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09월호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를 아시나요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오늘은 왠지’, ‘오늘은 웬지’ 중 맞는 표현은? 정답은 ‘오늘은 왠지’다. ‘왠지’는 ‘왜인지’의 준말이고, ‘웬’은 ‘어떤’을 나타낸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글로 표현할 때 헷갈리는 맞춤법이 있다. 검색창에서 쉽게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립국어원의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에서 오래 묵힌 맞춤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강의료와 교재비는 무료이며 국립국어원에서 지원한다.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10명 모이면 출격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는 전국 어디든 국어 강좌를 원하는 성인 10명 이상이 충족되면 국어 전문 강사가 한두 시간 강의를 진행하는 국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국립국어원이 진행하는 사업이며 지역의 국어문화원에서 전문 강사가 파견된다. 국립국어원이 1992년 전 국민에게 올바른 국어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시작한 ‘국어문화학교’를 대중과 가까이 하기 위해 2000년 3월부터 수업을 원하는 단체와 기관이 있는 곳에 찾아가 교육하는 형식으로 발전시켰다.
국어원에 따르면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의 수업 과목 수는 8개다. 한글맞춤법의 이해, 어문규범의 이해, 공공언어의 이해, 쉽고 바른 공공언어 쓰기, 보도자료 작성의 이해, 문장 바로 쓰기, 병영 언어 예절, 소통과 배려의 말하기 등이 있다.
민간 참여율 저조...이유는?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의 교육 대상은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기업체, 군부대 등이다. 민간에서도 교육 신청이 가능하지만 현실은 중앙부처나 공공기관, 군부대의 신청률이 높다.
국어원 관계자는 “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의 신청 현황을 보면 군부대가 가장 많고 공문서 작성이나 공공언어 사용이 필요한 공공기관들도 신청을 많이 한다”며 “언론사나 출판계는 사전 협의를 거쳐 교육을 나가고 일부 기업에서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크게 활성화되진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는 주로 공공언어 쓰기와 보도자료 작성의 이해 등 업무 관련 강좌를 신청하고, 군부대에서는 병역 언어 예절에 대한 수업에 관심이 높다. 지자체의 경우 맞춤법이나 문장 바로 쓰기 등의 강좌를 주로 신청한다.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의 수업 신청은 한 달에 20~30회에 달한다.
국어원 관계자는 국어 재교육이 필요한 일반인들의 경우 국어원의 콘텐츠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공문서 등 공공 자료가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주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국어문화학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사기업이나 일반인들도 국어 능력 향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잘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어원장도 참여한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국어원은 올해 제626돌 세종대왕 탄신일이자 제42회 스승의날을 맞아 지난 5월 8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 소재 16개 중학교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학예연구사를 일일 국어교사로 파견하기도 했다. 장소원 국어원 원장은 5월 12일 서울 양천구 신원중학교를 찾아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한글의 창제 원리, 학생들이 헷갈려 하는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점 등을 설명했다. 국어원은 추후에도 스승의날, 한글의날을 맞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 원장은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날로 정한 것은 우리가 세종대왕을 민족의 가장 큰 스승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청소년의 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이 행사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어원은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뿐만 아니라 2008년 7월 ‘온라인 국어문화학교’, 2016년 국어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일반인들의 국어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8월부터 홈페이지가 개편돼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였다. 국어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회원 가입을 해야 수업을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가입 없이도 간편하게 온라인 국어문화학교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09월호
[이달의 재물 운세]
◆쥐띠(子)
72년생 : 80%, 주식운세 90%
84년생 : 80%, 문화운세 90%
96년생 : 80%, 횡재운세 60%
◆소띠(丑)
61년생 : 60%, 자영업운세 80%
73년생 : 90%, 품대운세 90%
85년생 : 70%, 주식운세 70%
97년생 : 60%, 금융운세 70%
◆범띠(寅)
62년생 : 80%, 증여운세 80%
74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90%
86년생 : 50%, 상속운세 50%
98년생 : 70%, 횡재운세 70%
◆토끼띠(卯)
63년생 : 90%, 문화수입운세 90%
75년생 : 60%, 금융운세 70%
87년생 : 80%, 주식운세 90%
99년생 : 90%, 금융운세 90%
◆용띠(辰)
64년생 : 80%, 문화수입운세 80%
76년생 : 80%, 문화운세 90%
88년생 : 90%, 금융운세 90%
00년생 : 80%, 정기수입운세 50%
◆뱀띠(巳)
65년생 : 70%, 품대운세 80%
77년생 : 90%, 상속 운세 90%
89년생 : 80%, 증여운세 70%
01년생 : 80%, 증여운세 60%
◆말띠(午)
66년생 : 80%, 금융운세 80%
78년생 : 80%, 증여운세 90%
90년생 : 90%, 부정기수입운세 60%
◆양띠(未)
67년생 : 90%, 부정기수입운세 60%
79년생 : 80%, 품대운세 90%
91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품대운세 80%
80년생 : 40%, 주식운세 60%
92년생 : 90%, 품대운세 90%
◆닭띠(酉)
69년생 : 80%, 금융운세 80%
81년생 : 40%, 증여운세 60%
93년생 : 90%, 주식운세 90%
◆개띠(戌)
70년생 : 90%, 문화운세 40%
82년생 : 90%, 상속운세 90%
94년생 : 80%, 증여운세 70%
◆돼지띠(亥)
71년생 : 70%, 주식운세 80%
83년생 : 50%, 금융운세 30%
95년생 : 70%, 횡재운세 70%

2023년 08월호
정작 우리만 몰랐다 "한국은 미술관 인프라 최강국"
LARRY’S LIST ‘세계 사립미술관 리포트’에서 서울 17개로 1위
국가별 사립미술관 숫자도 독일, 미국 이어 한국 3위로 껑충
SNS 강세와 예술경험 즐기는 문화가 미술관 인프라 구축 유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우리만 몰랐다, 한국의 사립미술관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게다가 서울은 사립미술관 숫자에 있어 ‘세계 1위’ 도시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전 세계 슈퍼 컬렉터들을 연구 조사하는 리서치 기업인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는 최근 세계 사립 현대미술관 현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2023 PRIVATE ART MUSEUM REPORT’라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446개 사립 현대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사립미술관’이란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국공립미술관과는 달리 민간 섹터에서 설립 운영하는 미술관을 가리킨다. 즉 기업이라든가 개인이 공간을 조성하고 인력을 기용해 운영하는 뮤지엄이 이에 해당된다. 국공립미술관은 국고 또는 시도 예산이 지원되지만 사립미술관은 전적으로 기업이나 개인(대부분이 미술품 수집가)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20년,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래리스 리스트는 사립미술관 중에서도 제대로 규모를 갖추고 꾸준히 전시를 기획 진행하는 현대미술관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시행했다. 2023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사립 현대미술관 현황을 대륙과 나라 그리고 도시별로 조사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설립된 미술관에 대한 개요 및 법적 구조와 운영 방법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심층분석 챕터에서는 미술관의 소셜미디어 활용 현황을 탐구했다.
그 결과 사립미술관이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60개)이었다. 미국이 59개로 뒤를 이었고, 한국이 50개로 3위에 올랐다. 또 이탈리아와 중국이 각각 30개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446개의 글로벌 사립미술관 중 82%가 2000년 이후에 설립됐다는 점이다. 그중 152개 미술관은 최근 10년 이내에 세워진 ‘신생 사립미술관’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레니엄 이후 사립 현대미술관의 건립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뤘음을 확인해 주는 수치다.
서울, 세계 도시 중 사립미술관 가장 많이 보유
한편 전 세계 도시 중 서울에 가장 많은 사립미술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래리스 리스트 측은 “예상을 뒤엎고 서울이 글로벌 도시 중 사립 현대미술관의 숫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메가시티인 서울에는 모두 17개의 사립미술관이 있어 1위를 기록했다”고 리포트했다.
2위는 독일 베를린(14개), 3위는 중국 베이징(11개)이었다. 그 어느 도시보다 사립미술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뉴욕은 10개로 4위에 그쳤다. 그리스 아테네가 9개로 5위에 올랐다.
이번 보고서는 별도의 장을 할애해 한국의 사립미술관을 자세하게 다뤘다.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강세를 보이며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선진국으로 부상한 한국과 서울의 뮤지엄 현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근래 들어 한국에 특색 있고 규모 있는 사립미술관이 잇따라 건립된 것은 문화적 경험을 일상에서 즐기려는 미술 애호가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술품을 수집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고, 글로벌 예술 트렌드를 과감하게 수용하는 전향적인 문화소비자층이 두터운 것도 요인이다.
래리스 리스트는 또 한솔그룹이 설립한 원주 뮤지엄 산의 안영주 관장 인터뷰도 실었다. 뮤지엄 산은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가 원주시 문막 산자락에 설계한 매머드 뮤지엄으로 수준 높은 컬렉션과 안정된 전시기획, 차별화된 입지가 돋보이는 사립미술관이다. 뮤지엄 산의 현대미술 컬렉션은 이병철 회장의 장녀이자 신라호텔 및 한솔제지를 운영했던 이인희 고문이 평생에 걸쳐 모은 것이다. 이 고문은 제지회사로서의 성격에 맞게 한지라든가 각종 종이를 매체로 한 현대미술품을 집중적으로 컬렉션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술관을 만들었다.
K-컬처에 대한 자부심이 한국의 미술 열풍 견인
이와 함께 보고서는 방탄소년단(BTS)의 RM과 빅뱅의 지드래곤 등을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유명 아트 컬렉터’라고 소개하며 이들이 미술품 구입에 매우 열린 시각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동서양 현대미술의 흐름과 맥락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지닌 데다 소장품과 예술에 대한 애정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많은 팬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BTS의 RM(김남준)의 경우 한국 현대미술을 체계 있게 컬렉션하며 김환기, 윤형근, 유영국 등 유명 거장에서부터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작품을 수집 중이다. 그가 SNS를 통해 관심을 피력한 작품의 경우 MZ세대 컬렉터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으며 일부 품귀현상도 빚고 있다.
래리스 리스트의 공동창립자인 크리스토프 노이는 “사립미술관의 세계는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2016년 이후 전 세계에 110개가 넘는 미술관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베를린의 ‘퓨에를르 컬렉션’, 상하이의 ‘롱글라티재단 미술관’, 미국 사우샘프턴의 ‘피터마리노재단 미술관’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아시아는 사립미술관 현황에서 주목할 만한 지역으로, 그중 서울은 가장 많은 사립미술관을 보유한 글로벌 도시로 랭킹 1위에 올랐다”며 “우리는 이에 한국 예술계를 심층 분석했다”고 밝혔다. 래리스 리스트가 심층 탐구한 한국의 사립미술관은 삼성이 세운 리움, 아모레퍼시픽의 미술관인 APMA, 아라리오그룹의 서울과 제주의 아라리오 뮤지엄, 광화문의 일민미술관, 파라다이스시티의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 등이다. 또 경기도 양평의 구하우스미술관, 부산 해운대의 고은사진미술관, 원주 뮤지엄 산도 자세히 해부했다.
그간 ‘아트 컬렉터의 인스타그램 주목도 보고서(2022)’ 등 다수의 흥미로운 보고서를 출간한 래리스 리스트는 소셜미디어가 사립미술관 업계를 포함해 예술계에서 매우 유용한 분야임을 다시금 각인시키고 있다. 래리스 리스트의 프로젝트 리더인 제이미 베넷은 “사립미술관은 새로운 관객과 기존 관객 모두에게 손을 뻗으며 문화적 영향력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다”며 “세계 사립미술관의 88%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은 특히 SNS를 통한 소통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해 뮤지엄 분야의 발전도 빠르다는 것.
