 작품은 유럽과 미국에서도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한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가 아니다. 단색화 붐을 이어갈 5억원대 이상 작품들이 좀 더 다양하게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 붐이 끊기고 말았다. Q. 그렇다면 한국작가 작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나. 한국미술의 예술성은 뛰어나다. 문제는 김환기, 박서보, 윤형근 등의 뒤를 이어 뜨겁게 붐업할 수 있는 작가군이 튼실하지 않아서다. 이배, 이건용 작가로는 너무 그룹이 작다. 10만달러 이상의 가격대를 치고 올라갈 유명한 작가군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문제다. Q. 동시대 미술가들이 글로벌 스타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단색화만 해도 이미 프로덕션으로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미술이 중요하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게 컨템포러리 아트다. 한국미술은 이슈가 될 만한 동시대 미술이 부족하고,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개개 작가들은 우수하나, 세계 비엔날레와 미술관의 메이저 쇼에 끊임없이 캐스팅될 만한 계기가 부족했다. 이는 작가들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 국공립미술관이 나서야 하고, 정부와 재단이 후방에서 밀어줘야 한다. 기업도 투자해야 한다. 투자가 되어야 아웃풋이 나오게 마련이다. Q. 경매시장의 한파가 전체 미술시장으로 번진다고 보는가. 지난 2년간 유례없는 상승장이었기에 한 템포 쉬어갈 것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술품 수집에 나선 MZ 컬렉터와 중견 컬렉터들 중에는 자금력이 탄탄하고 수집을 체계적으로 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Q. 지난해 여름 키아프와 프리즈의 첫 공동개최로 세계 이목이 집중됐는데. 사실 한국미술이 주목받은 게 아니라 ‘프리즈 서울’이 주목받은 것이다. 해외 아트페어를 다니던 여유계층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학생들까지 세계적 갤러리에 전속돼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끼리 열던 4부 리그에 갑자기 프리미어 리그가 등장한 셈이다. 한국의 미술시장-콘텐츠 생태계는 2부 리그까지 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img4 Q. 세계 최고라는 프리즈와 4년 더 공동개최를 해야 한다. 동시대 미술은 시위(manifestation)와 시장(market) 두 바퀴로 굴러간다.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모두 다 미술관과 시장으로 모여들게 마련이다. 많은 대중이 프리즈가 내놓은 탁월한 콘텐츠를 보며 안목을 기르는 동안, 작가와 전문가들은 그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키워드는 ‘프로덕션’이다. 어떻게 기획하고 생산하고 프로모션할 것인지 교육기관과 비평, 미술관, 미술시장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Q. 미술도 ‘문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왜 그런가. 기존에 통용되는 작품을 뛰어넘으며, 탄탄한 철학을 바탕으로 컨셉츄얼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를 알아보고 그들을 밀어줄 컬렉터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은 문해력이 문제인데. 이제 현대미술은 뛰어난 솜씨가 관건이 아니라 문해력과 개념 싸움이다. 개념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의, 당장은 너무 난해해 독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꿰뚫을 ‘엘리트 컬렉터’가 필요하다. 또 엘리트 화랑도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국내에도 엘리트 화랑과 엘리트 컬렉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들이 희망이다. Q. 세계적 컬렉터인 미우치아 프라다는 “내가 알 수 있는 그림은 안 산다”고 했다. 럭셔리 패션 기업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는 빼어난 통찰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뻔한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림에만 관심을 표명한다. 밀라노에 만든 프라다 파운데이션이 요즘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호평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우치아의 컬렉션은 시대를 앞선, 매우 특별한 것이다. Q.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는 신생 갤러리가 궁금하다. 국제, 현대, PKM 갤러리 같은 리딩 갤러리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신생 갤러리와 프로젝트 갤러리에도 주목하면 좋겠다. BB&M(성북동)은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출신의 제임스 B. 리가 PKM 출신의 허시영 씨와 설립한 갤러리다. 이불, 배영환, 김희천, 우정수, 이진한이 전속작가인데 국제적 흐름과 맥락을 지닌 시선으로 한국미술의 새로운 시기를 대표할 작가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디스위켄드룸(한남동)도 추천한다. 김나형 대표는 국제적 협력을 기반으로 예술 현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현대미술 풍경을 추구한다. 이 밖에 프롬프트 프로젝트(개포동), 휘슬(이태원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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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호

