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07월호
반쪽짜리 미술품 물납제 무엇이 문제인가
국내 첫 물납 나왔으나 단 한 건에 그쳐
미술품 상속세에만 적용해 문제, 확대 필요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가 국내에서 발효된 지 근 2년 만에 첫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최초로 물납 미술품 4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또다시 감감무소식이다. 단 한 건도 이어지지 않은 채 ‘잠자는 법’이 되고 있다.
물납제 시행이 논의될 때만 해도 ‘부자 감세’니 ‘세수 감소’니 하며 세간의 우려가 컸다. 일부 부자들이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문화유산이나 미술작품을 활용하게 돼 나라 재정이 어려워질 거란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현행 물납제에 대해 미술전문가들은 오히려 ‘반쪽짜리 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납제 적용 대상을 미술품 상속세에 한해 가능하도록 협소하게 규정해 법 적용 범위를 극히 제한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2024년 1월부터 현금 대신 문화유산·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물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첫 사례가 지난해 10월 보고됐다.
상속세 물납제는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국가 자산으로 보존·관리하고 국민에게 공개해 대중의 문화 향유 기회를 증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이 제도로 고가의 미술품과 문화재들이 국가에 귀속돼 국공립 미술관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물납을 통해 국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준을 크게 높였을 뿐 아니라 이 제도를 통해 양질의 컬렉션을 100년 넘게 이어가는 중이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1968년 상속세·증여세·재산세를 미술품으로 낼 수 있도록 하며 루브르 뮤지엄 등이 소장품 상당수를 물납으로 확보했다. 르누아르를 비롯해 인상파 화가들의 값비싼 작품이 세금 대신 정부에 기증됐다. 물납제 때문에 프랑스 국민과 관광객들은 억만장자, 또는 예술가의 유족들이 보유해 오던 걸작을 마음껏 향유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지구 마레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은 물납제의 좋은 본보기다. 이 미술관은 입체파 거장 피카소의 회화, 조각, 드로잉 등을 보유 중인데 그 핵심은 바로 유족이 상속세 대신 기증한 200여 점의 주옥 같은 작품이다. 이를 기반으로 프랑스 정부는 피카소 미술관을 건립해 오늘날 전 세계인이 찾는 최고의 뮤지엄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일본 가나자와현 하코네의 피카소 미술관 또한 유력 컬렉터의 피카소 작품을 물납받아 개관한 미술관이다.
까다로운 국내 물납제 규정
미술품 물납은 훌륭한 작품을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선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물납제가 허용된다. 상속세 2000만원이 넘는 경우는 한 해 사망자의 약 3%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 최소 10억원, 배우자가 없는 경우 5억원의 상속공제가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속재산이 배우자가 있을 시 11억6000만원, 배우자 없을 시 6억6000만원 이상이면 상속세가 2000만원을 넘게 된다. 서울에 있는 집 한 채만 물려받아도 물납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속분에 금융재산과 유가증권이 있을 경우 현금으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또 상속재산 중 문화재와 미술품에 부과된 상속세에 한해 물납할 수 있도록 한정했다. 오로지 ‘미술품 상속세’만 물납이 가능한 것이다. 다른 세금을 작품으로 내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보니 고(故) 이건희 회장 같은 거대 자산가나 유명작가 유족 등 특수한 경우에만 물납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미술품 상속세가 2000만원이 넘게 나왔다 해도 모든 문화유산·미술품이 물납 대상은 아니다.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에 물납을 신청하면 세무서가 문체부에 이를 통보하고, 문체부가 작품의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따져 물납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에만 물납이 허가된다.
작년 10월 국내 최초로 물납이 허용된 미술품 4점은 한 자산가가 서울 서초세무서에 물납 신청한 10점 중 추려진 것이다. 서초세무서가 신청 내역을 통보하자 문체부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 등 7명으로 심의위를 구성했다. 전문가들의 잇단 심의를 거쳐 10점 중 4점만이 물납 대상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물납 미술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쩡판즈(60)의 ‘초상’(Portrait) 2점이다. 이들 그림은 작년 4월 케이옥션 경매에 각각 추정가 11억5000만~15억원에 나왔다가 경매 직전 출품 취소됐다. 나머지 작품은 88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맡았던 서양화가 이만익(1938~2012)의 ‘일출도’(1991), 국제 미술계에서 ‘한지 화가’로 유명한 전광영(80)의 한지조형작품 ‘집합’(2008) 등이다.
이번 물납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쩡판즈 작품을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 쩡판즈는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중국의 개혁개방기 사회 혼란을 가면을 쓴 인물화로 표현해 명성을 얻은 작가다. 쩡판즈의 유화 ‘최후의 만찬’은 2013년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2330만달러(약 250억원)에 낙찰돼 아시아 현대미술 최고가를 기록했다.
물납제 촉발한 간송미술관 사례
미술계에서는 지난 2020년 5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생전에 수집한 ‘금동 삼존불 입상’ 등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것이 물납제 도입의 도화선이 됐다고 판단한다. 당시 간송미술관은 “재단 재정 상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간송의 장남 전성우 이사장의 타계(2018년)로 부과된 상속세로 인해 불상을 경매에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들 불상은 경매에선 유찰됐는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30억원을 내고 사들여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문화유산·미술품 상속세의 물납제 도입 주장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더해지며 물납제 도입 촉구가 급물살을 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의 예산이 한정돼 있어 고가 작품을 사들이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독지가들의 작품 기증은 소장품 확보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 그중에서도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작품으로 대납하는 물납제는 기증의 강력한 유인책이다. 1896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한 영국은 이를 통해 많은 명작을 납부받아 국공립 뮤지엄의 수장고를 풍성하게 채웠다. 그중 중요한 작품은 전시장에 나와 시민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물납제는 슈퍼컬렉터의 후손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작품을 급히 처분하지 않아도 되고, 박물관·미술관은 수집예산으론 엄두도 못낼 고가의 작품을 확보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 게다가 일반 대중은 개인 컬렉터의 수장고에 꼭꼭 감춰져 있던 작품을 보게 되니 일석삼조의 제도인 셈이다.
영국이 100여 년 전 도입한 물납제는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으로 이어졌고, 한국에는 최근에야 비로소 도입됐다. 지난 2021년 말 세법이 개정되고 2023년 발효된 물납제는 그러고도 한참이 지난 2024년 10월에야 첫 사례가 등장했다. 1호 사례가 나오는 데 20개월 이상이 걸린 것.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중국 현대미술의 상징적 작가로, 세계에서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인 쩡판즈의 ‘초상’ 같은 경우 연간 수집예산이 40억원에 불과한 우리 미술관으로선 수집하기 어렵다”며 “물납심의위원회가 적정 판정을 내림으로써 중요한 작품을 기획전 등을 통해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유용한 제도가 국내서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규제 때문이다. 상속세, 그것도 미술품 상속에 따라 발생한 세금에만 물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물납제를 ‘반쪽자리 제도’로 묶어두고 있다. 이마저도 현금이나 주식으로 상속세가 충당되면 물납의 길이 막혀 버린다. 작품의 감정평가와 가치검증은 부차적인 문제다. 물납제를 옭아맨 이런 규제는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미술품으로 세금을 대납하는 것을 ‘부자 감세’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미술품 수집은 더 이상 부자만의 허영기 어린 취미가 아니다. 젊은 세대로 확산되며 로우 컬렉션의 대중화가 확산일로에 있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 활발히 적용되며 긍정적 시그널을 주었던 미술품 물납제가 유독 국내에서만 백안시되고 있고, 조건까지 주렁주렁 첨가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진정한 문화 강국이 되려면 보다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적인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제4대 남작 제이콥 로스차일드(2024년 타계)가 소장했던 미술작품 두 점이 영국 뮤지엄 두 곳에 기증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크 거장 조반니의 ‘다윗왕’ 등이 물납을 통해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다는 뉴스였다. 미술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는 “조반니의 인물화를 물납함으로써 로스차일드 후손은 상속세 중 560만파운드(약 104억원)를 감면받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활발하게 시행되는 물납제(acceptance in lieu)의 좋은 예다.
반면에 국내서는 물납제가 ‘부유층의 합법적 세금 회피 수단’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 그나마 지난 2021년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화제가 되며 미술품 수집과 기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어마어마한 세금 때문에 상속받은 문화재나 미술품을 급히 팔기보다는 이를 물납으로 받아 국가의 문화적 자산을 축적하고,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품 기증의 중요성은 최근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소장품 상설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민간의 기증이 없었다면 이 같은 전시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미술관 측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증을 활성화할 물납제는 작년 10월의 첫 사례 이후 계속 잠잠하기만 하다.
미술시장 전문가인 서진수 전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물납제는 부동산·금융자산 등 모든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물납할 수 있는 영국과 달리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로만 국한해 매우 제한적”이라며 “사례가 많아져야 홍보도 되고 더 많은 신청이 이어지는 만큼 정부는 물납제 홍보와 제도 보완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025년 07월호
‘나인 퍼즐’ 등 쌍끌이 흥행 배우 손석구 ‘흥행 보증수표’ 입증했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3’ 그리고 ‘카지노’, ‘D,P.’, ‘살인자ㅇ난감’ 등 글로벌 OTT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손석구. 그가 최근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이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로 쌍끌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흥행 보증수표’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나인 퍼즐’, 전 세계서 가장 많이 본 韓 콘텐츠 1위
그간 여러 작품에서 형사, 군인, 우편배달부 등의 캐릭터를 통해 범죄오락, 휴먼,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손석구가 이번에 첫 추리물에 나섰다. 영화 ‘공작’, ‘승부’를 맡았던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 이후 두 번째 시리즈물인 ‘나인 퍼즐’에 손석구가 의기투합했다.
“예전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등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제가 봤을 때 윤 감독은 거장의 반열에 있는 분이거든요. 감독님과 사석에서 뵈었는데 ‘D.P.’ 시즌2에서 제 연기를 보시고 관심을 가져 주셨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친분이 생기고, 캐스팅 제안을 받았어요. 이번 작품은 내용도 너무 좋았지만 한 명의 팬심으로 시작을 했어요.”
이번 작품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살인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한샘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서 손석구는 형사 김한샘을 연기했다.
“장르 자체가 추리물이라서 그런지 보시는 분들이 함께 추리를 해주시고 추측을 하시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추리하는 걸 보면서 제가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그런 추리력이 없거든요. 하하. 작품 속에서 한 사람을 범인처럼 몰아가고 반전을 주잖아요. 저는 그걸 믿어 의심치 않아요. 열 번을 속이면 열 번 다 속으면서 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저도 작품을 찍으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손석구가 연기한 극중 김한샘은 다시 살인 사건으로 인해 프로파일러 이나를 범인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전개 과정에는 한샘을 마치 범인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가 숨겨져 있다. 시청자들 역시 극을 따라가며 범인에 대한 여러 추리를 내놓기도 했다.
“저는 그냥 대본에 주어진 대로 연기를 했어요. 한샘이라는 캐릭터는 인간미가 있고 허당미가 있다는 정도로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반응이 올지는 몰랐어요. 제가 범인으로 몰릴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아마 감독님은 염두에 두셨을 거예요. 모든 배우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놓고 연출을 하셨거든요(웃음). 그래서 시청자들이 추리의 끈을 놓지 않게 한 거죠.”
이번 작품은 디즈니+에서 ‘카지노’에 이어 ‘무빙’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은 시리즈가 됐다. 공개와 함께 디즈니+ 7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시청 시리즈에 등극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한국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요즘에는 시리즈들이 정말 많이 나오잖아요. 그중에서 두각을 보이는 건 쉽지 않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몰랐을 감사함이 더 커지는 것 같고요. 저희 시리즈는 장르적인 재미에 충실하고, 그걸 보여주는 방식이 고급스럽다고 느꼈어요. 미장센이나 출연진의 연기, 음악, 콘티가 굉장히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작품이거든요. 그걸 보시는 분들도 느끼셔서 많이 사랑해 주신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 한샘은 이나를 의심하지만, 결국 연쇄 살인을 막기 위해 공조를 한다. 그 사이에 러브라인이 잠시 자리 잡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제됐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대한 갈망이 있던 시청자들은 작품의 열린 결말에 시즌2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러브라인도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된 거죠. 그런 부분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는데, 극 전개에 방해가 됐던 것 같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의심에서 공조까지도 쉽지 않았는데 그 다음 단계로 가기까지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시즌2는 글쎄요...마지막에 하나의 퍼즐이 도착하고 그게 어떤 퍼즐인지 공개가 안 된 상태로 끝나서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저는 이나와 한샘의 이야기는 완벽히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 퍼즐 역시 앞으로 그 둘은 또 다른 사건을 맞이하겠구나, 사건을 상징하는 매개체 정도로만 생각했고요. 제가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괜한 희망을 드리는 것 같더라고요. 아직 어떤 것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아요.”
나이를 뛰어넘은 로맨스, ‘천국보다 아름다운’
‘나인 퍼즐’이 공개될 즈음, 손석구는 시청자들의 안방극장도 책임졌다.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해숙이 젊어진 남편 낙준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통해서다. 이번 작품에서 ‘낙준’을 연기한 손석구는 김혜자와 부부로 연을 맺었다.
“저는 제가 한 작품을 시청자의 입장으로 전부 보는 편인데,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쭉 이어서 보질 못했어요. 볼 때마다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저와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라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지금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때의 감정이 느껴질 정도예요. 이걸 가능하게 해주신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요.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는 진솔함이 달라요. 그래서 어떤 것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연기했거든요.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너무 불안했는데 그렇게라도 해야 선생님의 연기를 따라갈 수 있겠더라고요. 덕분에 제 연기도 마음에 들었어요.”