이번 보고서는 래리스 리스트의 광범위한 전 세계 현대미술 컬렉터 및 사립미술관 데이터베이스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사회학부 연구팀의 글로벌 리서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크리스토프 노이는 “글로벌 사립미술관의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함으로써 사립미술관 설립자의 사회적 기여를 조명하고 미래의 유용한 통찰력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래리스 리스트의 사립미술관 보고서 발간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23년 08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80%, 금융운세 80%
84년생 : 90%, 횡재운세 60%
96년생 : 80%, 정기수입운세 50%
◆소띠(丑)
61년생 : 80%, 횡재운세 60%
73년생 : 90%, 주식운세 90%
85년생 : 70%, 상속운세 70%
97년생 : 40%, 주식운세 60%
◆범띠(寅)
62년생 : 80%, 상속증여운세 90%
74년생 : 60%, 횡재운세 70%
86년생 : 90%, 횡재운세 90%
98년생 : 80%, 품대운세 80%
◆토끼띠(卯)
63년생 : 80%, 품대운세 90%
75년생 : 90%, 상속증여운세 40%
87년생 : 80%, 금융운세 80%
99년생 : 70%, 횡재운세 70%
◆용띠(辰)
64년생 : 70%, 주식운세 80%
76년생 : 40%, 증여운세 60%
88년생 : 80%, 금융운세 60%
00년생 : 80%, 금융운세 90%
◆뱀띠(巳)
65년생 : 80%, 금융운세 90%
77년생 : 90%, 품대운세 70%
89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70%
01년생 : 70%, 품대운세 80%
◆말띠(午)
66년생 : 70%, 주식운세 70%
78년생 : 90%, 문화운세 90%
90년생 : 90%, 품대운세 90%
◆양띠(未)
67년생 : 90%, 증여운세 90%
79년생 : 70%, 상속운세 70%
91년생 : 70%, 주식운세 70%
◆원숭이띠(申)
68년생 : 60%, 주식운세 80%
80년생 : 60%, 금융운세 70%
92년생 : 30%, 금융운세 30%
◆닭띠(酉)
69년생 : 80%, 주식운세 90%
81년생 : 80%, 증여운세 70%
93년생 : 90%, 상속운세 60%
◆개띠(戌)
70년생 : 80%, 주식운세 90%
82년생 : 70%, 금융운세 90%
94년생 : 80%, 금융운세 80%
◆돼지띠(亥)
71년생 : 80%, 주식운세 90%
83년생 : 90%, 품대운세 90%
95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2023년 08월호
지역축제 ‘바가지 요금’ 올여름엔 잡힐까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최근 영양군 산나물축제에서 옛날과자 1.5㎏을 7만원에 판매하는 장면이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를 타면서 ‘바가지 물가’ 이슈가 수면 위로 올랐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등으로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착한 가격 캠페인’을 통해 ‘바가지 요금’ 근절 대책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문체부·관광공사, ‘바가지 물가’ 개선 정책 추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바가지 물가를 잡기 위해 문체부가 지원하는 전국 86개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착한 가격 캠페인’을 추진해 축제 수용태세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역 문화·관광재단, 축제조직위원회 등 축제 주관기관들이 중심이 돼 ‘착한 가격’을 약속하는 자리를 가졌다. 문체부가 지원하는 문화관광축제 주관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바가지 요금 근절’ 간담회를 개최해 ‘착한 가격’ 결의를 다지고 바가지 요금 근절 의지를 담은 서약식도 진행했다.
아울러 7월부터 9월까지 진행하는 ‘축제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활용해 가을 축제 철을 대비한 관계자 현장 집합교육, 문화관광축제 개최 지자체와 지역재단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집합교육도 진행한다.
문화관광축제의 수용태세 부문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음식을 비롯한 판매 품목 가격을 세밀히 점검하고 그 결과를 올해 12월로 예정인 2024년 문화관광축제 지정 심사에 반영할 방침이다.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고 바가지 요금으로 논란이 되는 축제는 내년 문화관광축제 인증과 축제 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먹거리 정보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게재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축제통합 페이지에 지난 6월 18일부터 먹거리 가격 정보와 사진이 사전 공개되고 있다. 이는 축제 주관기관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으며 정보를 미리 제공해 관람객들의 이용 편의를 높이고 있다.
박대영 관광공사 지역관광콘텐츠팀장은 “최근 일부 축제장의 바가지 요금 논란이 국내에서 개최되는 모든 축제와 지역 관광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축제 운영자들과 공동으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축제를 찾는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축제, 다시 찾고 싶은 축제를 만들어 가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종택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문체부도 축제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체감도 높은 축제 지원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가지 요금’ 근절 → ‘스트리트 푸드’ 문화 개선으로
매해 진행한 정부의 캠페인이 현장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자체, 특히 상인협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상인협회가 바가지 요금 문제를 인식하고 협의체 내에서 자성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는 권고와 같은 행정조치 등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가지 요금에 대한 객관적 지표 마련도 시급하다. 여행 성수기에는 식당, 숙박 등의 가격이 평소보다 확 뛰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가지 요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논란이 지속되고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훈 교수는 “정부가 바가지 요금을 없애라곤 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명료하지 않다”며 “바가지 요금의 개념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바가지 요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바가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비스에 대한 정보 명시가 명료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음식의 경우 성분, 용량 등을 소비자에게 공시해야 한다. 사진이나 모형을 미리 보여주면 소비자가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며 “숙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명시되면 가격이 높더라도 바가지는 아니다. 선택의 자유를 줬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바가지 요금 근절 캠페인이 ‘가격’ 이슈에서 ‘스트리트 푸드의 선진화’로 확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캠페인을 길거리 음식 문화를 재정비하고 편견을 깨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의미다. 길거리 음식일지라도 성분과 재료, 가격을 정확하게 공시하면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고 바가지 요금 논란도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번 ‘착한 가격 캠페인’을 기회로 ‘스트리트 푸드’를 정비하고 선진화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음식의 재료를 명시하면 무슬림이나 채식주의자들이 정보를 보고 선택해 먹을 수 있고, 성분을 표시하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가려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08월호
'넷플릭스의 딸' 박규영...'셀러브리티' 통해 SNS 명암을 그리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SNS의 스타 인플루언서, 즉 셀러브리티에 대해 다룬 작품을 공개했다. 그들의 삶을 그린 ‘셀러브리티’에서 배우 박규영이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주인공 서아리를 통해 SNS의 명과 암을 표현했다.
SNS의 명과 암...박규영이 그려낸 ‘셀러브리티’
지난 6월 30일 공개된 ‘셀러브리티’는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서아리의 내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박규영은 작품의 주인공을 맡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이다. 전개상 다수의 셀럽들을 마주하며 여러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이 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셀러브리티’에서 아리가 굉장히 많은 셀럽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는 본인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도 있고 협력 관계인 사람도 있어요. 또 다른 상대 배우가 있는데 그건 바로 SNS고요. 아리가 작품 속에서 크게는 3단계로 성장을 하는데 그 사이사이에도 세밀하게 성장을 해요. 계속 변하는 상황 속에서 상대 배우들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죠.”
박규영이 맡은 아리는 부유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가세가 기운 후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살아가다 SNS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그러다 한순간 유명 셀럽을 제치고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로 탄생한다. 화장품 방문판매원에서 최정상 셀럽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순탄하게 그려지진 않았다.
“우선 아리가 성장형 캐릭터인 건 확실했어요. 그 성장 과정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물론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지만 본인의 중심은 잃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 지점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이런 여자 캐릭터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또 아리는 성장에 멈추지 않고 다크해지는 부분이 동시에 진행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연기였어요. 대리만족을 느끼며 촬영했죠.”
SNS 플랫폼은 MZ세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 세계를 그려낸 만큼, ‘셀러브리티’는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저희 아버지가 캡처를 해서 보내주신 게 있는데 ‘셀러브리티’가 잠시 3위에 올라갔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열심히 찍은 작품을 전 세계에서 봐주시는 건 언제나 새롭고 기분 좋은 것 같아요. 너무 감사드리죠. 모두의 노고가 깃든 작품을 전 세계로 송출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작품 속 셀럽들에게 SNS란 곧 수익과 연결돼 있다. 유명세를 탄 뒤 각종 협찬과 광고를 받고, 자신의 브랜드를 광고해 또 다른 수익을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모델로 있는 제품의 광고를 하는 연예인들의 SNS 활용과 비슷한 셈이다.
“사실 작품을 찍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수도 없이 고민을 했어요. ‘셀러브리티’가 SNS의 명과 암을 보여주는데 명암은 너무나도 확연하게 드러났잖아요. 저 역시 연기자 입장에서 SNS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어렵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에게도 SNS는 너무나도 명확한 명(明)이 있어서 그걸 활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필요 이상의 많은 정보에 휘둘리진 않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중심을 잡고 가야 될 것 같고요.”
‘셀러브리티’는 SNS 세계에서 화려한 이면을 가진 이들의 내면만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SNS라는 공간에서 익명에 숨어 누구나 될 수 있는, 강한 공격성을 가진 악플러들의 어두운 부분도 담아냈다. 그리고 작품에서 그 주인공이 바로 ‘bbb페이머스(famous)’였다.
“모든 출연자들이 bbb페이머스가 누군지 몰랐어요. 저조차도 몰랐고요(웃음). 다만 가빈회나 제 주변 인물들 중에서는 없다는 건 알고 시작했죠. 후반부 촬영하면서 알게 됐어요. bbb페이머스를 김노진 배우가 연기해 줬는데 현장에서 오래 호흡하진 않았어요. 후반부에 주로 나왔는데 너무나도 좋은 연기를 해줘서 감사하더라고요. 또 저랑 되게 닮았어요. 하하. 작품 속에서 제가 되게 증오하고 복수하고 싶었던 인물이자 텍스트로만 봤던 인물을 실제로 마주하는 장면을 찍는데 저랑 닮아서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있죠.”
‘오징어게임’, ‘스위트홈’ 시즌2 출연
박규영은 2016년 가수 조권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녹두꽃’ 등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통해 넷플릭스와 첫 연을 맺었다. ‘셀러브리티’가 두 번째 호흡인 셈이다. 그리고 ‘스위트홈’과 전 세계인의 화제작인 ‘오징어게임’ 시즌2의 출연을 확정 지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저한텐 무조건 감사한 표현이죠. 하하. 그렇다고 제 입으로 그걸 인정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OTT가 생기고, 이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감사하게도 많이 생긴 거잖아요. 배우나 제작자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양해진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부모님이 넷플릭스에 제 얼굴이 떠 있으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그게 가장 큰 성취감이죠.”
‘셀러브리티’ 공개 하루 전날,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시즌2의 또 다른 주역을 깜짝 발표했다. 기존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에 이어 2차로 발표된 캐스팅 라인업에는 박규영 역시 이름을 올렸다.
“지난번에 ‘오징어게임2’ 대본 리딩을 했는데 정말 떨었습니다. 하하. 촬영된 결과물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일단 정말 감사한 기회를 얻었다는 건 분명하죠. 주변에서 축하한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고요.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담에 휩쓸리지 않고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고 해요.”
박규영은 각종 재난과 크리처가 담긴 장르물부터 퓨전사극, 스릴러, 로맨스까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모습을 계속 자신의 도화지에 그려나가고 있는 그는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다양해져서 어떠한 장르를 하고 싶다고 구체화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확실한 건, 안 해본 것들에 대한 의욕은 충만해요. 하하.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죠. ‘스위트홈’과 ‘오징어게임’ 시즌2는 아직 촬영된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정말 감사한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차기 작 역시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열심히 해야죠.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하.”