목판화로 만나는 겨울 풍경...임수진의 포근한 '雪空'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12월 2일(금)부터 12월 31일(토)까지 임수진(b.1991)의 개인전 ‘雪空 설공’을 개최한다. 현대미술에서 소외된 장르인 목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판화와 회화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그만의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작품을 A.P(Artist Proof)만 찍어내고 목판을 파기함으로써 오리지널리티를 판화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지난 겨울 아트사이드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은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목판화로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향수를 불러와 전시 작품이 95% 이상 판매됐을 정도로 성황리에 마쳤다. 많은 관람객의 꾸준한 요청으로 이번 겨울에도 아트사이드에서는 임수진과 함께하는 두 번째 개인전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전보다 짙은 감성으로 일상적인 풍경과 사물에서 따스함을 발견하고, 이를 보는 이들에게 공유한다. 새로이 작업한 32점(판화 22점, 회화 10점)과 함께 다시 한 번 포근한 임수진만의 겨울을 선보인다. 잊혀가는 장르, 목판화...젊은 작가의 뚝심 있는 선택 나무에 새겨 일일이 찍어내는 목판화는 전공자들조차 경제적, 체력적인 상황으로 인해 쉽게 선택되지 않는 장르다. 하지만 오랜 인내로 완성하는 목판화 작업 방식은 즉각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다른 예술 장르에서 느낄 수 없던 매력을 임수진에게 안겨줬고, 그는 많은 어려움에도 목판화 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목판에 물감을 입히고 여러 번 반복 끝에 완성되는 수성목판화는 자연스러운 물감의 번짐과 그 위에 함께 나오는 나무의 결, 때론 선명한 형태가 강렬한 힘을 지닌다. 특히 직접 촬영한 카메라 속 풍경, 어디선가 마주한 이미지들을 본인만의 시선으로 편집한 그의 장면들은 수차례 반복되는 섬세한 작업에서 우연과 의도를 만나 색다른 조형미를 보여준다. 그는 판화를 오직 한두 점만 작업한다. 이는 A.P를 제외한 에디션을 지니는 기존 판화의 복제 기능을 벗어나,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가치를 목판화라는 재료와 방법의 특성을 통해 말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판화·회화 두 장르를 넘나드는 독보적 분위기 판화와 회화의 사이에서 관조적인 그의 태도는 작품의 분위기를 평온하게 혹은 따스하게 만들어 냈으며, 장르에 상관없이 그가 가진 분위기가 어떻게 표출되는지 흥미있게 바라볼 수 있다. 희미하지만 또렷하고, 고요하지만 외롭지 않은 분위기는 그만이 표현해 내는 풍경에서 나타난다. 마치 필름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그의 작품 속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과 새하얀 눈, 잔잔한 물결들은 추운 겨울바람을 시원하고 상쾌하게 볼을 간지럽히는 것으로 변화시킨다. 오로지 자연의 소리와 은은한 향기가 날 것 같은 공간으로 우리를 이끄는 판화와 회화, 각기 다른 두 장르는 임수진의 감성이 담겨 평화롭게 어우러지고, 그가 전하는 기억과 추억에 더욱 이입되게 만든다. 雪空 yukizora : 눈이 내릴 듯한 하늘 전시 제목인 ‘雪空 설공’은 작가가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처음 배운 단어다. ‘눈이 내릴 듯한 하늘’이란 뜻을 가진 설공은 삿포로에서 지낸 그에게 눈이 가득한 일상과 함께 겨울에 대한 강한 인상을 줬다. 낯선 타지에서 보낸 시간들은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겨울이 올 때마다 그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며, 작가는 그때 느꼈던 감정들로 인해 겨울은 무엇보다 따뜻하고 여운이 가득한 계절로 새겨졌다. 전시작 ‘설국’과 같이 광활한 하늘과 새하얀 눈이 쌓인 풍경들의 작품들은 그가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꿈과 감흥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겨울이란 계절엔 작은 추억이 있다. 임수진의 작품을 통해 가족과 함께했던 크리스마스 파티, 눈이 가득 내린 날 친구들과 했던 눈싸움 등 오직 겨울만이 주던 행복한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 온기로 채워진 그의 전시에서 따뜻한 겨울을 느끼고 잊었던 꿈과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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