작품 속에서 손석구는 지상의 소원편지를 배달하는 천국의 우편배달부 낙준을 연기하면서도, 42세 연상 배우 김혜자와 완벽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최종화 역시 8.3%(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호평 속에 막을 내린 이번 작품에 대해 그는 남다른 애정과 의미를 드러냈다.
“선생님의 연기는 연기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건 평생 연기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아름다운 삶을 사셨기 때문에 그 모습을 필터 없이 드러내고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거짓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일인자인 셈이죠. 작품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영리해지려고 할 때가 있어요.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계산적인 연기를 하는 거죠. 그런데 선생님을 만나서 이제 제 연기가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저한테 등대와 같은 분이에요. 그래서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저한테 단순한 작품이 아닌 거죠.”
영화 ‘범죄도시3’, ‘댓글부대’, ‘밤낚시’, 그리고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천국보다 아름다운’과 시리즈까지 손석구가 출연하는 모든 작품은 흥행에 성공했다. 작품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흥행에 대해 제 지분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요즘에 너무 많은 작품이 나오는데 그 안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벅찬 일이고, 가까운 미래에 다시 안 올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작품에 함께한 모든 이에게 감사한 것 같아요. 저도 작품을 해 나갈수록 저 때문에 잘됐다는 착각은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커리어 초반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흥행은 한 사람의 기운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게 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차기 작을 정할 때도 부담은 없어요. 한 작품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차기 작을 선택하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에 열심히 하는 거죠.”

2025년 07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60년생 : 70%, 문화운세 90%
72년생 : 30%, 금융운세 30%
84년생 : 80%, 금융운세 80%
96년생 : 70%, 상속운세 70%
◆소띠(丑)
61년생 : 80%, 횡재운세 60%
73년생 : 90%, 품대운세 90%
85년생 : 70%, 부정기수입운세 60%
97년생 : 50%, 상속운세 50%
◆범띠(寅)
62년생 : 90%, 상속운세 60%
74년생 : 80%, 문화운세 90%
86년생 : 60%, 주식운세 70%
98년생 : 80%, 증여운세 80%
◆토끼띠(卯)
63년생 : 50%, 주식운세 40%
75년생 : 80%, 주식운세 90%
87년생 : 60%, 횡재운세 70%
99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용띠(辰)
64년생 : 80%, 주식운세 90%
76년생 : 70%, 품대운세 80%
88년생 : 80%, 품대운세 80%
00년생 : 70%, 품대운세 90%
◆뱀띠(巳)
65년생 : 70%, 횡재운세 70%
77년생 : 90%, 문화운세 60%
89년생 : 90%, 금융운세 90%
01년생 : 80%, 증여운세 70%
◆말띠(午)
66년생 : 80%, 금융운세 90%
78년생 : 90%, 문화운세 90%
90년생 : 90%, 증여운세 90%
02년생 : 90%, 부정기수입운세 70%
◆양띠(未)
67년생 : 90%, 증여운세 90%
79년생 : 60%, 주식운세 80%
91년생 : 70%, 주식운세 70%
03년생 : 90%, 횡재운세 8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금융운세 80%
80년생 : 90%, 횡재운세 90%
92년생 : 90%, 주식운세 90%
04년생 : 70%, 품대운세 50%
◆닭띠(酉)
69년생 : 80%, 주식운세 90%
81년생 : 60%, 금융운세 70%
93년생 : 90%, 문화운세 40%
05년생 : 90%, 정기수입운세 80%
◆개띠(戌)
70년생 : 40%, 증여운세 60%
82년생 : 90%, 횡재운세 60%
94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돼지띠(亥)
71년생 : 80%, 금융운세 60%
83년생 : 80%, 금융운세 90%
95년생 : 50%, 상속운세 50%

2025년 07월호
이재명 정부 K콘텐츠 정책은? 문화계 “세제 혜택 등 현장 지원 필요”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지난 6.3 대선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롭게 바뀌게 될 문화 정책에 이목이 집중된다. 총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한 문화 분야 예산 증액부터 K콘텐츠 육성, 확산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어떻게 실현될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문화계는 현장의 의견을 경청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절 새 정부의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향한 비전으로 회복, 성장, 행복을 내세우며 15대 정책과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성장 항목에 제시된 주요 문화정책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 분야에 포함되면서 새 정부의 집중 지원 산업으로 전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는 세계 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문화 강국’을 위해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 개막을 약속했다. K팝, 드라마, 웹툰, 게임, 푸드·뷰티 등의 세계 진출 지원을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먼저 문화예술 인재 양성 및 창작공간 비용 등 지원을 늘린다. 인문학 지원 확대, 전 국민 인문교육 활성화를 추진하며 콘텐츠 불법 유통 단속도 강화한다. 문화 콘텐츠 국가 지원 체계도 확대할 방침이다. 콘텐츠 R&D 지원을 강화해 프로젝트 단위 및 사업자 간 투자, 출자에 대한 지원까지 확대하고 콘텐츠 신성장, 원천기술 지원 분야도 늘린다.
콘텐츠 정책금융 확대로 혁신 성장 발판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상품 완성보증제도를 기획, 개발, 국내외 유통으로 확대하고 요건을 간소화한다. 콘텐츠 이차보전사업 규모를 확대하며, 정부-지자체 매칭의 지역 고유 특화 콘텐츠 지원, 문화 콘텐츠 분야 정부 기술보증 클라우드 펀딩 및 기초투자 국비 지원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분야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음악 등 각종 공연 콘텐츠 및 웹툰 제작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출판업 특성을 반영해 출판 콘텐츠 제작 세액공제도 강화한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도 연장돼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또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해외 진출, 공동 투자 등에 대한 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은숙 작가 등 크리에이터들과 만나 국산 OTT 플랫폼 지원과 K콘텐츠 성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한류 문화 인프라 확대와 관련해 가장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5만석 규모의 대형 복합 아레나형 공연장 및 중소형 공연장 조성을 비롯해 음악공연 제작 인프라 구축 지원 및 규제 개선 등으로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공약집에 담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업계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세제 혜택과 공연장 인프라 관련 이슈다. K팝 종사자들은 꾸준히 K팝 전문 공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재 공사 중인 잠실 주경기장을 비롯해 상암월드컵경기장, 고척스카이돔 등 체육 시설, 스포츠 경기장을 대관해 대규모 공연을 소화해온 만큼 가장 당면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K팝의 성지이자 허브인데, K팝 연계 외래 관광객은 물론이고 국내의 K팝 공연 수요도 다 담을 만한 공연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오래된 문제”라며 “5만명 넘게 수용 가능한 공연장과 배후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연 인프라뿐만 아니라 한류 문화 콘텐츠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이 대통령이 풀어나갈 숙제다. 이재명 정부는 문화 콘텐츠(플랫폼)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원하고 콘텐츠 직접 출자, 투자, 펀드를 전담하는 공공기반 투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콘텐츠 수출용 재제작 더빙 비용, 다국어 번역 등 소프트웨어적인 지원도 확충한다. 해외 마케팅 프로모션 기회 확대, K콘텐츠 플랫폼 글로벌화 기술 자립, 첨단기술 산업 주도형 인력 양성도 국가 지원 체계를 갖출 전망이다.
집약적 콘텐츠 육성 환경 구축을 위한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과 더불어 콘텐츠 주요 진흥 정책도 연속성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 분야의 규제 개선, 글로벌 진출 지원, 인디게임 활성화, 미디어 분야 버추얼 스튜디오 등 공공 인프라 조성, 생태계 지원 확대, 영화 분야 안정적 영화기금 확보, 예술독립영화 지원 확대, 관객 확보 지원 등이 공약집에 담긴 만큼 각계가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웹툰 분야에선 웹툰 지원 법제화, 해외 플랫폼 구축 현지화, 음악 공연 제작 인프라 구축 지원, 규제 개선, 출판 번역 분야의 K북, 번역 웹북 해외 진출, 디지털 전환 확대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문화예술인의 촘촘한 복지 환경 구축에도 발 벗고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예술인복지금고 조성, 사회보험 보장 확대 등 문화예술인 생활 보장을 강화하고 문화예술인 복합지원공간 확대, 예술인 자녀돌봄센터 및 운영시간 확대(2개→20개소, 야간 지원), 경력단절 예술인 지원 체계 구축, 문화예술인 공공임대주택 보급 확대, 임금채권보장법 대지급금에 준하는 예술인 체불수입보장제도 실시 등 예술인 복지 정책에도 후보 시절 관심을 쏟았다.
문화계에선 무엇보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계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주길 바라고 있다.
대중문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약 이행 관련 문제나 현장의 어려움 등 실질적으로 플레이어들이 마주하는 문제들을 많이 경청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좋은 정책들을 많이 내는 것도 좋지만, 현재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반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2025년 06월호
미술계 접수한 MZ세대 “작품 감상과 수집 이젠 필수죠”
미술관과 화랑 “침체기에 2030세대가 구세주”
MZ관람객 몰려 신기록 경신하는 전시회 속출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전, 한 달 반에 20만 돌파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미술관과 화랑, 그리고 아트페어와 경매장에 젊은 얼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른바 MZ세대들이 국내 미술계를 휩쓸며 미술판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국내 미술관과 미술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여유로운 중장년층과 상류층이 즐기던 미술 감상과 미술품 수집 문화가 2030 새로운 세대들의 진입으로 역동적으로 변모 중이다. 이런 변화를 불러온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젊은 층의 문화 향수 욕구가 급증한 데다 나와 내 주변을 드러내며 SNS피드를 꾸며줄 요소로 ‘멋진 현대미술’이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신규 미술애호가 진입 반기는 국내 미술계
“MZ세대가 없었으면 정말 한숨만 쉴 뻔했어요. 3, 4년 전부터 미술시장은 심각한 침체기인데 그나마 새로 진입한 젊은 컬렉터들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미술관도 마찬가지고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요즘 관람 인파가 어마어마하다지요? 오픈런까지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 삼청로 메이저 화랑의 A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2030세대의 미술계 진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지난 4월 11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에서 개막한 세계적인 조각 거장 ‘론 뮤익’전의 관람 열기로 인해 삼청로 일대가 젊은 커플들로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 중인 론 뮤익(67)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을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시 개막 20일 만에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했다. 갈수록 입소문이 더해지고 있어 7월 13일 폐막까지 50만명을 훌쩍 넘길 것 같다”며 “주 관람층은 2030세대”라고 전했다.
프랑스 까르띠에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30여 년간 놀라울 정도로 극사실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론 뮤익의 대표 조각 10점과 사진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24점이 망라됐다.
전시는 개막일부터 연일 관람객을 이끌어 전시장 입구 및 내외부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말 일평균 7400명, 주중 4200명이 관람해 20일 차인 4월 30일까지 10만1050명이 전시를 관람했다. 일평균 5000명은 서울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이자 지난해 일평균 최다 전시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론 뮤익 전의 큰 호응에 대해 홍이지 학예연구사는 “론 뮤익의 작품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모습을 담은 익숙한 인물상과 실핏줄까지 표현된 믿기지 않는 리얼한 표현력에 보는 즉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공감을 자아낸다. 경이로움 때문에 관람객들 간에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고, 관람객들의 좋은 후기가 블로그와 SNS에 쏟아지며 전시 흥행이 확산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희 관장은 “관람 대기시간이 한 시간이 넘고 미술관 수용인원이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어 아침 조기관람(오전 9~10시)을 최초로 시행했다. 계속 몰려드는 관람객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짜내고 있는데 젊은 관람객이 절반 이상인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론 뮤익 전에는 20대 대학생과 젊은 데이트 커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젊은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인증샷을 꼭 찍고, 감상평도 적극적으로 남기는 게 공통점이다. SNS에는 “관람료 5000원으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전시를 볼 수 있다니 ‘가성비 최고’다. 감동받았다”는 평과 “24세 이하는 무료다. 한국 전시가 끝나면 도쿄 모리미술관으로 순회하는데 그곳 입장료는 주중 2만원, 주말 2만2000원이다. 그러니 서울서 두 번, 세 번, n차 관람하려 한다”는 글도 눈에 띈다.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정부가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 관람료를 무료 또는 5000원대로 책정해 호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을 뮤지엄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
비단 ‘론 뮤익’ 전시만 흥행하는 게 아니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전에도 관람객이 대거 몰리고 있고, 서울 북촌 푸투라서울(대표 구다회)에서 5월 1일 개막한 ‘앤소니 맥콜’의 빛 조각전 또한 호응이 매우 뜨겁다. 앤소니 맥콜의 전시는 MZ세대들 사이에 ‘절묘한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미디어 전시’로 알려지면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퍼’전(2023), 리움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전(2023), 호암미술관의 ‘니콜라스 파티’전(2024), 원주 뮤지엄산의 ‘우고 론디노네’전(2024)도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인기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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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미술애호가의 판도가 5060세대에서 2030세대로 급속도로 바뀌면서 미술 관람 문화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차분하고 신중하게 미술 감상을 즐기던 패턴에서, 디지털 친화적인 MZ애호가가 늘면서 빠르고 경쟁적으로 미술품을 감상하고 향유하며 자신의 행위를 보란 듯 과시하는 게 상례가 됐다.
예전에는 ‘현대미술’ 하면 그 난해함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즐기는 젊은 층이 늘고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MZ세대들이 증가하면서 화제의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에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게 됐다. 주말에는 오픈런을 해야 하고, 평일에도 작품 감상을 위해 한 시간 넘게 대기하는 게 다반사가 됐다. 티켓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핫 플레이스’로 변모했다.