2023년 08월호
'중꺾마'가 드라마 속 명대사…신조어 오남용 이대로 괜찮나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불륜 관계였던 두 남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여자는 흐르는 눈물을 참아가며 애써 마음을 정리하려 한다. 이별의 기운을 감지한 남자는 슬픔을 억누른다. 이에 여자는 “마지막 인사는 하지 마.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며 여운을 남긴다. 이 장면을 접한 다수의 시청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TV 드라마 최초로 등장한 ‘중꺾마’에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중꺾마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일부 시청자, 현실에서도 낯선 신조어가 드라마에 쓰인 것에 놀란 시청자도 있었다. 장면의 몰입을 깨뜨렸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이 시대를 반영한 대사로 여기는 이들도 있는 반면, 굳이 필요한 표현이었냐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중꺾마는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신조어다. 게이머 김혁규 선수가 한 매체와 인터뷰한 영상의 제목이 중꺾마의 서막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팀 DRX 주장이었던 김혁규 선수는 ‘2022 LOL 월드 챔피언십’ 1라운드 로그전에서 패배한 후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선수는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중꺾마’로 줄여져 온라인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중꺾마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서 승리해 16강 진출이 확정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기쁨을 표출했다. 태극기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기며 화제가 됐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은어’ 같은 신조어가 안방극장까지 꿰찼다. 사실 이 드라마에선 ‘중꺾마’뿐만 아니라 ‘킹받아서 쫓아왔다’, ‘어쩔티비’, ‘할말하않’ 등의 신조어가 남발됐다. 우리 사회 변화의 양상을 담아냈다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선이 압도적이다.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미디어상의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의 문제점 및 개선대책’에 따르면 대중은 외래어의 정보 전달은 효과적이라고 인식하는 반면, 신조어 사용의 정보전달 효과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다. 외래어의 정보전달 효과를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28.1%, 신조어는 19.6%에 그쳤다.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은 때때로 세대 간 소통의 장벽을 세운다. ‘미디어상의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의 문제점 및 개선대책’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이 정보전달에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외 세대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신조어의 정보전달력의 효과성에 ‘그렇다’고 답한 10대의 비율은 31.0%로 월등히 높았으나 20대 22.0%, 30대 16.9%, 40대 16.7%, 50대 14.8%, 60대 이상 16.5%로 나타났다.
학계는 신조어 생산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생겨났다 금세 사라지는 사회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신조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정착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방미영 서경대 교수는 “뉴 미디어에서 빠른 소통을 위해 길게 쓰지 못하는 상황으로 줄임말과 같은 신조어가 나타나게 됐다”며 “이제는 신조어 때문에 소통에 난항을 겪게 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고 해외서도 신조어를 통한 세대 간 불통은 일어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신조어 오남용이 나타나는 사회적 배경은 신문, 대중매체 등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방 교수는 “언론 매체들은 대중의 주목도를 높이고 트렌디함을 추구하기 위해 신조어를 쓰는 경향이 있다”며 “언론에서 신조어 오남용 문제를 정제하지 않으면 국어사전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어사전은 표준 문화를 바탕으로 동시대 사람들이 소통하는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데 (신조어는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20년, 30년 후에도 소통할 수 있는 사전의 역할이 될까’ 하는 우려로 신조어를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 간 벽을 없애기 위해선 공통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언어는 보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 교수는 “10대들은 자기들만 쓰는 언어로 끼리끼리 집합, 신조어 등을 규정하면서 우월감도 갖는다”며 “공통된 문화를 꾸준히 만들어서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 지향점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그들의 문화를 공유해야 한다. 즉 세대 간 교류의 장이 많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문화는 옳고 그름이 없다.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수정 보완해 나가는 공통적인 문화 교집합의 장이 만들어져야 세대 간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07월호
미술시장 불황 그림자 짙은데...일본 현대미술은 붐, 그 이유는?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미술시장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한국 미술시장은 변동폭이 커서 급하게 뜨거워졌다가 급하게 식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유난히 반짝이며 건재한 미술이 있다. 일본 현대미술이다. 쿠사마 야요이(94), 무라카미 다카시(61), 나라 요시토모(64)라는 ‘3대 스타’를 배출한 일본 미술계는 그 뒤를 잇는 일군의 작가들이 탄탄한 층을 이루며 판매 또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으는 작가는 로카쿠 아야코(41)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화업을 이어온 로카쿠는 세계적 권위의 미술시장 리포트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의 ‘2022 세계 500대 작가’에 한국의 이우환(83)을 훌쩍 제치고 75위에 올랐다. 1위 앤디 워홀, 2위 모네, 3위 피카소 등 쟁쟁한 거장들이 거명된 이 명단에는 쿠사마 야요이가 10위에 랭크되는 등 일본 아티스트 여럿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에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인 이우환은 2021년보다 순위가 한참 내려와 88위에 그쳤다. 국내 경매시장 등이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1982년생인 로카쿠는 100위 안에 단숨에 진입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것도 이우환보다 13계단이나 앞서는 순위라 한국미술계로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또 아트프라이스닷컴의 ‘2022 초현대미술 리포트’에서도 로카쿠는 초현대미술 작가(40세 이하) 낙찰총액에서 당당히 2위에 랭크됐다. 세계 여성 작가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작년 5월 크리스티 홍콩에선 작품 ‘무제’가 약 17억원에, 7월 도쿄 SBI경매에선 ‘무제’가 1억8400만엔(약 18억원)에 낙찰되며 기록 경신을 이어간 것이 주효했다.
국내 경매시장에서도 로카쿠는 여성 작가 중 쿠사마 야요이 다음으로 낙찰총액이 많은 작가다. 지난해 로카쿠 작품의 낙찰총액은 56억원으로 2021년보다 무려 48.2%나 늘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급랭한 경매시장에서 낙찰액이 대폭 줄어든 것에 비하면 이변이 아닐 수 없다.
키 156㎝의 가냘픈 체구의 로카쿠는 거대한 캔버스를 종횡무진 오가며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붉고 노란 꽃이 만발한 가운데 눈이 큰 소녀가 등장하는 그의 회화는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천진난만하다. 로카쿠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에도 팬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으로 그림 그리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등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아니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 팬들은 열렬히 환호한다. 한국의 MZ세대들 사이에서도 추상과 구상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귀여움으로 가득 찬 로카쿠의 회화는 인기가 높다.
20대 초반 거리에서 ‘손가락 그림’ 을 그리던 무명의 화가를 발굴한 것은 무라카미 다카시였다. 로카쿠는 2003년 무라카미 다카시가 만든 아트페어에서 신진 작가로 뽑혔고, 2006년 스카우트상을 수상했다. 이어 2006 아트바젤 홍콩에서 출품작이 완판되며 화제를 뿌렸다. 2010년부터 베를린 등지에서 작업 중인 로카쿠는 일본,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처음 내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사람들이 내 그림을 집에 걸어놓은 뒤 행복해졌다는 말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물론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과 인기 때문에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일본 팝아트의 대부인 무라카미 다카시가 발탁했고, 나라 요시토모의 ‘가와이(귀여운) 예술’의 적자이자 쿠사마 야요이 이후 일본 여성 작가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음 일본 남성 작가 중에는 이즈미 카토(53)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수수께끼 같은 요괴가 등장하는 그의 그림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때로는 활기 차고 귀엽고, 때로는 무섭고 병적으로 보이는 이즈미 카토의 인물은 볼수록 끌리는 것이 특징이다. 원시종교 속 괴물 같은데도 매혹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어 그의 작품은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줄을 잇고,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도 참가했다. 또 패션 업체로부터 콜라보레이션 제의도 빗발친다. 현재는 프랑스의 톱 갤러리인 페로탕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즈미 카토의 오리지날 회화를 못 사는 이들 중에는 앙증맞은 소프트 조각과 피규어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 미술애호가인 BTS의 RM도 이즈미 카토의 소프트 조각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바 있다.
한편 로카쿠와 카토 외에 일본 현대미술계는 강아지를 독특하게 변형시켜 표현하는 스스무 카미조, 팝아트적 인물화로 입지를 다진 백사이드 웍스, ‘흘러내리는 눈’을 가진 인물화로 유명한 매드사키, 하이브리드 형상을 그리는 유이치 히라코 등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들 차세대 스타의 작업은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기반해 만화적이거나, 원시성과 민속성을 강조한 샤머니즘적인 예술인 것이 공통점이다. 따라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들의 작업을 맥락화할 수 있는 것은 강점이다.
물론 이들 작가 바로 위에는 만화적 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MR, 발광하는 LED설치미술로 널리 알려진 미야지마 타츠오 등 중간 허리에 해당되는 유명 작가들도 수두룩하다.
크리스티 코리아의 이학준 대표는 일본 현대미술 강세의 견인차로 쿠사마 야요이의 식지 않는 열풍을 꼽았다. 노장 쿠사마 야요이가 선두에서 일본 미술을 이끌고 있는 것이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글로벌 미술계에서 철저히 소수자였던 아시아의 여성 작가로 뉴욕의 주류 미술계를 적극 노크했다는 점, ‘무한’이라는 동양의 심오한 주제를 독창적인 작업으로 표현한 점 등이 쿠사마 야요이의 경쟁력”이라며 그의 건재가 오늘날 일본 미술을 강하게 만드는 기반이라고 했다.
거울과 유리로 물방울 무늬가 끝없이 증식되도록 꾸민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작품 ‘인피니티 룸’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두루 설치돼 있는데 사전예약을 하지 않곤 관람하기 힘들 정도다. 또 그의 ‘호박’ 조각과 화려한 페인팅, 고요한 그물망 회화 등도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 미술애호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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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무라카미 다카시와 나라 요시토모의 활약도 일본 미술계를 튼실하게 떠받치는 동력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경우 올봄 부산시립미술관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이 70일간 14만6000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기괴한 오타쿠 문화’를 즐기는 이들로 넘쳐났다.
이렇듯 일본 현대미술은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 많아 하나의 흐름으로 집대성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한국 현대미술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다양성이 있는 반면, 일본 현대미술은 만화풍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바로 이 점이 일본 현대미술을 세계에 각인시키기에 안성맞춤이자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07월호
생성형 AI가 여는 새로운 미래...문화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문화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술, 음악 그리고 콘텐츠 산업에 AI가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부응해 뉴스핌은 ‘생성형 AI가 여는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AI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5월 23일 열린 문화 섹션 포럼은 ‘생성형 AI 시대에 문화계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용해 yh&co 대표 변호사가 ‘첨예화되는 저작권 이슈’를 주제로 대표 발표에 나섰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저작권위) 김혜창 본부장,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권구민 연구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 황선철 국장, 홍경한 미술평론가가 참석했다.
먼저 이용해 변호사는 △생성형 AI와 관련한 저작권 쟁점들 △인공지능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생성형 AI의 창작 ‘저작물’로 보호할 것인가 △생성형 AI의 학습 과정과 저작권 침해 문제 △생성형 AI의 학습을 면책하기 위한 요건 △인공지능의 발전과 창작자의 권리 보호 등과 관련해 콘텐츠 분야의 법률 전문가로서 다양한 쟁점과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어 문화계 창작자들을 위한 권리 보호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의미 있는 논제를 던졌다.
이용해 변호사 “생성형 AI 저작물 쟁점...원저작자 이용 보상 중요해질 것”
이용해 변호사는 생성형 AI의 결과물이 저작물성이 있는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논의하기 전에 “인공지능에 권리 주체가 될 자격인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는지, 생성한 결과물을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AI가 학습 과정에서 범한 타인의 저작권 침해를 면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거를 알아볼 것”이라며 “결국 인공지능 발전과 창작자 권리가 얼마나 상생할 수 있는지, 같이 갈 수 있을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로 AI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느냐는 논의로 이어진다. 이 변호사는 “19세기 유럽에서는 사회적 실체, 필요에 따라 법인격을 인정하게 됐다. 법인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격론과 연결되기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재산이나 책임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AI에 법인격을 부여할 수 없다는 부정론에선 인간이 가진 이성과 자율성에 따라 인간만을 권리·의무 주체로 본다. 인공지능은 물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인공지능은 지능을 갖추더라도 일정한 의도로 행동하는 의지를 갖기는 어렵다는 게 부정론의 입장이다. 행위로 인한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의사능력, 판단 결과를 실천할 수 있는 행위능력이 없다는 반론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이 변호사는 AI 저작권을 둘러싼 문제는 시작부터 결국 사회적 합의의 문제임을 짚었다. 그는 “현대의 법인격은 인간의 특성보다는 재산의 귀속, 책임의 귀속에 초점을 맞춘다”면서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적 실체들, 재산이나 책임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가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또 “운영자 등과 구별해 인공지능에 재산, 책임을 귀속시킬 사회적 필요가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이자 국제법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창 저작권위 본부장 “챗GPT ‘공정 이용’ 논의 국제적으로 활발”
김혜창 저작권위 정책연구본부장은 “챗GPT의 개발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감지되면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과 관련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도 AI의 TDM(Text and Data Mining) 관련 입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국내에 발의된 저작권 관련 입법안은 일본이나 유럽에서 논의된 것을 참조한 것”이라며 “AI 학습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침해의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법적 리스크를 없앨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2015년 발표한 저작권 지침인 ‘디지털 싱글 마켓’이 기존 학술적 목적으로부터 산업계의 TDM 확장을 이끌었다고 평했다. 이에 “‘디지털 싱글 마켓’은 기존의 학술연구 목적의 TDM만 허용하는 것에서 산업적으로 목적 관계를 확장한 저작권 지침으로, 권리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의 ‘크롤링 금지’ 표시가 가능해졌다”며 “하지만 현실적인 저작권 피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AI 학습의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었다”고 말했다. 또 “EU가 원래 권리자들과 직접적 경쟁관계에 있지 않았다. 기존 AI 때와 다르게 챗GPT가 나오면서 자신의 저작물들이 학습에 이용되는 것에 더 엄격한 태도를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정책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데이터를 둘러싼 학습에 대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자 하는 지위가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데이터 확보하기에 용이한 기업인지 아닌지에 따른 차이, 아울러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차원에서 새로운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구민 콘진원 연구원 “콘텐츠 산업에 생성형 AI 적용, 다양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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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민 콘진원 선임연구원은 생성형 AI가 현재 게임, 방송·광고, 출판·웹툰 산업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업무 환경과 제작 및 창작 환경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생성형 AI는 게임 산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권 연구원은 “먼저 게임 산업에서는 생성형 AI를 통해 게임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NCSOFT)는 AI의 중요성을 인식, 2010년부터 AI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언어처리 기술, 지식 기술, 컴퓨터 비전, 음성인식 및 합성 기술, 게임 AI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넷마블 역시 2018년 AI센터를 개설해 2개 조직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스마일게이트는 2020년 8월 AI센터를 설립해 대화형 AI 연구를 해왔다. 넥슨 역시 2017년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AI NPC와 AI 음성 생성 서비스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연구를 추진했다. 이처럼 최근 게임 산업에서는 대화형 AI 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아직은 연구 단계이지만 게임 내 NPC 및 몬스터에도 AI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방송·광고 산업의 경우 생성형 AI의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해 배우의 과거 모습을 되살리거나, 소리를 분리해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선 60대 연기자를 AI의 기술을 활용해 주름을 지우고 보정했으며, 30대 목소리를 추출해 30대 시절의 모습을 재현했다. KB라이프는 윤여정 배우의 20대를 가상인간으로 새롭게 만들어 TV 광고를 제작한 바 있다.
출판과 웹툰 산업은 일찌감치 생성형 AI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출판 산업의 경우 전자책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했다. 성우 또는 배우들의 음성을 생성형 AI에 학습시켜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활용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많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콘텐츠 산업에도 다양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는 “생성형 AI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직원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 도구로 쓰이는 등 업무 활용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음악·미술 분야 “창의성과 생성성은 달라”
생성형 AI가 콘텐츠 산업에서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만은 아니다. 황선철 한음저협 사업2국장은 음악 시장과 저작권 내에서 생성형 AI 발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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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국장은 “음악 저작권 분야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논의는 5~6년 전부터 시작됐다. 음악 창작자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훨씬 크다. 우리 협회에도 수십 건씩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협회는 AI TF팀과 정책연구팀을 새로 만들어 AI 신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생성형 AI의 학습 과정에 따른 데이터 저작권 침해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TDM 과정을 거쳐 원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수집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데이터를 복제한다는 점이 주요 논점이다. 이에 TDM 면책 규정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 국장은 “면책 규정이 논의되기 전에 △AI 회사들이 적법하게 음악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적법한 사용이 실제 가능한가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간단히 생각해 보면 창작자에게는 ‘AI를 만드는 엔지니어에게 생성형 AI 발전이 중요하니까 비용을 받지 않고 이 기술을 제공하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며 “음악 시장에서 AI는 큰 경쟁자다. 음악 저작물 유통구조를 조금만 알아도 사실상 이러한 면책 논의는 창작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제는 저작자들이 먼저 대우를 받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산업 발전, 경제 발전 명목하에 저작권자나 창작자의 희생이 강요돼 왔다. 콘텐츠 강국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창작자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미술 분야에서도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프로그램으로 이미지를 학습해 단 몇 초 만에 누구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AI 프로그램으로 도출한 작품이 예술이냐, 아니냐’, ‘법적 제재의 필요성’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홍경한 평론가는 “AI 창작물은 인간의 창작물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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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평론가는 “인간은 창작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 환경에 의한 ‘학습’을 거친다. 생성형 AI도 자율학습을 통한 학습 과정을 겪지만, 이는 알고리즘 개방에 중점을 두고 일정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며 도상을 분류하기 때문에 인간의 학습 과정과는 다르다. 아울러 인간은 AI에 없는 ‘영감’과 ‘감정’, ‘상상력’을 갖고 있어 인간이 작업한 예술품은 AI가 만든 생성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또 “반대로 AI는 인간 지능을 시뮬레이션하거나 모방하는 알고리즘, 모델 및 시스템에 의존한다. 그 결과물은 상상할 수 없고 감정과 의식, 자기인식보다는 데이터, 패턴 및 컴퓨팅 접근 방식에 의해 완성된다”며 “아이디어와 개념 도출, 자아, 직관, 주체적 의사결정, 미학적 고려 등은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술계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이들도 있고, 여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도 있다. 이에 홍 평론가는 “데이터의 조합 예술이 감성을 다루는 인간의 예술, 고유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까. 의문점이 많이 드는 게 오늘날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혹자는 AI의 창의성을 말하지만, (AI 작업물은) 인간의 감성과 지각의 영역에서 생성되는 예술은 아니다. 그것조차 가공된 것이며, 그냥 프로그램일 뿐”이라면서 “말 그대로 ‘생성’을 ‘창의’와 동질하게 볼 순 없다”고 단언했다. 끝으로 “AI가 인간화될수록 인간은 창작의 본질을 다시 고민할 것”이라며 “또한 인간의 창의성은 더욱 값진 가치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명료한 차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07월호
내 마음 속 나무 한 그루의 울림...최선길 개인전 '費隱 비은- Macro & Micro'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갤러리 다함의 개관 초대전으로 최선길 개인전 ‘費隱 비은 - Macro & Micro’가 7월 25일까지 열린다. 갤러리 다함의 이전 개관전으로 기획된 이번 초대전은 작가가 현장에서 사생으로 작업한 ‘songof1kyears’의 은행나무 작업과 그간 작업한 ‘나무의 노래’를 이어온 ‘바람’ 시리즈를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최선길 작가는 사생의 힘은 현장성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사진을 매개체로 작업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데, 최선길은 생생(生生)-날것이 주는 생명력에 예술혼을 담고자 하는 철학을 가지고 현장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회화의 생명력은 단순히 대상의 형태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와 바람, 그때그때 변하는 햇살이 만들어 내는 색채가 혼연일체가 되어 작가의 손끝에서 표출되는 에너지가 빚어 낸다. 최 작가는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기술복제 시대에 작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어야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현장 작업을 통해 증명해 내고자 노력해 왔다.
최 작가는 시대 정신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영원한 현재를 담는 예술 작품의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현 시대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삶을 방법으로서만이 아닌 존재로서 접근해 그에 맞는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지금 이 시대가 나아갈 방향과 현재를 통시적으로 읽어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직관력을 가지고 본질적 접근을 시도한다.
최 작가는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작든 크든 새하얀 캔버스라는 그 광활한 공간을 미세한 붓과 숨과 기운으로 하나하나 찾아가며, 조형적 완성도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그 과정 과정에는 ‘숨은 은(隱)’의 의미가 내포돼 있고, 작업을 할 때 거친 듯 섬세하게, 현란한 붓질 속 세심하게 색을 조화시켜 안 그린 듯 그리기, 그린 듯 안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또한 멀리 나아가 ‘대교약졸(大巧若拙)’을 추구하는데, 이번 전시 제목인 비은(費隱)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君子之道 費而隱’ ,즉 군자가 추구해야 할 위대한 진리는 너무나 넓고도 은미(미세)하다고 했다. 이는 작품이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감상자 개개인마다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세밀한 감성을 깨워 위로와 힐링을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는 나무를 통해 우리 인간들의 삶을 반추할 수 있다고 보고 오랜 시간 나무로 인간의 모습을 그려왔다. 최선길 작가가 그려낸 나무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하여 용기를 얻고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선길은 강원도 원주 문막 반계리의 800살이 훌쩍 넘은 은행나무를 꼬박 1년 동안 그린 작가로도 유명하다.
최선길 작가의 ‘작가노트’
費隱의 비(費)는 ‘넓을 광(廣)’, 은(隱)은 ‘작을 미(微)’를 의미하기도 한다. 광대한 것은 아주 미세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자연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펼쳐져 있다. 도시를 벗어나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이렇듯 광활한(macro) 자연, 거대한 천년의 나무, 또는 이름 모를 숲속의 수많은 나무들이 내 그림의 모든 대상이다. 그러나 자연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너무나 미세한(micro) 생명의 DNA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몸부림들을 내포한다는 의미다.

2023년 07월호
연기와 노래까지…두 마리 토끼 잡은 엄정화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배우 엄정화가 JTBC ‘닥터 차정숙’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완벽하게 새겼다.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그녀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이번 작품에서 엄정화는 타이트롤인 ‘차정숙’을 연기했다.
엄정화의 첫 의학 드라마...최고 시청률 18.5%
‘드라마 강국’ JTBC가 선보인 ‘닥터 차정숙’이 지난 6월 4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품 내에 불륜과 혼외자 등 자극적인 소재가 포함돼 있었지만 막장이 아닌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엄정화가 있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신다는 것과 제가 그만큼의 응원을 받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차정숙을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시면서 진심으로 느껴주시길 바란 거였거든요. 제가 바랐던 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너무 좋아요. 하하.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웃음).”
이번 작품은 4.9%(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기준)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4회 만에 단숨에 11%를 돌파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환점을 돈 후 10회는 18%를 찍었고, 마지막 회는 18.5%로 자체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닥터 차정숙’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시청률도 이렇게까지는 기대를 하지 못했어요. 1회 4%가 나왔을 때 출발이 괜찮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평이 좋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차정숙을 잘 표현했구나. 성공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작품이 흥하다 보니 정말 어딜 가도 차정숙이라고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엄정화’가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불린 것도 사실 처음인 것 같아요. 중년 여성들이 저를 차정숙이라도 불러주시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중년 남성들도 많이 보시더라고요. 저를 엄정화가 아닌 차정숙으로 생각하고 길에서 마주쳐도 ‘차정숙이다’라고 말해 주시는 게 너무 기뻤어요. 저한테는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고요.”
작품엔 차정숙과 남편 서인호(김병철) 그리고 최승희(명세빈)와의 삼각관계도 있다.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차정숙은 서인호와 최승희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간다. 작품은 여러 힘듦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찾아 나가는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다.
“사실 의학 드라마를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은 의학이 주가 되는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환자들과 의사의 유대관계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또 차정숙이 자신 앞에 놓인 시련을 돌파해 나가는 지점과, 자신만의 인생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너무 좋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너무 하고 싶기도 했고요. 많은 분들이 이번 작품을 보시고 스스로의 길을 찾는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실제로 작품을 보고 힘을 내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고요. 이 작품은 저 스스로에게도 힘이 많이 됐어요.”
‘닥터 차정숙’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찾는 행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여러 상황과 대사 속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엄정화 역시 “이런 감정들과 대사들이 소중했다”고 털어놨다.