흥행 전시 중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의 관람객 33만명 중 52%가 2030세대였고, 리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관람객 25만명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다. 신세대들은 현대미술을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 SNS의 피드를 꾸며줄 요소로, 즐길거리로 여기기 때문이다. SNS에 넘쳐나는 ‘꼭 가봐야 할 전시’, ‘나를 사로잡은 전시’ 등의 게시물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시 관람의 수요층과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지자 디지털 활용에 있어 한줌 거리낌도 없는 MZ들은 더욱 열광한다. 때문에 미술에 있어서도 온라인 콘텐츠와 온라인 소비가 대세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5년 전부터 온라인 경매의 비중을 크게 늘렸던 케이옥션이 경쟁사를 누르고 불황에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젊은 신규 애호가들은 전시를 관람하기 전이나 작품을 구매하기 전에 유튜브나 SNS에서 관련 정보를 얻고 평가와 리뷰를 샅샅이 찾아본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선 반드시 사진을 찍고, 실시간으로 #전시, #art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며, 구입한 작품을 대놓고 자랑한다. 부모세대들이 세금이라든가 주위 눈을 의식해 작품 수집을 쉬쉬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난 2030세대들은 이렇듯 미술을 향유하고 작품을 수집하는 것을 남과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자신의 경험과 소유물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빠르게 급변하는 트렌드로 인해 국내 아트마켓 또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산뜻하고 발랄한 전략 수립’에 날로 골몰하고 있다. 미술계도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변화 중이다.

2025년 06월호
‘파과’ 킬러 이혜영 “조각과 투우 묘한 관계성, 김성철의 힘이죠”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배우 이혜영이 영화 ‘파과’에서 유일무이한 능력의 킬러로서 늙어가는 고독함과 쓸쓸함을 표현했다. 이혜영은 영화 ‘파과’의 5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아주 특별한 작품의 주연을 맡은 소감을 말했다. 최근 “젊은 친구들이 시나리오가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며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배우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렇게 오래 하고도 이런 기회를 또 잡다니. 그러나 이런 정도의 작품을 늘 만나지는 않았어요. 아주 특별하죠. 사실 민규동 감독님이 소설을 먼저 보라고 주셨을 때 그제서야 ‘파과’를 만났어요. 이걸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정도 할머니는 아닌데. 그럼에도 매력을 느꼈고, 이름이 일단 멋있었고 수수께끼 같은 힘이 있었어요. 그 힘이 부러웠고 능력 있는 할머니잖아요. 또 머릿속으로 잘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흔한 액션 영화에서 보는 거친 말투도 아니고, 액션 영화에서 저런 대사를? 그러면서도 편하게 배우를 할지, 한번 도전을 해볼지 해서 도전을 선택한 거죠.”
‘파과’에서 이혜영은 ‘벌레를 잡듯’ 해로운 인간들을 방역하는 킬러다. 전설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사건을 맡아온 킬러 조각이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전혀 겪어보지 않은, 늙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그 과정의 회한과 선택, 결과를 다룬 작품이다. 배우로서 처음 도전하는 격한 액션에 촬영 첫날부터 이혜영은 부상을 입었다고 털어놨다.
“하필이면 액션 찍는 첫날 부상을 입었어요. 이태원 클럽에서 몸싸움하는 신 촬영 중 싱크에 갈비뼈를 부딪혔어요. 촬영을 며칠 안에 거기서 다 끝내줘야 해서 그냥 강행을 했는데, 쉬지 못하고 계속 촬영을 이어갔기 때문에 뼈가 3개나 나갔어요. 촬영 끝날 때까지 회복이 안 됐죠. 계속 부상 입은 상태로 촬영을 한 거예요. 정말 몸 바쳐서 하는데 늙었지, 다쳐도 회복 더디지, 이러다 배우 못하는 거 아니야 하는 공포까지... 그럼에도 영화가 만약 안 좋다는 평까지 나오게 되면 나는 뭐지? 정말 그러니까 나는 이건 목숨 걸고 하는 거다라는 생각을 했죠.”
자연스럽게 영화 촬영장에서 부딪히게 되는 감정도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이혜영은 “영화 일지를 매일 썼다”면서 민 감독과의 촬영기를 떠올렸다. 이런저런 통제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나중엔 감독의 큰 그림을 이해했다고.
“매일 다쳤고, 매일 감독님이 마음대로 못하게 꽁꽁 묶어놓고 연기 거기서 그렇게 하지 말고 두 발자국만 가라. 조금만 돌아봐라. 지금 너무 귀엽다. 왜 이렇게 친절하냐. 뭐 쿨해야 된다. 뭐 감정 빼라 이런 것만 썼어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에 영화 개봉했을 때 이 불신이 제발 감독님한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기도가 있었죠. 일종의 엄살과 불신이 깊으면서도 속으로는 그 반대를 기대하는, 이율배반적인 심리가 있었달까요. 실제로 영화 베를린에서 봤을 때 감독님한테 미안했고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웃음)”
그럼에도 이혜영은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기보다, 좋게 봐주는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털어놨다. 소설 속 조각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찍었던 모든 장면들이 쓰인 건 아니었기에 배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은근히 “디렉터스 컷이 나온다면 조각의 외로움과 고독을 깊이 느끼실 것”이라며 기대했다.
“저는 잘 알잖아요. 조각의 외로움, 그 고독, 흔들림을 담은 장면들이 재편집 때 다 사라졌어요. 다 넣는다면 아마 우리가 3시간짜리 영화를 봐야 할지도 몰라요. 현실적인 여건 속에 아쉬움이 오히려 많이 남죠. 저 장면은 내가 봐도 너무 멋있다는 건 없어요. 다만 너무 많은 분들이 칭찬 일색의, 애정을 갖고 이혜영이 뭔가 한 방 보여주기를 진정으로 바랐던 사람들은 진짜 환호를 지르고요. 이번에 그래도 ‘뭘 보여준 것 같아’ 하는 평가들 덕분에 위로를 받죠.”
신체적으로는 부상과 고생의 연속이었고, 배우로서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연기의 벽이 있었다. 마지막 신에서 털썩 주저앉았다는 이혜영의 성취감과 허무감도 남달랐을 법했다. 그는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쓸모’라는 단어, 쓸모없다는 말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오로지 조각을 최선을 다해 무사히 끝내야 된다는 생각에 달려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촬영이 끝이에요. ‘이거 끝나면 나 어디로 가야 되지?’ 할 정도로 깜깜했어요. 끝나지 마, 나한테 보상을 하고 떠나야지 너는. 민규동 감독님과 제 스타일이 정말 달랐고, 크게 깨달았죠. 감독님도 나중엔 알고 ‘정해 놓은 프레임에서 선배님이 발휘하지 못하고 인형처럼 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그 안에서 찾으시고 나도 이제 알았으니까 그걸 맞춰 나가겠다’고. 저도 한 수 배운 거죠. 나도 내 스타일대로만 하고 통제가 안 되면 다른 젊은 감독들이 어려워할 수 있잖아요. 앞으로 쓸모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한 훈련이 됐다, 배우로서 살아남는 게 이런 거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이혜영은 이번 작품에서 민규동 감독 다음으로 가장 인상적인 상대였던 배우 김성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속 백발이 성성한 노인 여성과 젊은 남성 사이의 성적 긴장감마저 그려내는 둘 사이의 케미가 ‘파과’의 분위기를 묘하게 살려냈다는 평가가 따랐다. 오랜만에 상대역이 있어 기뻤다는 그는 배우로 여러 번 호흡을 맞췄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인연도 살짝 소개했다.
“어떻게 이런 배우를 만나서 조각이 어떤 면에서 섹스 어필하다는 말까지 들었는지, 그건 솔직히 김성철의 힘이에요. 한 살만 나이 더 먹어도 이런 매력이 안 나올 거예요. 아직 어리고 저돌적이면서 청순함이 있어요. 그 나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힘이죠. 그게 우리의 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다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이번 영화에서 발휘해 줘서 고맙고, 맨날 상대역이 없었는데 제가 호강을 했고요. 저는 첫 남자 상대 배우가 유인촌 선배였어요. 고3 때 교복을 입고 오디션 보러 갔는데 윤복희 언더스터디로 뽑혔어요. 첫 작품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고 그때 폰 트라프를 유인촌 선배가 했어요. 그 이후에도 드라마에서 두세 번 만났고, 연극에서도 연산군 할 때 내가 녹수 역할을 했고, 어쨌든 제일 많이 한 남자 파트너죠.”
부모님 대부터 인연을 이어온 홍상수 감독과 네 작품이나 함께 하며 영향을 주고받고, 중년의 로맨스를 제안한 최민식에게도 화답하며 이혜영은 동료들에게 깊게 의지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민규동 감독 외에 또 어떤 감독과 만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민식 씨가 절 좋아해요.(웃음) 카지노에선 악역으로 만나서 별로 안 좋았지만요. 왜 이 남자한테 압도당하는 거지 했어요. 굉장히 힘이 있는 배우인가 봐요. 홍 감독님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제가 감독님들에게 영향을 주죠. 감독님 영화 스타일이 한 몇 번 바뀌었거든요. 저를 만나고서 4기를 맞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전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이었고, 그때부터 감독님이 카메라를 직접 들었어요. 뭔가 다른 에너지가 나왔고,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감독님을 제가 잘 이해하고 있거든요. 전옥숙 여사 아들이고, 저는 이만희 딸이잖아요. 감독님과 작업은 여러 편 했지만 ‘당신 얼굴 앞에서’만큼 충만했던 건 없었어요. 민규동 감독님도 무척이나 절제시키는 스타일이지만, 내가 어떤 감독을 만나서 어떤 그릇에 들어가면 어떻게 변화되는지 궁금해요. 어디서든 통제가 안 돼서 막 이렇게 혼자 하는 거 말고 앞으로 통제 당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2025년 06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60년생 : 70%, 금융운세 90%
72년생 : 30%, 금융운세 30%
84년생 : 70%, 주식운세 70%
96년생 : 40%, 주식운세 50%
◆소띠(丑)
61년생 : 60%, 정기수입운세 70%
73년생 : 50%, 상속운세 50%
85년생 : 70%, 품대운세 80%
97년생 : 90%, 금융운세 90%
◆범띠(寅)
62년생 : 80%, 자영업운세 70%
74년생 : 80%, 문화운세 80%
86년생 : 80%, 자영업운세 60%
98년생 : 80%, 주식운세 90%
◆토끼띠(卯)
63년생 : 60%, 주식운세 80%
75년생 : 80%, 횡재운세 60%
87년생 : 50%, 상속운세 50%
99년생 : 80%, 상속운세 70%
◆용띠(辰)
64년생 : 70%, 정기수입운세 90%
76년생 : 30%, 증여운세 80%
88년생 : 80%, 문화운세 90%
00년생 : 70%, 상속운세 70%
◆뱀띠(巳)
65년생 : 80%, 품대운세 90%
77년생 : 60%, 부정기수입운세 70%
89년생 : 90%, 문화수입운세 90%
01년생 : 70%, 상속운세 70%
◆말띠(午)
66년생 : 70%, 문화운세 90%
78년생 : 90%, 주식운세 80%
90년생 : 90%, 문화운세 40%
02년생 : 50%, 상속운세 50%
◆양띠(未)
67년생 : 70%, 부정기수입운세 60%
79년생 : 60%, 횡재운세 70%
91년생 : 90%, 횡재운세 60%
03년생 : 90%, 증여운세 9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품대운세 80%
80년생 : 90%, 횡재운세 90%
92년생 : 90%, 주식운세 90%
04년생 : 50%, 증여운세 70%
◆닭띠(酉)
69년생 : 70%, 문화운세 90%
81년생 : 90%, 문화운세 60%
93년생 : 70%, 주식운세 70%
05년생 : 90%, 주식운세 90%
◆개띠(戌)
70년생 : 50%, 품대운세 70%
82년생 : 80%, 금융운세 80%
94년생 : 90%, 상속운세 60%
◆돼지띠(亥)
71년생 : 80%, 금융운세 80%
83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95년생 : 40%, 부정기수입운세 60%

2025년 06월호
“성소수자인 내가 자랑스럽다” 편견에 맞서는 연예계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내첫째 아들은 동성애자입니다.”, “나는 성소수자인 것이 자랑스럽다.” 연예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보수적인 한국에서 성소수자 방송인 홍석천 이후 자신의, 혹은 가족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스타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예계, 커밍아웃으로 편견에 맞서다
3월, 가요계를 신선한 충격에 빠뜨린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하이브와 미국 게펜 레코드의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의 멤버 라라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라라는 자신을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라고 말하며 “오디션 때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솔직히 무서웠다. 사람들이 날 받아줄지 몰랐고, 성 정체성 때문에 데뷔조에 들어갈 기회도 다 망쳐버릴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전혀 부끄럽지 않고, 저의 일부이고 너무 좋다”고 밝혔다.
라라의 고백 이후 배우 윤여정 역시 4월 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 개봉을 계기로 미국 등 해외 매체들과 인터뷰를 갖던 중, 자신의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밝혀 화제가 됐다.
그는 피플 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개인적인 삶은 이 영화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국가”라며 “사람들은 절대 공개적으로 또는 자기 부모 앞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내 큰아들이 동성애자여서 나는 아들과의 사이에서 겪은 경험을 이 영화에서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한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큰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고, 뉴욕이 동성혼을 합법화했을 때 나는 거기서 아들의 결혼식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밀이었기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갔다”며 당시를 설명하기도 했다.