“정숙이가 ‘스스로 행복할 길을 찾아보겠다’는 대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차정숙의 이런 감정들과 대사들이 너무 소중했어요. 저 역시 힐링받는 부분도 있었고요. 이번 작품은 주려는 메시지가 참 명확한 것 같았어요. 나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하며,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걸 말해 주잖아요.”
배우, 그리고 본업인 가수...두 마리 토끼 모두 잡다
엄정화는 이번 작품 외에도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오케이 마담’, ‘미쓰 와이프’, ‘댄싱퀸’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꾀해 왔다. ‘닥터 차정숙’도 엄정화에게는 잊지 못할, 필모그래피에 너무나도 완벽하게 새겨진 작품으로 완성됐다.
“‘닥터 차정숙’은 끝났지만 이 사랑은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하. 또 시즌2가 제작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고요. 자신만의 길을 찾은 정숙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정말 많아요. 꿈을 좇아서 잘 살아온 정숙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지금은 즐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웃음).”
‘닥터 차정숙’이 끝나기도 전에 엄정화는 tvN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본업인 가수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댄스 가수 계보를 잇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전국을 돌며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팬을 만나는 이번 예능에서 엄정화는 ‘올 타임 레전드’를 경신했다.
“후배들의 멋진 모습을 보면 항상 자극을 받아요. 무대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자극을 받는 게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게는 괴로움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새로운 길이 열리는 느낌이죠. 자극을 받는다는 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웃음). 제가 활동할 때는 가수와 배우의 일을 병행한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힘든 점도 많았죠. 제가 하는 일들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길이 될 수 있다면 너무나도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예전에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수록된 앨범을 만들면서도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계속 시도를 한 게 너무나도 잘한 일 같더라고요. 지나고 보면 하나도 의미 없는 게 없었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시도 안 할 이유도, 계속 안 할 이유도 없죠. 하하.”

2023년 07월호
서민준 카이스트 교수 “챗GPT 시대, 새로운 기회의 시작”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인 ‘챗GPT’가 뜨거운 관심과 함께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거대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거란 위기도 예측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민준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는 뉴스핌 AI포럼인 ‘생성형 AI가 여는 새로운 미래’에서 “사회적 변화에 대해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챗GPT의 영향력을 과소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챗GPT는 발명보다 발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챗GPT의 기술은 다음 단어를 맞히는 방식과 같다고 해석했다. 이 일은 단순한 일처럼 보여도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면허 직종의 사람들이 시험을 치를 때도 다음 단어를 맞히는 방법에 익숙해야 한다. 다음 단어를 맞히는 일은 의사 면허시험의 통과를 결정 짓는다. 코딩하는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서 교수는 챗GPT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이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챗GPT는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AI, 인간 노동력 대체?...“노동 효율성 높아질 것”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했지만 인간의 존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인간의 개입은 필요한 시대가 10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서 교수는 챗GPT와 같은 거대 인공지능 기술로 노동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생산성의 증가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자본과 노동이 어떤 관계로 변할 것인지 대비해야 한다.
서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무섭고, 노동의 가치가 없어질 거 같지만 ‘기술의 발전이 지금쯤에서 멈춘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챗GPT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AI가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지식 노동의 가치가 0으로 간다는 것”이라며 “그런 세상이 올 거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다만 일부 직업에서 10~20% 영향은 받을 거라는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챗GPT로 일의 효율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고용주와 사용자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고용주의 경우 10명이 할 일을 챗GPT를 통해 7명에게 맡겨 생산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 노동자의 경우 자신의 업무를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을 받아 한 시간에 할 일을 3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는 곧 자신의 경쟁력이 된다.
AI 프로그램으로 창작...창의성·저작권 재정의 필요
AI 이미지 작업 프로그램 ‘미드저니’, 음성변환 AI 프로그램 ‘일레븐 랩스’ 등을 통해 누구나 짧은 시간 안에 다량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미술을 배운 전문가가 아니어도 AI 프로그램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학습시키면 단 몇 초 만에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AI로 만든 창작물이 창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서 교수는 AI가 만든 창작물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누가’ 생산한 것인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콘텐츠가 사실적이라면 ‘신뢰성’ 측면에서 ‘누가’ 생산한 것인지 중요하게 볼 것이고,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면 어떤 창작자가 어떤 가치를 부여한 것인지에 의미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명한 사람이 더욱 유명해지는, 일반 사람은 실력으로 승부할 수 없는 양극화 문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챗GPT와 같은 AI 프로그램은 학습 과정을 거친다. 이에 쓰이는 자료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가 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 교수는 “AI의 학습 데이터는 사람으로 치면 공부하는 거다. 제가 뉴스를 보고 공부해서 머릿속에 넣어놓고 작성하는 것은 저작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에 대해 저작권을 문제 삼는다면 ‘사람이 학습하는 과정과 뭐가 다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현재 법적 시스템에서는 대비가 안 돼 있어 자연스럽게 창의성과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위기를 기회로
서 교수는 올해 ‘챗GPT Plugins’와 음식 재료 AI 검색 도구인 ‘애스크 인스타카트’ 출시가 예정돼 있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신기술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시점이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업계 1위 입장에서는 고착화된 상황을 깨부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좋은 시대가 됐다. 발빠르게 따라가면 많은 게 바뀌는 시대”라며 “결국은 판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는 기술적인 것 혹은 부분적으로 사람의 지식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에 적기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경쟁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챗GPT 기술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toC 회사엔 기회라고 보는 입장이다. 그는 “경쟁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는 이제 검색 시스템 기술이 많이 공개됐기 때문에 서비스를 활용해 검색 성능을 높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챗GPT는 당장 활용만 잘하면 서비스 퀄리티를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BtoB 회사엔 위기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이제 필요가 덜할 수도 있다”며 “감정 분석을 도와주는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문장이 들어오면 감정을 분석해 파는 회사인데 이젠 챗GPT에 물어보면 되니 예전보다는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챗GPT와 같은 신기술 여파로 스타트업 업계 펀딩의 양이 크게 줄진 않겠지만 결국 위험에 노출되는 시기도 있을 거다. 그런 부분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일반지능(AGI)은 언제 나타날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AGI가 달성되는 순간 우려해야 할 것은 슈퍼 인텔리전스, 즉 초월지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초월지능은 사람보다 훨씬 더 지능이 높은 것으로 AGI를 콘트롤하지 않는다면 초월지능으로 쉽게 넘어갈 거다. 그게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 두려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빠르면 2, 3년 내에도 실현될 수 있다”며 “예측하기 힘들지만 AGI 이후가 더 무서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2023년 06월호
아트페어의 확장 가능성 제시한 ‘아트부산’을 다시 보다
아트·럭셔리·휴식 어우러진 ‘글로벌 아트플랫폼’ 지향
관 주도 아닌 민간기업 체제, 과감한 투자와 혁신 가능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아트페어는 이제 더 이상 ‘미술품을 사고파는 곳’만이 아니다. 그곳은 미술과 럭셔리, 즐거움과 휴식이 교차하는 ‘다기능의 아트플랫폼’이다. 스위스 바젤과 미국 마이애미, 홍콩서 매년 열리는 아트바젤(Art Basel), 런던과 뉴욕, LA에서 열리는 프리즈(Frieze)가 좋은 예다. 국내에서는 키아프(KIAF)와 아트부산(Art Busan)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아트부산은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의 확장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동의 1위’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은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업체들이 줄을 서 있다. 아트바젤에 워낙 전 세계 슈퍼리치 컬렉터와 미술애호가들이 몰려들고, 문화예술계 및 명품업계 이슈를 끝없이 만들어내자 이 플랫폼과 손잡길 희망하는 기업들이 여럿이다. 현재는 스위스의 대표 은행인 UBS가 공식 파트너로 페어를 전적으로 지원하며, BMW 등 다수 업체가 후원한다. 아트바젤 홍콩의 경우 피아제, 샹그릴라호텔 등 16개사가 후원한다. 세계 2위의 아트페어인 프리즈는 ‘거함’ 도이체방크가 리드 파트너이고, 후원 업체 역시 즐비하다.
반면에 아트부산은 초창기 굵직한 파트너가 없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주요 아트플랫폼’으로 성장하자 하나금융그룹이 리드 파트너로 나섰다. 메인 파트너였던 BNK부산은행은 현재 어소시에이트 파트너이며, 럭셔리 브랜드 쇼메, 로얄살루트 등 20개 업체가 아트부산을 후원한다. ‘부산에선 아트페어가 될 수 없다’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트부산을 출범시키고 12회째 페어를 이끌고 있는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과거에는 아트페어가 단순히 미술품 거래장터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예술과 패션, 트렌드와 힐링이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각인되며 기업들이 그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장 4배 공간에서 역대급으로 열린 아트부산
올해 아트부산(5월 4~7일, 벡스코)은 FIFA 공식 축구장 4배 크기의 전시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그러나 고금리와 경기 침체, 환율 인상 여파로 미술품 수집 열기는 작년에 비해 현저히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 화랑들은 나름대로 선전했다. 상위 슈퍼컬렉터들은 블루칩 작품과 유망작가 작품을 VIP프리뷰 첫날 사들였다. 국내 화랑 111곳과 최근 삼청동에 확장 이전한 독일 화랑 페레스프로젝트, 삼성동에 분점을 낸 독일 화랑 에프레미디스 등 해외 갤러리 34곳이 참여해 차별화된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여 차분한 가운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해외 갤러리 중 아트부산을 처음 찾은 바자우, FWR, 바르트 등 19개 화랑은 독보적인 콘텐츠로 한국 및 아시아 컬렉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황금연휴를 맞아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관람객들로 아트부산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벡스코와 해운대 일대 호텔은 페어 한 달 전부터 만실을 이뤘고, 얼리버드 티켓은 예년보다 3배 이상 팔렸다. 주최측은 쾌적한 관람을 위해 통로를 15m로 크게 확대했고, 휴식을 위한 대형벤치, 전시장 내 F&B스팟 확대 등 편의성 제고에 힘을 쏟았다.
일반 갤러리 부스의 공간적 제한을 넘어서며 아트페어에 실험적 요소를 더하는 과감한 특별전시도 기획됐다. CONNECT(커넥트)라는 이름으로 국내외 유력 화랑과 기관이 참여해 로버트 테리엔, 나난, 장세희, 필립 콜버트 등 총 12개의 특별 작품과 특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는 ‘챗도슨트’가 관람객을 안내하고 작품 해설을 맡아 큰 화제를 모았다.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챗GPT’ 서비스가 국내 아트페어로는 처음 시도된 것이다. 오픈AI(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챗도슨트’에 관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한 뒤 궁금한 사항(화랑, 작가, 작품)을 질문하면 AI가 바로바로 답해주는 방식이다.
AI 미술생성 프로그램 ‘달리2(DALL·E2)’를 구동해 보는 키오스크도 설치돼 관심을 모았다. 10여 개의 화풍을 공부한 AI 아트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출력 및 저장도 할 수 있어 호응이 이어졌다.
운영위는 부산시와 함께 ‘부산 아트위크’를 신설하고, 무료 아트버스도 운행했다. 아트부산을 찾는 미술애호가들을 부산 지역의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 지역 관광 및 F&B 업체로 안내하는 서비스로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트부산은 화랑협회라든가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민간법인이 주관하는 페어다. 공적 기구가 아니라 개인사업자가 페어를 책임지고 주최하며 시행하기 때문에 책임도 권한도 민간업자가 떠맡는다. 페어의 수준과 판매력을 높여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때문에 철저한 기획과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트바젤, 프리즈 등 해외 페어들은 대부분 민간업체가 주관하지만 국내 페어는 반대로 협회나 지자체가 개최한다. 이 경우 공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고, 의사결정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아트부산은 아트컬렉터 출신의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이 부산지역 기업인과 화랑의 자문 아래 출범시킨 개인법인이어서 의사결정이 빠르고 페어 자체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트페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특별전이라든가 첨단 시스템 등을 과단성 있게 구현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물론 아트부산도 연혁이 짧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점을 노정시켜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트페어 개최를 불과 닷새 앞두고 대표이사를 전격 해임해 큰 파문이 일었다. 황급히 전열을 가다듬어 페어를 밀어붙였는데, 역대 최고의 매출과 열기로 위기설을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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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화랑 선별 철저, 외국 유수 화랑 참여 유도
아트부산은 지역 아트페어로는 참여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개최 초반기부터 “아트페어의 질은 참여 화랑의 수준이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참여 화랑 심사를 까다롭게 해왔다. 아시아 최고의 페어를 지향하다 보니 “아트부산에 가면 꽤 괜찮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컬렉터를 불러모았다. 컬렉터가 운집하고 이미지가 높아지자 참여하겠다는 화랑이 국내외에서 답지했다. 최근에는 참가하는 화랑보다 심사에서 떨어지는 화랑이 더 많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단 아직 해외 메이저 화랑의 참여 비중이 낮은 것이 아트부산의 숙제다.
아트부산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는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의 해변은 타 지역 미술팬들에게는 1년에 한 번쯤 달려가고 싶은 곳이어서 아트부산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또 부산에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시그니엘 부산 등 전망이 뛰어난 특급호텔이 다수 포진해 있고 매머드 쇼핑몰 등 훌륭한 배후시설이 풍부해 관람객을 손짓하고 있다. 센텀시티의 영화박물관과 고려제강 본사의 F1963 등 아트페어와 함께 둘러볼 문화예술 스팟이 다양한 것도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게다가 부산에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이우환 공간, 을숙도생태공원의 부산현대미술관 등 수준 높은 미술관이 여럿 포진해 있어 아트부산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해운대의 사진 전문미술관인 고은사진미술관과 달맞이길의 조현화랑 등 가볼 만한 거점이 많은 것이 장점이다.
VIP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엄청나게 공력을 들이는 것도 아트부산의 특징이다. 세계 각지에서 아트부산을 찾는 VIP 컬렉터들을 공항이나 역에서 리무진으로 특급호텔까지 에스코트하고, 아트페어 투어를 1:1로 전담하는 스탭을 매칭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 또 작가 스튜디오 방문, 부산지역 갤러리 및 미술관 방문 프로그램, 럭셔리 패션브랜드 주관의 만찬 등 초특급 파티와 일정도 다양해 호응이 높다.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아트부산은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성장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아트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며 “고무적인 것은 세계 각국의 문화기관과 기업,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아트부산과 협업을 희망하며 프로젝트를 계속 제안한다는 점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과감한 투자와 차별화된 기획을 이어가며 아트부산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수년간 아트부산의 해외 화랑 유치를 전담해온 정석호 이사는 “베를린의 페레스프로젝트를 비롯해 아트부산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에 진출한 해외 화랑들이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에 지점을 내는 등 아트부산은 국제 교류에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며 “유망한 외국 갤러리의 참여를 더욱 활발히 독려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아트페어로 부상하도록 하고, 부산의 고유한 잠재력을 더욱 살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3년 06월호
청춘을 대표하는 얼굴 박서준...세계로 향하는 '커리어 하이'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박서준이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얼굴로 섰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불안정하고 흔들리지만 한 자락 열정이 남아 있는 캐릭터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지난 2019년 ‘사자’ 이후 이병헌 감독의 ‘드림’으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박서준은 최근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신작 ‘더 마블스’의 촬영을 마치고 올 11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여의치 않았던 현장에서 가장 오래도록 촬영을 한 작품인 만큼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감회가 새로워 보였다.
꿈을 잃은 모두를 위한 메시지 ‘드림’
“너무 오랜만에 관객들 만날 생각 자체로 기대되고 설렜어요. 관객들 만나는 느낌이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예전엔 익숙했는데 오랫동안 이런 자리가 없어졌었구나 싶어요. ‘드림’뿐만 아니라 묵혀져 있는 영화 작품이 많거든요. 이병헌 감독님 작품을 ‘스물’로 처음 봤는데 당시 제 나이였던 20대 후반, 30대 초반 또래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작품 자체가 많이 없었어요. 혜성같이 등장한 작품이고 감독님이어서 이런 작품이 많았으면 했죠.”
‘스물’로 이병헌 감독의 매력을 맛본 뒤 ‘멜로가 체질’, ‘극한직업’을 거치면서 궁금증이 커졌다. 박서준은 “직접 현장에서 느껴보면 어떨까 했는데 감사하게도 제안을 주셨다”고 ‘드림’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고민을 오래 하지는 않았어요. ‘스물’ 때도 그랬지만 감독님만의 장르가 있다는 느낌이에요. 특유의 대사 톤이나 관계들, 서로 대사를 나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서 장르가 돼가는 것 같아요. 코미디나 감독님이 추구하는 말맛에서 오는 장르적 특성이 잘 느껴져요. 현장에서 디렉션 받으면서 원하시는 느낌을 내보려고 소화해 보려고 노력했고, 처음엔 당연히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까 쉽게 또 맞춰갈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넷플릭스를 통해 ‘이태원 클라쓰’가 전 세계로 방영된 후 시작된 ‘드림’ 촬영은 코로나를 만나 긴 시간 이어졌다. 대부분 3년 전에 찍은 분량이기도 하지만 멈췄다가 다시 이어붙인 장면도 적지 않다.
“3년 전 제 모습이다 보니 거울 보면 얼굴이 많이 달라졌다고도 느끼고, 국내 분량이 대부분 3년 전에 찍었지만 중간에 아닌 장면도 있어요. 뭔가 3년 동안의 내 시간이 다 담겨 있는 느낌이 있어서 없어도 될 소중함이 조금 생긴 작품이기도 해요. 아이유 씨 외에 다른 출연진은 ‘이병헌 사단’이라고 불릴 법한 배우들이기도 했어요. 다행히 현장에선 처음부터 가깝게 지냈죠. 선배들이랑 사전에 먼저 축구 때문에 연습도 많이 하고 땀도 흘리고 밥도 많이 먹고 했거든요.”
특히 가수로, 또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속 배우로 활약 중인 아이유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 ‘드림’의 특별한 점이었다. 아이유는 지난해 송강호, 강동원과 함께한 영화 ‘브로커’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며 안정적인 배우 커리어를 쌓아 왔다.
“아이유 씨와의 호흡에 기대가 컸어요.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굉장히 진중하고 깊고 감정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힘 있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극중 홍대와 소민이는 거기서 벗어나서 좀 더 가볍게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티격태격하는 티키타카를 보여줘야 했죠. 막상 하면서는 역시 이런 것도 잘하는 배우구나 하고 느꼈어요. 하나 잘하면 다 잘하는구나 싶더라고요.”
K리그 축구선수 출신 홈리스 축구팀 감독 윤홍대.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박서준은 꽤 오랜 기간 축구 레슨과 조기축구팀 활동을 지속했다. 축구라는 난관이 있었지만 다행히 윤홍대의 성격이나 행동방식은 박서준이 예상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감정이 충실하게 대본에 표현돼 있었고, 잠시 생각하면 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청춘의 공감대가 있었다.
“촬영 전에 홈리스 월드컵 직접 다녀오신 감독님이 직접 지도를 해주셨어요. 꽤 많은 시간을 연습했고 촬영 중간에도 연습을 나갔죠. 축구는 고등학교 때 조금 해본 게 다예요. 준비 중에 조기 축구를 좀 나갔죠. 뛰는 감각이 뭔지를 알아야 해서요. 운동을 해도 러닝머신만 뛰었지 잔디에서 뛰거나 밖에서 달려본 적은 별로 없었으니까요. 뛰는 모습을 알아야 역할 표현을 할 수 있잖아요. 화면에 축구공 하나 들어온다고 NG가 많이 나기도 했어요. 무뚝뚝한 면이 저와 비슷한 점이 있고 엄마 사랑을 별로 못 받고 자라서 표현이 서툰 친구였죠. 속에 열등감이 있을지언정 따뜻함을 배운 친구라 좋았어요.”
데뷔 12년차, 국내 넘어 세계로 향하는 ‘커리어 하이’
배우로 데뷔한 지 12년이 된 박서준은 그간 숱한 히트작을 거쳐 왔다. 초창기부터 ‘그녀는 예뻤다’, ‘화랑’, ‘쌈 마이웨이’,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의 드라마와 영화 ‘청년경찰’, ‘사자’ 등 굵직한 작품들을 거쳐온 그에게 무명은 그리 길지 않은 듯했다. 그럼에도 본인의 생각은 조금 달라보였다.
“사실 저도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많아요. 콤플렉스도 많죠. 그래도 그게 저를 성장시키는 무기라는 생각도 들어서 나쁘게 보진 않아요. 그런 과정이 있어야 발전도 있잖아요. 예전에 1년 가까이 계속 오디션에 떨어질 때 그만해야 하나, 이게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죠. 제 나이 때 활동하는 분들 보면 그런 데서 오는 열등감도 컸고요. 저 사람들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무슨 문제가 있을까. 부러워하기보다 저한테서 이유를 찾으려는 편이어서 그때 열등감을 느껴본 것 같아요. 자꾸만 작아지는 걸 느꼈죠.”
박서준은 결국 포기하려는 순간에 조금씩 원하는 반응을 마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느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그때부터 반응이 조금씩 왔다. 제 마음이 편해지니까 나를 바라보는 마음들도 편해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완전히 작품의 타이틀 롤로 나서 청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아마 제가 초반엔 힘이 너무 들어가고 독기가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부턴 열등감을 느끼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늘 배우려고 해요. 저 사람한텐 어떤 시간이 있었을까 싶죠. 부러워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잖아요. 저는 또 저만의 것이 있을 거고요. 당연히 열등감에서 완전히 해방되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순간순간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건 나를 인정하고,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잘해 냈을 때 칭찬할 수 있고 계속 도전하려는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박서준은 유난히 지금의 2030세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역할로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현실에 부딪히고 좌절해도 열심히 살아가지만 아직 ‘미생’에 머무르는 역할들과 썩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자연히 흥행성적도 따라붙으며 ‘타율이 좋은 배우’로도 불렸다.
“꾸준히 작품이 쌓이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생겼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뭔가를 의도하기보다 지금의 제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잘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위주로 해왔죠. 제 나이대에 맞는 역을 하다 보니 그런 역들이 찾아왔어요. 자연스럽게 40대 되고 50대 돼서도 연기를 한다면 변화하는 부분들이 있겠죠. 지금도 그 과정에 있고 달라진 걸 느껴요. 타율이 나쁘지 않은 편인데 어쨌든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니까요. 무조건 좋은 에너지들이 모여서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게 제 철칙처럼 됐어요.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결과가 어떻게 돼도 후회는 남지 않아요.”
전 세계로 방영되며 인기를 얻은 ‘이태원 클라쓰’와 방탄소년단 뷔와 함께 출연한 ‘화랑’,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잠시 얼굴을 비친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박서준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11월로 개봉이 확정된 마블 무비 ‘더 마블스’에 출연한 것을 두고 박서준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약간의 기대를 드러냈다.
“아직 그 영화 관련해선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요. 그때 되면 다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촬영이 사실 국내와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나라 촬영 현장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우리나라 작품들이 왜 해외에서 사랑받는지 이유가 있구나, 우리가 수준이 많이 올라와 있구나. 안에만 있을 땐 잘 몰랐어요. 봉준호 감독님께 감사한 게 ‘기생충’에 그 잠깐 나온 걸 알더라고요. ‘너 걔야?’ 하고 묻는데 정말 신기해하고 다들 좋아하는 영화라고도 하고요. 당시에 마침 ‘오징어게임’이 나올 때라 다 그걸 물어봐요.(웃음) 그거 말고도 좋은 작품이 정말 많다고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죠.”
10년 넘게 배우의 길을 차근히 걸어온 지금, 박서준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가는 길목에 있다. 한국에서 청춘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던 30대 대표 남자배우 박서준의 커리어는 이제 글로벌 블록버스터 무비로 정점을 맞을 차례다.