캣츠아이 라라와 윤여정의 아들이 성 정체성을 고백한 후, 이번에는 보이그룹 저스트비의 멤버 배인이 해외 공연 도중 커밍아웃을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저스트비는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월드투어 ‘저스트 오드(JUST ODD)’ 공연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내가 LGBTQ 커뮤니티 일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LGBTQ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ity), 트랜스젠더(Transgender), 퀴어(Queer)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약어로 성소수자를 의미한다. 배인의 커밍아웃은 라라, 윤여정의 아들보다 더 큰 파급력을 보였다. K팝 아이돌 중 세 번째 사례지만, 보이그룹 멤버로는 최초이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고백’에 응원,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
이번 배인, 라라처럼 연예계에서 커밍아웃을 한 사례는 흔치 않지만, 이전에도 존재했다. 방송인 홍석천은 지금이야 ‘대한민국 커밍아웃 1호 연예인’으로 자리 잡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하나의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가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편견에 맞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홍석천은 2000년대 초 연예계 최초로 커밍아웃을 선언했고, 해당 여파로 방송계에서 퇴출당하는 등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2007년 케이블 방송을 시작으로 7년간의 ‘강제 공백기’를 버텨내고 방송에 복귀했다. 이 외에도 Mnet 경연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에 출연한 가수 송혜빈(송혜인) 역시 2019년 여자친구와 손잡은 사진을 공개하며 “난 여자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2020년에는 걸그룹 와썹 출신 지애가 “나는 남자와 여자를 사랑한다.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양성애자임을 고백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커밍아웃만으로도 위법을 저지른 것처럼 취급받던 사회 분위기는 점차 변해가고 있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에게는 보수적인 편이지만, 연예인들이 커밍아웃에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문화를 주로 소비하는 연령대의 세대 교체를 꼽을 수 있다. 과거 30~40대가 문화의 주소비층이었다면, 현재는 10~20대다. 이들의 특징은 성소수자 문화에 큰 편견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LGBTQ 관련 예능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이를 받아들이는 거부감 역시 덜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연예인으로서 커밍아웃은 ‘용기 있는 고백’이라 불릴 만큼 심적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커밍아웃을 한 연예인에게 응원의 목소리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심재걸 대중문화평론가는 “비단 성 정체성뿐 아니라 아이돌이 사적인 부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과거에 비해 관대해졌더라도 여전히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 점이 새로운 매력으로 작용될 수 있지만 솔로가 아닌 팀 활동이라면 온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으로 인기를 얻기 전에 팀 정체성이 ‘성소수자 그룹’으로 강하게 인식된다. 다른 멤버 구성원들도 이러한 그림을 예상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사전에 내부에서 반드시 입체적인 접근을 동반해야 한다”고 짚었다.

2025년 05월호
예술에 스며드는 AI, 어디까지 왔나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인공지능(AI)이 현대미술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과거 극소수 작가들이 ‘맛보기’ 또는 ‘테스트’용으로 활용하던 AI가 최근 들어서는 수많은 현대미술가의 작업에 급속도로 녹아드는 중이다. 그 활용 또한 단순한 평면회화뿐 아니라 조각, 영상, 퍼포먼스, 설치미술까지 다각화되고 있다. 이에 “AI는 현대인 모두의 ‘평생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예술계에도 속속 실현되고 있다. AI가 예술에 있어서도 ‘많은 걸 함께하는 파트너’임을 작가 및 기획자, 시장전문가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AI아트 확산의 물꼬를 튼 곳은 세계 1위의 미술품경매사 크리스티다. 크리스티는 지난 2018년 10월 뉴욕 경매에서 프랑스의 3인조 작가그룹 오비어스가 AI를 활용해 그린 가상의 남성 초상화 ‘벨라미 가(家)의 에드몽’을 낙찰가 43만달러(약 5억원)에 판매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예상가의 40배가 넘는 엄청난 금액에 팔리며 세계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최초의 이벤트 후, 각국에서 AI아트가 봇물 쏟아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디지털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앞다퉈 뛰어들었고, AI 테크놀로지를 작업에 솜씨 좋게 녹여내는 슈퍼스타 작가도 탄생했다. 그 정점에 선 튀르키예 출신의 미국 작가 레픽 아나돌(40)은 전 세계를 돌며 대규모 미디어 아트 전시를 숨가쁘게 개최 중이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에서도 뒤처질 리 없다. 서울 가회동의 사립미술관인 푸투라서울은 작년 가을 레픽 아나돌의 ‘대지의 메아리: 살아 있는 아카이브’라는 AI아트 전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계가 자연을 꿈꿀 때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레픽 아나돌의 장대한 AI영상미술은 대단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매료시켰다. 미술관 측은 작품을 전시장 벽면이 아닌 천정에 투사해 관객들로 하여금 빈백에 누워 감상하도록 했다.
크리스티, 작가들 반발에도 AI아트 34점 경매
AI아트를 온-오프라인 경매에 포함시키며 시장을 리드하던 크리스티는 올 2월에는 처음으로 AI로 만든 작품만 모은 ‘증강지능’ 경매를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개최했다. 이 경매에는 내로라하는 AI아트 작가들의 작품 34점이 총집결했고, 프리뷰 현장에는 그림 그리는 로봇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자 6500명에 이르는 예술가들이 ‘경매 취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작품 생성을 위해 사용된 AI 도구들이 예술가들의 허락 없이 작품을 학습했다”며 “저작권 침해인 만큼 인간 예술가 작품의 도용을 막아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경매를 강행했고, 34점 중 28점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낙찰액도 총 10억원에 달했는데 레픽 아나돌의 ‘기계 환각’은 추정가를 뛰어넘으며 4억원에 팔렸고, 홀러 헐든과 매트 드라이허스트의 작품도 1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응찰자 중 47%가 밀레니얼과 Z세대로 확인돼 젊은 세대들이 호응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크리스티의 경쟁사인 소더비 또한 지난해 11월 AI로봇 아티스트 ‘아이다’의 작품 경매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아이다가 그린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영국)의 초상화 ‘인공지능 신(AI God)’은 소더비 온라인 경매에서 추정가의 7배에 달하는 15억원에 팔리며 기염을 토했다. 아이다는 단발머리를 한 여성 형상의 로봇 아티스트로, AI의 기술적 특성과 인간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제작한다.
문제의 초상화는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긴 앨런 튜링을 초현실적으로 그린 것이다.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수학자를 로봇 아티스트가 그려낸 그림이 엄청난 가격에 낙찰되자 ‘AI아트의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반응이 빗발쳤다. 또 AI와 예술의 교차점이 확대되고, 다변화되고 있음도 환기시켰다. 아이다의 창작자인 에이단 멜러는 “이번 초상화는 AI의 힘이 우리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 것인지 질문하게 한다”며 “물론 기술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사회적 문제점도 제기되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화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때마침 예술에서 AI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고, 어떻게 쓰이며,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두 건의 특별전시가 국내에서 개막돼 주목된다.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과 종로구 선화랑에서 동시에 개막된 이들 전시는 예술에 AI 기술을 접목한 국제교류전(코리아나미술관)과 생성형 AI로 추상화를 만들어낸 회화전(선화랑)인데, AI 시대의 예술과 창작 개념의 현황을 진단해 보는 단초를 제공한다.
코리아나 ‘합성열병’전, AI의 생성은 ‘합성’을 부른다
코리아나미술관은 놀라운 속도로 진화 발전하며 우리 삶 속으로 깊숙이 진입한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본 국제 미술전시를 지난 3월 개막했다. 오는 6월 28일까지 개최될 이 전시는 국내외 작가 9명의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둘러싼 인간들의 흥분과 두려움, 현재의 지형을 ‘합성열병’이란 타이틀로 살펴보고 있다.
‘합성(synthetic)’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AI의 생성 메커니즘을 가리키며, ‘열병(fever)’은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이 초래하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합성열병’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저서 ‘아카이브 열병(Archive Fever)’(1995)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데리다는 ‘아카이브’를 단순히 과거 보존의 공간이 아닌 기억과 망각, 권력과 욕망이 뒤얽힌 역동적인 장으로 판단했다. 전시는 이런 개념을 ‘AI 시대의 합성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해 탐구한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유승희 관장은 “AI아트 하면 무조건 어렵다고 여기지만 오늘 이 AI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반향에 대한 쟁점을 살펴보고자 기획전을 마련했다. 최근 AI아트의 확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 놀라울 정도다.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 미래를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조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미술계에서도 ‘인공지능’은 가장 뜨거운 이슈다. AI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고, 특히 생성형 AI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이자 촉진제로 작용하며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를 몇 초 만에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성’의 경계를 허물고, 창작의 개념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마법처럼 순식간에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그 이면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거나 외면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음을 전시는 짚어낸다.
올봄 막을 내린 파리 퐁피두 센터의 ‘AI’전에 초대받았던 싱가포르 작가 호 루이 안은 목가적 풍경의 초대형 사진 패널 앞에 두 대의 모니터를 설치했다. 왼쪽에는 작가의 논지를 설명하는 강연 자료가 상영되고 있고, 오른쪽에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송출된다. 관람객은 캠핑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인공지능이 기술적 도구를 뛰어넘어 사회적 기억과 권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게 된다.
독일 출생의 말레이시아 작가인 로렌스 렉은 2065년 가상의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한 비디오 작품 ‘아이돌’을 출품했다. 40년 전 최고 아이돌이었다가 이제는 쇠락한 디바가 복귀 공연을 위해 AI작곡가를 몰래 영입해 히트곡을 제작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서사를 통해 작가는 인간과 AI 간 길고 복잡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부산 출신의 미디어 작가 양아치는 ‘고스트 1.0.0’이라는 2채널 비디오 작품을 내놓았다. 모니터에는 가상의 인물 샐리가 지능형 개인 비서들을 부르며 유령, 플랫폼, 인공지능에 대해 문답을 나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권력 구조와 네트워크에 긴밀히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장치임을 드러낸다.
‘AI는 정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가’라는 질문을 내세운 ‘합성열병’전은 AI 기술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찬양하지 않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30점을 통해 AI가 창작과 사회에 끼치는 복합적 영향과 숨겨진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이 AI의 환상 너머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있다.
서지은 학예팀장은 “생성형 AI라는 기술을 단지 찬양하거나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AI가 정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기술 이면에 도사린 이야기까지 작품을 통해 해부한 전시인 만큼 예술과 AI의 관계를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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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신작 제작 위해 MRI에 수없이 들어간 작가들
서울 인사동의 선화랑은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지평: IMAGINE’이라는 타이틀로 프랑스의 3인조 AI 아트그룹 ‘오비어스’전을 개막했다. 이들은 파리 뇌과학연구소(ICM)와 함께 개발한 ‘마인드 투 이미지’ 기술을 작품에 활용했다. 이들의 작품은 한마디로 ‘AI가 인간의 뇌 안을 들여다보고 그린 그림’이다. 작가 3명은 각각 돌아가면서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에 들어가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를 상상했다. 이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AI가 뇌 안을 들여다본 것처럼 그린 그림들이 이번 전시에 출품됐다.
박부경 선화랑 팀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AI는 인간의 지시어, 명령어에 의해서 생산되는 결과물이 대부분인데, 오비어스는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이미지를 이미지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오비어스는 지난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낙찰가 5억원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작가들이다.
오비어스의 작품전에는 인간의 무의식과 AI를 결합해 만든 풍경화 및 초상화 28점이 나왔다. 뇌과학연구소와 협업한 신기술로 작업한 작가들은 “AI가 인간의 뇌 속을 들여다보고 그린 그림이다. 우리 셋이 각각 MRI 기계에 들어가 쓰나미 등 생각한 이미지를 상상하면,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AI가 이를 그림으로 그려냈다”고 했다.
각각 컴퓨터공학, 경영학, 경제학을 전공해 오비어스를 결성한 2017년 이전까지 예술과 무관했던 세 작가는 “100년 전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같은 작가들이 새로운 회화 기법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했다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AI)로 인간 정신에 관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구현하니 목표는 같다”고 설명했다.
1년 반에 이르는 작업 과정은 의료 실험을 방불케 했다. MRI 안에서 1000개 이상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기억하는 훈련을 했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었는데, 이를 읽으며 장면을 상상하면 AI가 뇌파를 분석해 추상화를 그려내는 식이다. 이들은 “AI가 그린 그림이 예술이냐고 묻는데, 작품은 결국 우리(인간)의 상상력을 표현한 것이고, 누가 어떻게 상상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만큼 예술이다”라고 자신했다. AI는 예술을 창조하기 위한 도구일 뿐, 자신들의 상상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오비어스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 AI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예술이 되려면 창작자의 뚜렷한 예술 개념과 독창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리 세련된 AI 테크닉을 이용했다고 해도 고유성이 없는 건 예술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창의성인 셈이다.

2025년 05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60년생 : 70%, 횡재운세 70%
72년생 : 80%, 증여운세 80%
84년생 : 90%, 증여운세 70%
96년생 : 70%, 횡재운세 60%
◆소띠(丑)
61년생 : 90%, 주식운세 90%
73년생 : 60%, 주식운세 70%
85년생 : 80%, 금융운세 90%
97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70%
◆범띠(寅)
62년생 : 90%, 증여운세 90%
74년생 : 70%, 주식운세 70%
86년생 : 90%, 자영업운세 60%
98년생 : 80%, 문화운세 90%
◆토끼띠(卯)
63년생 : 40%, 주식운세 60%
75년생 : 50%, 상속운세 50%
87년생 : 80%, 주식운세 60%
99년생 : 80%, 품대운세 60%
◆용띠(辰)
64년생 : 80%, 증여운세 80%
76년생 : 70%, 횡재운세 50%
88년생 : 90%, 금융운세 90%
00년생 : 70%, 부정기수입운세 60%
◆뱀띠(巳)
65년생 : 90%, 품대운세 90%
77년생 : 80%, 금융운세 60%
89년생 : 70%, 문화운세 90%
01년생 : 90%, 횡재운세 60%
◆말띠(午)
66년생 : 90%, 상속운세 60%
78년생 : 90%, 상속운세 30%
90년생 : 80%, 금융운세 80%
02년생 ; 70%, 금융운세 90%
◆양띠(未)
67년생 : 90%, 문화운세 40%
79년생 : 80%, 품대운세 90%
91년생 : 90%, 횡재운세 90%
03년생 : 80%, 횡재운세 60%
◆원숭이띠(申)
68년생 : 80%, 주식운세 90%
80년생 : 70%, 주식운세 70%
92년생 : 80%, 금융운세 90%
04년생 : 70%, 품대운세 80%
◆닭띠(酉)
69년생 : 70%, 상속운세 70%
81년생 : 90%, 문화운세 60%
93년생 : 80%, 주식운세 90%
05년생 : 90%, 문화운세 90%
◆개띠(戌)
70년생 : 60%, 횡재운세 70%
82년생 : 60%, 주식운세 80%
94년생 : 80%, 상속운세 80%
◆돼지띠(亥)
71년생 : 40%, 증여운세 60%
83년생 : 80%, 금융운세 80%
95년생 : 60%, 금융운세 70%

2025년 05월호
변신의 귀재 아이유의 1인 2역 울림과 감동의 ‘폭싹 속았수다’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나,너무 좋아~”로 전국의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하고 울리기도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이 작품 배경은 제주도다.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와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해 안방극장에 기분 좋은 봄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요망진, 애물단지 애순이’, 아이유가 그린 1인 2역
가수 못지않게 배우로서도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아이유가 이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에서 연기 인생 10년 만에 1인 2역에 도전했다.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사’ 오애순, 그리고 오애순의 딸 양금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이런 대본이 나한테도 오는구나’ 싶었어요. 촬영을 하면서 모든 순간에 힘든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 매번 보람을 느꼈어요. 또 결과물이 나오고 나서 많은 분들이 열렬히 응원을 보내 주시는 게 느껴져서 진짜 행복하더라고요(웃음). 저한텐 너무나 감사한 작품이죠. 대본을 받고 1~3부를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게 과연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작가님이 각 캐릭터들의 표현, 그 상황에 맞는 날씨 등을 세세하게 적어 주셔서 상상하기에도 너무 좋았어요.”
지난 3월 7일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는 1막 공개와 동시에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4막이 공개된 이후에도 계속 1위를 지켰고, 공개 3주 차에는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지키며 시청자들을 꾸준히 사로잡았다.
“제가 11부까지 보고 작가님한테 정말 장문의 문자를 보냈어요. 하하.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 11부를 보고 터져 나오는 말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장문의 문자를 보내게 됐죠. 사실 문자를 보내기까지도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작가님도 머릿속에 정말 많은 생각과 말들이 있을 텐데, 제가 보낸 문자가 방해가 될까 봐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런데도 작가님의 시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빼앗겠다고 하면서 감사함을 전했어요. 큰 판에서 놀아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과,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기에 죄송한 마음을 담았죠.”
작품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박해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냈다. 여기서 아이유는 요망진 반항아인 청년 ‘오애순’과, 이후 애순과 관식의 장녀 양금명, 1인 2역을 연기했다.
“1인 2역이라는 게 확실히 부담이 크면서도 너무나 도전하고 싶은 지점이기도 했어요. 걱정이 되는 만큼 더 준비하려고 했죠. 감독님한테 진짜 많이 여쭤봤던 것 같아요. 시간이 허락하면 선배들께도 많이 의지를 했고요. 어떻게 해야 더 애순이처럼, 금명이처럼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물어보고 다녔죠. 같이 일하는 분들이 다 대단하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양껏, 힘껏 여쭤보고 기대며 촬영했어요.”
아이유는 청년 애순이를 연기했다. 문학 소녀의 꿈을 가진 당찬 소녀이자 지고는 못 사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도 시인을 꿈꾸는 야무진 인물이다. 그리고 양금명은 문학 소녀 애순이가 이루지 못한 ‘공부’의 한을 대신 풀어준 인물이자 가족에게만 ‘갑’인 똑 부러지는 캐릭터이다. 같은 인물이 한 작품에서 자기 엄마의 청년 역할을 하고, 이후엔 딸로 변신했다.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었지만 이러한 걱정은 극중 내레이션으로 해결됐다.
“금명이는 애순이와 달리 속마음, 회고에 가까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그만큼의 내레이션이 많았고요. 내레이션을 통해 진짜 이 사람이 어떤 후회를 하고, 속마음은 어떤지 잘 설명이 됐죠. 말과 마음이 다른 장면에서도 ‘너무 다르게 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이 인물의 빈칸을 잘 따라갈 수 있게 설정이 된 것 같았어요. 또 초반에는 제 내레이션이 애순이 시절이지만, 후반에는 제가 애순이의 딸인 금명이의 시점으로 바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나누어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정말 설정을 잘 해주신 거죠.”
청년 애순이를 맡은 아이유는 중년의 애순이를 배우 문소리에게 넘겨야 했다. 자연스러운 바통 터치가 중요했던 만큼,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서 톤 조절 역시 아이유에게는 하나의 숙제이자 고민거리였다고.
“어떻게 해야 청년 애순을 모자람 없이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만큼 긴장도 너무 되더라고요. 그런데 문소리 선배께서 첫 미팅부터 너무 편하게 다가와 주시고, 쉬는 날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시는데 너무 감사한 거예요. 후배인 제가 참고 있던 말을 먼저 해주신 거잖아요. 선배 작업실에 가서 작품과 상관없이 살아온 이야기 등을 나눴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맞춰진 것 같아요.”
쉴 틈 없이 활동한다...차기작 ‘21세기 대군 부인’ 준비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 촬영 당시 새 앨범 작업과 월드투어 준비를 병행했다. 그리고 ‘더 위닝(The Winning)’으로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고,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투어 앙코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노래나 연기, 마음처럼 안 나올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스스로 채찍질한 시간이 많았죠. 제가 연예인으로서 나름대로 장점이 꾸준함과 성실함이라고 자부해요. 스스로 ‘꾸준함이 없으면 네 장점은 뭐니?’라면서 뺨을 때리기도 하고요(웃음). 사실 ‘폭싹 속았수다’ 촬영 당시에는 제 체력을 너무 믿었더라고요. 20대 때는 다 됐는데 이젠 힘들더라고요. 하하. 투어까지 무사히 마쳤지만 무리는 한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 본업인 가수로서도 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낸 아이유는 쉴 틈 없이 차기 작을 준비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박보검과 만났다면, 차기 작 ‘21세기 대군 부인’(가제)에서는 변우석과 호흡을 맞춘다.
“작품이 끝나고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뵌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저희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거겠죠? 차기 작 캐릭터가 금명과는 너무 다른 캐릭터라서 설렘도 있지만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애순으로 살았으니, 이제는 ‘21세기 대군 부인’의 캐릭터로 살아야죠. 애순, 하하.”

2025년 05월호
한한령 해제 분위기 무르익나 엔터업계 체감은 ‘아직’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꾸준한 가운데 양국 콘텐츠 업계가 실질적인 완화 조치가 단계적으로나마 이루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의 ‘한한령 해제 움직임과 우리의 대응전략’에 따르면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중국은 인접국가인 한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추세다.
이 보고서는 한한령 배경과 함께 최근 중국의 대내외적인 상황을 분석하며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또 한한령 해제 시나리오를 가정한 국내 산업 영향, 위협 요인 등에 대처할 전략을 폭넓게 제시했다.
한한령 해제가 매번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이 실체 없는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것이 양국 문화콘텐츠 업계의 오래된 숙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양국 문화장관급 회담에 이어 올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면담을 거치면서 한중 문화교류 확대 언급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양국 문화교류 복원과 실질 협력 발전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특히 지난 2월 말 국내에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이 중국 내에서도 3월 초 개봉하면서 영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끊이지 않는다. ‘미키17’은 한국에서 제작하고 배급한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이지만, 봉 감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대표 감독이라는 데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최근 한국의 톱스타이자 절친 사이인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중국 유명 여배우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4월 2일 시나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매체들은 두 사람이 서울의 한 고급 멤버십 시가바에서 중국 유명 여배우 저우둥위(周冬雨·33)와 조촐한 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가 인용한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영상에는 각각 청색과 흰색 점퍼를 입은 이정재와 정우성이 해당 장소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검은색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저우둥위도 직원들과 함께 입장했으며, 세 사람은 약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저우둥위는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먼 훗날 우리’, ‘소년 시절의 너’ 등으로 한국에서도 익숙한 배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다. 한중 톱스타들의 회동에 양국에선 대중문화업계 협업과 같은 한한령 해제 움직임을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도 이 같은 기대감은 감지된다. 지난 2016년부터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을 뿐, 실질적으로 이뤄진 한류 제한 조치에 현지 업체들도 이런저런 불편이 없지 않았다. 당시 어느 시점에서는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 기대하며 한국 작품의 판권을 구매했던 업체들 입장에선 실질적 제한 해제 조치를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올해와 내년, 한국과 중국서 진행되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화교류 확대 기류는 읽히지만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조치는 아직 없다는 점이다. 앞서 한 차례 언급됐던 APEC 계기 한중 문화사절단 파견과 관련해서도 문체부, 외교부 등 부처 단계에서 논의 중인 내용은 현재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실무 협의 단계에선 이전과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엔터업계 관계자들도 “해제 기대감은 계속 흘러나오는데 현장에서 감지되는 변화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도 한한령 해제에 관심이 많다. 심지어는 우리 쪽으로 ‘진짜 해제가 된다고 하는 것인지’ 묻는 경우도 있다. 영화나 작품의 해외 판권 수출을 논의하는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해제 조치가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엔터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타진하고 싶어 하는 제스처는 꾸준히 있다”면서도 “그러면서 한국 국적이 아닌 멤버가 방문해 주었으면 하는 뜻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완전한 해제 수순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나아지길 바라는 전망이 다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문화 콘텐츠 쪽보다 관광 쪽으로는 계속해서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먼저 우리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전면 허용한 것에 이어 국내에서도 오는 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문체부는 4월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K관광 로드쇼 등을 개최했으며 관광 분야에서는 이전부터 논의가 이어져온 만큼, 향후에도 교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04월호
허위 이력 조각가에 속절없이 당했다 구멍 뚫린 지자체 ‘예술 프로젝트’
‘佛 유명대학 교수’에 속아 신안군 검증 없이 318점 설치
사기 전과 6범 작가, 청도군과 천주교 성지·성당도 공략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자신을 ‘세계적인 조각가’라고 사칭하며 전남 신안군과 경북 청도군에 수십, 수백 점의 조각을 설치하고 막대한 금액을 챙긴 7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문제의 이 남성은 자신을 파리 유명 미술대학(에콜드보자르) 출신에 파리7대학 교수를 역임한 조각가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사기 혐의로 복역한 전과 6범의 피의자였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기꾼 작가가 지자체뿐 아니라 전국의 천주교 성당과 천주교 성지에도 성상(聖像) 조각과 부조(릴리프)를 잇달아 설치하며 다년간 전국을 누볐다는 점이다. 이에 천주교 교구 측은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고, 일부 성당에서는 철거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사기꾼 조각가 한 명에게 허망하게 뚫려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간단한 ‘작가 이력검증’과 ‘작품평가 감정’만 거쳤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신안군과 청도군에 따르면 최바오로(72·최영철)라는 ‘듣보잡’ 작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에 일명 ‘천사상’ 등 318점(조형물 3점 별도)을, 청도군에는 신라시대 화랑 조형물 20점을 설치했다.
전남 신안군은 서해 바다에 1004개의 섬이 늘어서 있어 ‘천사의 섬’으로 불린다. 이 1004개의 섬을 각기 특색 있게 꾸미고, ‘1도 1 뮤지엄’을 만들어 세계인들이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 신안군의 복안이다.
이에 본인을 ‘세계 정상의 성상 조각가’라고 포장한 최 씨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DJ 생가가 있는 하의도를 ‘평화와 사랑의 섬으로 만들 수 있다’며 흰 대리석으로 만든 천사상 설치를 제안했다. 파리 대학 교수,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 피렌체미술관 전속작가라는 최 씨의 화려한 경력에 신안군은 깜빡 넘어가 지난 2019년 하의도 선착장에서부터 바닷길에 총 318점의 천사 조각상을 설치했다. 그러곤 ‘울타리 없는 천사상 미술관’이라고 선포했다. 작가에게는 약 19억원이 지급됐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내세운 경력을 단 한 건이라도 검증했으면 프로젝트가 애당초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선 파리7대학은 의과대학과 자연과학대가 있는 대학으로, 미술 관련 학과는 없다. 최 씨가 조각가이면서 파리7대학 교수를 역임했다고 하는 것은 따라서 소가 웃을 일이다. 또 ‘피렌체미술관 소속작가’라는 이력도 어이가 없는 경력이다. 전 세계 어느 미술관도 소속작가를 두고 있는 미술관은 없다. 작가들의 그림과 조각을 전시 판매하는 화랑만이 전속작가제를 운용할 뿐이다.