“그간 해온 작품들이 대부분 성장을 다룬 이야기가 많았어요. 자연히 인간으로서 나의 성장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돼요. 예전에는 뭔가 비판이나 비난을 접하면 너무 화가 나고 찾아가서 한마디라도 하고 싶은 끓어오르는 감정이 들었어요. 지금은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조금 받아들이게 됐죠. 무엇보다 저는 현재의 충실한 삶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돼요. 결국은 안정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도전적인 선택을 하고 싶고, 데뷔 때 제 그릇이 얼마만한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거든요. 지금도 진행형이고 늘 안주하지 않는 게 배우로서 목표이자 꿈이 아닐까 해요.”

2023년 06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60%, 주식운세 70%
84년생 : 30%, 금융운세 30%
96년생 : 70%, 품대운세 90%
◆소띠(丑)
61년생 : 90%, 품대운세 90%
73년생 : 80%, 증여운세 80%
85년생 : 90%, 문화운세 60%
97년생 : 80%, 금융운세 80%
◆범띠(寅)
62년생 : 80%, 금융운세 90%
74년생 : 60%, 횡재운세 70%
86년생 : 70%, 주식운세 90%
98년생 : 90%, 문화운세 40%
◆토끼띠(卯)
63년생 : 80%, 문화운세 90%
75년생 : 70%, 상속운세 70%
87년생 : 50%, 상속운세 50%
99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용띠(辰)
64년생 : 90%, 상속운세 60%
76년생 : 80%, 금융운세 60%
88년생 : 90%, 횡재운세 60%
00년생 : 40%, 증여운세 60%
◆뱀띠(巳)
65년생 : 70%, 횡재운세 70%
77년생 : 60%, 금융운세 70%
89년생 : 90%, 금융운세 90%
01년생 : 70%, 주식운세 70%
◆말띠(午)
66년생 : 70%, 문화운세 90%
78년생 : 90%, 문화운세 90%
90년생 : 90%, 증여운세 90%
◆양띠(未)
67년생 : 80%, 금융운세 90%
79년생 : 60%, 주식운세 80%
91년생 : 70%, 주식운세 7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금융운세 80%
80년생 : 70%, 부정기수입운세 60%
92년생 : 80%, 품대운세 80%
◆닭띠(酉)
69년생 : 80%, 횡재운세 60%
81년생 : 80%, 주식운세 90%
93년생 : 90%, 횡재운세 90%
◆개띠(戌)
70년생 : 50%, 상속운세 50%
82년생 : 80%, 주식운세 90%
94년생 : 50%, 주식운세 40%
◆돼지띠(亥)
71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83년생 : 80%, 주식운세 90%
95년생 : 70%, 품대운세 80%

2023년 06월호
"꽈리가 담은 삶의 우주"...꽈리 작가 이애리의 '큰 세상'
| 조용준 논설위원 digibobos@newspim.com
갤러리마리(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35 마리빌딩)는 6월 1일까지 이애리 작가의 개인전 ‘작은 열매, 큰 세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애리 작가가 올해 3월 독일 ‘갤러리 클로제(Galerie Klose)’ 전속작가가 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이다. 소재 이상의 다층적 함의를 품은 ‘Good luck in 꽈리’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작가의 시그니처인 주묵과 함께 녹색의 전통 안료를 사용한 작업들도 함께 선보이며, 이전보다 더욱 풍부한 색채와 미감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애리 작가의 모든 작업에는 ‘꽈리’가 있다. 꽈리는 작가에게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영감을 준다. 꽈리 작업 이전부터 둥근 열매나 씨앗을 소재로 작업하던 이애리 작가에게 어느 날 눈에 들어온 주황색 꽈리는 새롭고 신선했다. 열매를 통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던 작가는 자연스럽게 그 매개를 꽈리로 연결했고, 붉은 묵(주묵)을 사용해 함축된 선과 색으로 꽈리를 표현해 왔다.
여름녘 하얗고 작은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붉은 주황빛의 주머니 안에 작고 단단한 빨간색 열매가 달리는 꽈리는 예전 놀잇감이 부족하던 시절 어린아이들이 입으로 불며 갖고 놀던 피리였다. 예쁜 꽈리의 형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고, 그 열매를 씹으면 시고도 단맛이 난다. 열매를 감싼 부서질 듯 가벼운 껍질로 피리를 불며 하루 종일 놀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까지...
꽈리는 시각, 미각, 촉각, 후각, 청각으로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풍부한 문화, 예술의 소재가 된다고 작가는 확신한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이 작고 아름다운 식물을 예찬하는 이애리 작가가 꽈리 작업을 통해 발견한 것은 정해진 길을 따라 묵묵히 순환하는 자연과 우주의 아름다움이다. 둥근 꽈리의 형상은 대자연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우리를 둘러싼 광활한 우주의 무한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유지하는 질서를 상징하기도 한다.
조그마한 씨앗이 더 큰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어지는 과정처럼 작가가 장지 위에 세필로 그은 셀 수 없이 많은 선은 쉼없이 이어지며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얇고 가는 선으로 작은 열매를 만들고, 그 열매들이 하나둘 모여 각자의 작은 세상을 이루어가며,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꽈리들이 변주하면서 화면은 하나의 거대한 세상이 된다. 현대사회에서 개개인의 다양성이 만들어가는 조화와 화합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꽈리는 그 모습과 연관된 여러 가지의 상징성이 존재한다. 어두운 밤 붉게 켜진 작은 초롱과 닮아 등롱초(燈籠草)로도 불리는 꽈리는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길상과 성공을 상징한다. 씨앗을 감싼 꽈리의 모습이 아기를 품은 엄마의 형상과 닮아 있어 다산, 다복, 사랑을 상징하며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인해 부와 행운, 행복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또한 꽈리가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조상의 성불을 기원할 때 장식용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꽈리가 가진 이런 다양한 의미를 뒤늦게 알게 된 이애리 작가는 꽈리를 이루는 선 하나하나에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많은 사람의 안녕과 평안을 바라는 마음도 담게 됐고, 여러 희로애락을 겪으며 스스로를 위해 수행하듯 그어내린 선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를 이어주는 끈이 됐다고 밝힌다.
각자의 자리에서 때를 기다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모습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세상으로 내보내어진 이유일지 모른다. 꽈리 작업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진리를 추구하는 이애리 작가의 개인전 ‘작은 열매, 큰 세상’에서 생과 멸, 유와 무, 음과 양 등 서로 다르지만 복합적인 양상으로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은 열매에서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두에게 다행다복(多幸多福)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와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이애리 작가와 포스코스틸리온의 ‘포스아트(PosART)’와 아트콜라보로 제작된 작품을 일반에 공개한다. 포스아트는 고해상도 잉크젯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강판으로 작품의 풍부한 색상과 섬세한 질감 표현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또한 일반적인 회화 작품과 달리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으로 전시가 가능한 반영구적 소재이기도 하다. 차가운 이미지의 철강 소재에 구현된 이애리 작가의 따뜻하고 디테일한 꽈리 작업은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애리 작가는 숙명여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조형예술학과에서 미술학 박사(Ph. D.) 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서울 등지에서 72회의 초대 개인전을 열었으며 700여 회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제33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심사위원 선정 특별예술가상, 제10회 한국미술 정예작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2회 등 다수의 수상과 심사 경력이 있다. 저서로는 ‘지금 한국의 화가를 만나다’를 2015년에 출간했으며, 매거진 Q에 ‘The Story’ 칼럼을 연재했다.
2018년 프린트 베이커리와의 매칭으로 롯데호텔 본점 신관 이그제큐티브타워 스위트룸에 실크스크린 판화 60점과 Le Salon 다이닝 럭셔리 라운지에 원화 2점이, 2019년 롯데호텔 제주 로비에 100호 1점과 2020년 제주 그랜드 하얏트 복합 카지노 리조트 호텔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4점 등 청와대, 관공서 및 전경련타워 등 여러 주요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평면 작품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4.5m짜리 1호 조형물이 2019년 7월 광명 국제무역센터에 설치됐고, 1호 조형물을 기념해 구와 하트 이미지로 에디션 10개씩 미니 조형물이 출시됐다. 그 외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 최초 전기자동차 CEVO와의 콜라보와 가구, 조명 등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를 진행 중이다.
이애리 작가는 올 하반기 갤러리 클로제의 초대전을 시작으로 유럽에 작품을 선보이며, 이를 기점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무대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2023년 06월호
제155호 고분, 천마총이 되다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지금은 천마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당시에는 황남동 155호 고분이었다. 98호분을 조사하기엔 여러 면에서 부족해 155호분을 발굴하기로 했는데, 금관 장식들이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천마도가 나왔는데, 보존 처리로 약을 투입하다 밑에 천마도까지 영향이 갔다. 수습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당시 김정기 (문화재관리국) 실장이 ‘이렇게까지 힘든 발굴 조사는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3년 ‘155호 고분’ 발굴 조사에 참여한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당시 천마총 발굴 조사 과정을 이와 같이 기억했다. 천마총은 정부와 국내 학계·전문가가 처음으로 신라 고분을 발굴한 문화유산이다. 최초로 우리 손으로 신라 금관을 발굴한 사례이며, 신라시대의 유일한 회화인 ‘천마도’를 발굴하면서 이름 없던 고분에 ‘천마총’이라는 새 명패가 생겼다.
천마도 속 등장하는 동물의 뿔을 두고 일각에서는 ‘말’이냐 ‘기린’이냐 의견이 분분하지만 천마총 발굴 조사는 한국의 문화유산 발굴·보존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성과이자 전 세계에 신라 1000년 문화를 알릴 수 있게 된 역사적 사건으로 통한다. 올해는 천마총을 발굴 조사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신라시대 대표 유물 대거 출토
1973년 4월 6일, 황남대총 155호 고분 발굴을 위한 첫삽을 떴다. 약 8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4일에 조사가 완료됐다. 본래 정부는 가장 큰 98호 고분을 조사해 내부를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한국 고고학계의 수준으로는 커다란 무덤을 발굴하기 어려워 98호 고분보다 작은 155호 고분을 조사하며 돌무지덧널무덤의 구조를 파악하고자 했다.
155호분의 발굴 조사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신라시대를 대표할 유물들이 대거 출토됐기 때문이다. 상상도 못했던 금제대관이 모습을 드러냈고 금으로 만든 모관, 허리띠, 관꾸미개, 귀걸이, 허리띠 등 지도층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신구가 조사단의 눈앞에 나타났다.
지금의 ‘천마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말다래 ‘천마’ 관련 유물은 6점 출토됐다. 문화재관리국이 펴낸 ‘천마총 발굴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수피와 대나무제, 칠기제의 세 종류 말다래 각 3쌍, 모두 6점을 수습했다. 하지만 모두 유기질이라 발굴 당시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칠기제 말다래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가 익히 아는 천마도는 국보 207호이자 자작나무에 그려진 ‘백화수피제 천마도 말다래’다. 2점 중 1점만 보존 상태가 양호해 국보 207호로 지정됐다. 하늘을 나는 흰 말이 새겨진 천마도는 신라의 유일한 회화 자료다. 백화수피제 말다래와 대나무제 말다래는 40년 만에 첨단 보존처리기법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으면서 새 천마도를 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
말다래는 말이 달릴 때 흙이나 돌이 사람에게 튀어오르지 않도록 안장 아래 설치하는 장식물이다. 행사나 행렬 같은 데서는 장엄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4~6세기 무렵 특히 왕을 비롯한 특권층에서는 죽은 사람을 매장하면서 말다래를 포함한 마구류를 함께 묻어주기도 했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9년 만에 만나는 두 점의 천마도
천마도가 9년 만에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특별전 ‘천마, 다시 만나다’를 통해 공개된다. 5월 4일부터 내년 7월 16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천마총 발굴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말다래는 빛에 약하기 때문에 상시 공개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그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97년과 2009년 특별전 때 두 차례 공개된 이후 계속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2014년 고향인 경주로 돌아와 신라능묘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를 통해 공개됐다.
전시는 천마도 말다래 두 점을 교차로 공개한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아래에서 확인된 천마도 말다래Ⅱ를 시작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위에서 출토된 말다래Ⅰ을 교체 전시한다. 5월 4일부터 6월 11일까지 말다래Ⅱ를, 6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말다래Ⅰ을 만나볼 수 있다.