미술전문가에게 최 씨의 학력과 경력을 보여주기만 했더라도 금방 들통이 났을 텐데 신안군과 청도군은 전문가 검증은 뒤로한 채 최 씨에게 속절없이 넘어갔다. 특히 신안군과 청도군은 최 씨의 여러 이력 중 ‘파리 아트저널’이 선정한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예술가’라는 타이틀에 가장 매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프랑스에 그런 저널(매거진)은 없고, 국내 유령 단체가 작가들에게 돈을 받고 임의로 그럴싸한 타이틀을 안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1980~90년대에는 몇십만 원만 내면 누구나 혹할 만한 작가 이력을 만들어주거나 미술상을 주는 곳이 있었다”며 자신뿐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2019년 하의도에 ‘천사상 미술관’을 완공하고 최 씨에게 명예군민증까지 전달했던 신안군은 그의 학력과 이력이 허위로 드러나자 조각상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신안군은 “주민들 사이에선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있어 향후 법적 판단과 여론 등을 고려해 처리하겠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높은 좌대에 올린 대형 조각 등 318점에 달하는 조각을 철거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대형 돌조각을 철거할 경우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고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어서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따라서 예술작품, 특히 공공 조형물을 설치할 때는 면밀한 사전 검증 등이 수반돼야 함을 이 사건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1953년 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최 씨는 초·중·고교를 다니는 대신 10대 초반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의 철공소와 목공소를 전전하며 일했다. 이때 익힌 손기술이 그를 조각의 길로 이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일곱 살 때 이탈리아 유명 작가의 양자로 입양돼 일찍이 예술에 눈을 뜰 수 있었다”며 눈물겨운 개인사를 주위에 읊어댔다고 한다.
최 씨는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상습 사기죄 등으로 수차례 복역했다. 최 씨는 이력서에 1992년에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다고 썼지만, 실제로 이 시기 그는 청송보호감호소(청송교도소)에서 사기 등 혐의로 복역 중이었다.
수감 중 1995년에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전과목 만점으로 통과했고, 이게 최 씨 학력의 전부다. 결국 정규 예술교육을 받거나, 해외에서 조각가로 활동한 경력이 없음에도 파리 및 베를린의 대학교수, 광주비엔날레 및 부산비엔날레 출품작가라는 사기 이력을 내세우며 조각가로 활동해 왔다. 돌조각 등이 쌓이자 그는 강원도 영월에 개인 미술관인 ‘영월종교미술박물관’을 만들기도 했다.
신라의 역사유산인 화랑을 기념하는 화랑풍류마을공원에 최 씨 조각 20점을 설치한 경북 청도군은 신안군과는 달리 한숨 돌리게 됐다. 최근 대구지법 형사12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최 씨는 2022년 청도군에 “내가 세계적인 조각가인데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접근해 조형물 20점을 설치하면서 2억9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최 씨가 청도군에 설치한 조각은 고급 이탈리아 카라라산 대리석으로 국내서 제작한 작품이 아니라, 중국의 돌공방 등에서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신안군 또한 최 씨의 허위 이력 등이 불거지자 작년 초 최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신안군 사기의혹 사건은 청도군 사건과 병합돼 심리가 진행됐다. 하지만 대구지법은 청도군 사건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신안군 사건은 “경력을 속인 것은 맞지만, 계약 체결에 범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신안군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지난해 천사상 설치 경위를 밝힌 표지석을 철거했고 설명문 중 최 씨 이력은 삭제했지만, 천사상 318점은 아직 그대로 두고 있다. 신안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학력·경력 등을 속인 최 씨를 고소한 뒤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을 제기하려 했는데 무죄가 나와 매우 난감하다”며 “검찰 항소 여부와 문화계, 주민 여론을 총체적으로 살핀 뒤 처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신안군 의뢰로 최 씨의 천사상을 감정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정준모 대표(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이라 했지만 모두 중국과 필리핀의 제작공방에서 깎아낸 싸구려 조형물이었다. 대리석 자체도 질이 한참 떨어지고 작품 수준도 수준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최 씨는 광주비엔날레 출품작가라고도 자신을 포장했는데 이 같은 이력은 비엔날레 운영위에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신안군이 작가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 최소한의 검증 시스템을 거치기만 했어도 이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기 전과 6범의 피의자가 중국 돌공장 등에서 만들어온 어설픈 돌조각을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으로 포장해 공공에 설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스스로를 ‘세계 300여 성당과 성지에 성상을 제작한 작가’라고 소개한 최 씨는 ‘바오로 최’라는 이름으로 서울 대치동 성당, 목동 성당, 미리내 성지, 솔뫼 성지 등에 다수의 천주교 성상과 목조 벽화 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천주교계 역시 사기 전과자에게 어이없게 당한 셈이다.
국내 조각가들의 단체인 한국조각가협회의 김정희 이사장은 “지자체라든가 기관에서 조각 및 조형물을 설치할 때는 반드시 작가 검증과 작품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를 생략할 경우 신안군, 청도군처럼 주민 혈세와 국고가 낭비되고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이번 사태로 국내 조각예술계가 위축될까 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화려한 허위 경력을 내세워 부실한 조각과 부조를 전국 각지에 설치하며 물의를 빚은 이번 사기 행각은 결국 ‘전문가 검증과 논의’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안군은 물론이고 여러 지자체가 ‘한국의 나오시마(일본의 유명 예술섬)’를 꿈꾸며 설익은 예술 프로젝트를 검증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전문가의 진단과 분석을 반드시 거치고, 미래 지속가능한 우수 작품을 설치하겠다는 목표와 비전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2025년 04월호
[이달의 재물운세]
◆쥐띠(子)
60년생 : 40%, 주식운세 50%
72년생 : 80%, 문화운세 90%
84년생 : 70%, 문화운세 90%
96년생 : 70%, 주식운세 70%
◆소띠(丑)
61년생 : 40%, 부정기수입운세 60%
73년생 : 80%, 금융운세 80%
85년생 : 80%, 횡재운세 60%
97년생 : 60%, 금융운세 70%
◆범띠(寅)
62년생 : 80%, 금융운세 90%
74년생 : 90%, 금융운세 90%
86년생 : 80%, 금융운세 90%
98년생 : 70%, 품대운세 80%
◆토끼띠(卯)
63년생 : 30%, 주식운세 30%
75년생 : 90%, 상속운세 60%
87년생 : 80%, 상속운세 80%
99년생 : 50%, 품대운세 70%
◆용띠(辰)
64년생 : 70%, 금융운세 90%
76년생 : 70%, 주식운세 70%
88년생 : 90%, 주식운세 80%
00년생 : 80%, 부정기수입운세 60%
◆뱀띠(巳)
65년생 : 80%, 주식운세 90%
77년생 : 60%, 정기수입운세 70%
89년생 : 70%, 자영업운세 70%
01년생 : 80%, 금융운세 80%
◆말띠(午)
66년생 : 30%, 증여운세 80%
78년생 : 90%, 횡재운세 90%
90년생 : 90%, 품대운세 60%
02년생 : 50%, 상속운세 50%
◆양띠(未)
67년생 : 90%, 횡재운세 60%
79년생 : 80%, 품대운세 80%
91년생 : 70%, 품대운세 80%
03년생 : 70%, 문화운세 90%
◆원숭이띠(申)
68년생 : 70%, 문화운세 90%
80년생 : 90%, 증여운세 90%
92년생 : 50%, 정기수입운세 50%
04년생 : 90%, 금융운세 90%
◆닭띠(酉)
69년생 : 40%, 주식운세 60%
81년생 : 60%, 주식운세 80%
93년생 : 90%, 문화운세 40%
05년생 : 50%, 상속운세 50%
◆개띠(戌)
70년생 : 80%, 문화운세 70%
82년생 : 70%, 정기수입운세 60%
94년생 : 50%, 증여운세 70%
◆돼지띠(亥)
71년생 : 90%, 주식운세 90%
83년생 : 40%, 금융운세 50%
95년생 : 60%, 횡재운세 80%

2025년 04월호
역성장 극장가 홀드백 논의 등 K무비 상생 방안은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3사가 불황 여파를 정면으로 맞으면서 시장 역성장의 충격파가 상당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극장 영화 홀드백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관 총 관람객 수는 1억2312만5369명, 2023년엔 1억 2513만6265명이었다. 코로나 이후 3년, 기대했던 회복세는커녕 간신히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영화 개봉 편수가 줄고, 관객 수가 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시장이 역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지난해 한국 영화계가 1000만 영화를 두 편 배출했으나 그 뒤로 흥행작이 나오지 못한 것을 주된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상반기만 해도 2월 장재현 감독의 ‘파묘’, 4월 ‘범죄도시4’로 쌍천만 영화들이 포진하면서 하반기 극장가 회복세에 기대감을 띄웠지만 그게 다였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했다. ‘핸섬가이즈’, ‘베테랑2’, ‘탈주’, ‘파일럿’, ‘소방관’ 등 몇몇 작품만이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다.
멀티플렉스 3사의 위기는 무엇보다 실적에서 드러난다. CGV는 759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사업에선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시네마도 국내 사업은 저조했으나 베트남 사업 호조로 간신히 3억원의 흑자를 내는 데 그쳤다. 메가박스는 해외 사업이 없는 탓에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 당시 OTT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이 재편되면서 ‘지난해는 그 여파가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닥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영화 개봉이 미뤄지고 개봉작들도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하면서 영화 산업에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이는 제작 편수 급감으로 이어졌다. 예전에 비해서도, OTT 콘텐츠 시리즈와 비교해서도 볼 영화가 없으니 자연히 관객들도 영화관을 찾지 않고 있다.
극장 업계에선 ‘올해가 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이끈 ‘파묘’나 ‘범죄도시’ 같은 작품의 개봉이 올해는 예정돼 있지 않다. 영화 부문에서 수년째 위기를 겪어온 CJ ENM에서도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외에는 딱히 개봉 시기와 작품 라인업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에선 강하늘·유해진 주연의 ‘야당’, 연상호 감독의 ‘얼굴’ 등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선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을 선보이지만 초대형 흥행작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 때는 좋아질 것이란 낙관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더 나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젠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할 때인 것 같다”면서 “극장과 배급, 제작 등 영화 업계와 정부가 모두 머리를 맞대는 등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관객들이 볼 만한 영화, 좋은 콘텐츠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막혀 있는 투자나 경색된 자금줄을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때보다도 긴급한 상황이 아닐까 한다. 긴급 처방이 필요한 때라고도 생각된다”고 밝혔다.
영화 시장 역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선 관객 수를 늘리고 상생하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별도 예산을 편성, K무비 발전과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영화업계는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성장세가 꺾인 뒤 타개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고갈된 영화발전기금 재원의 다양화 요구는 오래된 목소리다. 또한 OTT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극장 개봉작 홀드백 제도를 요청해 왔다.
홀드백 제도는 결과적으로 도입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논의는 활발했으나 이 과정에서 제작, 배급, 극장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상충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하 부처의 관계자들은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일부 배급사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제도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대부분 제도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서도 “일부 배급사가 홀드백 도입에 찬성하지 않으면서 제도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당장의 손해를 면하는 방식으로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 영화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에도 홀드백 추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지난해 흥행 잭팟을 터뜨린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비롯해 해외의 블록버스터 필름 제작, 배급사들 역시 비슷한 방향성을 가져가고 있다. 디즈니+ 같은 일부 자사 OTT 플랫폼이 아닌 경우 6개월에서 1년 넘게 홀드백 기간을 가져간다. 프랑스 같은 국가에선 자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극장 개봉작의 15개월 이상 홀드백 지침이 확고하다.
영화 입장권 부과금 원상회복 문제도 논란이 길었다. 영화발전기금 재원은 현재 100% 극장 티켓값에 포함된 3%의 비용으로 충당해 왔다. 지난해 정부에서 영화 입장권 부과금의 준조세 성격을 들어 본격 폐지를 논의했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폐지됐다.
하지만 지난 2월 27일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되살리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원상복구됐다. 부과금이 폐지된 이후 정부에서 의도했던 티켓값 인하 효과가 전무했기 때문에 시행 과정에서의 논란과 비판만 남기게 됐다.
영화 부과금 원상회복과 별개로, 별도 예산을 편성한다면 어려운 영화계와 K무비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이 영화 티켓 판매에서 나오는 부과금에만 의존하면서 코로나 때 관객 수가 급감하자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이 반영된 입장이다. 영화 종사자들은 최소한의 정부 예산을 편성해 안정적으로 영화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600조원이 넘는다. 그 가운데 0.01% 정도 되는 예산이라도 영화계, K무비의 발전을 위해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된다면 어떨까 싶다. 숨통이 트이는 이들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급감한 관객 수 회복과 영화업계 전체가 상생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영화 관련 별도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2025년 04월호
고아라 5년 공백 깨다 첫 OTT ‘춘화연애담’으로 컴백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2003년 KBS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어느덧 20년 차가 넘는 배우가 됐다. tvN ‘응답하라 1994’로 대중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은 배우로 성장한 고아라가 5년 만에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고아라, 첫 OTT 도전...5년 공백 깬 ‘춘화연애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했던 고아라에게 2020년 종영한 KBS 2TV ‘도도솔솔라라솔’ 이후 5년이라는 공백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 공백을 깰 작품으로 토종 OTT 티빙 ‘춘화연애담’을 택했다. 이는 고아라의 첫 OTT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 저희 드라마가 나와서 너무 행복하고 기뻐요. 작품이 ‘춘화’에 대한 내용이 있다 보니 청소년 관람 불가로 연령 제한이 있었어요. 춘화 자체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담고 있는 내용으로 연령 제한이 돼서 안타까운 것도 있었죠. 많은 분이 저의 예쁜 미모와(웃음)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많이 보셔야 했는데 아쉽더라고요. 나이가 되시는 분들에 한해서 정말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죠.”
작품은 파격적인 연담집 ‘춘화연애담’으로 도성이 들썩이는 가운데, 첫사랑에 실패한 공주 화리가 부마를 찾겠다는 선언에 도성 최고 바람둥이 환(장률)과 1등 신랑감 장원(강찬희)이 휘말리게 되는 로맨틱 청춘 사극이다. 여기서 고아라는 화리 공주를 연기했다.