금동판을 오려 만든 천마 무늬 말다래도 2014년 공개된 후 처음으로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천마총의 말다래가 나오기 이전에는 존재를 알 수 없던 금관총과 금령총에서 확인된 천마도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밖에 전시장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이 천마총에서 출토된 국보 ‘천마총 금관’, ‘천마총 관모’ 등을 촬영한 10여 점의 사진 작품과 금관, 천마총, 금제 허리띠 등의 유물을 선보인다. 쇼케이스 1개에 유물 1점을 배치해 유물의 전체 모습을 집중해 관람할 수 있다.

2023년 05월호
UBS리포트가 본 세계 미술시장 "연 3% 성장...90조원 규모 육박"
UBS·아트바젤, ‘Art Market 2023’ 리포트 발표
중국 부진에도 미국 강세로 코비드 이전으로 회복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인플레이션의 역습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 있지만 미술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확실히 회복된 것으로 집계됐다. 스위스 금융사 UBS와 아트바젤은 2022년 미술시장을 분석한 ‘The Art Market 2023’을 최근 공개했다.
‘The Art Market’은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ArtBasel)의 후원사인 UBS가 아트바젤과 손잡고 지난 2018년 처음 내놓은 종합적인 보고서다. 이후 매년 글로벌 미술시장의 현황을 가장 정확하고도 광범위하게 담아내는 리포트로 평가되며 세계의 이목을 모아 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678억달러(약 89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성장을 보였던 2021년(659억달러)보다 3% 성장한 수치이자 2019년의 644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다만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14년의 682억달러에는 못 미쳤다. 2021년에 비하면 성장세가 살짝 둔화됐음을 알 수 있다. 또 부문별, 지역별, 가격별로 분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됐다.
UBS 의뢰로 보고서를 작성한 클레어 맥앤드류(Clare McAndrew) 경제문화학 박사는 “2022년 세계 미술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모멘텀으로 확실히 복귀한 해였다. 물론 전반적으로 성장 둔화가 있었으나 최상위 작품의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며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했다. 또 “판매자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등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미술시장의 여러 섹터 중 지난해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섹터는 아트딜러 시장이었다.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 화랑을 비롯해 화랑들은 2022년 총 372억달러(약 49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비 7%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해외 여행이 본격화되고, 아트바젤과 프리즈 같은 초대형 아트페어가 부활한 것이 그 요인이다.
더욱 심화된 양극화...승자독식 시대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CEO는 2022년 시장 상황에 대해 “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졌지만 미술시장은 전체적으로 성장했다. 완만한 성장세라 할 수 있다. 대형 딜러가 몸집을 키우는 사이 소규모 딜러들의 매출은 줄어들며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호로위츠 CEO는 “아트페어, 갤러리 오프닝 등이 오프라인 행사로 본격화되면서 딜러 매출이 7% 증가한 것이 전체 시장의 회복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경매시장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작년 세계 예술품 경매시장 매출은 306억달러(약 40조원)로 2% 역성장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는 11%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1000만달러(약 131억원) 이상의 초고가 미술품시장은 12%나 성장했다. 다른 모든 가격대의 작품은 판매가 하락하며 미술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화랑의 경우도 고가 작품을 주로 거래하는 업체의 매출 성장이 저가 작품을 취급하는 업체보다 훨씬 커지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
미국, 세계 미술시장 견인..중국은 주춤
세계 최대 미술시장은 미국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의 45%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 영국은 18%로 2위로 복귀했고, 중국은 점유율 17%로 3위로 내려앉았다. 프랑스는 7%로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시장은 처음으로 집계에 잡히며, 전체 점유율 1%를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이 2021년 폭발적 시장 회복에 이어 지난해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중국은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인해 판매 및 행사가 취소되는 등 악재를 겪었다. 중국 미술시장 규모는 112억달러(약 14조7000억원)로 2021년 대비 14% 급감했다. 이는 2020년보다는 13% 성장한 수치이지만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크게 감소한 섹터는 경매(옥션) 부문이다. 2021년(88억달러) 대비 22%나 감소하며 69억달러(약 9조700억원)에 그쳤다. 고가의 작품이 거래되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가을 경매가 대부분 취소된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딜러 섹터는 성장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의 딜러들은 평균 11%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반면에 일본 딜러는 28%, 한국 딜러는 40% 매출 신장을 보여 대비됐다. 특히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트딜러들의 지난해 매출이 40% 급등해 주목됐다. 이는 지난해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열린 프리즈 서울과 KIAF(한국아트페어)의 성공적인 안착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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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거래 전년보다 줄고, NFT 매출 절반 ‘뚝’
코로나19가 엔데믹을 향해 가며 각국이 봉쇄를 풀자 아트페어, 전시회, 경매가 일제히 오프라인 행사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팬데믹 기간 중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온라인 거래가 2021년(133억달러)보다 17% 감소한 110억달러(약 14조5000억원)로 줄어들었다. 2022년 온라인 미술판매가 미술시장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2020년(25%)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2019년에 비하면 85%나 성장해 온라인 거래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붕괴는 대체불가토큰(NFT)에도 직격타를 날렸다. 2021년 29억달러(약 3조8000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아트NFT 매출은 지난해 15억달러(약 2조원)에 그치며 49%나 폭락했다. 특히 아트NFT의 가치 하락이 두드러졌다. 2022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NFT 판매가치는 8%에 불과했다. 고가에 아트NFT를 사들였던 젊은 컬렉터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가격에 곤욕을 치렀다.
아트바젤 관계자는 “가상자산 침체기에도 디지털·영화·비디오 아트의 인기는 크게 늘었다. 이들 디지털 아트의 거래 비중은 2021년 1%에서 지난해 5%로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젊은 부유층 수집가’들이 미술시장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구매에 나선 것도 경제 침체기 아트마켓 성장에 기여했다”면서 이들은 지난해 미술품 구매에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미국 실리콘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가가 뒤숭숭하고 경매시장 등은 다소 침체에 빠져 있지만 글로벌 아트마켓은 상위 0.01%의 슈퍼리치들이 고가의 블루칩 수집에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고, MZ세대 컬렉터들이 확산되면서 2023년에도 소폭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가격이 급격하게 반등한 초현대미술 중에는 조정이 이뤄지는 등 작품별, 작가별로 편차가 예상되며,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 미술시장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랑스 정부 당국이 오는 2025년부터 미술품 거래세율을 현재의 5.5%에서 20%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프랑스 미술시장에도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하며 출입국 및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이에 ‘유럽의 미술 수도’로 군림해온 런던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파리가 지난해 반사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의 세율 인상으로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한 아트마켓이 다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의 미술 지형도도 혼선이 예상된다.

2023년 05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72년생 : 70%, 문화운세 90%
84년생 : 70%, 주식운세 70%
96년생 : 80%, 주식운세 90%
◆소띠(丑)
61년생 : 60%, 횡재운세 70%
73년생 : 50%, 증여운세 70%
85년생 : 90%, 주식운세 90%
97년생 : 70%, 상속운세 70%
◆범띠(寅)
62년생 : 80%, 자영업운세 70%
74년생 : 90%, 횡재운세 60%
86년생 : 80%, 자영업운세 60%
98년생 : 80%, 금융운세 80%
◆토끼띠(卯)
63년생 : 60%, 주식운세 80%
75년생 : 80%, 횡재운세 60%
87년생 : 50%, 상속운세 50%
99년생 : 90%, 상속운세 60%
◆용띠(辰)
64년생 : 70%, 금융운세 90%
76년생 : 30%, 증여운세 80%
88년생 : 80%, 문화운세 90%
00년생 : 70%, 부정기수입운세 60%
◆뱀띠(巳)
65년생 : 80%, 금융운세 90%
77년생 : 60%, 금융운세 70%
89년생 : 90%, 금융운세 90%
01년생 : 90%, 주식운세 90%
◆말띠(午)
66년생 : 30%, 금융운세 30%
78년생 : 90%, 주식운세 80%
90년생 : 90%, 문화운세 40%
◆양띠(未)
67년생 : 60%, 정기수입운세 70%
79년생 : 50%, 상속운세 50%
91년생 : 70%, 주식운세 7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품대운세 80%
80년생 : 90%, 횡재운세 90%
92년생 : 70%, 품대운세 80%
◆닭띠(酉)
69년생 : 90%, 증여운세 90%
81년생 : 40%, 부정기수입운세 60%
93년생 : 80%, 문화운세 80%
◆개띠(戌)
70년생 : 50%, 품대운세 70%
82년생 : 40%, 주식운세 50%
94년생 : 80%, 상속운세 70%
◆돼지띠(亥)
71년생 : 80%, 금융운세 80%
83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95년생 : 90%, 문화운세 60%

2023년 05월호
조형으로 일군 자연의 생명력과 신비...김태수 개인전 'Nature's Secret'
| 조용준 논설위원 art29@newspim.com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는 5월 6일까지 김태수 개인전 ‘Nature’s Secret’을 개최한다.
싹, 열매, 꽃, 나무, 풀, 물방울 등 자연 요소들을 연상시키는 김태수의 조각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유기적 형태의 아름다움을 조형적으로 포착해 레진, 용접,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재료로 작품화 및 구축된다. 철판을 기하학적 형태로 잘라 용접한 후 분채 도장을 거쳐 탄생한 조각들은 경쾌하면서도 압도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뿐만 아니라 기하와 구상, 자연적 재료와 비생물적 물질 그리고 이성적 형태와 자연의 상기(想起)라는 상반되면서도 필연적인 관계성이 드러나면서 아이러니한 조화로움이 풍긴다.
김태수 작업은 외형적으로 채색된 판재가 겹겹이 중첩된 추상 형태를 띠고 있지만, 조각이 지닌 생명력과 유연한 리듬감은 관람객들에게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생태 현상의 가늠할 수 없는 크기와 깊이감, 에너지, 시적인 감흥을 전달하고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관념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나아가 굴곡, 그림자와 같은 물성을 지닌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동선과 시선이 이동함에 따라 형태와 지각이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일상 속에서 즐거움과 유희를 경험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Nature’s Secret’은 ‘깊은 생명력이 바로 자연이 지닌 비밀’이라는 관념을 주제로, 작가가 2009년부터 작업해온 ‘ECO FLOW’ 시리즈보다 한 단계 더 근원적, 근본적인 접근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대형 부조 작품 중 ‘Calm and Passion’과 ‘Breeze in the Forest’, 이 두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회오리처럼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이 일렁이는 ‘Breeze in the Forest’는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곡선의 조형 스타일을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중첩했다. 또한 기존의 강렬한 보색 대비보다 옅고 부드러운 색을 사용해 생성된 은은한 깊이감은 마치 자연의 포용력과 온화함을 표현하는 듯하다.
앞서 소개한 메인 작품을 기반으로 ‘Nature’s Secret’의 모든 작품들이 파생됐으며,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몰입감 있게 무한한 자연의 신비와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김태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 형태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삶이 본질적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토대로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태수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조소과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 인디애나 대학과 뉴욕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 진학해 조소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표갤러리, 인사아트센터, 미국 레드 밀 갤러리, 예술의전당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시청, 홍콩 오페라갤러리, 주한중국문화원, 코엑스, 서울미술관 등 다양한 기획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다.
김태수는 1987년, 1990년, 1991년 제임스 윌버 존스톤 조각대회에 출품 및 입상했으며, 2016년 한국현대조각초대전에서 작가상을 수상했다.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미술관,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타워, 서울 롯데호텔, 미얀마 롯데호텔, 중국 청두 명품 몰, 홍콩 오스틴 로드 R.D 등 다수 기관 및 공공장소가 있다.
대중에게 생소할 수 있는 김태수의 조각은 사실 서울 곳곳의 건물 앞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타워 입구에는 거대한 삼각형 형태 속 원형의 볼륨감이 돋보이는 그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으며, 무미건조한 빌딩 숲 사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