“인물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는 게 중요했는데,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많이 고민했죠. 아무래도 작품에서 화리의 10대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담았는데, 저도 10대에 데뷔해 철부지였던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화리는 궁에 지내면서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하고 예의를 차려야 하는데 그만큼 호기심이 넘쳐요. 저도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제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화리를 이해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촬영했고요.”
극중 화리 공주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첫사랑의 아픔을 딛고 자유연애 후 부마 직간택을 선언한다. 남녀가 유별한 시대이지만 자유로운 만남을 추구하며 인생의 길을 스스로 택하는 당찬 인물이기도 하다.
“저희 작품 속 모든 캐릭터가 그랬지만, 화리의 대사 중 공감이 가는 대사가 많았어요. ‘춘화연애담’을 화리가 직접 쓴 건데 누군가 이걸 보고 어떠한 감정을 대신 느껴주길 바란다는 말도 와닿더라고요. 또 감독님 이전에 ‘며느라기’를 하면서 여성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셨잖아요. 이번에도 역시 여성의 마음을 잘 위로해 주고 대변해 주셔서 저도 여성의 한 일원으로 정말 편하게 임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을 사랑하는 것도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걸 메시지를 대표적으로 대변하는 게 화리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진취적인 모습이 도드라졌다고 생각해요.”
작품은 남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풍속화를 의미하는 춘화를 통해 19금 장면을 다룬다. 1회 가슴 노출을 하는 조연배우 외에 대부분의 그림으로 대체됐다. 작품 자체가 연령 제한이 있다 보니 자극적인 홍보가 더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베드신에 대한 여러 시청자의 평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요. 다만 저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잘 소화하려고 했죠. 또 춘화라는 연애담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보니 베드신의 경우 감독님이 이 작품을 통해 담고자 했던 부분이 있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저도 이 작품을 계속 보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지점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해요. ‘춘화연애담’에서 여러 커플이 나오는데 이들을 통해서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투리 소녀부터 공주까지...“이미지 변신 욕심 강해”
데뷔작 ‘반올림’ 이후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고아라는 청춘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후 ‘화랑’, ‘미스 함무라비’, ‘블랙’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던 차에 공백기가 생긴 셈이었다.
“ ‘춘화연애담’으로 오랜만에 현장에 갔는데 워낙 익숙한 곳이다 보니 오랜만인 것 같지 않더라고요(웃음). 제가 여러 작품을 하면서 현장에서 부상도 많이 당했어요. 어린 시절 열정이 넘쳤을 시기에 모든 액션을 다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리하게 임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몸을 충분히 회복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긴 공백이 생겼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모든 게 최상이에요. 언제나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더 열심히, 많이 하고 싶어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서 신중해지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역할로 만나뵙고 싶어요.”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고아라는 올해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인 그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강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더 신중해지는 것 같은데 모든 배역 다 가리지 않고 하고 싶어요. 작품 안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고 하면 어떤 인물이든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절절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아주 어두운 느낌의 사이코 역할도 좋아요.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이 정말 커요. 아마 제 얼굴로 악역을 하면 또 새로울걸요? 하하.”

2025년 04월호
“한국의 밥 딜런을 찾습니다” 제3회 ‘히든 스테이지’ 열전 돌입
뉴스핌·감엔터테인먼트 주최 ‘히든 스테이지’ 4월 27일까지 접수
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 등 후원...총 상금 1500만원
| 오광수 전문기자 oks34@newspim.com
‘한국의 밥 딜런’을 발굴하는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가 열린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주최하는 ‘히든 스테이지’가 끼와 재능 넘치는 뮤지션들의 참가 신청을 4월 27일까지 받는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히든 스테이지’는 청년 뮤지션들에게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인디 음악의 저변을 확대해 대중문화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기획됐다. 뉴스핌과 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후원한다. 기성, 신인 구분 없이 자신의 노래를 알리고 싶은 개인이나 팀이라면 누구나 나이,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본선 진출자 유튜브서 경연, 최종 결선은 야외무대서
‘히든 스테이지’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형 경연대회다. 1차 예선은 4월 27일까지 응모한 뮤지션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사를 거친다. 5월 8일 20~30팀의 본선 진출자를 선발해 발표한다. 본선 진출자들은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 뉴스핌 본사의 최첨단 스튜디오에서 실력을 겨룬다. 매주 뉴스핌TV KYD를 통해 경연 영상이 공개되면서 심사위원과 음악팬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최종 결선은 오는 9월경 서울시 일원의 야외 무대에서 많은 관객들과 함께 진행된다. ‘히든 스테이지’ 참가자들은 자신의 노래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갖게 된다.
대상(1명) 500만원, 최우수상(2명) 각 300만원, 우수상(1명)과 루키상(1명) 각 200만원 등 총 1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상이 주어진다. 본선 진출자 모두에게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한 라이브 클립 제작, 각종 공연 참여 기회 및 언론 인터뷰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최종 우승자인 대상 수상자에게는 음원 발매를 지원한다. 이 밖에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 마련된 연습실과 녹음실을 무상으로 사용할 기회도 제공한다.
유명 싱어송라이터와 음악 관계자들의 엄정한 심사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뉴스핌의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는 미래를 책임질 청년 뮤지션들을 발굴해 왔다, ‘음악의 탄생’이라는 제명의 2023년 첫 대회에서는 에이트레인(A.TRAIN)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파일랫이 최우수상, 미지니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2회째인 지난해 ‘히든 스테이지’에서는 대상에 이찬주, 최우수상에 헤밍과 채겸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한편 심사위원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인 김현철, 다섯손가락의 이두헌, 재주소년 박경환 등이 참여해 대회의 신뢰도를 높였다.
지원 방법은 지원서와 미발표 창작곡 1곡의 음원파일(MP3) 및 해당곡의 실연 영상, 제출곡의 제목 및 가사지, 프로필 사진 1장을 사무국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참가신청서 다운로드 및 자세한 참여 방법은 ‘히든 스테이지’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문의사항은 ‘히든 스테이지’ 사무국 이메일을 통하면 된다.

2025년 03월호
세계는 왜 ‘거미’ 조각에 빠져드는 걸까
글로벌 미술계 ‘여성주의 미술’ 강세 속
페미니즘미술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 집중 조명
8월 호암미술관, 9월 국제갤러리서도 회고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2025년은 전 세계적으로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1911~2010)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아시아 각지에서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이 잇따라 열려 ‘20세기 최고의 여성미술가’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뜨거울 전망이다.
일본 도쿄의 최대 사립 미술관인 모리미술관은 지난해 9월 루이스 부르주아의 회고전을 개막해 해를 바꿔 1월 말까지 성황리에 개최했다. 모리미술관의 부르주아 회고전 타이틀은 ‘나는 지옥을 여러 번 다녀왔다. 하지만 그곳은 황홀했다. (I have been to hell and back. And let me tell you, it was wonderful.)’였는데 이 같은 기이한 제목은 고통과 절규, 환희를 오가며 인간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양가적으로 직조해낸 부르주아의 예술 세계를 압축한 것이다. 일본에서의 부르주아 전시는 무려 27년 만이어서 일본 전역에서 구름 같은 관람객이 몰려든 바 있다.
스위스계 톱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는 홍콩 지점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Soft Landscape’라는 제목으로 오는 3~5월 부르주아 전시를 연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현대 미술관인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형 거미 조각 ‘마망(Maman:엄마)’을 미술관 전면에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과거 화력발전소였던 건물을 뮤지엄으로 개축해 2000년 문을 열었는데, 거대한 동굴 같은 터빈홀을 채울 작가로 미국의 부르주아를 지목했다. 이에 작가는 높이 9m가 넘는 초대형의 거미 조각 ‘마망’을 설치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작품”이란 반응이 쏟아지게 했다. 이미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히던 부르주아였지만 이 파워풀한 거미 조각으로 현대미술의 지축을 흔들어놓고 말았다. 그리고 25년이 흘러 테이트모던은 부르주아의 ‘마망’을 최초로 선보였던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살리고자 미술관 전면에 검은 거미를 다시 세우기로 했다.
런던에서 부르주아의 검고 임팩트 넘치는 ‘거미’ 조각이 공개된 후 전 세계 미술관들은 이 조각을 수집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결국 높이 9m의 ‘마망’ 오리지널 버전은 캐나다 온타리오미술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 모리미술관, 한국 리움미술관에 컬렉션됐다. 부르주아재단의 소장용 에디션(AP)을 제외한 ‘마망’의 에디션은 5점이어서 이제는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작품이 됐다.
물론 부르주아의 ‘거미’ 조각은 사이즈에 따라, 형태에 따라 여러 버전이 있다. 그중 ‘마망’과 똑같은 형상의 작품으로 높이 3m의 중간 크기 조각은 한국의 신세계백화점 이명희 회장이 수집해 신세계 본점 옥상정원에 수년간 설치한 바 있다(이후 제프 쿤스의 매끄러운 대형 조각으로 대체됐다). 이 중간 사이즈의 ‘마망’ 또한 현재는 수집하겠다는 미술관과 기업은 많으나, 팔겠다는 곳은 거의 없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아픈 개인사 직시해 미술로 풀어낸 ‘고백예술’
루이스 부르주아는 1911년 프랑스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급 태피스트리를 제작, 복원하는 공장을 운영했던 루이스의 아버지는 스타일리시한 멋쟁이로, 끝없이 외도를 일삼았다. 루이스는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며 10년간 함께 살던 영국인 가정교사가 아버지의 정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를 묵인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깊은 고통에 빠져들게 됐다.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와 번뇌 속에서 부르주아는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런 다음 불안, 억압, 성과 젠더 같은 이슈를 다양한 예술적 방식으로 미친 듯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아버지와 남성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을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으로 표현한 ‘아버지의 파괴’(1974) 등이 있다. 또 자식들을 위해 가정을 깨지 못했던 어머니의 이른 죽음은 1999년 연약하지만 알을 품은 채 끈질긴 힘을 뿜어내는 거미 조각 ‘마망’을 탄생하게 했다. 부르주아는 “내 작품은 정신분석의 한 과정”이라고 토로했는데 트라우마와 불안, 배신과 외로움을 테마로 한 그의 작품은 이후 ‘고백예술’로 지칭되기도 했다.
원래 부르주아는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수학과 기하학을 전공했지만 끓어오르는 예술혼에 이끌려 미술로 전향했다. 1938년 미국인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하며 미국으로 이주해 1940년대 후반부터 조각에 집중했다. 1960~70년대 페미니즘 열풍과 맞물려 주목받기 시작했고 1982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마침내 개인전을 가졌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잇따라 가진 부르주아는 유행 사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며 다양한 작업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개인사를 파고들어 보편적인 이야기로 끌어올림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거울처럼 자기의 내면을 비춰보도록 한 점은 압권이다. 추상표현주의, 페미니즘미술 등으로 작업을 규정 지으려던 미술사학자들의 시도를 무색하게 할 만큼 폭넓은 주제와 매체, 조형적 형식을 넘나든 부르주아는 ‘20세기 조각계의 외로운 늑대’라는 별칭도 얻었다.
호암미술관, 작가가 남긴 글과 작품 나란히 전시
한국에서도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규모 전시가 8월과 9월에 막을 올린다. 특히 국내에서는 프리즈·키아프가 열리는 8월 말~9월 초에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한 해 가장 공들인 기획전을 선보이는데, 국내 대표 미술관과 갤러리가 모두 부르주아를 선택해 화제다. 용인의 호암미술관과 서울 삼청로의 국제갤러리 두 곳에서 부르주아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
삼성문화재단은 호암미술관에서 오는 8월 부르주아의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인다. 호암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9m 높이의 ‘마망’(1999)과 3m 높이의 작은 ‘마망’을 비롯해 ‘밀실 XI(초상)’ 등 리움이 컬렉션한 부르주아의 주요작이 망라된다. 또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던 부르주아의 초기 회화 등 총 90여 점이 미술팬에게 공개된다. 미술관은 “부르주아의 일기와 정신분석 일지 등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글을 함께 전시해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9월 초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가족, 모자 관계, 커플 등 다양한 관계를 변주하며 표현한 드로잉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꾸며진다.
부르주아는 2010년 98세로 숨지기 전까지 작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의 대표작인 ‘거미’ 조각은 물론 독특하고 탄탄한 작품들은 아트마켓에서 최고의 블루칩으로 꼽히며 대기 고객이 줄을 이을 정도다. 말년에 한 기자가 ‘성공’에 대해 묻자 부르주아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성공? 그게 뭔지 난 모르겠어요. 내가 성공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라 ‘진정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2025년 03월호
10년 만의 스크린 컴백 송혜교 “40대 되고 많이 내려놔...주어진 것에 최선 다하고 싶어요”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배우 송혜교가 무려 10년 만에 스크린 컴백작으로 돌아왔다. 처음 보는 수녀의 모습으로 오컬트 장르에 도전했고, 불경기임에도 극장가에 관객들을 불러모으며 성공적인 복귀식을 치렀다.
‘검은 수녀들’에 출연한 송혜교는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영화 관객들과 만나는 소감을 말했다. 지난 2023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통해 최초로 연기 대상을 수상한 뒤 차기작으로 이번 작품을 고른 이유를 천천히 설명했다. 28년간 배우로 살아왔지만 그다지 다양한 역할이나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게 그에게도, 대중에게도 의외인 대목이다.
생명을 위해 모든 걸 거는 인물로 변신
“ ‘검은 수녀들’을 촬영하면서 함께 출연한 여빈이가 잘 따라주고, 동생인데도 저를 예뻐해 주고 해서 영화 안에서도, 평소에도 정말 마음이 잘 맞았어요. 이번 작품은 오컬트 중에서도 좀 색다른 오컬트 영화여서 하고 싶었죠.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이제 하나가 돼서 아이의 생명을 무조건 살리자는, 그 목적 하나를 향해 가는 두 여자의 모습이 멋있고 드라마적인 부분이 좋아서 결정한 게 컸어요. 또 구마 신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연기여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송혜교가 극중 연기한 유니아 신부는 보통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여느 수녀들과는 다르다. 흡연을 하는가 하면 전통적인 가치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고, 이 같은 신념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처음에 수녀님들께 자문을 구하려고 만나서 대화도 하고 생활이 어떠신지, 기도에 대해서도 여쭤봤어요. 한참 얘기하다 보니 수녀님들도 영화를 궁금해하셔서 이런 영화라고 했더니 좀 당황하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수녀네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 새로운 수녀를 보러 극장에 가야겠다고 유쾌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송혜교는 지난 2023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서 데뷔 28년 만에 첫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택한 차기작으로 영화 ‘검은 수녀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송혜교는 “ ‘더 글로리’ 이전에 하던 사랑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예전엔 제가 사랑 얘기, 멜로 드라마를 많이 했잖아요. 여러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하고 이별하고 그런 게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요. 표현이 비슷한 캐릭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제가 제 연기를 보는 게 조금 재미가 없었어요. 시청자분들은 어떠실까. 그때 타이밍이 좋게도 ‘더 글로리’를 만난 거였어요. 연기하면서 해보지 않았던 복수극,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하고 저도 몰랐던 표정이 많이 나왔어요. 되게 신이 났거든요. 오랜만에 연기하면서 너무 어렵지만 재밌고 신난단 감정을 느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욕심이 서서히 생겼고, 그때 ‘검은 수녀들’을 만났어요.”
그러면서도 송혜교는 “저는 멜로 드라마 정말 좋아하고,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있어서 감사함이 크다”면서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얘기했다. 새로운 연기의 재미를 느끼고 원래 하던 역이 아닌 배역을 찾아 나섰지만, ‘검은 수녀들’을 연기하면서 힘든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은 대본에서 느끼는 대로 연기를 했고 구마 신에선 당연히 처음 해보는 장면이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고, 흡연하는 신에서도 비흡연자인 제가 연기를 위해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우는 연기를 하기까지 조금 힘들었죠. 교단과 부딪히고 속 시원하게 욕도 하는 인물이라 그 자유로움을 일반 수녀들과 다르게 표현하기에 어울리는 요소였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빼 달라고 할까 고민했는데, 유니아 성격을 좀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강동원과 장재현 감독이 의기투합했던 영화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인 ‘검은 수녀들’은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았음에도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이라는 기본적인 설정을 그대로 가져간다. 송혜교는 극중 유니아 수녀가 어떤 면에선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가도, 결국 생명을 위해 모든 걸 거는 신을 곱씹었다.
“대본엔 그냥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용감한 수녀이지만, 그 전 이야기가 있을까 얘길 해보면 딱히 없었어요. 그럼 우리가 만들어 가자. 유니아가 하는 행동을 보면 여기저기 부딪히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반대를 무릅쓰고 혼자 직진하고 이런 걸 보면 이 친구는 일찍이 모든 걸 다 받아들였구나. 그런 수녀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사실 한 아이를 가족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저는 못해요. 그렇지만 상상을 해봤는데 수녀님이기 때문에 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검은 사제들’이 국내 영화계에 오컬트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이라면, ‘검은 수녀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이들을 보여준다. 송혜교는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함께 연대해서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영화의 포인트를 짚었다.
“장르는 오컬트지만 정말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함께 연대해 나가는 그 드라마가 좋았어요. 오컬트를 좋아하시는 분도 많지만, 무서워서 꺼리시는 분이 있다면 우리 영화는 드라마가 더 강하기 때문에 오컬트에 입문하시기 딱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해요. 최근엔 여자 배우가 주축이 되는 작품이 많지만, 우리처럼 여성 2명이 주축이 된 영화는 많이 없어요. 더 많이 여성 영화들이 생겨날 수 있는 중심이 되는, 좋은 결과를 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층 편해진 얼굴로 말하는 소박한 배우의 꿈
그동안 송혜교는 예능이나 다수의 TV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만큼 루머도 많았다. 활동 연차가 쌓이고 톱스타로 자리를 지킨 기간이 늘어날수록 그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람들 사이에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도 없게 퍼져 왔다. 송혜교는 당시를 떠올리며 “루머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드릴 말씀이 없었다”면서 웃었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죠. 각자 슬픈 일, 행복한 일, 괴로운 일, 힘든 일이 있고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방송국에서 혼자만 유별나게 경험한 게 아니고 모든 분들이 겪어왔고 마음이 아픈 분도, 즐거운 분도 있듯이 똑같은 인간이라 비슷해요. 루머는 너무 많지만 제가 만들어낸 게 아니기 때문에 대놓고 물어보시는 분들께는 얘기를 하죠. 루머는 딴 사람이 만들었는데 제가 왜 해명해야 하는지요. 직업이 많은 말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그냥 받아들였어요. 제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에요.”
사실은 처음부터 송혜교도 담담하게 넘어갈 수 있었을 리는 없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해 20~30대를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시기를 맞았다. 그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간 게 큰 것 같아요. 나이도 이제 좀 먹고 20~30대는 좀 약간 치열하게 막 뭐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좀 약간 내려놓게 되죠. 이제 욕심도 예전보다는 좀 덜하고 마음에 여유가 좀 생겨요. ‘더 글로리’ 때는 저도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봐요. 맨날 참고 꽁꽁 숨기는 역할을 하다가 폭발하는 신들, 싸우는 장면 찍을 때 하기 전엔 걱정이 컸어요. 이런 건 안 해봤는데. 막상 현장에서 연기를 하니까 되게 참고 있었나 봐요. 너무 시원하게 잘 나와서 정말 사이다를 원 샷한 기분이었어요. 모든 게 다 이렇게 해소가 되는 느낌이라 좋았죠.”
오랜 시간 톱스타로 살아오면서 연기보다도 외모로 주목받은 세월도 길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고민이 없지는 않을 터. 관련한 질문에도 송혜교는 꽤 쿨하게 반응하며 웃었다.
“저는 현재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미래의 외모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예쁘다는 칭찬도 좋지만 연기 잘했다는 칭찬이 더 좋기 때문에 나이 먹어서 얼굴이 늙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어쩌면 그때 생기는 주름이 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배우로서요. 차라리 그게 더 기대돼요. 사실 30대 땐 40대 중반까지 연기하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지금이에요. 이제는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그만할 때가 오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예능에 출연하고, ‘검은 수녀들’의 홍보를 계기로 이런저런 콘텐츠에 얼굴을 비추면서 송혜교의 ‘신비주의’도 이제 걷히고 있다는 기대감을 대중은 갖고 있다. 송혜교는 “10년 전만 해도 영화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 않았다”면서 웃었다.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일부러 신비주의를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지금처럼 홍보가 다양하지 않았어요. 마음의 여유도 좀 없었던 것 같고요. 이제 40대도 되고 여유도 생겼고, 시대도 많이 변했고요. 감춘다고 다 좋은 게 아닌 시대가 됐으니까요. 예능도 나가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작품 잘 해서 좋은 결과 나오고 좋은 반응들이 있다면 좋지,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없어요. 다만 지금 주어진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하자.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 좋은 길로 인도해 주겠지 생각하고 있어요.”

2025년 03월호
드라마 대세는 ‘웹툰’ 작품성·흥행성 잡은 효자 IP
|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
드라마계에 ‘웹툰 열풍’이 일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디즈니+, 그리고 토종 OTT 티빙이 웹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발 벗고 나섰다. ‘D.P.’,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최근에는 ‘무빙’, ‘중증외상센터’가 큰 호응을 얻으며 성적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대세는 웹툰 IP...영상화되는 웹툰
드라마계에서 웹툰을 기반으로 드라마를 제작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18년 연재 당시 토요웹툰 상위권에 머물며 인기를 끈 ‘금수저’는 MBC에서 동명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OTT가 국내에 출범하고 시장이 커지면서 OTT업계에서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몰두했다.
그중 웹툰 원작 시리즈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곳이 바로 글로벌 OTT 넷플릭스다. 이들은 좀비 학교물 ‘지금 우리 학교는’과 군무 이탈자 체포조(D.P.)의 이야기를 그린 ‘D.P.’ 시즌 1·2를 비롯해 ‘사냥개들’, ‘마스크걸’, ‘지옥’, ‘스위트 홈’, ‘더 에이트 쇼’ 등 웹툰 원작 시리즈를 통해 높은 성적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1월 공개된 동명 웹툰 원작 ‘중증외상센터’는 공개와 동시에 엄청난 흥행을 이어갔다. 작품은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중증외상센터’는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러브라인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며, 제목처럼 중증외상센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의사와 병원의 갈등,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과전문의에 중점을 두면서 통쾌한 이야기로 인해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1190만 시청 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상영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공개 10일 만에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또 2주째 ‘대한민국의 TOP10 시리즈’ 1위를 비롯해 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1위를 석권했다. 뉴질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일본 등 63개국에서도 TOP10 리스트에 오르며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했다.
디즈니+에서는 강풀 작가의 원작으로 단숨에 대세 OTT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디즈니+는 2023년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위험에 맞서는 초능력 히어로물 ‘무빙’을 선보이며 한국 진출 3년 차에 효자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빙’은 공개 당시 전 세계 디즈니+와 훌루(Hulu)에서 글로벌 히트작으로 등극했으며, 그해 전 세계 디즈니+ 로컬 콘텐츠 부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제29회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2023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 & 글로벌 OTT 어워즈, 제59회 대종상영화제 시리즈 2개 부문,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최다 수상,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최다 수상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 행렬을 이어가며 화제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기도 했다.
히어로물 ‘무빙’으로 성공 궤도에 오른 디즈니+는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웹툰 ‘조명가게’로 연타 흥행에 성공했다. ‘조명가게’는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인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누적 조회수 1.5억 뷰를 돌파한 웹툰이다.
강풀 작가는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 시리즈에 작가로 참여해 극본 집필을 맡았다. 원작 작가가 직접 극본을 맡다 보니 더욱 탄탄한 스토리 덕에 ‘조명가게’는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디즈니+ 출범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 최다 시청을 기록했다.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가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면서, 토종 OTT도 이에 질세라 앞다퉈 웹툰 IP를 활용한 시리즈를 제작했다. 먼저 tvN은 지난해 국극을 배경으로 한 동명 웹툰 ‘정년이’로 자체 최고 시청률 16.5%(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후 ‘그녀는 흑염룡’을 공개했고, ‘견우와 선녀’ 역시 공개를 앞두고 있다.
티빙은 ‘방과 후 전쟁활동’에 이어 지난 2월 ‘스터디 그룹’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원작 웹툰의 만화적이고 쾌활한 맛을 살리며 빠르고 리드미컬한 액션의 타격감으로 ‘고교 액션물’이라는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또 신예들의 열연에 입소문을 탄 이 작품은 티빙 주간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하며 신규 이용자들의 유입을 이끌어냈다.
웹툰까지 정주행...시리즈·원작 동시에 성공
토종·글로벌 OTT뿐 아니라 MBC, 채널A, tvN 등 다양한 지상파, 종편·케이블에서도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다수의 웹툰 원작 시리즈가 작품성, 화제성, 흥행성 측면에서 모두 호평을 받자 원작도 재조명되고 있다.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는 지난해 12월 시리즈 5, 6화가 공개된 후 15일까지 추이를 집계한 결과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원작 웹툰 조회 수가 187배, 매출은 159배가 늘었다. 글로벌 흥행을 견인한 ‘무빙’ 역시 ‘조명가게’로 인해 같은 기간 집계 기준으로 조회 수 2배, 매출은 3배로 늘어났다.
또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넷플릭스 시리즈 공개 후 10일(1월 24일~2월 2일)간 웹툰 국내 합산 조회 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티저 공개 전 10일(12월 29일~1월 7일) 대비 68배 증가했다. 웹툰의 영상화가 확대되면서 IP를 제공한 원작의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지금까지 영상화로 제작된 웹툰은 누적 조회 수가 ‘억’에 달하는 작품들이다. 인기가 보증된 웹툰의 경우 원작 팬을 자연스럽게 시리즈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작 팬의 경우 시리즈와 원작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생기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시청자의 경우 이미 탄탄한 스토리를 보장받은 원작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작품 선택에서 실패를 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솟는 제작비로 작품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업계에선 웹툰이란 돌파구가 생긴 셈이다. 웹툰의 경우 흥행이 보장되다 보니 성적, 흥행 면에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시아 10개국 넷플릭스 TOP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시리즈 ‘D.P.’의 원작 ‘D.P 개의 날’을 집필한 김보통 작가는 “웹툰의 방대한 이야기를 4~8부작의 시리즈로 압축해 만들다 보니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된 이야기가 공개된 후 프리퀄, 스핀오프, 영화 등 후속작을 만드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웹툰의 경우 그림과 글이 다 나온 작품이다. 보통의 작품을 제작하려면 스토리 라인 구축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영상화하기에 용이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웹툰) 작가는 직접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기 때문에 원작 작가가 극본에 참여해 더욱 빠른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웹툰 원작이 드라마나 시리즈, 영화에서 원작으로 자리 잡은 건 이제 꽤 됐다. 이전에는 소설이나 웹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웹툰인 셈”이라며 “OTT, 드라마계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웹툰이나 웹소설의 IP를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